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단지.
주택시장 펀더멘털을 한번 점검해보자. 과잉 유동성에 초저금리, 풀릴 만큼 풀린 규제완화 정책 등 주택가격만 저평가돼 있다면 상승랠리를 하기에 딱 좋은 시점이다. 실전 지표인 전세 가격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전세 가격은 사용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실제 거주자의 필요수요를 의미한다. 아파트 가격이 높을 때 서울 및 수도권의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의 비율은 35%선까지 내려갔다가 7월 들어 40%대에 육박했다. 일반적으로 여유자금을 투입하는 아파트 투자 시점은 이 비율이 지역별 평균 50%를 넘어설 때다. 그래야 안정적이고 만족할 만한 상승장세가 펼쳐질 최소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상승장 기록을 살펴보면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아파트 가격 상승랠리가 진행될 때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70%를 넘어섰다. 일부 지역 소형평수는 90%를 넘어선 경우도 있었다.
1990년대는?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1998년 12월 47.9%였던 서울지역은 그 수치가 1999년 12월 56.5%, 2000년 12월 60.6%, 2001년 12월에는 63.4%로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2002년 12월에는 매매가격 상승으로 인해 55.5%로 떨어지기 시작하고 2003년 12월에는 더 떨어져 50.1%가 된다.
올해 1월까지 계속 떨어져 저점을 찍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상반기 들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는 매매가도 상승하고 있지만 전세 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소형평수 매매가가 집중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집값 상승의 기본요소는 부동산시장으로 직간접적으로 흘러들어오는 돈과 경제인구의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의 크기다. 금융 쓰나미를 겪었지만 샐러리맨의 연봉은 계속 상승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하반기에도 약간이나마 상승했다. 정부당국이 부동산으로의 자금이동을 감시해도 투자자금과 여유자금,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시장유입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부동산이 본격 상승하기에는 모멘텀이 부족한 편이다.
남은 규제 5개 중 2개만 풀리면 ‘공격! 앞으로’
그런데 규제가 풀리면 부족함이 채워질 수 있다. 대규모 미분양과 금융위기로 여러 가지 부동산 규제가 완화됐지만 핵심규제 3개와 재건축 관련 규제 2개는 그대로 남아있다. 시장이 한 번 더 가라앉으면 풀 수밖에 없는 부동산 규제 5개. 막대한 투자자금이 대기 중인 부동산시장은 이 마지막 규제들이 풀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남아있는 부동산 핵심규제 3개는 △분양가상한제 △강남 3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축소된 채로 남아있는 종합부동산세다. 재건축 관련 규제 중 남아있는 핵심규제는 소형평수 의무비율과 초과이득환수제다. 5가지 규제의 의미를 분석해보자.
①분양가상한제
건설업자가 아파트 분양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게 한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가격이 무지막지하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시장주의에 반하고 주택품질을 떨어뜨리는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분양가가 자율화된 시장에서는 분양가 결정에 서민보호나 적정이윤에 대한 양심은 아예 없었다. 건설사가 경쟁적으로 분양가를 올린 결과 불과 몇 년 사이에 전국 아파트의 평당 공급가격은 3배이상 으로 상승했다. 행정당국은 어쩔 수 없이 분양가 자율화를 상한제로 돌려놓았다.
그런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2007년 분양가 자율화의 막차를 탔던 사람들은 2008년 경기가 침체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가 줄줄이 나오면서 고스란히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피해자가 됐다. 상한제 시행 1년 만에 기분양 아파트 소유자의 가격인하 요구 시위가 속출했다. 또 다른 문제점도 생겨났다. 판교, 광교, 은평, 청라 등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들의 경우 인테리어를 보면 거실 바닥에 모노륨을 깔고 문짝에는 시트지를 붙였다. 결국 종전의 자율화 아파트만큼 모양새를 내려면 새 아파트 인테리어를 뜯어내고 평당 200만원이 드는 추가 리모델링을 해야 할 판이다.
자율화 폐지로 먹던 밥그릇을 빼앗기자 건설사들도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분양이 연기되고 시장이 침체되면서 정부는 다시 분양가 자율화안(案)을 국회에 올렸다. 그 대상은 총 물량의 50%에 달하는 민간택지 아파트와 공공택지 아파트 중에서 중대형 아파트다. 들썩이는 부동산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갈 때 분양가 자율화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도 있다. 그때까지 저금리가 지속된다면 과잉유동성이라는 휘발유에 불이 붙을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말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 3월부터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전매제한 규제는 대폭 완화됐다. 민간택지 중 분양가상한제 주택이 아닌 아파트는 즉시 전매 가능하고 상한제 아파트는 투기과열지구가 아닐 경우 중대형 민간주택은 계약 후 1년이면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게 됐다.
②강남 3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국의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전면 해제하면서 강남 3구는 유보했다. 지출 대비 소득이 높은 지역이니만큼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곧 강남 3구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할 것처럼 말을 흘렸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해 말부터 가격이 많이 내린 강남권 대표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선취매수세가 들어왔다. 최고점에서 빠진 폭의 절반만큼이 석 달 만에 올랐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대출이 용이하고 재건축의 경우는 집단 대출의 승계도 가능하다. 전세나 대출을 끼고 강남에 진입하려는 수요가 한껏 몸을 풀었지만 그 시점은 다시 요원해졌다.
③종합부동산세
돈 있는 사람이 부동산시장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인 규제다. 올 들어 공시가격이 떨어지고 세율도 낮아졌다지만 몇 년간 부담스러웠던 보유세 기억은 다주택 소유자나 고가주택 소유자에게서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 있다. 종부세율이 종전 1~3%에서 0.5~2%로 낮아지고 1주택자와 고령자, 5년 이상 장기보유자에게 추가공제혜택이 주어지지만 아직 시장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 본인 거주용 1주택 외에 강남권이나 버블세븐 등 고가 지역에서 추가 주택 매입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종합부동산세를 따져보아야 한다. 2주택자와 3주택자에게 차등과세의 불이익을 줘 다주택자 발생을 시스템적으로 규제하는 이 제도가 아직도 효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