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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는 없다 다만 나와 다를 뿐”

관전 · 노출 테마클럽 운영자 예시카

“변태는 없다 다만 나와 다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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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이의 성행위를 지켜보는 ‘관전(관음)’과 자신의 성행위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는 ‘노출’을 사람들은 흔히 ‘변태’라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성적 취향’일 뿐이라는 옹호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관전’과 ‘노출’ 성향은 누구에게나 내재한다는 거다. 관전·노출 테마클럽에서 그 실체를 관찰했다.
10월 9일 밤 11시. 사흘 연휴의 첫날이라선지 서울 강남조차 한적했다. 클럽예시카 운영자 예시카(가명)가 알려준 주소대로 찾아간 곳은 논현동의 한 골목길 ○층 건물. 전화를 걸자 굳게 닫힌 입구가 ‘덜컹’ 열렸다. 안에서 열어주기 전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종업원이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대학생처럼 어려 보이는데 “졸업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다시 초인종을 눌러야 열리는 문이 나왔다. 클럽예시카 입장 절차는 이렇게 복잡했다.

자주성, 자유성, 자기결정권

처음 취재 제안을 했을 때 예시카는 거절했다. 신문, 잡지, 방송은 물론 독립영화 감독까지 취재 요청이 이어졌지만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곳이 알려지는 걸 회원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그저 조용히 그들만의 세계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리라.

▼ 클럽예시카는 어떤 곳인가.



“회원 간의 암묵적 동의 아래 커플이 안심하고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는 곳이다.”

▼ 성행위도 이뤄지나.

“자유다. 자기 성의 자주성, 자유성,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지 않고, 타인 성의 자주성, 자유성,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 아무나 입장할 수 있나.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된다. 회원 가입 신청을 하고, 아이디를 문자로 보내줘야 입장할 수 있다.”

▼ 회원은 얼마나 되나.

“정확히 세어본 적은 없다. 새로 만든 인터넷 사이트는 관리를 잘 안 해 몇천 명 수준이고, 카톡 회원은 1만 명이 넘으니까 자꾸 랙이 걸려 그 이하로 관리한다. 전화번호로 관리하는 회원은 그보다 훨씬 많다. 알음알음 연락해온 사람들이다.”

▼ 입장 정원 제한이 있나.

“커플을 우선해서 받는다. 싱글은 하루 한두 명, 많아야 4명까지 받는다. 싱글이 너무 많으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생긴다. 여긴 커플 중심이다.”

▼ 비용은.

“싱글은 25만 원부터, 커플은 17만 원부터다. 커플은 사전 예약하면 6만 원 할인돼 실제로는 11만 원부터다. 술 종류에 따라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변태는 없다 다만 나와 다를 뿐”
“술도 마시고 성욕도 풀고”

클럽 입구 왼쪽으로 화장실이 있다. 간단히 씻을 수 있는 시설도 있다. 남자 소변기 위에 여성 속옷 여러 개가 예쁘게 걸려 있다. “여성 손님이 벗어놓은 걸 인테리어 삼아 걸어놓은 것”이란다. 처음엔 걸어두면 가져가는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러는 손님도 없단다.

클럽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실내가 여느 카페나 술집보다 어두웠다. 그렇다고 아주 어두운 건 아니다. 사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만, 디테일하게 보이지는 않는 정도.

긴 바 테이블이 있고, 그 앞에 의자가 여러 개 놓였다. 바 뒤로 홀이 보인다. 테이블과 가죽소파들이 사각형 모양으로 여러 개 놓여 있다. 커다란 베드서퍼도 눈에 띈다. 바와 홀 사이에 커튼이 있지만 공간을 구분하는 기능을 할 뿐, 안이 다 들여다보였다. 룸은 전체적으로 탁 트였다. 테이블마다 각티슈와 물티슈가 놓여 있다.

바 끝에서 한 여성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종업원이 그 여성 옆자리를 권했다. 40대 후반쯤 돼보였다. 의상이며 스타일이 웬만한 지위의 커리어우먼 느낌이었다. 두리번거리는 내게 “처음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처음엔 문화충격이 클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이곳 출입한 지 6개월쯤 됐다”며 자신을 ‘미세스 김’이라고 소개했다.

“돌싱이다. 남자친구가 있을 땐 이곳을 찾지 않지만, 혼자일 땐 한두 주에 한 번씩 온다. 여자 혼자 편하게 갈 수 있는 술집이 드물지 않나. 여긴 주위 신경 안 쓰고 술 마실 수 있어 좋고, 또 때론 성욕을 풀 수도 있어 좋다(웃음). 이렇게 술 먹고 이야기만 하다 갈 때도 있고, 서로 마음이 맞으면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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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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