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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프랑스 석학이 분석한 유럽 금융위기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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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유로존 위기 2015년까지 이어질 수 있어
  • ● 유럽 수요 감소로 한국 등 제조업 국가 타격
  • ● 유럽 GDP 감소로 각국 재정 적자
  • ● 유럽 세 번째 경제규모인 이탈리아의 충격적 몰락
  • ● 독일과 프랑스의 결별
유로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지난 4월 포르투갈 젊은이들이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률 증가에 불만을 표출해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2011년 한여름 이후 유로존의 상황은 계속 악화돼갔다. 7월27일 유럽 정부와 은행들이 모여 만든 위기 대응 계획은 새롭게 떠오른 문제들에 부딪혀 실패했다. 그 정도로는 그리스가 재정위기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후 10월28일 이른 아침 힘겹게 도달한 새로운 합의는 유럽 은행들이 그리스가 갚아야 할 빚의 절반을 사실상 탕감해주는 것이어서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유로존은 11월 초 칸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분열되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George Papandreou) 그리스 총리가 제안한 ‘구제금융안 국민투표’는 혼란만 야기했으며, 현재의 위기가 경제와 금융에서 정치권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증명해주었을 뿐이다. 물론 몇몇 체면 세우기용 제안이 협상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들 제안은 모두 금융시장을 설득하기에는 불충분했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 유로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위기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조각을 살펴봐야 한다.

위기 악화의 원인

첫째 조각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9월부터 우리는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에서 쏟아져 나온 온갖 악재를 접했다. 이들 나라는 모두 긴축정책으로 인한 불경기를 겪고 있었고, 이는 예상보다 훨씬 큰 폭의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가져왔다. 각 국가의 GDP 예상치는 현재 기대치보다 점점 더 낮아지며, 예상치를 계속해서 수정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경제사를 배우는 이들에게는 사실 놀랄 만한 소식은 아니다. 이는 1930~1932년 사이(브뤼닝 정부체제하) 독일의 경우와 정확히 일치한다. 언제 어디서나 디플레이션은 재앙을 가져온다. 이는 유럽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신용경색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현재 유럽의 재정과 통화 정책은 모두 경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GDP의 갑작스러운 감소를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큰 폭의 재정 적자로 이어졌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정부의 초과 지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재정 수익의 부족에 의해 재정 적자가 점차 커져가고 있음을 설명해준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정부는 모두 이번 봄에 결정된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리스는 이미 8월에 그 목표치를 다시 수정했다.

현재 파업과 데모가 연일 계속되는 그리스의 상황은 꽤나 나빠 보인다. 그리스 정부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제안으로 신뢰를 한 번 잃었으며, 독일과 프랑스의 압력을 받아 국민투표를 철회한다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더욱 신뢰를 잃은 상황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로 결정할 때까지 그리스를 위해 한 푼도 내놓을 수 없다”며 그리스를 압박했다. 좌우파 양당의 ‘민족 연합’ 정부 구성도 상황을 개선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국민은 긴축 계획을 거부했고, 국민의 자본도피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납세 거부를 포함해 시민의 저항 움직임이 현재 매우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탈리아 GDP의 6%가 이자

이런 맥락에서 10월29일의 그리스 국경일 행사에서 매우 상징적인 몇몇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건은 테살로니키에서 열린 축하행사에서 대중이 격렬하게 항의해 그리스 대통령이 행진을 중단해야 했던 일이다.

새로운 정부는 점점 더 강한 디플레이션 조치들을 단행해야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조치는 실제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유일하게 합리적인 해결책은 그리스의 부채 부담을 경감해주는 것이다. 10월28일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국채에 대한 손실률(haircut)을 50% 수준으로 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주요 은행이 이에 동의하면서 그리스의 채무 가운데 1000억유로(약 153조9000억원)가 삭감됐다. 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3600억유로에 육박하는 그리스 총 채무의 28%밖에 되지 않는다.

포르투갈의 상황도 더 나을 것이 없다. 10월 중순 대규모 시위가 다시 한 번 일어났으며, 정부의 재정 상태도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2011년이 끝나기 전 유럽연합에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상황이 조금은 나은 것으로 알려졌던 아일랜드조차 10월, 11월 초의 위기로 인해 많은 압박에 직면해 있다.

위기 확산은 이미 시작됐다. 스페인은 공공부채 때문이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채 문제와 낮게 잡아도 21%에 달하는 실업률로 인한 경제 침체 때문에 은행의 경기가 하락하고 있다. 스페인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아직도 프랑스나 독일보다 낮으며, 가계와 비금융 회사들의 부채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은 스페인 은행들에 매우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즉 이런 문제들 때문에 은행의 신용등급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은행의 자본구성을 재편하거나 더 많은 실업급여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경우 모두 스페인 정부에 심각한 재정 적자 증가를 초래해 공공 부채를 GDP 대비 100% 수준으로 올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는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다. 높은 공공부채 비율 (GDP 대비 120%)과 2000년 이후의 저성장으로 인해 이탈리아 경제는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10월 말 이후 이자 지급은 극적으로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이자율은 이미 6%를 상회했으며, 11월8일에는 7%를 넘어섰다. 이탈리아 예산 중 이자로 나가는 돈이 GDP의 6%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 액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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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사피르|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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