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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검도에 미쳤냐고? ‘뒤’가 깨끗하니까!”

66세에 검도 8단 ‘入神’ 이국노 (주)지주 회장

“왜 검도에 미쳤냐고? ‘뒤’가 깨끗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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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7단 딴 지 16년 만에 6전7기 승단
  • ● 30cm 자로 강도 목뼈 부러뜨려
  • ● 검도 단증은 전 세계에서 통하는 ‘마패’
“왜 검도에 미쳤냐고? ‘뒤’가 깨끗하니까!”
지난 10월 27일, ‘2013년 추계 정기 중앙심사’가 열린 충북 음성군 대한검도회 중앙연수원. 검도 8단 승단에 도전한 백발의 최고령 응시자가 죽도를 힘껏 쥐었다. ‘이번에도 떨어지면 검도계를 영영 떠나자’는 배수의 진을 치고 나선 길. ‘입신(入神)’으로 통하는 검도 8단 승단시험은 학과시험은 물론 본국검법과 진검교전을 치르고 대련을 통과해야 하는 험로의 연속이다.

백발 도전자는 이미 6차례 도전했다 낙방한 쓰라린 과거를 갖고 있다. 그는 마지막 관문인 대련에서 상대를 향해 반보(步) 먼저 내디뎠다. 이른바 ‘마중’을 나간 것. 상대는 마중 나온 그를 향해 몸통 찌르기 공격을 해왔다. 이때다 싶어 큰소리로 ‘머리!’를 외치며 정수리를 있는 힘껏 가격했다.

“만약 죽도가 아닌 진검으로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2분간의 대련에서 내가 더 많이 맞긴 했지만, 초반에 머리 공격을 성공시킨 것이 (승단에) 주효했다고 봐요.”

이국노(66) (주)지주 회장은 자신의 8단 승단심사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이 회장은 대한검도회 수석부회장이자 한국예도문화체육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주)지주 빌딩 입구에는 ‘축 입신’이라 적힌 커다란 화환이 그의 8단 승단을 축하하고 있었다.

“멀고도 험한 길을 돌아온 느낌입니다. 여러 번 떨어진 것도 억울하지만, 나이 먹고 승단시험에 나서다보니 몸을 자꾸 다쳐요. 그게 제일 답답했어요.”



이 회장이 오른손 손등을 보여줬다. 나이를 짐작게 하는 검버섯 사이로 손목에서 손등으로 멍 자국이 선명했다. 8단 승단시험에 7차례 응시하는 동안 손등과 발목을 다친 건 부지기수이고 갈비뼈에 금이 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조금만 더 하라”

▼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연세에 몸을 다쳐가며 계속 도전한 이유가 뭡니까.

“50년 전 죽도를 처음 잡은 이래 입신의 경지라는 8단 승단을 줄곧 목표로 삼았어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매일같이 수련했고요. 대련을 통과해야 하는 승단시험에 환갑을 훌쩍 넘긴 사람이 나선다는 게 무모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무도인으로서 8단은 꼭 이루고픈 목표였습니다.”

▼ 그야말로 6전7기였네요.

“서너 번 떨어지니까 주위 사람들이 ‘수석부회장을 계속 떨어뜨리는 대한검도회가 진짜다’고 하더군요. 다른 격투기 종목에선 나이 먹은 사람이 직접 대련하기 힘드니까 일정 기간이 되면 단수를 올려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데 검도는 달라요. 철저하게 대련을 거쳐 심사를 통과해야 승단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이 네 번째 도전에서 떨어졌을 때 이종림 대한검도협회장은 수석부회장인 그에게 “조금 부족하니 조금만 더 하라”고 독려했다.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고 생각하고 나선 다섯 번째 도전에서 이 회장은 또 떨어졌다.

“다섯 번째 떨어졌을 때는 하도 화가 나서 3주 진단서를 발급받아 관계자들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소용없더군요. 여섯 번째 도전에서 또 떨어졌어요. 결국 실력을 더 쌓는 수밖에 없겠다고 깨달았어요. 그날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운동을 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삭훈다’(‘삭이다’의 충청도 사투리)는 말이 있잖아요. 속으로 자꾸 삭여가며 운동했어요. 내공을 쌓는 과정이었죠.”

그의 8단 승단은 ‘집념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사무실 바로 옆에 검도 수련을 위한 간이 연습장을 마련해놓고 틈나는 대로 가서 죽도를 휘둘렀고, 혼자 연습하는 것만으론 부족하겠다 싶어 전국의 고수들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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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홍 기자 │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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