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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먹은 노인네들까지 노는 사람이 없다니까요”

제철산업으로 재기한 당진

“70 먹은 노인네들까지 노는 사람이 없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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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80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

“한보철강이 부지를 전부 매입하면서 어업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보상도 받고 일자리도 얻었어요. 원래 당진이 준치잡이로 꽤 짭짤하게 수입을 얻을 수 있던 부자동네였지만 철강산업이 들어오면서 도시화가 되고 지역산업이 개발된다니 누가 그걸 마다하겠습니까. 부지 매립 작업이 시작되면서 일반 잡부도 일당 5만원은 족히 받았으니 조그마한 기술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하루 10만원도 너끈히 받을 수 있었죠. 그런데 사실 IMF를 가장 먼저 체감한 동네도 당진일 겁니다. 1996년부터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게 문제였을 거예요.”

그러나 이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김씨가 운영하는 횟집은 점심시간이 채 되기 전부터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현대제철 사복을 입은 손님들도 곧잘 눈에 띄었다. 하지만 호황과 불황의 급격한 소용돌이 한가운데를 거쳐 온 탓에 당진 사람들에게 지금의 호황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갑지만 조심스럽다. 한 번의 실패가 가져다 준 여파는 실로 대단한 것이다.

한때 당진은 지나가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개가 나돌 정도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부촌 중의 부촌이었다. 특히 한보철강 건설 당시 관련업계에서 단체로 한번 회식을 하면 하루 1000만원 매출은 일도 아니었다고 한다. 자리를 잡기 힘들어 현찰을 주고 회식장소를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전국 어느 지역도 경제위기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하고 흥청대던 시기에 이미 당진의 경제에는 위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IMF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당진은 가장 큰 피해지역으로 떠올랐다. 상황실이 설치되고 각계에서 회생의 노력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았다. 단순히 몇몇 기업의 회생으로 회복될 수 있는 규모의 손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은 물론 당진의 발전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던 소상공인들의 몰락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IMF 금융위기 이후 기업 투자는 절대적으로 도시에 집중됐다. 한 차례 세계적 한파의 된서리를 맞았기에 지방에 비해 손실 위험이 적은 도시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현대제철의 당진 투자는 무리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역에 대규모 국가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제철소를 건립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를 두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과감한 투자는 당진뿐 아니라 서해안 지역 전체, 나아가 국가산업 전반을 재정비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당진 일관제철소에서 생산할 예정인 열연강판철근은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판형태의 고급 철근으로, 철강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와 조선 분야에서 그 수요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친환경산업으로 지역발전 시너지

현대제철이 벌이고 있는 일관제철사업은 총 투자비만 5조8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현재 건립 중인 고로 2기 건설이 끝나면 조강생산 능력은 연 800만t, 제품 생산 능력은 열연강판 650만t, 후판 15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 80억달러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 건설 관련 직간접 생산유발효과 13조원, 제철소 운영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연간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분야에 필요한 철근의 경우 각 부분에 필요한 철근의 인장 강도가 모두 달라 생산이 매우 까다롭다. 자동차의 경우 충돌시 안전을 고려해 같은 연결판 안에서도 강도가 모두 다르며 표면이 몹시 고르고 깨끗해야 한다. 조선에 필요한 철근 역시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강도의 우수성이 절대적으로 요구돼 기존의 기술력으로는 생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까다로운 공정 때문에 국내 생산에 어려움을 겪던 고급 철강을 자체 생산함으로써 국가 기간산업의 질과 속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70 먹은 노인네들까지 노는 사람이 없다니까요”

밀폐형 원료(철광석) 저장고 내외부 모습. 세계 최초로 일관제철소에 적용된 친환경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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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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