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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정복 인천시장 “‘비핵화’는 생존 문제, ‘달콤한 대화’로 풀어갈 일 아니다”

  •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유정복 인천시장 “‘비핵화’는 생존 문제, ‘달콤한 대화’로 풀어갈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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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여정은 新무기…南北회담은 철저한 韓美 공조 접근
    ●인천은 상륙작전,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겪은 ‘안보 도시’
    ●文 정부 정책 혼선은 ‘지지 기반’ 걱정 때문…“용기 가져야”
    ●3조7000억 부채 갚았는데 폄훼라니…
    ●‘서인부대’論…대한민국 ‘제2 도시’ 꿈꾸는 이유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의 얼굴이 환했다. 2년 반 전 인터뷰에서 비치던 답답한 표정은 더 이상 없었다. 2015년 6월 12일 유 시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가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부채가 워낙 많다 보니 ‘신발 바닥 타는 냄새가 날 정도’로 뛰어다니며 노력해도 표시가 안 난다”며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 영종·도화·검단 등 대형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초기 투자비용을 외부 차입금에 의존한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빠져들자 공사채를 발행해 ‘돌려막기’를 하면서 인천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신설도 부채 규모를 키웠다. 하루 이자만 12억 원이던 시절이었다. 당시 기자는 ‘신동아’ 7월호에 이렇게 썼다. 

‘(답답함을 토로하는 유 시장을 보며) 기자는 순간 당랑거철(螳螂拒轍)을 떠올렸다. 하루 이자 12억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통사정하고 매달리며 증액한 금액이라고 해야 인천시가 부담하는 1년 이자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부슬비가 흩날리는 흙길 위, 거대한 빚더미를 실은 수레를 막아선 사마귀는 날카로운 앞발로 위협하며 수레를 멈추려 한다. 그 답답한 심사야 공감하지만….’ 

1월 31일 인천시청에서 진행된 유 시장과의 인터뷰는 자연히 부채 얘기로 시작됐다. 2월 12일 추가 인터뷰를 했다.

‘빚더미 수레’ 막아선 사마귀

부채 감축에 성공했나. 



“3년 6개월 동안 정말 피나는 노력 끝에 지난해 말까지 3조 7461억 원의 빚을 갚았다. 채무비율도 21.9%로 떨어뜨려 재정 정상 단체가 됐다(웃음). 3조 7000억이라는 돈은 하루 4억 원씩 갚아도 100년이 걸리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 갑)은 최근 의정보고회에서 “지금 정도의 (인천시) 부채 감축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평소 정치권과 거리를 뒀지만 허위사실을 말하니까 두고 볼 수 없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인천시가 빚더미일 때는 이런 얘기를 안 하더니 부채가 엄청난 규모로 줄어드니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 같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전임 시장은 뭘 했나. 분명한 것은 전임 송영길 시장은 1조 8000억 원의 알토란 같은 인천 재산을 팔면서도 빚은 거꾸로 3조 7000억 원 늘려놓았다. 박 의원은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이다. 부끄러워해야 하는 거 아닌가. 2014년에 민선 6기 단체장에 취임해 보니 부채는 13조 2000여억 원이었고, 채무비율(39.9%)은 재정위기(채무비율 40%) 직전이었다. 곳간이 비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곳간 자체가 다 무너졌었다. 그런 부채를 갚았는데….” 

유 시장은 테이블에 놓인 냉수를 들이켰다. 뭔가 많은 생각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고교(제물포고) 후배인 박 의원이 서운해서인지 잠시 오른손으로 턱을 괴며 테이블을 내려다봤다. 

“이 일(부채 감축)도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 1만 4000여 공직자의 헌신이 있어 가능했다. 격려는 못할망정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생각하고 시민과 공직자의 노력을 폄훼해선 안 된다. 1조 원 이상 늘어난 교부세를 고작 500억 원 늘었다고 해서야…. SNS에 글을 올리니 조용해졌다.”

“돈 풀어 좋은 소리 듣고 싶었다”

거대한 빚더미 수레를 멈춰 세운 비법은 뭔가. 

“총무처와 내무부, (인천)서구청장, 안전행정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을 지낸 경험을 되살렸다. 어떻게 지방재정을 확보하고, 어떻게 탈루·은닉 세원을 찾아내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교부세와 관련해서는 30여 년 전 내가 총무처에서 근무할 때 시스템을 만들었으니까.”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보통교부세는 기준 재정수입액이 기준 재정수요액에 미달하는 지자체에 대해 그 부족분을 메워주는 거다. 쉽게 말해 인천시 ‘생활비’ 부족분을 충당해주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정에 노인이 있으면 병원비가 많이 들고 아이가 있다면 간식비도 써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노인 병원비와 아이 간식비를 요청하지 않았다. 성인 건강검진비와 식대만 요청하니 교부세가 적게 나온 측면이 있다. 이를 정확하게 반영해 국회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을 찾아 설명했고, 4년간 1조 8700억 원이 넘는 보통교부세를 확보했다. 여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국고보조금도 확보했고, 자동차 리스·렌트 회사 대표를 설득해 본사를 인천으로 유치하면서 1조 1500억 원의 세수(지방세)도 발굴했다. 낭비성·중복성 예산도 축소했다. 나도 각종 행사에 돈을 풀어 좋은 소리 듣고 싶었지만, 빚부터 줄였다. 그 결과 ‘부자 도시 인천’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내친김에 올해 초 ‘서인부대론’까지 들고 나왔다. 인천 정치권을 중심으로 ‘실체 논쟁’이 일고 있는데. 

“처음에 서인부대(서울-인천-부산-대구)라고 하니 많은 분이 ‘무슨 부대냐’고 되묻더라. 일상적으로 말하는 서울-부산-대구-인천 도시 순서는 행정편의적 건제순(建制順·먼저 설치된 것에서 뒤에 설치된 것으로 이르는 차례)이지 도시 등수 의미가 아니다. 실제 지표를 봐도 그렇다. 2016년 인천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80조 9000억 원으로 부산(81조 2000억 원)과 3000억 원 차이다. 1인당 GRDP는 인천(2782만 원)이 부산(2356만 원)보다 높다. 2016년 경제성장률도 인천 3.8%, 부산 1.7%여서 올해 인천이 제2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제2 도시라는 사실을 인천시민과 공유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서인부대 원년’을 말했다.”

미세먼지와 박원순 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치는 오직 국민 행복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치는 오직 국민 행복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이다. 지난 1월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인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이 논란이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기, 인천 및 대중교통 운송기관과 10차례 넘게 협의를 진행했지만 뜻을 모으기 어려웠다’며 수도권 단체장들의 비협조를 지적했는데. 

“그와 관련해 단 한 차례도 연락받은 게 없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광역 교통정책이나 수도권 규제 같은 공통 문제를 해결하자고 ‘수도권 행정협의회’ 개최를 수차례 제안했지만 서울시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 대중교통 무료화 뉴스가 나왔을 때 우리 담당 국장도 내용을 모르더라. 미세먼지 문제가 (서울) 시장이 생색낼 일인가. 오죽 답답했으면 내가 SNS에 ‘(박원순 시장은) 정치 좀 그만하고 일 좀 하자’고 썼을까. 인천은 중국발(發) 미세먼지와 황사 피해를 많이 겪는 지역인 만큼 오래전부터 대책을 세우고 실제 효과도 보고 있다.” 

어떤 대책인가. 

“인천에는 9개 발전소와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11개 산업단지, 항만이 있어 먼지 발생 요인이 많다. 따라서 사업장별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배출허용량 감축 대책을 세웠고, 지난해 1만 4500대 노후 경유차에 매연 저감장치를 장착했다. 올해 1만 8500대에도 장착한다. 어린이 통학 차량은 LPG 차량으로 전환을 지원하고, 초등학교와 노인정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면서 2015년 53㎍/㎥던 미세먼지 농도가 2016년 49㎍/㎥, 2017년 46㎍/㎥로 낮아졌다.” 

최근 지역일간지 여론조사를 보니 인천시민들은 최대 지역 현안으로 ‘인천발 KTX 건설’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이후 대책’을 꼽았다. 

“인천발 KTX는 지난 선거에서 나의 ‘1호 공약’이었다. 당초 정부안보다 100억 원 증액된 235억 원을 사업비로 확보해 올해 착공할 수 있게 됐다. 2021년 인천 송도역에서 출발하는 KTX가 개통하면 광주 1시간 50분, 부산 2시간 4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50년 가까이 산업화 대동맥 역할을 한 경인고속도로는 지역 단절을 유발하고 환경 피해를 야기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 협의를 통해 경인고속도로 인천구간(10.45km)을 넘겨받아 일반도로로 전환했고, 지난해 12월 1일 10개의 진출입로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2024년까지 가로공원과 실개천, 문화시설 등을 만들어 주거와 상업·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북한 참여는 좋은데….”

북한의 올림픽 참여로 평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한반도기 사용, 한미동맹 균열 우려 등으로 사회 갈등도 일었다. 

“가장 중요한 건 대한민국 안보와 한미동맹을 통한 국가체제 유지다. 정치가 앞서다 보니 ‘오버페이스’를 하고 국민 반감도 생긴다. 북한에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북한이 참여하는 건 좋은데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말이 나오는 거다. 국민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정부가 정치 논리를 앞세우면 국민 갈등은 커진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며 방북을 요청했다. 

“외신을 보니 ‘김여정은 북한의 새로운 무기’라고 하더라. 미국의 제재와 선제공격에 맞서 싸울 새 무기를 평창올림픽에 배치했다는 분석이었다. 남과 북의 대화나 평화는 분명 달콤한 얘기지만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정성을 갖고 정상회담을 하는 건 좋은데,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과거 정상회담과 상황이 다르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빠진 채 남북정상회담을 열면 오히려 남남갈등을 심화시키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자칫 미국에 대북 군사행동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철저한 한미 공조 속에 대북 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불안감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안보 문제는 정치의 장이 아니라 생존의 영역인 만큼 감성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 올림픽 이후가 걱정이다.” 

인천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을 겪은 터라 더욱…. 

“그렇다. 인천은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들었고, 연평도 포격과 연평해전 등 북한 도발을 겪은 만큼 다른 지역보다 안보의식이 철저하다. 그래서 지난해 1월 호국보훈의 도시로 선포한 거고. 이런 지역 정서를 감안해서라도 안보에 대해선 한 치의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 생존 문제를 달콤한 대화의 문제로 풀어갈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8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나도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대통령이 나라를 잘 운영해서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국정운영에 대해선 발언을 삼갔다. 앞서 ‘올림픽 논란’도 그렇지만 최저임금제 문제나 암호화폐 정책, 강남 집값 문제, 방과 후 영어학습 금지 논란 같은 ‘정책 혼선’을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정책 혼선은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목적지를 정하면 ‘안전 위주’인 행정 관료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 따라서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결정하되 문제의 본질을 이해한 뒤 결정해야 하고, 이때는 용기와 능력이 수반돼야 한다.” 

용기라면…. 

“정치인은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 말은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내심 자신의 지지 기반이 무너질까를 걱정한다. 이런 걱정을 이겨낼 용기와 능력이 없다면 정책 혼선을 빚는다. 정당이나 진영, 이념의 논리는 다 던져버려야 한다. 현장을 면밀히 살피면서 오로지 국민 행복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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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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