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家와의 ‘일대일 계약’…“삼성에선 파격”
- 경영참여 후 호텔신라 매출 · 주가 크게 올라
- 승부근성, 겸손 함께 갖춘 ‘리틀 이건희’
- 측근 통해 전해지는 간접 메시지…“직접 소통 나설 때”
이 사장을 향한 대중의 관심과 호의는 지난 7월 2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에서도 읽힌다. 선포식에는 신규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함께 나선 이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그런데 공식 행사가 끝나고 테이블에 앉은 이 사장에게 기자들이 몰려와 명함 교환을 요청하는 바람에 그는 양손 한가득 명함을 쥐고 기자들과 인사하랴, 같은 테이블에 앉은 내빈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랴 한동안 혼이 났다.
“한 株도 더 갖는 것 없다”
‘VIP급’ 인사들은 대개 명함에다 휴대전화 번호를 넣지 않는다. 설사 번호가 있다 하더라도 전화를 걸면 보좌진이 받는다. 이걸 모를 리 없는 기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의 명함을 손에 넣고자 한 것은, 그만큼 그가 중요한 보도 대상임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사명(社名)은 ‘호텔신라’지만 호텔보다 면세사업이 더욱 중요해진 지는 꽤 오래됐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에 합류한 2001년 60%이던 면세사업의 매출 비중은 2014년 90%로 크게 올랐다. 영업이익 비중은 100%가 넘는데, 호텔사업이 적자이기 때문이다(2014년 면세사업 영업이익은 1500억 원에 가깝다). 따라서 무려 15년 만에 나온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따낸 것은 호텔신라로서는 기업의 명운(命運)이 걸린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면세 강자’ 호텔신라에도 약점이 있었다. 서울 시내에 마땅한 부지가 없을뿐더러 호텔신라의 국내 면세시장 점유율이 30%가 넘어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이부진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음으로써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부지(용산역 아이파크몰)는 있지만 면세사업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업계는 이 ‘정략결혼’을 ‘신의 한 수’로 평가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우리 회사를 찾아와 면세사업을 벤치마킹하던 중 자연스럽게 합작 얘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사촌(신세계)을 외면하고 다른 집안(현대)과 손잡았다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는 “신세계로부터 합작 제안을 받은 바 없을뿐더러, 경영자가 사업 시너지보다 혈연을 중시해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거야말로 비판받을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주)HDC신라면세점은 호텔신라와 현대 측이 지분을 50대 50으로 보유한다. 보통 자금을 절반씩 부담해 합작하더라도 의사결정의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쥐려는 쪽이 주식 1주라도 더 갖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은 어느 쪽도 주식 1주를 더 갖지 않는다고 한다. 삼성 출신의 한 인사는 “삼성은 ‘내가 결정하겠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한 집단이라 어떤 식으로든 우위를 점하는 형태로 합작하는 게 보통”이라며 “이부진 사장이 이런 관례를 깨고 현대 측과 손을 잡은 것은 삼성그룹 내에선 매우 의외의 일로 받아들인다”고 촌평했다.
출산 한 달 만에 해외출장
이 사장의 경영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우선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그가 기획부 부장으로 호텔신라에 합류한 2001년 4300억 원이던 매출은 2014년 2조9000억 원으로 6배 이상 뛰었다. 주가도 6700원에서 현재는 11만 원을 상회한다. 호텔신라 출신 한 인사는 “삼성그룹에서 호텔신라 비중이 워낙 작다보니 이부진 사장이 오기 전에는 면세사업에 적극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오너 딸이라고 해서 반감 어린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경영 성과가 좋다 보니 지금은 그런 게 거의 다 희석됐다. 기업을 꾸준하게 키워나갈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이번 면세점 사업권 획득 말고도 그간 승부사적 기질을 자주 보여줬다. 2010년 인천국제공항에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 공항면세점을 유치했고, 지난해에는 세계 3대 공항인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화장품, 향수 등의 사업권을 따내 해외시장을 넓혔다. ‘리틀 이건희’라는 그의 별명은 외모뿐만 아니라 집요한 승부 근성까지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것.
그가 열성과 끈기의 경영자임을 짐작하게 하는 에피소드는 여럿이다. 그가 2001년 호텔신라에 합류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주방, 청소, 음식물 잔반 처리장 등 후방 부서(Back of the House). 그는 후방 부서 스터디를 통해 호텔 전 부서에 표준화 작업을 실시했고, 아예 호텔 객실에 묵으면서 업무 처리를 꼼꼼하게 챙겼다고 한다. 호텔신라 임원들에 따르면 밤늦게까지 회의를 하거나 새벽에 메일을 보내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결혼 8년 만에 임신했을 때는 허리에 복대를 차고 다니며 업무에 매달렸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출산 사흘 만에 출근했다’는 소문에 대해서 호텔신라 관계자는 “회사 e메일을 열어본 것이 와전돼 그렇게 알려진 것”이라며 “정작 본인은 출산 며칠 만에 출근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산 한 달 만에 해외출장에 나선 것은 사실인 듯하다. 조정숙 오케타니모유육아상담실 대표원장은 “2008년 9월 즈음 이부진 사장이 아기 낳은 지 한 달 됐는데 젖몸살이 무척 심하다고 연락해왔다”며 “당장 일본으로 출장 가야 한다고 해서 우선은 일본에서 관리받을 수 있도록 소개해줬다”고 회상했다.
모유 수유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그런 그가 ‘열성과 끈기의 달인’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무리 주위에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도 육아에서 모유 수유만큼은 엄마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직접 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후 2개월까지 56.7%인 모유 수유 비율이 4개월에는 50%, 12개월에는 2%로 뚝 떨어진다. 그런데 이 사장은 무려 30개월이나 모유 수유를 했다. 조 원장은 “처음에는 3개월만 한다더니 아기가 엄마 젖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못 끊겠다고 하더라”며 “모유 양이 많아서, 비슷한 때 태어난 조카(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의 자녀)에게 자신의 모유를 짜줬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삼성가 3남매 중 유일하게 등기임원을 맡았다.
그가 호텔신라 등기임원이라는 점은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등기임원은 ‘법인의 사무를 처리하며 이를 대표해 법률 행위를 행하는 집행 기관,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다시 말해 회사 행위에 대해 법률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경영에 참여한 오너 일가가 등기임원을 맡는 것은 언뜻 당연한 듯해도 요즘 재계 ‘트렌드’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재벌총수 친족이 등기임원을 맡은 비율이 최근 2년 사이 23.8%에서 18.4%로 낮아졌다. 2013년 등기임원 보수 공개 의무화 영향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이부진 사장은 대표이사에 올랐을 때부터 현재까지 등기임원을 유지하고 있다. 오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동생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등기임원이 아니다.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2013년 보수 공개를 앞두고 미등기 임원으로 변경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이 사장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책임감을 가졌다”며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것도 책임 경영의 의지가 깊숙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에 따르면, 대중에게 어필하는 스토리텔링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의외성’과 ‘혈연’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박영숙 프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는 메시지의 내용과 채널만큼 중요한 것으로 ‘타이밍’을 꼽는다. 이 점에 비춰볼 때 이부진 사장은 다른 재계 3세들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우선 혈연. 대중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그를 매우 아꼈다는 스토리에 익숙하다. 그가 ‘비(非)로열 패밀리’ 출신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결혼을 고집하자 이 회장이 호텔신라 커피숍이 문 닫을 때까지 앉아 고민했다는 설(說)이나, 이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케이크를 자르고 있는 그의 결혼사진은 대중에게 ‘이부진은 아버지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은 딸’이라는 ‘증거’로 소비된다. 이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두 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도 여러 번 보도됐다. 2010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선 아예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2007년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부진이 지난 2001년 호텔신라 부장으로 입사했을 때, 이건희는 호텔신라에 두 달 가까이 직접 숙박하면서 이부진에게 힘을 실어줬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이건희가 자신의 다른 아들, 딸들에게 이처럼 대놓고 애정과 관심을 보인 일은 없었다. 그래서 당시 호텔에서는 이부진의 직책에 ‘부’자와 ‘장’자 사이에 ‘회’자가 빠졌다는 말이 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장이 아니라 부회장이란 말이었다.
-김용철, ‘삼성을 생각한다’ 중에서
지난 6월 원희룡 제주지사를 만나 메르스 대책을 논의하는 이 사장.
빛 발한 ‘의외성’ 효과
여러 이슈에 대해 대중의 기대보다 빨리 반응하는 이부진 사장은 “촉이 살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벌가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연애 결혼했다는 점 말고도 이 사장은 경영자로서 여러 가지 의외성을 보여줬다. 2011년엔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유명 한복 디자이너가 호텔신라 식당 입장을 거부당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자 이 사장은 바로 다음 날 당사자를 찾아가 사과했고, 2014년에는 신라호텔 정문을 들이받은 택시기사의 딱한 사정을 알고 5억 원 상당의 피해복구 비용을 호텔신라가 대신 부담하기로 했다. 이 ‘택시 사건’으로 이 사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는 대중의 격찬을 받았는데, 이 일이 발생 한 달 후에야 알려져 박수가 더 커졌다.
“사건 당일에는 고객이나 직원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경황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이 사장이 한인규 부사장에게 택시기사 분은 괜찮은지 직접 가보라고 지시했다. 한 부사장이 우족과 쇠고기, 신라호텔 베이커리를 싸들고 찾아갔더니 82세 노인 기사 분이 병원도 가지 않고 걱정에 한숨도 못 자고 누워 계셨다. 공제보험 든 게 고작 5000만 원이라고 했다. 보고를 받은 이 사장이 법적 문제는 없는지 검토해본 뒤 변제해주라고 지시했다. 외부에 알릴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이 얘기가 먼저 돌았고, 인터넷에서 회자되다 기자들에게 포착돼 언론에 보도됐다.”(호텔신라 관계자)
클라이맥스는 ‘메르스 대처’가 장식했다. ‘141번 환자’가 잠복기 상태에서 제주 신라호텔에 머문 것으로 확인된 다음 날인 6월 18일, 이 사장은 즉각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정부는 ‘영업 자제’를 권했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그는 6월 18일부터 9일 동안 제주도에 머물며 방역, 소독, 직원들의 자가격리 등을 챙겼다. 7월 1일 영업을 재개했으니 하루 3억 원씩 30억 원가량의 매출 손해를 감수한 결정이었다.
리더십 및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호텔신라의 메르스 대응을 기업 위기관리의 모범 사례로 평가했다.
“질병이나 식품 관련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중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면 대응을 압도적으로 해야 한다. 인재를 스카우트할 때 그의 기대를 크게 뛰어넘는 연봉을 제시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 처지에서 과잉조치라고 할 정도로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메르스 잠복기에는 전염력이 없는데도 영업장 폐쇄를 결정한 것은 잘한 조처였다.
무엇보다 위기 현장에 최고경영자(CEO)가 있다는 사실은 확고한 사인이다. 직원에겐 믿음을, 외부인에겐 신뢰를 심어준다. 우리 경영자들은 위기 상황에서 직접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부진 사장은 메르스 등 위기 상황 때마다 직접 나섬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다른 CEO들이 눈여겨보고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촉이 살아 있다”
박영숙 프레시먼힐러드코리아 대표는 “미적지근하게 굴지 않고 대중의 기대보다 빨리 반응한다는 점에서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타이밍을 잘 다루고 있다”며 “호텔신라와 이부진 사장은 한마디로 ‘촉이 살아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의적으로 형성된 이미지 덕분인지, 그의 이혼 소식에 달린 인터넷 댓글들을 살펴보면 이 사장은 이혼 이슈로 그다지 타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호 대표는 “호텔신라 실적이 매우 좋다는 점,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쌓아왔다는 점이 안 좋은 이슈에서 방어막이 돼주고 있다”고 봤다. 이러한 호의적인 외부 평가에 대해 호텔신라 측은 “영광이고도 과분한 평가”라며 몸을 낮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요즘 세상에 인위적인 홍보는 효과가 없다”며 “이 사장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나 진정성 있는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호평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연세대 아동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복지재단에서 일하다 삼성전자 전략기획팀을 거쳐 호텔신라로 왔다. 그가 오빠나 동생과 달리 해외유학을 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호텔신라 관계자는 “국내 사정을 깊게 알아야 한다는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호텔신라 경영에 뛰어든 것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서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호텔업이 여성 경영인의 꼼꼼함과 세련미가 필요한 업종인 데다, 특급호텔을 찾는 까다로운 고객을 만족시키며 고객 중심의 사고를 갖게 된다면 어떤 사업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뜻이라고 짐작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과 함께 호텔신라를 이끄는 주역으로는 한인규 부사장(HDC신라면세점 공동대표 겸임), 차정호 면세유통사업총괄 부사장, 허병훈 호텔사업부장(전무 · 서울신라호텔 총지배인 겸임)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두 옛 삼성물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유통을 경험한 인물들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물산 출신이 주축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이 워낙 까다로워 보좌진이 자주 교체된다’는 외부 시선에 대해선 “삼성그룹 임원은 항상 자주 바뀐다”고 응수했다.
이 사장을 직접 만나본 이들은 예의 바르고 다정한 성격이라고 전한다. 모유 수유 관리 때문에 1년간 그를 자주 만난 조 원장은 “처음 한남동 자택을 방문했을 때 2층에서 내려와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인사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남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잘 웃는 아기 엄마”라고 회상했다.
“저는 옷 벗을 수 없잖아요”
“저는 옷을 벗을 수도 없잖아요.”
“잘되면 다 여러분 덕이고, 떨어지면 제 탓입니다.”
이 사장은 시내 면세점 유치 경쟁 때 이 같은 발언으로 또 한 번 ‘겸손의 미덕’이라는 화제를 모았다. “옷을 벗을 수도 없다”는 것은 ‘(면세점 유치) 결과에 따라 임원들이 옷을 벗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돌자 그가 한 말이다. 사업이 잘 안 됐다고 훌훌 떠나버릴 수도 없는 오너이자 최고경영자의 책임감을, ‘여자라서 옷을 벗을 수가 없다’는 농담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발언들은 호텔신라 임원들에 의해 간접적으로 언론에 전달된 것이지, 그가 직접 대중 앞에서 한 말은 아니다. 메르스 사태 때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찾아가 대응책을 논의하는 그의 육성이 나오는 TV뉴스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이부진 목소리를 처음 듣는다”고 촌평을 남겼다. 대중에게 ‘스토리’가 각인된 드문 재계 3세이지만, 여전히 간접적인 채널로만 소통되고 있는 셈.
박영숙 대표는 “SNS를 통해 사건 전모가 일파만파 퍼져나간 땅콩회항 사례에서 보듯 요즘은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에 이슈가 발생했을 때 대중은 해당 인물의 대답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한국 재벌들이 워낙 대중과 소통하지 않기 때문에 이부진 사장에 대해선 이 정도라도 만족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좀 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호텔신라의 목표는 글로벌 3위의 면세사업자로 도약하는 것이다(현재는 7위). 이를 위해서는 현재 2조6000억 원인 면세사업 매출액을 5조~6조 원 규모로 끌어올려야 한다. 당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발을 잘 맞춰 연말 오픈 예정인 HDC신라면세점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성장세가 꺾인 호텔사업도 반등을 노려야 한다. 그 일환으로 시작한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 사업도 하루빨리 안정화해야 한다. ‘유커 효과’가 사라지는 미래에 대한 대비책도 시급하다. “성장 없는 혁신 없고, 혁신 없이 성장은 이룰 수 없다.” 2010년 12월 사장 취임사에서 나온 이 사장의 일성이다. 그의 다음 혁신은 대중을 놀라게 할 만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