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경련이 흔들린다. 재계와 정치권, 재계와 사회단체를 이어주던 가교(架橋) 기능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에서 전해지는 냉랭한 기류에 ‘대기업 십자군’의 드센 기세도 한풀 꺾였다. 위상과 역할의 재정립이 초미의 과제로 떠올랐다.

청와대는 2기 국민경제자문회의를 구성하면서 “앞으로는 원로분과회의 대신 현장 중심의 실물경제 전문가 목소리를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교수 그룹 외에 경제단체와 연구기관장들이 대거 위원에 포함됐다.
하지만 정작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은 회장이나 부회장 누구도 위원에 임명되지 않아 ‘현장 중심의 실물 경제 전문가’ 대열에 끼지 못했다. 산업통상 부문의 자문위원 9명에는 대한상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무역협회, 벤처캐피탈협회 등의 경제단체 대표들이 포진했지만 전경련은 쏙 빠진 것.
그로부터 두 달여 전인 5월25일 청와대 영빈관. 자산 기준 30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청와대로부터 ‘선택’된 15명의 총수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오찬을 가졌다. 탄핵안 부결 후 업무에 복귀한 노 대통령이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통상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회동을 준비하는 것은 전경련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날 회동 준비에 전경련은 전혀 끼지 못했다. 현명관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오래 전부터 예정된 앙골라 방문 일정까지 취소하며 청와대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사인은 오지 않았다. 전경련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지난 2월 회동 때만 해도 전경련이 분명한 매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왕따’냐, ‘거리 두기’냐
재계에서는 이 두 가지 ‘사건’을 전경련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해석한다. 전경련이 정부와 재계의 가교로서 기능하지 못한 정도를 넘어 다른 경제단체보다 못한 대접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왕따’라는 표현까지 썼다.
전경련을 자문위원에서 제외한 데 대해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 박용만 기획조정실장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박 실장은 “당초 산업통상 부문의 대상자가 너무 많아 한두 명을 빼려고 했다”며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나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보다 연세도 많고 해서 제외됐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지난 2월 회동은 전경련이 사실상 실무 준비를 다했다. 참석대상이 전경련 회장단이었기 때문이다. 전경련 회장단에는 강신호 회장과 현명관 부회장 외에 재계 유수 그룹 회장들이 포함돼 있다. 우선 삼성 이건희, 현대자동차 정몽구, LG 구본무 회장 등 ‘빅3’가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 조양호,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포스코 이구택, 삼보컴퓨터 이용태, 효성 조석래, 한화 김승연, 동양시멘트 현재현, 코오롱 이웅렬, 롯데 신동빈, 풍산 류진, 녹십자 허영섭, 두산 박용오, 삼환기업 최용권, 삼양사 김윤, 이건산업 박영주 회장 등을 합쳐 모두 21명이다. 당시 대선자금 수사의 칼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