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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정점에서 퇴장 선언한 ‘라루사이즘’ 창시자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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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루사이즘의 정립

하지만 라루사는 불과 3주 만에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감독으로 부임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라루사이즘(Rarussaism)’, 즉 투수 운영의 분업화를 정립한다.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는 ‘빅 맥’ 마크 맥과이어, 호세 칸세코 등 강타자들이 즐비했다. 겉으로 보면 완전한 타격의 팀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투수력을 바탕으로 하는 짜임새 있는 야구를 추구했다. 바로 라루사 덕분이었다.

타자들의 체격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기술 발달로 야구공의 반발력과 야구 배트의 성능이 좋아진데다, 야구 분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과거와 달리 한 투수가 9이닝이라는 한 경기 전체를 책임지는 일은 상상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메이저리그 야구단은 불펜 투수들을 마구잡이식으로 운용했다. 불펜 투수는 야구 경기에서 처음 등장하는 선발 투수를 제외한 모든 투수를 일컫는 말로 구원 투수(릴리프)라고도 한다. 불펜진은 선발투수가 물러난 뒤 1~2이닝을 던지는 숏 릴리프, 3~4이닝을 던지는 롱 릴리프, 팀이 경기에서 이기고 있을 때 마지막 9회 1이닝을 책임지는 마무리, 중간 계투와 마무리를 잇는 셋업맨, 좌타자만 상대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 등이 있다.

라루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 세계 야구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 당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선발 투수였던 데니스 에커슬리를 1이닝 마무리로 활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마무리 투수는 팀이 이기고 있는 8회나 9회에 승리를 지키기 위해 잠깐 등판하는 투수를 말한다. 하지만 라루사 이전에는 최고 구위를 가진 투수가 마무리로 활동하는 예가 드물었다. 훌륭한 투수일수록 매 경기 5~6이닝씩을 담당하는 선발 투수로 활동해야지, 불과 1이닝만 책임진다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루사의 이 결정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최고 구위를 가진 투수가 ‘뒷문’을 든든히 지킴에 따라 역전패의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에커슬리는 1988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50세이브를 달성한 투수가 됐다. 당시 에커슬리가 37세로 투수로는 환갑이라 해도 무방한 나이였음을 감안할 때 더욱 대단한 성적이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그는 마무리 투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에커슬리가 은퇴한 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구단은 그의 등번호 43번을 영구 결번으로 지정했다.



2011년 한국 프로야구의 우승을 차지한 삼성라이온스 역시 오승환이라는 당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를 바탕으로 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라루사이즘이 세계 야구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한 투수력과 화력을 겸비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1988년부터 1990년까지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라루사는 1989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서의 성과는 그를 메이저리그의 최고 명장 반열에 올려놓은 결정적 계기였다. 1992년 그는 서부지구 우승과 더불어 올해의 감독상을 3번째로 수상했다. 하지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말년 시절 그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라루사 식의 불펜진 운영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도 바뀌었다. 결국 그는 199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으로 이적한다.

드라마 같은 우승, 드라마 같은 퇴장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 동안 두 자릿 수 이상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은 양키스와 카디널스뿐이다. 하지만 1987년 이후 카디널스는 오랫동안 우승에 목말라 있었다. 하지만 명장의 손길은 남달랐다. 라루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부임 첫해인 1996년 이 팀을 지구 우승팀으로 만들었다.

2006년에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물리치고 1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시작 전만 해도 카디널스 불펜은 허약 그 자체였다. 이에 라루사는 신예 애덤 웨인라이트를 마무리로 배치하는 결단을 내렸고, 웨인라이트의 커브는 수많은 강타자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마무리의 안정과 함께 세인트루이스의 다른 불펜 투수들까지 덩달아 힘을 내기 시작했다. 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포스트시즌에 턱걸이로 겨우 진출했기에 여러 전문가는 세인트루이스가 월드시리즈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메츠를 7차전 승부 끝에 꺾었다. 디트로이트와 만난 월드시리즈에서도 예상을 깨고 5차전에서 끝내, 역대 정규시즌 최소 승수 월드시리즈 우승 팀이 됐다.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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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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