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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신뢰, 글로벌 감각 ‘효성 DNA’로 벽돌 쌓는다”

조현준 효성 사장 최초 인터뷰

“기술, 신뢰, 글로벌 감각 ‘효성 DNA’로 벽돌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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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상 최대 실적…주가 2배 올라
  • ● 매일 세계지도 펴놓고 11개 신문 탐독
  • ● 야구 경영, 인문학 경영, 德治 경영…
  • ● 동생과 訟事…“나도 아프다, 오해는 풀자”
“기술, 신뢰, 글로벌 감각 ‘효성 DNA’로 벽돌 쌓는다”
“효성은 하루아침에 화려한 성(城)을 쌓아올리는 회사는 아니다. 남이 못하는 것을 조금씩 찾아 차근차근 벽돌을 쌓아가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조금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회장님(조석래)과 선대회장님(故 조홍제)으로부터 배운 경영기법이다. 나도 그 방법을 가져가려 한다.”

조현준(47) 효성 사장(섬유·정보통신PG장)의 답변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글로벌 경제의 흐름은 물론 역사, 철학 등 인문학 분야에서도 동서와 고금을 넘나들었다. ‘르네상스’ ‘베트남전’ ‘미래 ICT 산업’…온갖 분야의 소재들이 종횡무진 거침없었다. 야구와 경영을 접목한 ‘조현준표 야구경영론’으로 화제를 돌렸을 때는 고교 야구부 주장으로 돌아간 듯 몸짓을 곁들이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조 사장은 재계 총수 일가 중에선 드물게 정치학을 공부했다. 미국 명문고교 세인트폴을 나와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쓰비시 상사와 모건스탠리에서 일하다 1997년 효성에 입사했다. 공부와 커리어의 폭이 넓다.

몇 해 전부터는 암 투병 중인 아버지 조석래(80)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다. 실적이 좋다. 올해 상반기에만 2013년 전체 영업이익 규모와 맞먹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주가는 연초 대비 2배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8월 11일 오후 서울 공덕동 효성 본사에서 조 사장을 만났다.

사양산업을 ‘캐시카우’로



▼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과거 기사를 찾아봤는데, 인터뷰 기사가 없더라.

“이런 대면 인터뷰는 처음이다.”

▼ 왜 안 했나. 여러 곳에서 요청했을 텐데.

“회사와 경영에 대해 배울 게 너무 많아 인터뷰할 겨를이 없었고, 기자는 기사로 말하듯 경영자는 주가(株價)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동아’의 ‘대한민국 재계3세 집중탐구’ 시리즈는 재미있게 읽고 있다.”

▼ 주가로 평가받는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겠다. 효성이 올해 최대 실적(상반기 매출 6조70억 원, 영업이익 4772억 원)을 내지 않았나. 섬유부문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2189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화학, 중공업, 산업자재 부문에서도 두루 좋은 실적을 냈다. 2분기의 사상 최대 분기 영업이익 기록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8년과 2011년에 준공한 터키, 브라질 스판덱스 공장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특히 브라질 공장은 생산체제 구축 2년 만에 내수시장의 50%를 석권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별화한 스판덱스 제품 ‘크레오라’의 선전(善戰)과 중공업 부문의 적자 개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효성 임직원 모두가 발로 뛴 성과다.”

▼ 섬유산업은 한때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는데, 효성엔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 수익 창출원)가 된 듯하다.

“화섬(화학섬유)산업은 장치산업이라 투자 규모도 크고 기술력도 갖춰야 한다. 지속적인 투자와 기다림이 필요하다. 한때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에 고전했지만, 회장님(그는 아버지 조석래 회장을 시종 ‘회장님’이라고 칭했다)의 기술 투자와 지속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좋은 결과를 냈다. 우리처럼 다양한 기능성 섬유를 만드는 회사도 없을 것이다. 건강과 운동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피트감(fit感)’ 좋고 몸매를 잘 드러내는 스판덱스 제품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스판덱스 제품을 한번 입어본 고객은 예전의 헐렁한 옷은 잘 입지 않는다. 2020년까지 생산능력을 29만t으로 늘리고 세계시장 점유율 40%를 목표로 세웠다.”

“회장님 닮아가나…”

▼ 중공업 부문 실적도 두드러진다. 3년 연속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 748억 원 영업이익을 냈다. 동생 조현문 부사장이 사임한 후 중공업을 맡았는데, 어떤 전략이 주효했나.

“당시에도 중공업 부문의 매출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011~2013년 내리 적자였다. 고질적인 적자 수주 관행을 없애고, 풍력발전 같은 비주력 사업 분야를 과감하게 정리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 등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체질을 바꾸려고 노력했다. 앞으로도 ESS(Energy Storage System,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전력저장장치)를 중심으로 한 고수익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섬유든 중공업이든 결국은 기술력이 관건이다.”

조 사장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피식’ 코웃음을 쳤다.

“내가 회장님을 닮아가나…. 나와 직원들이 회장님으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은 말이 ‘기술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였다. 나도 비슷하게 말하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난다. 효성이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중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기술력에 대한 선대회장님(故 조홍제 창업주)과 회장님의 믿음 때문이다. 지금은 국내에 4곳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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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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