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호

16억원 들여 동포 어린이 살려낸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인종, 계층 뛰어넘은 감동의 ‘전방위’ 인술

  •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입력2005-10-13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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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드니에 사는 손한주(9)군은 지난해 9월24일, LPG 폭발사고로 부모와 두 동생을 잃었다. 자신은 전신 85%의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홀로 남겨진 한주는 더는 외롭지 않다. 완치될 때까지 무상으로 치료해주겠다고 약속한 ‘백의의 천사’들과, 그의 자립을 돕는 호주 정부의 따뜻한 관심이 있기 때문. 인종과 계층을 초월해 꺼져가던 한 생명을 살려낸 감동 스토리.
    16억원 들여 동포 어린이 살려낸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호주 웨스트미드아동병원 본부 전경.

    200만 호주달러(한화 약 16억원)를 들여 한국 어린이를 무료로 치료해주는 호주의 아동병원이 있다. 매일 대여섯 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그를 전담하다시피 매달려 정성을 쏟는다.

    화재사고로 전신 85%의 화상을 입은 손한주(9) 군에겐 호주 시민권도, 영주권도 없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두 동생은 모두 화마에 휩싸여 사망했다. 한순간에 천애고아가 된 것이다.

    지난해 9월24일 초저녁, 시드니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캠시 지역의 2층짜리 유닛(한국의 연립주택 형태) 1층에 세들어 살던 손승구(34)씨 집에서 LP가스통이 폭발했다. 현장에서 두 살배기 아기(손사랑)가 숨지고 손씨와 부인 명미라(29)씨, 두 아들 한주와 석주(7)는 전신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한주 외의 가족들은 치료를 받던 중 모두 숨졌다.

    1년 후. 한주가 입원한 웨스트미드 아동병원(Westmead Children Hospital)은 그가 완치될 때까지 무상으로 치료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민당국에선 한주에게 영주권을 부여하기 위해 행정절차를 밟는 중이고,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사회복지부는 주택부의 협조를 얻어 손가락 10개를 다 잘라낸 한주가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 않도록 주택 개조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병원 당국은 한주를 위한 특수침대와 야외용 자동휠체어 및 실내용 수동휠체어도 제공할 방침이며, 보호자인 외할머니와 삼촌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교사를 모집하고 있다.

    시드니 서부에 자리잡은 웨스트미드 아동병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자랑한다. 3000여 명의 의료진이 근무하는 이 병원은 예산의 11% 정도를 각계에서 보내오는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영주권도 없는 한주가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는 것도 다 기부금 덕분이다. 이처럼 국적을 초월해 인술을 베푸는 웨스트미드 아동병원을 위해서 호주 한인동포사회도 기부금 모금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실정법도 뛰어넘는 인술

    웨스트미드 아동병원은 명실공히 인술(仁術)을 펼치는 병원으로 정평이 난 지 오래다. 이곳은 어린이 환자라면 인종과 계층을 뛰어넘어 최선을 다해 치료한다. 그러나 그런 치료행위가 인도주의나 박애정신으로 거론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의사로서 직분을 다하는 것이며 생명윤리를 존중할 따름이라는 주장이다.

    이 병원은 NSW주 정부 예산으로 운영된다. 호주 국민이 아닌 한주를 위해 16억원의 정부 예산을 치료비로 사용하는 것은 엄연한 실정법 위반. 그러나 웨스트미드 아동병원이 좌고우면(佐顧右眄)하지 않고 인술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정부에서 출연한 예산말고도 일반 시민이나 사회단체로부터 받는 자선기부금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유명인들이 자선모금에 솔선수범하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특히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적극적이다. 러셀 크로, 니콜 키드만 같은 세계적인 배우와 골프선수 그렉 노먼, 수영선수 이안 소프 등도 웨스트미드 아동병원의 성금모금 대열에 함께했다. 이렇게 모인 성금은 앞서 밝힌 대로 정부 예산을 집행할 수 없는 경우에 유용하게 활용된다.

    한주를 문병하고 할머니에게 소정의 성금을 전달한 백낙윤 시드니 한인회장은 “그동안 50만달러 이상의 치료비가 들었으며, 향후 10년간 계속 통원치료가 요구되기에 적어도 200만달러의 치료비가 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주의 화상치료를 책임지고 있는 화상치료 전문의 존 하비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한주에게 하루 평균 5.5명의 의료진을 배치, 24시간 대기상태로 치료에 임하고 있다. 한주의 피부이식 수술을 위해 화상치료로 유명한 콩코드 병원의 협조를 얻고 있으며, 멜버른에 소재한 피부은행에서 이식 피부를 제공받고 있다. 콩코드 병원의 존 반데포드 박사는 피부 배양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며, 그의 주도로 한주에게 이식될 피부가 콩코드 병원에서 배양되고 있다. 이러한 치료과정엔 보통 사람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고액의 경비가 들고, 치료기간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오래 걸린다.

    16억원 들여 동포 어린이 살려낸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돕기 100인전’에 참가한 서울미술협회 회원들.

    한주는 전신에 걸쳐 화상을 입은 범위가 너무 넓어 타버린 피부에서 발생하는 질병 전염을 막아야 하며, 새로운 피부 이식 수술을 실시해야 하는 등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한주는 이제 가장 어려운 고비를 겨우 넘긴 셈이다. 한주가 퇴원하더라도 17~18세까지는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어쩌면 평생이 될지도 모른다. 현재 한주는 물리치료사의 지도로 매일 팔과 다리 근육의 이완을 돕기 위한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다.”

    한주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한인 동포사회도 성금 모금에 적극 나섰다. 음악회, 미술전시회, 생방송 모금, 각종 모금행사 참여 등으로 웨스트미드 아동병원을 돕고 있는 것. 경로잔치를 마련한 호주한인유도회(회장·이영수 장로)는 경로잔치 현장에서 성금을 모아 한인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대접을 받으러 온 노인들이 오히려 쌈짓돈을 내놓은 것이다.

    9월1일부터 1주일 동안 시드니의 빈센트 고 갤러리에서는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돕기 전시회 유명작가 100인전’이 열렸다. 빈센트 고 갤러리가 주최하고 주(駐) 시드니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후원한 이 행사엔 서울미술협회 소속 화가 100명이 참가했다.

    손가락 없어도 활달한 아이

    “안·녕·하·세·요?”

    병실 내 욕실에서 한주(영어 이름은 폴)가 스타카토 발음으로 인사를 했다. 미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나눈 것이다. 병실은 마치 놀이방 같았다. 컴퓨터, 게임기, 곰 인형, 각종 미술도구, 빨간색 풍선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TV만 아니면 병실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한주의 할머니 오희년씨에 따르면 한주의 담임선생님인 캠시 초등학교 허버트 교사는 한주가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주 병원에 들러 한주를 위로한다고 한다. 허버트 교사는 병실을 찾을 때마다 한주가 좋아하는 동화를 읽어주어서 한주가 가장 반기는 사람이다. 어쩌다 병원에 오지 못할 때는 어김없이 카드를 보내 한주를 위로한다. 그가 보낸 카드와 새순교회 등 한인 종교단체에서 보낸 카드가 너무 많아 병실에 다 둘 수 없을 정도다. 한주의 병실을 찾았다가 허버트 교사를 만난 적이 있는 고직만 시드니한인회 사무총장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한주의 할머니가 가끔 한국말로 허버트 교사에서 말을 걸면, 허버트 교사는 영어로 대답한다. 10개월 동안 한주를 돌봐온 분들이어서 언어는 달라도 서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감으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더러는 한주가 통역을 맡기도 한다.”

    샤워를 끝낸 한주가 침대로 와 옷을 입었다. 간호사의 허락을 받고 그가 옷 입는 모습을 지켜보았는데, 온몸이 화상자국이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고,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남아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한주는 밝은 표정이었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영어와 한국어로 반복해서 말했다. 간호사 캐리와 할머니가 함께 그의 병수발을 하기 때문이다. 캐리는 한주가 입원할 때부터 간호를 맡아선지 모든 것을 척척 해냈다. 둘은 마치 오누이 같고 친구 같았다. 한주는 수술 등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정해진 일정표에 따라 하루를 지낸다. 벽에 붙은 일정표에 눈이 갔다.

    7:30 아침식사8:00∼8:30 의자에 앉아 있기9:00 학교공부10:00∼10:30 목욕12:00 점심식사14:00 경사 테이블(tilt table)에서 그림 그리기 등15:00 놀이 치료(play therapy)18:00 저녁식사

    샤워를 끝낸 한주는 점심식사 전까지 30분 정도 여유시간을 가졌다. 간호사 캐리가 “무얼 하고 싶으냐?”고 물으니까, 한주는 색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캐리가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한주의 손목에 특수장갑을 끼워줬다.

    한주가 색칠을 할 때마다 캐리가 “잘 한다”를 연발하자 한주는 깔깔 웃으며 색칠에 더 열심이다. 그때 병실 밖에서 기타연주 소리가 들리면서 어릿광대 복장을 한 의사 두 명이 나타났다. 아널드 타운젠드 박사와 알폰소 넛캐이스 박사였다.

    타운젠드 박사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고 넛캐이스 박사는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춤을 췄다. 이어지는 순서는 마술. 두 사람의 마술솜씨는 프로 마술사를 뺨칠 정도였다. 마침 간호사의 칭찬에 한껏 들떠 있던 한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했다.

    두 의사의 마술이 정점에 이른 순간, 화상병동의 수석간호사 캐리 홉우드가 “곧 회의가 시작된다”며 필자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회의는 2층 놀이방에서 열렸다. 한주의 치료 상황과 장래에 대해 한주의 친척들에게 설명하고 협의하는 간담회 성격의 자리였다. 한주의 둘째 할아버지 등 6명의 친척이 회의에 참석했다. 웨스트미드 병원측에선 화상수술 전문의, 수석간호사, 정신과 담당의, 신경과 담당의, 물리치료사, 영양사, 병원소속 교사, 안과담당의 등이, NSW주에선 사회복지부 담당국장 등이 참석한 큰 규모의 회의였다.

    물리치료사가 의사 결정 뒤집어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사회복지부 직원들은 한주가 퇴원하면 지내게 될 주택과 영주권 비자 건에 대해 점검했다. 또한 한주 할머니와 삼촌이 받아야 할 교육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다음은 가족들이 질문할 순서.

    첫 번째 질문은 한주가 언제쯤 퇴원할 수 있는가였다. 화상병동 캐리 홉우드 수석간호사는 “현재 치료와 간호 부문에서는 퇴원준비가 완료된 상태”라고 답했다. 존 하비 박사도 동의했다. 그러나 물리치료사 체리 템플턴이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한주는 아직 혼자 일어서지도 못하고 혼자서 밥을 먹지도 못한다. 한주가 일어나서 세 발짝 이상 걸을 때까진 퇴원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 템플턴의 의견에 신경과 담당의도 동의했다. 전원합의제인 병원의 내규에 따라 퇴원은 불가능해졌다.

    다음 질문은 앞으로 5년 후의 한주 상태를 예상할 수 있는가였다. 이에 대한 답변은 대체로 희망적이었다. “깁스 없이 서고 걸을 것이며, 특수장갑을 낀 상태에서 밥도 혼자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옷을 혼자 입거나 단추를 끼고 푸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었다.

    한주의 교육문제도 거론됐다. 답변에 나선 병원학교 교장은 “계속 체크하고 있다. 1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못한 상태라 많이 걱정된다. 그러나 한주가 공부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어 희망적이다. 특히 컴퓨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병원측에서 한주의 친척들에게 물었다.

    “현재 한인사회에서 모금되는 성금이 어디에 쓰이기를 원하는가.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전체’, ‘한주가 치료받고 있는 화상병동’, ‘한주에게만’ 중에서 여러분이 선택하는 대로 따르겠다.”

    이에 대한 친척들의 의견은 일치했다.

    “한주가 성금으로 무료 치료를 받고 있으니 한인사회의 성금도 모든 환자를 위해서 사용되길 바란다. 친척들도 최선을 다해서 모금에 참여하겠다.”

    2시간 넘게 이어진 회의를 마치면서 병원 당국자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이렇게 많은 친척이 한주의 재활에 관심을 가져줘 감사한다. 한주는 부모형제를 잃고 자신의 외모도 잃었다. 환자에게 가장 어려운 상황은 모든 사람을 다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한주가 돌아가 기댈 수 있는 친척들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거듭 감사한다.”

    필자는 그 말을 들으면서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누구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하는지, 주객이 전도된 게 아닌가 헷갈렸던 것.

    양육권 재판

    더욱 혼란스러운 건 한주의 양육권을 놓고 주정부(사회복지과)와 할머니 오희년씨, 삼촌 손용구(32)씨가 법정까지 간 상황이다. 주정부에선 경제력이 없고 영어 구사력이 부족한 가족에게 한주의 양육권을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주정부의 태도는 단호했지만 문제는 한주에게 있었다. 졸지에 가족을 한꺼번에 잃은 한주가 할머니 곁에서 잠시만 떨어져 있어도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머니의 간호는 호주 간호사의 서비스와는 다른 측면에서 한주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한주는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호주로 떠나오기 전부터 할머니의 품에서 자랐을 뿐만 아니라 한주가 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맬 때 할머니의 헌신적인 간호가 없었다면 소생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하나도 없을 정도다.

    16억원 들여 동포 어린이 살려낸 호주 웨스트미드 아동병원

    병실에 입원한 한주를 위해 마술쇼를 펼친 타운젠드 박사(왼쪽)와 넛캐이스 박사.

    할머니의 말로는 한주가 사고 직후 한동안 의식을 잃은 상태였는데, “한주야, 할머니 왔다”고 하자 눈을 떴다고 한다. 수석간호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경 한주가 2차 감염으로 인해 일시 호흡이 중단된 위기가 있었는데, 그때도 할머니의 본능적인 대처로 회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핵가족 시스템과 합리적 이성주의가 몸에 밴 호주 사회에서 할머니와 손자 간의 끈끈한 정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러니 “양육 여건이 안 되는 할머니에게 양육권을 줄 수 없다”고 합리적 이성주의에 근거해 결론을 내린 주정부가 양육권 문제를 재판정으로 가지고 간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올해 초 한주의 양육권을 놓고 공판이 열렸다. 사회복지부는 할머니와 삼촌의 불안정한 비자상태와 경제적 자립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부에서 한주의 양육권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침내 한주의 양육권 문제를 놓고 한인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드니한인회 백낙윤 회장과 호주한인복지회 회장 장기수 목사 등이 가정법원에 편지를 보내 한주 할머니에게 양육권이 돌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한 가족의 경제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법원의 판결을 예상해서 호주 건설노조의 강병조 코디네이터가 나서 한주의 삼촌 용구씨에게 직장을 알선했다. 손씨는 조카의 소식을 접하고 관광비자로 호주에 입국, 조카를 돌봐왔다. 손씨의 취업은 이런 사정을 배려한 ‘팀멤버 프로젝트’ 필립 정 사장의 배려로 신속하게 해결됐다.

    결국 가정법원은 향후 2년 동안 할머니와 삼촌이 한주의 양육권을 갖도록 조건부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의료진과 사회복지담당 직원 등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할머니와 삼촌이 영어를 배우도록 권장했다. 만약 가정법원이 사회복지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면 한주는 퇴원 후 호주 가정에 입양될 처지였다.

    영어교육, 임대주택도 지원

    병원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참석해왔고 한주의 병실도 자주 찾는 고직만 한인회 사무총장은 8월26일 동포 언론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보냈다.

    “손한주군이 1년 가까운 치료 끝에 퇴원해 조만간 한인사회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저는 8월24일, 한주군의 퇴원을 준비하는 웨스트미드 병원의 대책회의에 참가했습니다. 한주의 퇴원을 앞두고 선행돼야 할 과제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습니다.

    첫째 단계인 퇴원 이후 2~3년 동안은 지속적인 피부이식 수술을 위해 일주일에 서너 차례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답니다. 둘째 단계인 사춘기 무렵부터 16세 때까지는 피부이식 수술 및 재활, 그리고 정신과 및 심리치료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셋째 단계인 16세 이후부터 20대 중반까지도 통원치료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한주가 성인으로서 완전히 독립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합니다.

    병원 당국과 사회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한주의 보호인 자격으로 호주에 임시 체류 중인 할머니 오희년씨와 삼촌 손용구씨에게 9월 중으로 정신과 및 심리과 테스트가 있을 것이라고 통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호인의 자세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고 합니다. 사회복지부 담당자는 할머니를 한주의 주 보호자(principle carer)로 인정해 영주가 가능한 비자를 신청했으며,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삼촌을 한주 가족의 생계 보조자(supporter)로 받아들여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후 학생비자나 취업비자 등의 장기 체류 비자 신청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병원과 사회복지부측은 긴급상황 발생시 병원으로 연락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이 할머니와 삼촌에게 요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영어 교육비 일부를 지원한다는 방안을 전하면서 이들에게 기초 영어를 가르쳐줄 한인을 섭외해달라고 시드니 한인회에 의뢰해왔습니다.



    또한 병원측은 한주의 퇴원에 대비해 캔터베리 병원 소속의 간호사에게 화상치료 간호법을 교육해 한주군의 간호를 전담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주에겐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간호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만큼 한인 간호 보조인도 채용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한주가 생명을 되찾는 과정에서 병원 당국과 호주 정부가 보여준 인도주의와 박애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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