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외환시장의 불안을 우려하는 시각도 크게 줄었다. 지난 10월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CDS Premium)도 68bp로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기록한 최대치인 704bp(2008년 10월 24일 기준)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기업들은 벌어들인 외화를 적극적으로 팔아치우고 있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했던(9월 말 기준 392억 달러) 거주자외화예금도 머지않아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원화의 위상

원·달러 환율의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려면 먼저 현재 원화가치의 고·저평가 정도를 살펴봐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안팎인 현재(2012년 10월경 1106.4원)와 과거 시점(2004년 11월경 1086.5원)의 주요 교역통화 가치를 비교해보면 와 같다. 유로화 가치가 거의 비슷한 데 반해 일본의 엔화는 달러 대비 35%, 중국 위안화는 21% 절상됐다.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현재 저평가된 상태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여지는 그만큼 크다.
이런 평균적인 비교 개념을 좀 더 일반화한 것이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이다. REER이란 주요 교역 상대국들과의 명목환율 수준과 물가 변화를 함께 고려한 평균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하는 원화의 REER을 과거 경상수지가 균형에 가까웠던 시기의 평균적인 수준과 비교하면 2012년 10월 기준으로 원화의 실질가치는 주요 교역상대국 대비 10%가량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난다(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룬 시기는 2001년 3,4분기 및 2002년 1분기, 2002년 2~4분기, 그리고 2006년 1~3분기 등 세 차례 정도다). 즉, 원화의 실질가치가 지금보다 10%가량 올라야 경상수지가 균형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듯 엔화와 위안화의 명목환율이 그동안 크게 절상된 데서 연유한다. 또한 근래 우리 경제의 물가상승폭에 비해 명목환율이 크게 절하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상 흑자에도 불확실성 상존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면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 들어 9월까지 285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고 있고, 10월 무역수지도 38억 달러 흑자인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 340억 달러, 내년에도 200억 달러 이상의 흑자가 예상된다. 해외건설 수출, 외국인 관광객 내방, 한류 콘텐츠 수출 등에 힘입어 만성적자이던 서비스수지가 최근 개선, 또는 소폭의 흑자로 반전되고 있다. 이런 경상수지의 대규모 흑자는 내년까지 계속 원화절상을 이끄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