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산업 창업자 현진국 회장이 1979년 승일산업사(현 세안산업)를 설립해 휴대용 부탄가스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부탄가스는 소수의 상류층에게만 알려진 흔치 않은 물건이었다. 당시 식당에서는 통으로 배달되는 프로판가스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식당 창업이 크게 늘면서 식당에서 소비되는 부탄가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IMF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친 1997년 이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식당을 차리면서 부탄가스 매출은 다시 한번 급신장했다. 결과적으로 경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외식산업이 꾸준히 번창한 것이 태양산업의 성장에 밑거름이 된 셈이다.
태양산업의 대표 상품 ‘썬연료’는 국내 시장점유율 70~80%, 세계시장점유율 60%를 자랑한다.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부탄가스 10개 중 6개는 태양산업에서 만든 제품인 셈이다. 지식경제부는 2009년 ‘썬연료’를 ‘세계일류상품’으로, 태양산업을 ‘세계일류상품 생산기업’으로 인증했다.
1분당 600개 생산
4월9일. 충남 천안에 있는 태양산업 공장을 찾았다. 공장 한쪽에 네모반듯한 철판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캔의 표면이라고 했다. 철판에 잉크가 잘 스며들도록 스티커를 붙인 뒤 윤전기를 통과시키자 ‘SUN’이란 낯익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처음에는 빨간색, 두 번째는 파란색 잉크가 담긴 윤전기를 통과하자 완성됐다.
다음은 캔을 말아 용접하는 공정. 마크가 인쇄된 철판을 제품 크기에 맞춰 가로와 세로로 절단한 뒤 하나씩 기계를 통과시키자 동그랗게 말려 용접돼 나왔다. 1분당 600개씩 만들어진다고 했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기는 했지만, 캔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신기했다.
그 다음 순서는 위아래 마개 접합. 부탄가스는 폭발 위험성이 큰 만큼 접합부위를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공장 관계자는 “위아래를 조금씩 벌려 서로 맞잡는 형태로 이어 붙인다”고 했다. 글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안과 밖에 있는 철판이 꽈배기처럼 꼬여 서로 맞잡고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통에 노즐을 끼우고 가스를 충전하면 제품은 완성된다. 휴대용 부탄가스는 규격화돼 있기 때문에 높이가 정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노즐이 끼워지고 나면 반드시 높이를 측정한다. 충전한 이후에도 캔의 높이와 무게를 측정하는 장비를 통과해 높이가 조금이라도 맞지 않거나 중량이 다르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도록 설계돼 있다. 1분당 600개의 캔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자동화 설비 덕택이다.
높이와 무게 측정이 끝나면 갓 생산된 부탄가스 캔은 예외 없이 50°C의 따뜻한 물이 담긴 통으로 보내진다. 가스가 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포가 올라오는 캔은 즉석에서 건져낸다. 여기까지 무사히 통과한 제품은 소비자가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구입하는 4개들이 한 묶음으로 포장돼 박스에 차곡차곡 쌓인다.
태양산업의 주력 제품은 휴대용 부탄가스지만, 무스와 스프레이, 모기퇴치용 ‘홈키파’ 등 다수의 에어졸도 생산하고 있다. 생산과정은 부탄가스와 유사한데, 원액을 먼저 담은 뒤 노즐을 끼우는 것이 다른 점이다.
태양산업의 공장 바닥은 어디를 가든 왁스칠이라도 해놓은 듯 깔끔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4월10일 서울 서초동 태양산업 사옥에서 현창수 대표와 인터뷰하면서 그 의문이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