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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OKKI의 무한변신

“떡볶이 팔아서 돈이 되느냐고요? 안 팔아봤으면 말을 마세요”

TOPOKKI의 무한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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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사분식, 골목떡볶이, 개미분식. 동네마다 하나쯤 있는 자그마한 떡볶이집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버지 튀김 딸 떡볶이’, ‘올리브 떡볶이’ ‘신떡’ ‘해피궁’…. 독특한 이름을 단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우후죽순 들어선다. 떡볶이는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을 넘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TOPOKKI의 무한변신
‘아버지 튀김 딸 떡볶이’ 압구정점. 저녁식사 하기엔 이른 시간인데도 20~30대 여성이 가득하다. 인근 회사에서 간식을 사러 온 것으로 보이는 손님도 몇 명 다녀간다. 회사원 김용자씨는 이곳 떡볶이가 맛있다는 소문을 들은 터에 우연히 지나다 간판이 보여 들어왔다고 했다.

“떡볶이 먹자는 말이 나오자마자 누군가 ‘아딸’이라는 곳이 있다고 소개하더라고요. 듣던 대로 바삭한 튀김 맛이 색다르네요.”

‘아버지 튀김 딸 떡볶이’는 간단하게 줄여 ‘아딸’로 통한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다. ‘아딸’은 현재 500여 개 체인점을 운영한다. 메뉴는 쌀떡볶이와 밀떡볶이, 튀김, 찹쌀순대다.

‘아딸’의 모태는 1972년 경기 파주시에서 문을 연 ‘문산 튀김집’이다. 이영석씨가 튀김을 팔던 이 가게가 서울에 진출한 때는 2000년. 딸 이현경씨(‘아딸’ 이사)와 사위 이경수씨(‘아딸’ 대표)가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분식집을 낸 것이다. 튀김과 떡볶이가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부부는 2002년 TV에 출연했다. 이경수 대표는 방송 출연을 계기로 마음속으로 구상해왔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아딸’은 이렇게 탄생했다.

남녀노소 입맛을 들볶다



3월28~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2009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이 열렸다. 떡볶이를 주제로 한 행사에 사람이 얼마나 몰릴까 싶었지만, 이틀 동안 5만명 넘는 사람이 다녀갔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떡볶이의 향연이었다. 치즈, 녹차, 칼슘을 첨가한 떡볶이는 침을 꼴깍 삼켜야 할 만큼 먹음직스러웠다.

TOPOKKI의 무한변신

정부는 떡볶이의 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TOPOKKI의 세계화

떡볶이 프랜차이즈 사업은 2005년부터 활성화했다. 길거리 음식이 기업의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2005년 10월 20호점을 낸 ‘아딸’은 그로부터 채 2년이 안 된 2007년 8월 100호점을 냈다. ‘아딸’이 승승장구하자 아류가 등장한다. 2005년부터 가맹점을 모은 ‘신떡’ ‘독대떡볶이’가 대표적이다.

1999년 대구에서 시작해 2003년 상경한 ‘신떡’도 성장 속도가 ‘아딸’ 못지않다. ‘신떡’의 떡볶이는 몹시 맵다. 고추장맛을 강조한 ‘신떡’은 2005년 법인을 세우고 2년 만에 100호점을 돌파했다. ‘신떡’은 달콤한 음료수를 떡볶이에 곁들여 낸다. 떡볶이와 음료수를 함께 먹는 이 세트 메뉴가 가장 인기다.

BBQ치킨으로 대박을 터뜨린 ㈜제너시스도 지난해 떡볶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리브 떡볶이’가 제너시스의 프랜차이즈다. ‘올리브 떡볶이’는 ‘엄마가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떡볶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양질의 식재료와 천연 감미료를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맥주전문점 ‘와바’를 운영 중인 인토외식산업은 최근 떡볶이 브랜드인 ‘해피궁’을 인수했다. 외식업체들이 앞 다퉈 떡볶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정부도 한식 세계화 정책의 일환으로 떡볶이의 세계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식세계화추진단이 5월 출범했는데,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을 맡았다. 추진단에선 정부와 식품업계 종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주관한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도 이 같은 정부의 의지가 담긴 행사였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부설 떡볶이연구소는 떡볶이 조리법의 표준화를 연구 중이다.

떡볶이 장사는 오랫동안 정부의 규제 대상이었다. 어린이가 먹는 불량식품으로 각종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되는 법. 떡볶이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온 뒤 떡볶이 프랜차이즈 바람은 더욱 거세졌다. 제너시스는 “55개국에 진출한 BBQ의 인프라를 토대로 떡볶이를 세계에 팔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늘어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딸’의 이경수 대표는 “사계절 전국에서 팔 수 있으며 유행을 타지 않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회자될 때 닭을 파는 업소들은 생존의 위협을 느낄 만큼 매출이 줄었다. 반면 떡볶이 비즈니스는 재료 수급이 안정적인데다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떡볶이 프랜차이즈는 다른 외식산업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 제너시스는 점포 임대료를 제외하면 1930만원으로 창업이 가능하다고 밝힌다. 떡볶이를 포장해가는 고객이 많아서 매장이 넓지 않아도 된다. 조리가 쉬운 것도 떡볶이의 장점이다. 가맹점으로 등록하면 본사에서 주방 설비를 지원하고, 재료와 소스를 반가공 상태로 공급한다.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언제든 같은 맛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떡볶이는 한국의 맛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어른이 된 뒤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볶이를 보면 군침이 돈다. 순대도 마찬가지다. 위생에 대해서 걱정하면서도 한국인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소문난 떡볶이집의 떡볶이는 ‘마약 떡볶이’라고 불릴 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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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르포라이터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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