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호

인터뷰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의 ‘코리안 드림’

“미국의 전략 목표, 비핵화 아닌 한반도 통일이 돼야”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9-03-2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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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협상 결국 노딜(No Deal) 될 것

    • 비핵화는 단편적이며 협소한 목표

    • 세계 인류 이롭게 하는 ‘통일 한국’의 꿈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하버드비즈니스스쿨(MBA)을 졸업했다. 종교학 석사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를 비롯한 워싱턴 조야 인사들과 인맥이 두텁다. 국가대표 승마선수로 올림픽(1988년, 1992년)에 출전했다. 950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시민이 주도하는 한반도 통일 운동을 전개해왔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이념에 기초해 평화와 통일을 이뤄내자는 것이다. 그의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3·1운동 때 애국자들이 꿈꾸었던 나라”

    “독특한 역사적 전통에 의해 형성된 한민족의 정체성을 되찾는 일부터 통일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홍익인간 정신, 즉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하고 인류에 봉사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이다. 홍익인간 이념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담겨 있다. 남북 모두가 공유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바탕으로 통일의 비전을 구성해야 한다. 운명 개척의 시작은 우리의 사명을 실현할 자주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통일은 한국이 번영한 동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2월 28일 ‘글로벌피스컨벤션 2019’ 기조연설에서 그는 “홍익인간 정신은 100년 전 독립운동가들을 자극한 이상이었다. 3·1운동은 20세기에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여러 독립운동, 민권운동의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홍익인간의 철학적 이상은 남북의 모든 한국인이 공유한다. 홍익인간은 5000년 역사를 관통하는 역사와 문화의 DNA다. 이 같은 DNA는 전통 유산을 오늘로 이어주고, 미래의 유산을 규정한다. 한국인이 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적 질문은 ‘새로운 통일 한국이 어떤 국가가 될 것인지’다. 통일에 대한 합의는 남북의 시민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국제사회도 지지할 수 있는 투명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냉전 시대의 틀을 탈피하고 남북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통일의 접근법으로서 유구한 역사를 가진 한민족의 공통된 역사와 문화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남북의 두 체제 모두 국호에 ‘공화’를 명시했다. 독립운동과 연결된 공통의 뿌리를 반영한 것이다. 군사적 교착 상태가 이어지는 동안 두 체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했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북한은 ‘미사일과 핵 개발’로 나아갔다. 북한에서 핵은 자주성의 발현이며 체제 안정의 표상이다.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북한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로 한반도를 통일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세습 독재 체제다. 핵무력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통일 전략을 실현하려고 한다. 그들은 앞으로도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한국이 배제된 것에 경악해야”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이 2월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피스컨벤션 2019’에서 연설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의장이 2월 2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피스컨벤션 2019’에서 연설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그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 첫날 일정이 시작된 2월 27일 만났다. 

    “한국은 이 시각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일과 동떨어져 있다. 하노이에서 북·미 간 양자 협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큰 그림에서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한국은 그곳에 없다. 한국이 배제돼 있다. 한반도에 사는 7500만 명 중 5000만 명이 남쪽에 사는데도 한국이 배제된 것에 한국민이 경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북·미 협상이 결과적으로 노 딜(No Deal)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는 그의 예상과 비슷하게 마무리됐다. 

    “미국인들이 북한에 속았다는 것을 알면 협상은 없을 것(No deal)이다. 결국 거래가 없을 것이기에 큰 거래(Big Deal), 작은 거래(Small Deal)에 대해 말할 이유가 없다. 국민이 문재인 정부가 한 일에 진정으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이전에는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을 통해 일을 진행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논의에 한국이 당사자로 참여했다. 그것이 올바른 방식이다. 현재의 양자 회담 구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그는 “협상을 통해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민에게 북한이 핵을 포기하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싶다. 김정은이 양자 합의를 통해 핵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조정돼야 한다. 협소한 목표인 비핵화가 아니라 통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전략을 짜야 한다. 조지 H.W. 부시 행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단편적이면서 협소한 비핵화 중심의 정책을 추구해왔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 재건을 목표로 추진한 마셜 플랜과 더글러스 맥아더가 진행한 일본 재건처럼 지정학적 변화를 가져올 전략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는 2월 22일 미국 ‘뉴스위크’ 기고문에 이렇게 썼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정상회담이 이달 말로 예정돼 있다. 협소한 양자 협상으로 과연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가 왔다. 최근에 나타난 현상들이 북한의 의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고 본다면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는 유일한 이유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번째 회담 이후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성과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 회담이 초래한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에게 취했던 국제적 압박을 완화한 것이다. 

    미국의 접근 방식을 보면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첫째, 비핵화라는 목표만으로 사안을 좁혀서 김정은과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에 핵무기 프로그램은 민족적 자존감과 성취를 의미한다. 단순히 체제의 생존 보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세계가 달가워하지 않을지언정 북한이 이룬 세계적으로 인정될 만한 성취는 핵 개발뿐이다. 과거의 합의들처럼 북한은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약간의 양보만을 제안할 것이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소한 양자 합의를 통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면 북한은 그들의 최종 목표인 한국을 차지하는 결과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

    “반미주의, 반일감정 자극”

    “북한은 김정은의 할아버지이자 영원한 지도자인 김일성의 꿈이었던 북한 이데올로기하의 한반도 통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핵무기를 이용해 한국이 이뤄낸 경제적 성취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적 목표를 가졌다. 무력으로는 불가능하기에 지정학적 책략과 한국 내의 극단적 이념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그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그들은 ‘민족 자주’의 기치 아래 반미주의와 반일감정을 자극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점차로 동북아시아에서 한미동맹과 한일관계를 와해할 것이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김정은 체제의 생존을 뒷받침해줄 용의를 드러낸 점이 우려된다”고 봤다. 

    “김정은 정권을 보호하는 것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미국의 가치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그러한 가치를 포기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성취 불가능한 목표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훨씬 더 큰 이슈를 간과하고 있다. 이 같은 전개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북한에 제공하려는 것 중 일부가 6·25전쟁 종식과 미군 철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미국의 핵우산이 한국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한국민들이 북·미 협상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그는 ‘통일한국의 비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저서 ‘코리안 드림’을 펴냈다. 한반도의 정체성과 운명을 바탕으로 한 ‘통일의 길’을 이 책에 담았다. 홍익인간에서 비롯한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아 통일을 이뤄내면 한국이 21세기를 주도하는, 세계 평화의 실증을 세우는 국가가 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통일한국의 비전

    “거듭 강조하건대 ‘어떤 통일이 돼야 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새로운 통일한국이 어떤 국가가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새로운 통일 국가는 우리 선조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나라가 돼야 한다. 미국의 지도력을 활용해 통일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반도 통일을 동북아 지역을 평화와 안정으로 이끄는 전략의 일부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미국은 새롭게 부상하는 현실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통일된 한국이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것이 한반도 정책의 최종 목표면서 북한과 협상의 프레임워크가 돼야 한다.” 

    그는 “한 사람의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함께 꿀 때 그 꿈은 실현된다”는 칭기즈칸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칭기즈칸 부족은 몽골에서 가장 약한 집단이었으나 ‘한 하늘 아래 하나 된 세상’이라는 그들의 꿈은 심오했다. 모두가 함께 같은 꿈을 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미국 혁명도 마찬가지다. 보잘것없는 농부, 작은 가게 주인들이 대영제국에 반기를 들었다. 신에게서 받은 천부인권을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이 건국으로 이어졌고, 오늘의 초강대국이 됐다. 홍익인간이 밝힌 이상은 몽골제국의 꿈, 미국을 건국한 이들의 소망과 같다. 3·1운동 때의 애국자들은 ‘통일되고, 독립되고, 자유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열망을 품었다. 한국의 통일은 평화적이어야 하며 선조들이 선언한 이상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애국자들은 한국인이 공유해온 문화와 역사와 가치에 기반한 새로운 국가를 세우고자 했다.” 

    그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한국 주도로 이뤄지는 통일 과정이 역사적 열망과 정체성에 뿌리를 둔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서 진행된다면 어떤 나라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한민족의 미래는 매우 밝다. 대부분의 경제 연구 결과가 긍정적이다. 통일된 한국은 세계 톱5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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