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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核 인정 방정식

“北, 핵보유국 요구는 美 손익계산서 파악 못한 결과”

북한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核 인정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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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核 인정 방정식

일본 6자회담 수석대표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 국장이 5월11일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강력한 요인들이 존재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비확산’ 정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도 핵보유국 지위를 허용하지 않는 ‘비핵화’ 정책이 대단히 긴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유출 행태와 경제파탄 상태를 감안하면, 핵보유국 인정은 북한의 핵 유출을 크게 촉진할 것이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놓고 북한의 변방에서 핵 유출을 감시·통제하는 ‘울타리 봉쇄’보다는 핵보유국 지위를 불용하면서 완전한 핵 폐기를 압박하는 ‘원천 봉쇄’가 비확산의 지름길이다. 미국의 북한 핵보유국 인정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주창하는 오바마 정부의 세계전략과도 배치된다. 핵무기를 열망하는 국가들에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도 남기게 된다.

한·일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이 여타 지역으로 유출·확산되는 것도 골칫거리지만, 미국의 입장과는 달리 북한의 수중에 핵무기가 놓여 있는 것 자체가 커다란 위협이다. 따라서 한·일은 미국의 북한 핵보유국 인정을 결사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설령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고 해도 한·일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경우 한·일은 정당한 명분하에 NPT를 탈퇴하고 독자적 핵무장을 감행할 수도 있다. 한·일의 핵잠재력과 핵무장의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한·일의 독자적 핵무장은 다방면에서 미국의 엄청난 국익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도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만한 근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북한의 핵 보유는 미국의 세계전략 및 국익 추구와 정면으로 배치될 뿐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인정이 없다면 국제사회의 인정도 기대할 수 없다.

‘벼랑 끝 전술’로 버텨도 북핵 인정은 허황된 꿈

국제사회, 특히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북한의 기대는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 무력도발과 ‘벼랑 끝 전술’로 버티고 고집 부린다고 해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주는 것은 아니다. 버티고 고집 부릴수록 북한의 운명을 재촉하는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만 지속되고 가중될 뿐이다. 20년 이상 핵개발에 매달린 결과가 경제파탄이요 체제위기다.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다. 핵무기가 북한의 생존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생각도 엄청난 착각이다. 핵무기는 외부의 위협을 막는 데는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제파탄과 비민주성에서 야기되는 내부의 위협을 막는 데는 무용지물이다. 북한의 생존 위협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은 북핵문제 해결의 종착역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는 분명하다. 다른 하나의 종착역, 북한의 핵 포기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야 한다.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생존도 보장될 수 있고 한민족의 밝은 미래도 기약될 수 있다. 북한은 가능성도 없는 핵보유국 지위 획득의 망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3단계로 예정된 북핵회담을 조속히 가동시키고 북핵협상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핵 포기 시 핵 보유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훨씬 더 큰 보상도 제공된다.

우리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태세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대응책 모색 차원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상정하는 것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본질이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의 북한 핵 보유 묵인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 제기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자’는 심정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핵보유국 인정의 국제정치 생리와 미국의 손익 계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지나친 우려와 막연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혼란과 불안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한·미 갈등을 초래하고,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집착하는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북한·한반도·동북아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핵보유국 인정 사례가 북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섣부른 논리도 적극 경계해야 한다.

북한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核 인정 방정식
엄상윤

1964년 경북 문경 출생

고려대 정치학 박사

現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연구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前 통일연구원 연구원,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한국적’ 정치이론 2개 개발, 고려대 ‘석탑강의상’ 6회 수상

논저:‘한국적 국제정치이론의 모색’(공저), ‘동맹의 정치학’(공저), ‘제2공화국시대의 통일논쟁’ 외 다수


무엇보다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을 포기하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종착역에는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핵협상이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고 협상이 재개되어도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한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대북 군사공격을 선택할 수는 없다. 지난하고 힘들어도 북핵협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머리를 맞대고 북핵협상이 성공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신동아 2011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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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윤│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care96@sej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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