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오른쪽) 2008년 7월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인도대사관 앞에서 탈레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차량 이용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41명이 사망하고 140여 명이 다쳤다
한국 정부는 현지 아프간 당국과 함께 PRT 기지를 공격한 세력과 공격 의도를 파악 중이라고는 하지만 지금껏 확실히 밝혀진 것은 없다. 공격 초기만 해도 경호업체 교체 과정에서 탈락한 일부 경호원의 보복공격으로 추정했으나 최근에는 탈레반 세력일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이번 공격을 분석하는 것과 동시에 다시 미군이 있는 바그람 기지로 한국군이 철수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미군과 조율하지 않은 상태이고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우리 군이 차리카 기지에 주둔한지 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서 신중하게 고려 중이다. 하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라 바그란 기지로 들어가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한국군 파병 당시 아프간 북부 파르완주 차리카 기지는 아프간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유로 주둔지로 선정된 곳이다. 그럼 안전하다고 했던 한국군 기지가 올 들어 왜 로켓 공격을 12차례나 받은 것일까?
아프간 전역으로 퍼진 탈레반
일반적으로 아프간에서 탈레반 강세 지역을 꼽으라면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한 아프간 남부지역이 거론된다. 과거 탈레반의 수도라 불리던 칸다하르는 대표적인 탈레반 장악 도시 중 하나다. 이 남부 지역에는 미군과 영국군, 그리고 캐나다군이 주둔하며 10년간 탈레반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 결과 그 3개국 군은 막대한 전사자를 냈다.
그런데 연합군 전사자 대부분은 전통적인 교전에서 사망한 것이 아니었다. 탈레반은 대체로 드러내놓고 전면적인 공격을 하지 않는다. 탈레반이 연합국 병사들을 공격하는 방법은 주로 도로매설폭탄(IED)이었다. 군인들과 군용 차량이 다니는 도로에 폭탄을 매설해 그들이 지나가는 순간 원격 조종장치를 눌러 터지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약한 폭파력으로 차량에 불이 나는 정도였으나 점점 TNT 같은 강력한 폭탄을 터뜨렸다. 미국이 자랑하는 스트라이커 장갑차나 에이브러햄탱크도 순식간에 날아가 휴지가 됐다.
탈레반이 도로에 묻어놓은 폭탄이 강력해질수록 연합군 전사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탈레반의 숫자와 전력은 미군의 막강한 화력에 비해 약하고 보잘 것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최소한의 화력으로 최대한의 연합군 희생을 노렸다. 탈레반이라고 해서 유니폼을 맞춰 입은 것도 아니다. 주민들 속에 섞여 터번을 두르고 있는 그들은 은밀하고 조용히, 그러나 강력한 공격으로 연합군을 무너뜨리고 있다. 미군에게 도로매설폭탄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해 2월 연합군 전사자가 계속 늘어가면서 미군은 아프간 남부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전개했다. 미군은 마르쟈 지역을 점령하며 탈레반 세력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 듯했다. 하지만 이 군사작전은 오히려 탈레반의 활동반경을 전국으로 넓혀준 결과만 낳았다. 미군이 남부에서 탈레반을 몰아내자 이 탈레반들은 아프간 북부나 서부 지역으로 이동했다. 사실 탈레반 입장에서 굳이 남부 지방을 고집할 이유도, 미군의 강력한 화력을 상대할 이유도 없다. 탈레반이 퇴각했다기보다 쓸데없이 전력을 낭비하며 미군과 대적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른바 풍선 효과다. 남부의 미군들이 약간 편해진 대신 탈레반이 이동한 지역, 특히 북서부 지역의 치안은 점점 위험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