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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22 몰아낸 ‘수호천사’ 미군 무인 항공기, 결혼식장에 미사일 쏘며 ‘전쟁 포르노’ 찍었다

윤리 논쟁 일으킨 미군 로봇병기

F-22 몰아낸 ‘수호천사’ 미군 무인 항공기, 결혼식장에 미사일 쏘며 ‘전쟁 포르노’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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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레데터’와 ‘리퍼’ 같은 무인항공기가 현대전에 가져온 변화는 가히 획기적이다. 전쟁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고, 무인항공기 스케줄에 따라 전쟁계획이 바뀌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 공군의 무인항공기 조종사들은 아프간이 아닌 미국에서 출퇴근하며 원격제어로 전쟁을 수행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미군은 희생을 줄였지만, 상대방은 가혹하리만큼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
  • 오폭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크게 늘었다. 가족을 잃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사람들은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탄 이후에도 이 무인항공기는 민간인들에게 폭격을 가했다.
F-22 몰아낸 ‘수호천사’ 미군 무인 항공기, 결혼식장에 미사일 쏘며 ‘전쟁 포르노’ 찍었다

미군의 무인 항공기 ‘프레데터’

터미네이터나 아이언맨, 트랜스포머 같은 할리우드 영화는 로봇이 전장에 뛰어들어 최첨단 전쟁을 벌인다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영화에 나오는 로봇이나 최신 전투기들의 활약에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열광했다. 로봇이 투입되는 전투는 오래전부터 영화의 단골 소재이자 상상 속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오늘날 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쟁지역에서는 실제로 공상과학(SF) 영화 속에나 나올 법했던 로봇이 전투에 투입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탈론(TALON)이라는 로봇이다. 작은 탱크처럼 생긴 몸체에 로봇 팔이 달린 둔탁한 모양에다 크기도 작지만 폭발물을 제거하거나 기관총을 장착하고 경계나 진입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다. 탈레반이 도로에 매설한 폭탄 때문에 미군 병사들이 많이 사망하자 이 로봇은 아프간 현지에서는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로봇병기가 됐다. 힘도 세서 움직이는 탈론을 잡고 있는 미군 병사가 끌려갈 정도다.

탈론은 그동안 폭발물을 감지하고 제거하는 임무를 맡아 많은 미군 병사의 생명을 구했다. 2007년 필자가 직접 목격한 탈론의 활약은 아주 훌륭했다. 당시 필자가 미군 종군기자 프로그램으로 참여했던 부대는 아프간 동부 산악지대에 있었다. 탈레반 색출임무를 하던 수색부대가 작전을 위해 MRAP 군용 트럭을 타고 출동했다. 이 미군 병사들은 탈론과 함께 나갔다. 병사들 사이에서 이 로봇은 마치 동료와 같았다. 드디어 작전지인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병사들은 트럭문을 열고 “가라, 내 친구야” 이렇게 말하면서 이 로봇을 먼저 차량 밖으로 내보냈다. 폭발물 감지를 위해서였다.

밖으로 나간 탈론은 거리로 걸어 나가 정보를 수집하고 이 도로가 안전한지, 폭발물 위협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차량 안에 대기 중인 병사들에게 보냈다. 그 정보를 토대로 병사들은 도로로 나가 임무 수행을 할지 말지를 결정했다. 어느 병사는 그 로봇을 ‘우리 수호천사’라 부르기도 했다.

아프간전쟁에는 탈론 외에도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 수천 대가 전장에서 활약해왔다. 로봇이 활약하는 분야는 광범위하다. 무게가 10㎏도 되지 않는, 손으로 집어던지는 정찰 로봇도 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나를 수 있는 ‘빅독(Big Dog)’이라는 로봇이 있는가 하면, 병사들 다리에 부착하는 로봇 다리도 있다. 이 로봇 다리는 병사들이 중무장을 하고도 아프간처럼 험악한 산악지형을 마구 뛰어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부상당해서 쓰러진 병사를 운반할 수 있는 사람 모양의 베어(Bear)라는 로봇도 활약하고 있다.



미사일 장착한 무인 항공기

그 로봇들 중에서 아프간의 최고 인기 스타는 단연 정찰과 공격임무를 수행하는 미군의 무인 항공기(UAV:Unman- ned Aerial Vehicle)다. 우리가 자주 보던 장난감 원격조종 비행기가 더 큰 덩치의 비행기 모양으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고 상상하면 이해가 빠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인 항공기는 전세계적으로 희귀했다.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 코소보 지역에 처음으로 이 무인 항공기가 투입됐다. 당시 테스트가 채 끝나지 않았던 이 무인 항공기는 정찰임무를 훌륭하게 해내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이 무인 항공기는 각종 분쟁지역의 단순 정찰임무에 투입됐다. 하늘에 떠서 지상의 움직임을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해 그 사진과 영상을 본부로 보내 판독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로부터 불과 6년 후인 2001년 2월에는 미사일까지 탑재된 전투형 무인 항공기가 개발됐다. 이제 무인 항공기는 단순 정찰 임무만이 아니라 공격이 가능한 전투 로봇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이 무인 항공기에 미사일을 장착, 공습에 투입함으로써 원격조종 공격의 가능성을 열었다.

개발과 동시에 실전에 참전할 수 있었던 이 운 좋은 로봇인 무인 항공기는 전장의 지휘관에게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덩치 큰 전투기보다 운용비도 적게 들고 병사를 보내야 하는 위험 지역에 이 로봇 비행기를 먼저 보내 공격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현장 지휘관들을 매료시켰다. 공격을 받아 부서지더라도 금방 수리하면 되기 때문에 사랑을 듬뿍 받았다. 무인 항공기를 만든 군수회사의 엔지니어가 전장에 상주하면서 수리를 해줬다. 지휘관으로서는 병사가 부상당해 후송되는 사태보다는 훨씬 부담이 적은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아프간전쟁과 함께 화려하게 데뷔한 무인 항공기는 이제 미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의 특수전 임무에 이르기까지 적을 탐지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사용하는 소형 무인 항공기까지 포함하면 미군의 총 무인 항공기는 2001년의 167대에서 엄청난 숫자로 증가했다. 아프간에서는 이미 7000여 대가 투입돼 사실상 아프간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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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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