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4월호

美·러·中·北의 CBM (대륙간 탄도미사일) 대결 내막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입력2004-11-01 1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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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CBM 탑재 최고 탄두 수, 미국은 12개 러시아는 10개
    • 미국의 트라이던트-2 영국 수출로 입증되는 美英동맹
    • 기차에 싣고 다니다 발사하는 러시아의 몰로뎃 ICBM
    • MD 구축으로 ICBM 공포 벗어나려는 미국, 그러나…
    • 중국, 東風 미사일로 한·미·일·대만 겨냥
    • 北 대포동-2 2004년쯤 실전배치, 이라크 구입 시도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후 한국에서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비난은 한국인들의 입에서 ‘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한국인들은 ‘한국인들이 한국인의 관점에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의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그러니 미-북간은 물론이고 남북한 간의 대화도 물 건너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북 간의 대결이 격화되자, 많은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추구해온 햇볕정책은 물 건너가지 않았는가라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겨준 역작 햇볕정책은 ‘이렇게’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문제를 보다 넓고 깊숙이 살펴보아야 한다. 미북 관계는 미국에 공화당 정부가 들어섰을 때만 나빠졌던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8년 전인 1994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 출신의 클린턴이었다. 이 시기 미-북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위태로웠다.

    그렇게 된 이유는 북한이 개발해온 핵무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상대적으로 대화가 잘 될 것 같은 미국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기다렸다는 듯이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고, 1993년 5월29일 노동 1호 미사일을 동해로 시험발사하였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단지인 평북 영변 일대로 미 공군기들을 침투시켜 ‘전략 폭격’하는 제한전을 준비했다. 클린턴 정부는 1994년 6월 중 어느 하루를 D-데이로 택해 북폭(北爆)을 한다는 매우 구체적인 계획까지 마련하였다. 이러한 미국의 응징전략을 적극적으로 막은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었다. 이유는 미국이 북폭을 하면 북한의 반격으로 한반도는 일순간에 잿더미가 된다는 것이었다.





    8년만에 재개된 전쟁 위기


    주요 등장인물이 한국에서는 김영삼에서 김대중으로, 북한에서는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미국에서는 클린턴에서 부시로 바뀌었을 뿐 8년여의 시차를 두고 아주 비슷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8년 전에는 북한 핵이 문제였으나 지금은 북한 미사일이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때는 주로 김영삼 대통령이 미국을 만류했으나 현재는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을 비난하는 것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금 8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많은 한국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 햇볕정책을 추진해온 김대중 대통령과 많은 한국인들이 범하고 있는 가장 큰 오류는, 한반도를 무대로 한 국제정치를 이끄는 주체는 ‘한국’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한국이 쥐는 것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반도 문제는 세계 최강 미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부터 미국에게 주도권이 넘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나라다. 미국의 국방비는 국방비 지출 세계 2위부터 7위까지의 여섯개 나라 국방비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보니 미국이 한반도에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부터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독립변수’가 되고 만다.

    두번째로 중요한 독립변수는 미국이 사실상 ‘주적’으로 규정한 북한이다. 북한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도 있고 관심을 덜 기울일 수도 있다. 이처럼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밀고 당기는가에 따라 안정되기도 하고 심각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작다. 한국은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고 있지만, 미국과 한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에 미국이 관심을 기울이는 순간부터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종속 변수’인 한국도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 나름대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과 북한·중국·러시아·일본의 사정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공정히 판단·중재하는 ‘총무’ 국가 역할을 한다면, 그 어느 나라도 한국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렇게 된다면 한국은 한반도 문제를 리드하는 중심국가가 되고 마침내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여전히 군사대결이 펼쳐지는 정전체제에 있다. 따라서 한국이 총무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주변국들이 안고 있는 군사적인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요즘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미사일이다.

    미사일은 아주 빠른 무기다. 종심(縱深)이 짧은 한반도에서는 불과 수분만에, 종심이 긴 미국과 북한 사이도 수 시간만에 날아가 상대의 전략거점을 초토화한다. 이렇게 빠른 미사일의 탑재부(payload)에 핵탄두를 단다면 이러한 미사일은 매우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미사일을 방어할 무기가 완벽히 개발되지 않았다.

    미국이 추진하는 MD(미사일 방어체제)가 바로 그 방어무기다. 그러나 MD는 개발중에 있고, 설사 개발이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미국 전역을 보호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사일은 가장 강력한 무기 체제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막대한 예산을 써가며 정보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주적과 가상적국 그리고 주변국가가 갖고 있는 군사력, 그중에서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전략 미사일의 전력을 알아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꼭꼭 감추려고 하는 ‘치마 속’을 슬쩍 들쳐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말발’을 세우는 나라들이 치마 속에 꽁꽁 감추고 있는 전략 미사일로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먼저 미국의 미사일 전력을 살펴보기로 한다. 미국의 미사일 전력은 세계 미사일 전력의 ‘교과서’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 미사일을 알면 다른 나라의 전략 미사일도 쉽게 알 수 있다. 미국군은 다섯 종류의 장거리(전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네 종류는 공군이 보유하고, 한 종류는 해군이 보유한다. 미국 육군은 장거리 전략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았다.

    1775년 4월 미국 보스턴의 서쪽 교외인 렉싱턴과 콩코드 부근에서 영국군과 급진파 미국인 사이에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던 미국인들은, 오늘날의 미국을 만드는 계기가 된 독립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독립전쟁의 총사령관에 임명된 워싱턴이 거느렸던 최대 병력은 2만1000명을 넘지 못했다. 이렇게 병력이 적다보니 미국은 병력 동원에 심혈을 기울이게 됐고, 그때 생겨난 것이 긴급 응소병 제도다.

    긴급 응소병은 평소에는 농사 등 생업에 종사하다 유사시 동원되는 비밀 민병대로, 영어로는 ‘미니트맨(minuteman)’이라고 한다. 미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긴급히 소집돼 전선으로 출동하는 미니트맨은, 현재 미국이 보유한 핵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이름이 되었다. 3단인 이 미사일은 공군에서 운용한다. 미국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전략 미사일의 경우 전부 공군에서 관리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전략 미사일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요즘 무엇인가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을 가리켜 ‘메가톤급’ 위력을 발휘했다고 말하곤 한다. 아이들이 먹는 아이스크림 중에 ‘메가톤 바’라는 것이 생겨날 정도로 이 말은 일상화되었다. 메가톤이 핵무기의 위력을 뜻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45년 8월6일 미 육군 항공대 소속 B-29 폭격기는 일본 히로시마(廣島)에 4t 무게의 원자폭탄을 떨어뜨려 6만6000여 명을 숨지게 하고 대부분 목재로 만들어진 히로시마 건축 구조물의 80% 정도를 파괴시켰다. 이날 투하된 원자탄의 위력은 14킬로톤(kiloton)이었다. 1킬로톤은 TNT 화약 1000t을 터뜨렸을 때 나오는 것과 같은 위력의 단위다.

    그로부터 3일 후인 8월9일 미 육군 항공대는 나가사키(長崎)에 보다 위력이 센 20킬로톤 급의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 날 발생한 사망자는 히로시마보다 적은 4만여 명이었고, 완파되거나 반파된 건물도 나가사키 전체 건물의 40%에 불과했다. 나가사키는 산과 언덕이 많아 원폭 피해를 덜 입은 것이다.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킬로톤 급의 원자폭탄을 개발, 이를 실전에 썼다. 원자탄은 최고 500킬로톤의 위력을 가질 수 있다.

    킬로톤보다 1000배 더 위력이 강한 것이 ‘메가톤(megaton)’이다. 따라서 1메가톤은 TNT 100만t을 떠뜨린 것과 같은 위력이다. 핵무기는 크게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으로 나뉘는데 킬로톤급 핵무기는 원자탄, 메가톤급 핵무기는 수소탄이 된다.

    한국전쟁 와중인 1952년 미국은 액체수소(중수소 또는 삼중수소)를 이용한 습식(濕式) 수소폭탄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해 11월1일 서태평양의 에니위톡에서 실험에 성공함으로써 드디어 수소폭탄의 시대를 열었다. 소련은 그 이듬해인 1953년 수소화리튬을 이용한 건성(乾性) 수소폭탄(리튬폭탄)을 완성함으로써 역시 수소폭탄 시대에 진입하였다.

    동서 냉전이 끝난 후 미국은 의회가 예산집행을 승인해 주지 않아 새 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경제난 때문에 무기 개발을 못하고 있다.

    러시아가 말 못하는 가장 큰 고민중의 하나는 1998년을 기준으로 러시아가 보유한 ICBM중 58%가 작전수명을 넘겼다는 사실이다. 작전수명을 넘긴 미사일은 폐기하고 새로 만든 미사일로 대처하여야 한다. 이는 미사일 수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략무기감축협정을 위반하는 것도 아니다.

    작전수명을 넘겼다고 해서 ICBM이 그날로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양적인 면에서라도 미국과 대등한 전력을 유지해야 하므로 수명을 넘긴 전략미사일을 그대로 보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 미사일은 ‘지랄탄’이 되고 만다.

    1998년 12월4일 인천에서는 오래된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이 오발사되는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수년 후 러시아에서 작전수명이 지난 ICBM이 오발사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러시아측에 따르면 토폴은 러시아가 보유한 ICBM중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미사일이다. 속도가 빠르면 패트리어트 같은 대(對)탄도탄 요격미사일을 피할 수 있다. 또 토폴의 탄두는 아주 단단한 껍질로 싸여 있어, 패트리어트가 자폭하며 방사하는 파편을 맞아도 터지지 않는다고 러시아측은 설명한다.

    1997년 러시아는 369기의 토폴을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폴-M으로 불리는 신형 토폴은 1994년부터 실전 배치됐는데, 러시아는 작전 수명이 다한 구형 토폴을 빠른 시간 내에 토폴-M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하나 예산부족 때문에 지지부진한 상태다. 토폴은 55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무게 1000㎏의 탄두를 하나 장착한다.



    기발한 발상의 몰로뎃 미사일


    ‘몰로뎃(Molodets)’으로도 불리는 RT-23은 토폴과 더불어 러시아에서는 제4세대 미사일로 꼽힌다. 이 미사일의 가장 큰 특징은 기차에 탑재하는 ‘철도형’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국은 이 미사일이 어디서 발사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몰로뎃은 평소에는 철도역의 안전 시설 안에 있다 필요시 철도를 따라 옮겨지므로 토폴과 달리 다른 차량과 충돌하거나 접촉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적다. 자살테러 공격을 받을 위험도 낮은 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NATO는 이 미사일에 대해 외과 수술을 할 때 사용하는 메스인 ‘스캘플’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몰로뎃 중에서 사일로에 배치되는 고정기지형은 1989년 11월28일부터 실전 배치되었고, 기차로 끌고 다니는 기차형은 1989년 12월에 배치되었다. 실전 배치된 이 미사일은 총 46기인데, 이중 36기가 철도형이고 10기가 사일로에 배치되는 고정기지형이다.

    36기의 철도형은 다시 12기씩 세 팀으로 나뉘어 화차에 탑재된다. 12기의 철도형 몰로뎃을 실은 기차는 베르셋과 크라스노야르스크, 코스트로마에 있다. 철도형 몰로뎃을 싣고 있는 기차는 3대의 미사일 탑재 화차, 한 대의 발전(發電) 화차, 수 대의 지원용 화차 그리고 한 대의 지휘 및 통제차로 구성된다. 사람 눈을 속이기 위해 전부 일반 화차의 모양을 갖추고 있다.

    사일로로 발사되는 10기의 고정기지형 몰로뎃은 타티시체보에 있다. 몰로뎃의 탑재부에는 55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3개의 탄두(MIRV)가 탑재된다. 그러나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다탄두 미사일은 전량 없애야 하므로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장차 폐기하여야 한다.

    이 미사일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은 우크라이나에서 제작하는데, 소연방에서 떨어져 나온 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해 이 미사일에 들어가는 핵심부품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외견상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핵전력을 자랑하는 국가이지만 말못한 고민도 많은 것이다.

    NATO에서 송곳(또는 바늘)이라는 뜻을 가진 ‘스틸레토(stiletto)’라는 별명을 붙여준 UR-100N은 수명이 다한 UR-100을 대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 미사일은 UR-100이 사용하던 사일로를 같이 사용한다. UR-100N 중에서도 모드1과 모드3은 550~750 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탄두를 각각 6개씩 장착하도록 제작되었다. 모드2는 강력한 힘을 가진 1개의 탄두를 장착하도록 제작되었다. 160여 기가 실전 배치돼 있는데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2007년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RK-500은 러시아가 보유한 전략 크루즈미사일로 Tu-160과 Tu-95MS6 폭격기에 탑재한다. 최대 사거리는 3000㎞, 보유 물량은 600기로 알려져 있다. 25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핵탄두 1개를 탑재한다.

    미국의 AGM-86D처럼 지하 깊숙한 곳으로 뚫고 들어가 자폭하는 탄두도 있고 한국 육군이 보유한 현무미사일처럼 목표물 상공에서 탄두부가 찢어지며 수류탄 크기의 자탄(子彈) 수백 개를 떨궈 반경 수백m 구역을 불바다로 만드는 클러스터(cluster)형 탄두도 있다.

    소련 해군도 ‘세계해군’인만큼 핵추진 잠수함에는 SLBM을 장착한다. 1973년 실전 배치된 R-29는 소련 해군이 최초로 보유한 SLBM이었다. 현재 R-29는 퇴역하고 1977년 그 후속작으로 나온 R-29DU와 1987년에 나온 R-29RM이 실전 배치돼 있다.

    R-29DU는 델타Ⅲ급(러시아 이름은 프로젝트 667BDR급) 핵잠수함에 탑재된다. R-29DU는 모드-1/2/3으로 나뉘는데, 모드-1은 3개의 핵탄두를, 모드-3는 7개의 핵탄두를 장착한다. 모드-2는 한 개의 핵탄두를 달고 먼 거리(7360㎞)를 날아간다. 1998년 중반까지 R-29DU는 112기가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R-29DU를 개량해 정확도를 높인 것인 R-29RM이다. R-29RM은 최고 10개의 핵탄두를 달 수 있지만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100킬로톤짜리 탄두 4개만 장착하게 됐다. 이 미사일은 서방세계에서는 델타Ⅳ급, 러시아에서는 ‘프로젝트 667BDRM’으로 불리는 핵추진 잠수함에 탑재된다.

    NATO에서 ‘철갑상어’라는 별명을 붙여준 R-39는 길이 16m, 지름 2.4m, 무게 90t의 초대형 SLBM이다. 따라서 러시아 해군은 잠수함 중에서 가장 큰 타이푼급(러시아에서는 프로젝트 941로 부른다) 핵잠수함에 이 미사일을 탑재한다.

    1998년 러시아는 유지비용이 많이 든다며 타이푼급 잠수함을 퇴역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 잠수함에만 실을 수 있었던 R-39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R-39에는 10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탄두를 10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그러나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R-39에는 6개의 탄두만 탑재돼 있다.

    S-10은 미 해군의 토마호크와 유사한 개념의 잠수함 발사 지상 공격 크루즈미사일이다. S-10은 빅터Ⅲ(프로젝트 671RTM), 아쿠라(프로젝트 971), 시에라(프로젝트 945) 양키(프로젝트 667)급 등 여러 종류의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다. 1992년 러시아는 240기의 S-10이 작전중인 잠수함에 탑재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미사일에는 20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핵탄두 한 발이 장착된다.

    S-10은 재래식 탄두를 달아 대함 공격용 크루즈미사일로 개량되기도 했다. 이 미사일은 ‘알파’로 불리는데, 알파는 200㎞ 바깥에서 발사돼 목표물을 가격한다. 러시아는 알파미사일을 중국에 판매한 바 있다. 러시아는 킬로급 잠수함을 인도에 판매하려고 제안하며 알파미사일을 탑재해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질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수적으로는 미국에 필적하는 전략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미사일 보유현황을 살펴보면 질은 물론이고 양에서도 미국에 현저히 뒤진다.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군사력, 그 중에서도 전략미사일에서 나오는데, 중국은 이 분야에서 크게 뒤져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 동급의 강대국으로 행세하는 것은 심한 ‘인플레’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전략미사일 이름은 ‘DF’로 나간다. ‘동풍(東風)’의 중국어발음인 ‘둥펑’의 이니셜을 따라 DF로 적는 것이다. 이 기사에서는 ‘DF’나 ‘둥펑’ 대신 한국인의 귀에 익숙한 ‘동풍’으로 표기한다.

    중국은 1965년부터 1972년까지의 8개년 계획에 의해 동풍미사일 시리즈 개발을 시도했다. 이때 동풍-2/3/4/5라는 네 종류의 미사일이 각기 다른 목표를 갖고 개발됐다.

    즉 동풍-2호는 일본을 공격하고, 동풍-3호는 필리핀에 주둔한 미군기지를 맞추며(당시 미군은 필리핀의 수비크만 등에 주둔하고 있었다), 동풍-4호는 미 해군 핵잠수함기지가 있는 괌섬을 가격하고, 동풍-5호는 미 본토에 있는 전략시설을 때린다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때는 중소 관계가 아주 좋았다. 때문에 중국은 소련으로부터 R-2 미사일의 설계도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설계도를 근거로 R-2 미사일을 제작하면서 중국은 미사일 제작 기술을 습득했다.

    1963년쯤 중국은 R-2 제작에서 배운 기술을 토대로 동풍-1호를 개발했다. 그러나 로켓의 추력이 너무 약해 동풍-1호의 개발을 포기했다. 이 무렵 중국은 소련의 R-2보다 사거리가 긴 R-5 미사일에 관한 자료도 입수하게 됐다. 이 자료를 토대로 동풍-2호 개발에 착수해, 1964년 6월 처음으로 동풍-2호를 시험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수차례의 시험비행에서 문제점을 고친 후 1966년 일본의 주요 도시와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를 타겟으로 한 동풍-2호가 실전 배치됐다.

    동풍-2호는 중국이 개발하고 보유한 첫번째 핵탄도미사일이다. 동풍-2호에는 20~25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핵탄두 1발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풍-2호의 사거리는 1050㎞고, 이를 개량한 동풍-2A호는 1250㎞다. 모두 100여 기 정도 생산 배치됐으나 1988년을 기점으로 작전수명이 다해 퇴역하고 대신 동풍-3호가 그 자리를 메운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에서 전략로켓군이 전략미사일을 운용하듯, 중국군에는 육해공군 외에 4군에 해당하는 ‘제2포병’이 전략미사일을 관리 운용한다.

    동풍-3호는 개발을 중단한 동풍-1호의 추력을 증가하는 형태로 개발되었다. 동풍-3호는 동풍-4호와 1970년 4월 중국이 개발한 인공위성을 최초로 지구 궤도에 올려놓은 장정(長征)-1호 로켓을 개발하는 단초가 됐다. 동풍3호의 최대 사거리는 2650㎞라 주변국가를 공격하기 적당하다. 동풍-3호에는 3.3메가톤의 핵탄두가 장착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18기의 ICBM 보유

    1997년 중반 중국은 40기 정도의 동풍-3호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 이중 16기는 대만을 겨냥해 배치했고 8기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두 나라에 주둔한 미군을 가격할 수 있도록 지린성 퉁화(通化)현에 배치했다. 베트남과 인도 등 동남아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곳에도 8기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6년 중국은 재래식 탄두를 단 동풍-3A호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했다.

    1965년 중국은 괌에 있는 미군 기지를 가격할 목적으로 동풍-4호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개발완료 단계인 1969년 중소 분쟁이 일어나자, 소련의 주요 도시들도 이 미사일의 목표 지점에 포함했다. 동풍-4호는 30여기가 생산됐으나 배치장소가 알려진 것은 8기뿐이다.

    현재 중국 지하기지에 이 미사일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고 4800㎞를 비행하고 2메가톤짜리 핵탄두 1개를 장착한다. 그러나 정확도는 매우 약해서 반경 오차범위는 1.5㎞에 이른다(미국 ICBM의 오차범위는 반경 200m 정도).

    1999년 중국은 동풍-4호를 대체하기 위해 동풍-31호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그리고 이 미사일을 개량해 JL-2라고 하는 해군용 미사일도 개발했다. JL-2는 타입 094형 핵추진잠수함에 탑재한다. 동풍-31호는 최고 8000㎞까지 비행할 수 있다. 이 미사일에는 250킬로톤짜리 탄두 하나가 장착되지만 다탄두를 장착하는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고 한다.

    동풍-5호는 중국이 개발한 최초의 ICBM이다. 1970년대 개발에 착수해, 1979년 양산되고, 1980년 1만2000㎞의 최장 사거리로 시험발사된 적이 있다. 5메가톤의 핵탄두 1발을 장착하며, 오차범위도 반경 500m로 현저히 개선됐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의 ICBM처럼 각각의 탄두가 정확히 목표물로 유도되는 다탄두화하는 데는 실패했다.

    1998년 중국은 미국과 각각의 ICBM에 할당해 놓은 목표지점을 해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때 미국의 주요 도시를 목표지점으로 설정한 ICBM(동풍-5호)의 수가 18기인 것으로 처음 밝혀졌다. 2000년 말 중국은 이 협정에 따라 17기의 동풍-5호에 대해 목표지점 설정을 해제했다.

    현재 중국은 동풍-5호를 대체하기 위해 동풍-41호를 개발하고 있다. 동풍-41호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탄’이나 ‘몰로뎃’ 같은 러시아의 ICBM을 개발했던 러시아 기술진과 공동으로 개발, 연구하고 있다. 동풍-41호는 2005년쯤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동풍-41호는 중국이 꿈에 그리던 다탄두 ICBM이 될 전망이다. 동풍-41호에는 2개에서 최고 9개까지의 탄두가 탑재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러·중의 미사일 개발사와 현황을 살펴보면, 역시 가장 앞선 것은 미국이라는 것이 자명해진다. 다탄두 분야나 정확도 분야에서도 미국은 월등히 앞섰을 뿐만 아니라 미사일의 크기를 줄이는 분야에서도 앞서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트럭이나 기차를 이용한 발사 방법을 고안하는 ‘기발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 기술을 토대로 열심히 추적하고 있으나 두 나라에 비하면 ‘초강대국’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일 정도로 처져 있다.

    중국의 미사일 발전 역사를 ‘열심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 북한이다. 북한이 소련제 스커드-B 미사일을 기초로 노동과 대포동 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사에 대해서는 ‘신동아’ 1999년 8월호를 통해 상세히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스커드-B를 양산해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었고 노동-1·2호(북한식 이름은 화성-5·6호)를 개발, 서부 일본을 공격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노동-1호 위에 스커드-B를 올려 조립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대포동-1호(북한식 이름은 화성-7호)를 개발함으로써 일본 전역과 괌까지도 사정권에 넣었다. 그리고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공격할 수 있는 대포동-2호 개발에 착수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과정은 중국의 동풍 미사일 개발 과정과 상당히 흡사하다.

    과거 북한은 그들이 생산한 스커드-B를 이라크 등에 수출한 적이 있다. 대포동-1·2 미사일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가 이라크다. 북한의 미사일 수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국가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다. 제3국으로 수출된 북한제 미사일이 테러세력에 의해 악용되는 것을 염려해 미국은 북한을 테러 지원국가와 불량국가로 지정했다가 최근에는 ‘악의 축’으로 지정했다.

    미·소 냉전이 첨예하던 시기, 미국과 소련은 상대방을 확실하게 초토화할 수 있는 ICBM을 갖고 평화를 유지했다. 상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공격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에 상대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지 않는 ‘무장 평화’ 시기였던 것이다.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억제력’이라고 한다. 상호 확실한 파괴를 보장하는 공격력, 즉 억제력만으로 평화를 보장받던 시기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끝나게 된다.

    냉전이 끝나가던 시기 미국은 상대가 어떤 종류의 ICBM을 쏘더라도, 그 ICBM의 탑재부가 여러 개의 탄두로 쪼개지기 전에, 우주 상공에서 이 미사일을 맞춰 폭발시키겠다며 MD(미사일 방어체계) 사업을 시작했다. 우주 상공에서 다탄두를 떨구기 전에 적 미사일을 격추하는 방공미사일 시스템인 THAAD 체제 구축에 나선 것이다. 현재 미국은 THAAD 미사일을 시험비행하고 있으며 곧 양산 체제로 들어갈 전망이다.

    대기권 밖까지 올라가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THAAD 미사일과 대기권 안쪽의 패트리어트 체제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MD의 요체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이 개발됐다고 해서 그 날로 미국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시스템은 개발 비용도 엄청나지만 양산하고 운용하는 데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북한제 미사일이 제3국으로 수출되는 것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중국은 냉전이 첨예하던 시절 ICBM을 개발했기에 미국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중국은 서부 개발에 매진하기 위해 미국과의 대립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모라토리엄 상태라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고 있다. 예외가 북한이다.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9년과 2000년 김정일은 북한을 각각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에게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발사 유예 선언). 그러나 현재의 북한 경수로 건설 상황으로 봐서는 약속한 기간 내에 완공이 불가능하다. 또 북한은 외화를 마련하기 위해 제3국에 미사일을 수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미북 간의 대결이 격화되면, 북한은 그들의 위세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미사일 발사를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상황은 여전히 대립으로 치닫기 쉬운 구조인 것이다.

    동북아는 ICBM을 보유한 미-러-중 3강과 ICBM을 보유하기 위해 매진하는 북한이 경쟁하는 치열한 대결의 무대다. 이러한 대결구도를 간과하고 성급하게 대화를 통한 평화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리석고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ICBM을 개발하지도, 보유할 수도 없는 나라다. 이러한 한국이 동북아 평화를 이끄는 ‘총무 국가’가 되려면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흥분할 것이 아니라 주변국의 미사일 전력부터 더욱 철저히 연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핵무기를 아주 빠르게 운반하는 수단이 전략 미사일인데, 이 분야는 핵무기 이상으로 정교하게 발전해 왔다. 전략 미사일을 거론할 때 자주 쓰는 말이 ‘다(多)탄두’다. 다탄두는 ‘다탄두 재돌입 운반체(multiple Re-entry Vehicle, 약칭 MRV)’를 줄인 말이다.

    다탄두가 쏟아져 오면 상대국에서는 패트리어트와 같은 방공 미사일을 발사해 탄두 격추를 시도한다. 이러한 탄두들은 그때까지의 비행 타력(惰力)에 의해 날아오는 것이므로, 상대국에서는 개개 탄두의 비행 방향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할 수가 있다. 따라서 여러 발의 패트리어트를 발사하면 다탄두들을 요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탄두 효과는 반감되므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국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고안해낸 것이 첫째, 진짜 탄두와 가짜 탄두를 뒤섞어 떨구는 방법이다. 이때 가짜 탄두를 가장 위협적으로 움직이도록 제작함으로써, 적군이 쏜 방공 미사일이 이 가짜 탄두(디코이)를 향해 날아오도록 유도한다. 적군의 방공 미사일이 ‘미끼’에 걸려들면 아군의 진짜 탄두들은 유유히 떨어져 적진을 초토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탑재부에서 여러 개의 탄두를 떨어뜨릴 때 다량의 은박지(채프)를 함께 내뿜는 것이다. 전파 반사 성향이 강한 은박지가 대량으로 살포되면 적군의 방공 미사일은 어느 것이 탄두인지 몰라 헤매다 자폭하고 만다. ‘디코이’로 불리는 가짜 탄두와 ‘채프’로 불리는 은박지를 탑재함으로써 다탄두의 생존성은 현저히 높아졌다. 그러나 생존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탄두들이 목표물에 정확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방공미사일을 뚫고 살아남기는 했으나 엉뚱한 목표물에 떨어지는 탄두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또 탄두들이 정확히 목표지점에 떨어지는 것도 문제였다. 한 개 탄두로 파괴할 수 있는 목표물을 여러 개의 탄두로 파괴한다면 이는 ‘탄두의 낭비’이기 때문이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경제 법칙’은 전쟁에도 적용된다.

    탄두를 목표지점에 정확히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탄두를 정확히 유도하는 유도 기술이 발전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미국에서는 유도 기술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가 이뤄졌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까지도 개발되었다. 즉 10개의 탄두를 싣고 있으면 10개 탄두를 10개의 각기 다른 목표물로 정밀 유도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이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미국은 ‘1타10매’ 식으로 1기의 ICBM으로 10개의 목표지점을 부숴버릴 수 있게 되었다.

    각기 다른 목표물로 날아갈 여러 개의 탄두를 싣고 있는 다탄두 운반체를 ‘다탄두 각개 유도 운반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ed Re-entry Vehicles: MIRVs)’라고 한다. 한곳에 여러 개의 탄두를 떨구는 이전의 다탄두는 MRV라고 했으나, 각각의 목표물을 향해 정확히 날아가는 다탄두는 MIRV로 불리게 된 것이다.

    방어하는 쪽에서 MIRV는 매우 골치 아픈 무기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개발한 패트리어트와 러시아의 S-300은 대기권 안에서만 작동한다. 두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여러 개의 탄두가 쪼개져 대기권 안에 들어온 후, 그중 한 개의 탄두를 추적해 요격하는 무기다. 이러한 무기로는 MIRV를 제대로 막아낼 수 없다. MIRV를 막기 위해서는 다탄두들이 튀어나오기 전인 대기권 밖에서 적군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미국이 개발을 시도한 것이 보통 MD로 불리는 ‘전구 고고도 공역 방어(THAAD: Theater High Altitude Air Defense) 미사일 체제’다. THAAD 미사일은 대기권 밖에서 적국이 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충돌해, 적군의 ICBM을 무력화한다. 이때 적 미사일에 담겨 있던 핵탄두는 대기권 밖에서 폭발하므로 미국은 낙진 피해도 입지 않을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다시 미국의 ICBM인 미니트맨을 살펴보기로 하자. 미니트맨은 1962년 개발된 것인데 그후 개량을 거듭해 지금은 신형인 ‘미니트맨-3’ 500기가 실전 배치돼 있다. 미니트맨-3은 3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가 추진해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미국은 1개의 탄두만 장착하고 있다. 미니트맨-3에 장착되는 탄두는 ‘W21’이라고 하는 수소폭탄이다.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미국은 미니트맨-3에 장착하는 탄두를 줄이게 됐으나 대신 이 미사일의 유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미니트맨-3은 지상에 설치된 사일로에 보관되는데, 이 사일로 10개와 1개의 발사 통제센터가 모여 1개 포대를 이룬다. 그리고 5개 포대가 모여 1개 대대가 되는 체제로 편성돼 있다. 미니트맨 부대는 공중조기경보기로부터 발사 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각각의 미니트맨-3에게는 가상적국의 목표물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10시간 전에 목표지점을 변경해 주면 이 미사일은 새로 지정된 목표물로 날아간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평소 미니트맨-3에게는 미국의 가상적국인 중국의 전략거점이 목표물로 할당돼 있다. 그런데 북한이 위협을 가해오면, 미국은 10시간 후 미니트맨-3의 목표물로 북한의 전략거점을 재지정할 수 있는 것이다.

    미 공군은 콜로라도주 워렌공군기지와 몬태나주의 맘스톰공군기지, 노스다코타주 미노공군기지에 각각 150기씩의 미니트맨-3를 배치하고, 노스다코타주의 그랜드폭스공군기지에는 50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미니트맨-3가 상대적으로 싼 무기라면 ‘평화의 수호자’란 뜻을 가진 피스키퍼(Peace keeper)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해당한다. 한국 공군이 차기 전투기를 FX로 부르듯이, 미 공군은 차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MX로 부른다. 피스키퍼는 원래 미니트맨-3 후속인 MX용으로 개발됐다. 그러다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MX사업이 중단되자 이를 돌려 피스키퍼를 제작하게 되었다.

    미니트맨-3는 3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지만 피스키퍼는 무려 12개의 탄두를 실을 수 있다. 미니트맨-3가 ‘1타3매’라면 피스키퍼는 ‘1타12매’인 것이다. 그러나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피스키퍼는 10개의 탄두만 탑재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양국이 보유한 다탄두 미사일을 원칙적으로 모두 폐기한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에, 이 협정이 유지되는 한 피스키퍼는 언젠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피스키퍼는 미니트맨-3가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사일로에 들어간다. 그런데 피스키퍼에는 미니트맨-3가 갖추지 못한 새로운 기술이 채택되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 방식에는 핫 론치(hot launch)와 콜드 론치(cold launch) 두 가지가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일란성 쌍둥이가 우주발사로켓이다. 우주발사로켓은 거대한 발사대에 세워진 다음 엄청난 화염을 쏟아내며 우주로 올라간다. 이렇게 거대한 화염을 토하면서 발사되는 것을 핫 론치라고 한다.

    미사일 중에는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것도 있다. 미사일이 잠수함에서 거대한 화염을 내쏘며 발사된다면, 그 잠수함과 승조원들은 그 열 때문에 녹아버릴 것이다. 또 미사일에 점화된 불꽃은 바닷물을 통과하는 사이 꺼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잠수함에서는 불꽃을 토해내는 식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다. 수중미사일이라고 하는 어뢰도 스크루를 돌려 전진하지, 화염을 뒤로 내쏘며 발사하지 않는다.

    때문에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캐니스터(canister: 물건을 넣는 통)’를 사용한다. 전략미사일을 담은 캐니스터는 부력이 매우 커, 잠수함에서 사출되는 순간부터 급속히 수면위로 떠오른다. 수면에 도달하면 캐니스터를 짓누르던 수압이 없어지므로 그 순간 캐니스터는 ‘쾅’하고 열리고, 안에 있던 전략미사일은 자동 점화돼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캐니스터를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을 ‘콜드 론치’라고 한다.

    미국 공군은 경제적인 이유로 피스키퍼에는 콜드 론치를 채택하였다. 미니트맨-3는 핫 론치되기 때문에, 한번 발사하고 나면 미니트맨-3에서 나온 열 때문에 사일로가 망가져 버린다. 망가진 사일로를 정비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된다.

    그러나 피스키퍼는 캐니스터를 이용해 콜드 론치되므로 사일로가 망가지지 않는다. 때문에 새로운 피스키퍼를 연속 발사할 수 있다. 탄두 수도 많은 데다 연속 발사 시간이 짧아 피스키퍼는 더욱 무서운 무기가 되는 것이다. 피스키퍼 한 기 가격은 무려 3320만달러(약 441억원)에 이른다.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한 피스키퍼는 114기다.

    ICBM이 개발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은 전략폭격기 분야다. 제2차 세계대전 때까지만 해도 전략폭격기는 장거리 타격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그러나 ICBM이 개발되면서 그 위치를 빼앗겼다.

    2차 세계대전이나 한국전쟁 때처럼 전략폭격기가 적진에 들어가 융단 폭격을 퍼붓기 위해서는 사전에 ICBM을 쏴 적의 주요 공격거점을 파괴하고 이어 전폭기 부대가 들어가 적의 방공미사일 기지를 완전 궤멸해 놓아야 한다. 이렇게 제공권이 확보된 다음에 들어가는 것이 전략폭격기다.

    현대전에서 제공권을 확보했다는 것은 전세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것을 뜻한다. 전쟁에서는 전세를 결정지을 수 있는 무기가 중요하다. 전세가 결정된 다음에 사용하는 무기는 중요성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ICBM의 그늘에 가린 전략폭격기의 가치를 살려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이 폭격기에 새로운 임무를 부여해줄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요구에 의해 개발된 것이 공군용 크루즈미사일이다.

    공군용 크루즈미사일에는 AGM-86 시리즈와 AGM-129 시리즈가 있다. F-15 같은 제공기를 가리켜 초음속 전투기라고 한다. ‘초음속’이란 음속의 1∼5배 속도를 말한다. 이 보다 빠른 속도는 ‘극초음속’이라고 하는데, 극초음속은 음속보다 5배 이상 빠른 속도를 말한다. 음속보다 약간 느린 것을 ‘아음속’이라고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개 극초음속으로 비행한다. 반면 크루즈미사일은 아음속으로 헬기가 비행하는 고도 정도로 날아간다. 대기권 밖으로 올라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과는 비행방식이 크게 다른 것이다.

    미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크루즈미사일 AGM-86은 최초에는 적군을 속이기 위한 디코이로 개발되었다. 아음속으로 날아가는 가짜 크루즈미사일을 영어로는 ‘Subsonic Cruise Missile Decoy’라고 표기하고 이를 줄여서 SCAD라고 적었다. 미국은 1972년부터 가짜 크루즈미사일인 SCAD 개발에 착수했는데, 개발 도중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판명돼 1974년부터는 이를 진짜 크루즈미사일 개발로 전환하였다. 그리고 이 미사일을 ‘AGM-86A’로 명명하였다. AGM-86A는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크루즈 미사일이었다.

    이 시기 미국 해군에서는 토마호크(tomahawk: 도끼) 크루즈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었다. 미 국방성은 크루즈미사일의 개발비를 줄이기 위해 토마호크와 아주 유사한 새로운 AGM-86을 개발하기로 하고, 이를 AGM-86B로 명명하였다.

    미 공군은 AGM-86B에 20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W-80 열핵탄두 1개를 장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로써 이 미사일은 미 공군이 보유한 새로운 전략 크루즈미사일이 되었다. AGM-86B는 B-52H 전략폭격기에 탑재되었다. 1984년 AGM-86B의 한 기당 가격은 170만2083달러였다.

    그러나 핵탄두를 장착한 크루즈미사일은 핵전쟁이 일어났을 때나 유용하지, 걸프전이나 아프간전 같은 재래식 전쟁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하여 AGM-86B를 개량해 재래식 탄두를 달게 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 재래식 탄두를 붙여 새로 탄생한 크루즈미사일은 AGM-86C로 명명되었다.

    AGM-86C는 CALCM으로 불리기도 한다. CALCM은 걸프전에서 35기가 발사돼 그중 30개 정도가 목표물에 명중하였다.

    ICBM은 워낙 먼 거리를 날아와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정밀 타격은 이뤄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미국제 ICBM조차도 반경 200m 정도의 오차 범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제 크루즈미사일은 속도가 느린 데다 컴퓨터와 레이더가 끊임없이 자세를 교정해 주기 때문에 오차율은 반경 2m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창이 나오면 그 창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방패가 개발되는 법이다. 정밀한 타격률을 자랑하는 크루즈미사일이 나오자 적은 이에 대응해 지하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지하 깊은 곳의 진지는 아무리 많은 크루즈미사일을 퍼부어도 갱도 입구에 있는 문만 파괴될 뿐 여러 겹의 문 안쪽은 안전하다. 때문에 미국은 땅속 상당한 깊이까지 파고든 다음 ‘자폭’하는 새로운 탄두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하여 J-1000이라고 하는, 단단한 물체를 관통한 다음에 자폭하는 신형 탄두를 개발했다. 이 탄두를 AGM-86B 몸체에 붙인 후 이를 AGM-86D로 명명하였다.

    AGM-86A/B/C/D 네 종류의 전략 크루즈미사일이 개발됨으로써 B-52 같은 전략폭격기는 ICBM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ICBM이 개전 초기에 적국을 폭넓게 무력화하는 ‘전략 무기’라면, 폭격기에 탑재하는 크루즈미사일은 그후의 전쟁을 이끌거나 아니면 ICBM을 사용하지 않는 전쟁에 투입되는 ‘전술성 전략 무기’라고 할 수 있다.

    1977년 미 공군의 전략공군사령부(지금의 공군전투사령부)는 AGM-86보다 성능이 뛰어난 크루즈미사일의 제작을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신형 크루즈미사일인 AGM-129 개발이 시작되었다.

    크루즈미사일은 GPS위성 등과 끊임없이 교신하며 목표물로 날아간다. 따라서 크루즈미사일이 발사되면 적국은 갖가지 전파방해를 펼쳐 이 미사일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려 한다. 크루즈미사일이 이러한 방해를 뚫고 목표물까지 정확히 날아가려면 전파방해에 견딜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여야 한다.

    또 크루즈미사일은 전투기보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적군은 이를 레이더로 탐지해 방공미사일로 격추시킬 수 있다. 방공미사일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미사일에 스텔스 기능이 추가되어야 한다. 또 사거리가 길 필요도 있다. AGM-129은 이러한 성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그러나 AGM-129의 개발은 쉽지 않았다. 복잡한 장비를 너무 많이 장착하다보니 시험발사 과정에서 추락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1980년대 말 비로소 개발에 성공했는데, 때마침 동서냉전이 끝나버렸다. 결국 2500기를 생산하려던 계획이 1462기로, 1000기로, 640기로, 마침내 450기로 크게 줄어 들었다.

    온갖 풍상을 겪으며 세상에 나온 AGM-129A에는 20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핵탄두 W-80-1 한 개가 장착됐다. 이 미사일을 장착하는 전략 폭격기는 B-2다.

    이어 미 공군은 AGM-86D처럼 지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는 탄두를 단 AGM-129B의 개발을 추진했으나 미 의회가 예산 집행을 승인하지 않아 취소되었다.

    미 공군과 더불어 전략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미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부대다. 핵추진 잠수함은 적국에게 전혀 탐지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평소에도 끊임없이 이동하므로 언제 어느 바다에서 전략미사일을 쏠지 알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잠수함 발사재 탄도 미사일(SLBM) 개발에 착수했다. 이 미사일은 크루즈미사일보다 훨씬 더 위력이 큰 탄도미사일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사용하는데, 이 삼지창의 이름이 트라이던트다. 과거 미 해군은 ‘포세이돈’이란 이름의 SLBM을 갖고 있었다. 그 보다 더 강력한 SLBM에는 ‘트라이던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사일들은 전부 콜드론치된다. 트라이던트는 1970년대에 개발돼 1984년에 실전배치되었다.

    SLBM은 캐니스터에 들어가 있어야 하고, 캐니스터는 어뢰발사관 안에 있다가 물속으로 사출된다. 따라서 캐니스터는 어뢰발사관의 크기에 맞아야 하고, 그에 따라 SLBM도 크기에 제한을 받게 된다. 그렇다 보니 SLBM은 몸체에 비해 날개가 작아 대체로 ‘똥똥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신형인 트라이던트-2에는 W-88이라고 하는 신형 핵탄두가 장착된다. 트라이던트-2는 400기가 제작돼 핵추진잠수함(SSBN)들에 장착되었다. 트라이던트-2는 오차범위가 반경 120m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목표물을 정확히 가격할 수 있다.

    트라이던트-2는 미국이 외국으로 수출한 유일한 전략 탄도미사일이다. 과거 영국 해군은 그들이 보유한 ‘뱅가드(Vanguard·전위, 선봉이라는 뜻)’급 핵 추진잠수함에 미제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폴라리스(Polaris·북극성이라는 뜻)’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전량 트라이던트-2로 교체하였다. 뱅가드급 잠수함에는 16기의 트라이던트-2를 장착할 수 있는데, 영국은 뱅가드급 잠수함을 4척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중요한 전략미사일을 영국에 제공한 것은 두 나라가 혈맹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걸프전이나 아프간전 등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 영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트라이던트-2에는 1개의 핵탄두를 붙일 수도 있고 여러 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다(그러나 최고 몇 개의 탄두를 붙일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해군은 96개의 탄두만 보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라이던트-2는 ICBM 보다는 느린 초음속으로 비행한다.

    미국의 전략미사일을 알고 나면 나머지 국가의 전략미사일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가 보유한 ICBM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NATO에서 ‘사탄(satan·악마)’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R-36M(서방세계에는 SS-18로 불린다)이다. 미국의 ICBM은 공군이 관리하나 러시아에서는 육해공군 외에 ICBM 등을 관리하는 별도의 전략로켓군(RVSN)이 있다.

    전략로켓군이 관리하는 R-36M은 지상 고정발사대에서 발사돼 무려 1만5000㎞ 떨어진 곳에 있는 전략시설을 가격한다. 이 미사일은 현존 미사일 중에서 가장 크고 무겁다. 길이는 12층 건물과 비슷한 36.5m이고 무게는 무려 210t에 이른다. 러시아로서는 제3세대에 해당하는 전략 미사일이다(1세대와 2세대 미사일은 전부 퇴역했다).

    R-36M은 R-36에서 발전해왔다. 미국 미사일과 구분되는 러시아 ICBM의 가장 큰 특징은 콜드 론치된다는 것이다. R-36M에는 모드4, 모드5, 모드6이 있는데 R-36M 모드4와 R-36M 모드5는 각각 500킬로톤과 750킬로톤의 위력을 가진 탄두를 10개씩 탑재한다. 반면 R-36M 모드6에는 20메가톤(2만 킬로톤에 해당)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탄두 1개를 장착한다.

    미국제 피스키퍼는 최고 12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나 러시아제 R-36은 10개의 탄두만 장착한다. 숫자상으로는 큰 차이가 아닌 것 같아도,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전략무기감축협정 결과 러시아가 미국보다 더 많은 ICBM을 보유하게 된 이유는, 각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탄두 수에서 미국이 크게 앞서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략무기감축협정은 탄두 수는 제한하나 탄두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산 탄두의 오차율은 러시아산 탄두의 오차율보다 훨씬 작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R-36M 모드 6미사일을 개발한 것은 러시아산 미사일의 오차율이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지적한다. 오차율이 크기 때문에 강력한 탄두를 장착해 넓은 범위를 초토화하면 애초에 선정한 목표물까지도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이 구 소련 군부의 발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대한 탄두를 쏘아 올리려면 자연 로켓이 커져야 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구 소련은 미사일을 키우고 미사일 수를 늘림으로써 전력을 증강하는 전략을 택한 데 비해 미국은 정밀타격 능력을 높임으로써 그 크기와 수를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시간이 흐르자 미국의 선택이 보다 경제적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구 소련은 과도한 군비투자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고, 새로 생겨난 러시아는 경제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1990년 소련은 204기의 R-36M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소연방이 해체된 1998년에는 전략무기감축협정 등에 따라 180기로 줄였다. 전략무기감축협정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모든 ‘다탄두 각개 유도 운반체’는 전부 폐기하자고 했으므로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곧 전량 폐기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180기의 R-36M을 52기, 30기, 46기, 52기씩 나눠 4곳에 배치하고 있다(배치 장소는 각각 Uzhur와 Aleysk, Kartaly, Dombaroskiy이다).

    R-36M이 ‘롱다리’ ICBM이라면 ‘토폴(Topol)’이라고도 불리는 RT-2PM 미사일은 ‘숏다리’ ICBM이다. 과거 소련은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군사무기 개발에 관해서는 어떠한 것을 시도해도 좋다는 자유를 주었다. 그에 따라 이색적인 무기가 개발됐는데 그중 하나가 토폴이다. 토폴은 자동차에 싣고 다니다 바로 발사할 수 있는 ICBM이다. 그러다보니 이 미사일은 SLBM처럼 언제 어디서 발사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 미사일에는 예상치 못한 약점이 있었다. 자동차에 싣는다고 하지만 길이가 무려 21.5m이다보니 이 미사일을 싣는 차량은 컨테이너 트럭보다 훨씬 커야 한다. 이런 차가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다니다보면 접촉사고를 비롯한 교통사고를 종종 일으키게 된다.

    동서 냉전이 첨예하던 시절이라면 러시아 국민은 이러한 불편을 감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국가로 전환한 러시아에서는 이러한 불편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러시아도 미국만큼이나 많은 테러를 당하는 나라다. 독립을 바라는 체첸의 전사들은 미국을 공격한 오사마 빈 라덴 세력처럼 도처에서 러시아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은 토폴을 끌고 다니는 대형 트럭이 테러리스트의 공격 앞에서는 무방비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덩치가 커서 눈에 잘 뜨일 뿐더러 움직임도 아주 느리므로 테러대상으로는 그야말로 제격이다.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가득 실은 차량을 몰고 이 트럭을 향해 자살 공격을 감행한다면 러시아 땅에는 거대한 ‘버섯구름’이 솟아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 붕괴만큼이나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종종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이 트럭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러시아 언론은 여기에 ‘도로 위의 체르노빌 핵발전소’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렇게 언론의 비판이 끊이지 않자 소련 전략로켓군은 트럭 속도를 제한 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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