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단독 인터뷰 “탄핵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 글: 송국건 영남일보 정치부 기자 song@ns.yeongnam.co.kr

    입력2004-04-27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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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은 한나라당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 싸우지 않는 정치로 ‘국회 업그레이드’ 하겠다
    • 필요하면 다른 야당과 정책공조 할 것
    • 하루에 28개 지역구 순회하기도
    • 6월 대표경선 출마, 당원 뜻에 따르겠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단독 인터뷰 “탄핵이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벼랑 끝에 서 있던 한나라당이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된 것이 3월23일 박근혜 대표체제가 출범한 직후부터 불어닥친 ‘박풍(朴風)’ 덕택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 맞춰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훼’ 발언에 의한 ‘노풍(老風)’까지 가세해 한나라당은 총선 목표인 개헌저지선을 돌파, 121석을 획득하는 선전을 펼칠 수 있었다.

    박 대표 취임 이전까지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 이미지에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역풍, 당내 분란까지 겹쳐 사실상 지리멸렬한 상태였다. 박 대표체제 출범 이후 선거 당일날까지도 그 후유증으로 당의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공천심사위 결정 존중”

    박근혜 바람이 미풍이었다가 점차 강풍으로 바뀐 이유에 대해 그의 한 측근은 이렇게 설명했다. “박 대표가 그 동안 각종 선거에서 지원유세를 많이 벌였지만 이번처럼 원내 1당의 최고 리더 자격으로 언론매체에 노출된 적은 거의 없었다. 국민들이 처음에는 정형화된 박근혜, 즉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 정도로만 생각하다가 차츰 박 대표의 개혁성과 진정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전의 인기가 단순히 인지도와 향수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당대표로서 정치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것이다. 박 대표도 자신이 혼자 이끌다시피 한 선거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수렁에서 건졌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한나라당이나 박 대표 입장에서 이번 총선 결과가 객관적으로 썩 좋은 것은 아니다.



    박 대표와의 단독 인터뷰는 선거 다음날인 4월16일 아침 이뤄졌다. 선거 직전에도 한 차례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감사하죠. 국민들이 한나라당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많이 느꼈습니다. 신뢰받을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데 온힘을 쏟겠습니다.”

    -부패한 이미지의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국민들에게 약속드린 대로 상생의 정치를 펴서 나라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려고 합니다. 한나라당이 서민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정책정당으로 기능하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여권은 총선 전에 ‘국회의 권력 이동’을 주장했습니다. 정권 교체는 이루었지만 의회권력은 여전히 기득권층에 있어 이마저도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만.

    “한나라당이 잘못은 많이 했지만 그나마 없었다면 이 나라 국회가 어떻게 됐겠습니까. 여당은 권익과 권리만 주장하며 막상 국익을 위한 결정적인 순간에는 뒤로 빠졌습니다. 책임은 한나라당에 넘겼습니다. 이라크 파병안, 한·칠레 FTA 비준안 등에서도 국익을 외면할 수 없어 욕먹을 줄 알면서도 한나라당은 앞장섰던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국제적인 고아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겁니다.

    급진적 모험주의로 가고, 편가르기를 하는 세력이 권력을 잡았으면 합리적 안정세력이 반대편에서 균형을 맞추고 견제를 해야 합니다.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통령도 국민의 대표지만 국회도 국민의 대표입니다. 대통령이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을 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청와대에 직접 가서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 국회가 대신하는 것입니다.”

    -대표에 취임하기 전 이미 지역구 공천이 모두 마무리된 상태였는데, 혹시 일부 지역의 경우 공천이 잘못됐기 때문에 당선자가 적다는 생각은 안했습니까.

    “지역구 공천에는 제가 전혀 손을 못 댄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공천심사위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한나라당이 영남권에서 압승을 거둔 반면, 호남에서 전멸해 다시 ‘지역당’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다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주어진 상황에서 더 노력해서 (지역주의를) 해소해야지요.”

    -총선 결과 야당통합 등의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정부가 잘못한 것을 바로잡는 일이 급선무라고 봅니다.”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을 견제하기 위해선 다른 야당과의 사안별 연대나 정책공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그렇지요. 국익을 위해,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책공조를 하겠습니다.”

    그러나 박 대표의 한나라당호 선장으로서의 임기는 한시적이다. 한나라당은 오는 6월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뽑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정치행보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6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 대표의 성격과 화법으로 볼 때 적극적인 부인이 아닌 것은 긍정으로 받아들여도 무관하다.

    -선거과정에서 ‘생산의 정치’를 줄곧 강조했습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천천히 생각해보겠습니다. 일할 수 있는 데서 일해야겠지요.”

    -6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직에 다시 도전할 생각은 있습니까.

    “그런 것은 당원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선거가 막 끝난 상황이라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당이 잘 되는 쪽으로 해야지요.”

    -항간에서는 당분간 숨고르기를 하고 다음 대선에 대비할 것이란 분석이 있던데요.

    “천천히 생각해보겠습니다.”

    -박 대표 지지자들의 기대는 야당의 대표에 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향후 정치적 목표는 무엇입니까.

    “정치를 하면서 꼭 저 자리로 가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나라가 편하고, 희망과 발전과 성장을 보여주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게 소원입니다. 그 과정에서 역할이 있으면 열심히 하고, 또 중책을 맡으면 더 큰 일도 해야지요. 그렇지만 자리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지금은 여전히 당이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원내에서 야당 역할을 잘할 것인가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는 항상 자리를 탐하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를 차기 대권주자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정부의 한 국장급 관료는 박 대표가 ‘빌더(builder)’로서의 리더십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박 대표는 정치인 중에서도 몇 안 되는 실용주의자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정치게임에만 몰두하는 데 비해 박 대표는 국민을 먹여살리고 나라를 일으켜야겠다는 신념으로 뭉쳐 있는 것 같다. 그의 말과 행동을 꼼꼼히 살펴보면 대개 진심으로 내린 결론이다. 그런 신념은 아마도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곁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민생을 위한 ‘母性정치’

    박 대표는 17대 총선 기간 동안 ‘모성(母性) 정치’를 화두로 내세웠다. 그가 생각하는 모성 정치의 요체는 “어머니는 자식이 열이라도 굶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성(父性) 정치’가 권력투쟁에 몰입하는 정치라면 모성 정치는 백성들을 먹여살리는 실용정치라는 의미다.

    -모성 정치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본다면….

    “여성들은 본질적으로 멱살 잡고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대화와 타협, 조화로써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은 또 부드러운 반면 강인함도 갖고 있지 않습니까. 어머니는 자애롭고 따뜻하고 사랑도 갖고 있지만 다른 한편 강인합니다. 아무리 연약한 어머니라도 남편이 죽고나서 가정을 책임지게 되면 10명의 자식이라도 굶기지 않고 다 공부시킵니다.”

    -정치권에서 그 동안 해온 관행이 있는데, 하루 아침에 민생정치, 실용정치로 바뀔 수 있겠습니까.

    “사실 그 동안 우리 정치는 정쟁만을 일삼아왔습니다. 서로 헐뜯기만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싸우다 보면 국민을 위한 일은 절대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경이 모두 그것에 가 버리게 되면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고 불안과 고통을 살핀다는 것은 거짓말이 돼버립니다. 우리 정치문화를 한 단계 높여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해야 합니다. 건설적인 비판, 생산적 협력, 정책 대결을 해야 합니다. 정치개혁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많은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까. 싸우지 않는 정치로 국회 문화를 업그레이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을 위한 민생정치, 실용정치는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민생정치, 실용정치는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라고 생각합니까.

    “한마디로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 뭐가 필요한지 알고 챙기는 정치입니다. 불량식품 유통문제의 경우도 그런 범법행위가 나오지 않도록 강한 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흉악범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문제를 적극 챙기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통령 4년 중임제, 또는 내각제 개헌과 관련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대통령 중임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물론 최선의 제도라고는 할 수 없지만 5년 단임제의 폐해를 너무 많이 봐왔지 않습니까. 초반 1년 동안 준비하느라 허송하고 1년이나 1년반 동안 레임덕에 걸리다 보면 실제로는 2년반 내지 3년만 제대로 일하게 됩니다. 국가가 세계와 경쟁하려면 1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이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안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국가경쟁력을 잃게 되면 결국 국민만 손해를 보게 됩니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바뀌어 외교나 대북관계, 과학기술 정책 등이 많이 바뀌게 됩니다. 중임제에선 대통령이 믿음직하다고 판단될 때 한번 더 기회를 주면 됩니다. 아니다 싶으면 다시 뽑으면 되고요.

    내각제는 좋은 제도이지만 의회(의원)가 장관을 겸임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의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또 지역간 골이 고착화되고, 계파정치가 심해질 위험성도 있습니다.”

    박 대표는 지난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당시 박 대표와 김 위원장은 “아버지들이 7·4 공동성명 등을 이끌어내면서도 미처 못 다한 남북간 화해협력을 우리 2세들이 이뤄보자”고 다짐했다.

    -남북 문제 해결을 위한 정당 차원의 대북 교류는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당대표 자격으로 다시 방북할 용의는 없습니까.

    “여야를 초월해서 한나라당도 대북 문제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방북 문제는 아직 구체적으로 진전된 것이 없습니다.”

    박근혜 대표를 말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얼굴을 보고 손을 잡아보기 위해 유세장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대개 그에게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체취를 느끼고, 육영수 여사의 모습을 찾아보고 싶어한다. 반면, 그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역시 공격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선친이라는 자산과 부채

    박 대표는 1997년 말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진영의 고문 자격으로 정치권에 등장한 뒤 이 두 가지 상반된 평가와 분위기에 때로는 고무되고, 때로는 낙담해왔다. 정치 입문 초기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잘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때는 그때의 시대적 상황이 있고, 지금은 지금의 시대적 논리가 있다. 오늘의 시대적 잣대로 그때를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박 대통령 비판자들에게 맞섰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성숙해지면서 그는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이 갚아야 할 ‘부채’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대표를 맡아 책임감을 안게 된 이후에는 “선친이 자산이기도 하고 부채이기도 하다”는 말을 곧잘 한다.

    -구체적으로 자산은 무엇이고 부채는 무엇입니까.

    “자산은 아버지 곁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입니다. 국가관, 사심 없는 정치, 철두철미한 자세, 세계를 보는 눈, 안보관 등등이 그런 것들이지요. 정치를 하면서 ‘후광(後光)’이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선친이) 그만큼 잘했으니 후광이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그 시절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저한테도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니 이것은 제가 혜택을 입는 것이지요.

    부채는 기대가 있는 만큼 더 잘해야 된다는 마음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잘해야 하고 기대에 맞게 해야 된다는 것이 마음의 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느 시절이나 잘잘못은 있게 마련입니다. 부정적인 것은 고치고 잘한 것은 계승하면 됩니다. 그 시절 잘못된 것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그런 것이 부채라고 볼 수 있지요.”

    국민 60%가 반대하는 줄 알면서도…

    박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진가를 발휘하게 된 배경에는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자리잡고 있다. 탄핵역풍으로 당이 어려워졌고 때 맞춰 박 대표가 전면에 등장했다. 특히 박 대표는 탄핵안을 처리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열린우리당의 선거운동에 활용되기도 했다.

    -만일 당시에 당대표로 있었더라도 탄핵안 처리를 강행했겠습니까.

    “그 상황에서 제가 지도부의 한사람이었다는 가정하에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당시에도 (탄핵이) 최선의 선택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어떻게든 탄핵까지 가지 않으려고 라디오 출연 등을 통해 대통령에게 호소했습니다.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 해달라, 그것이 나라를 평온하게 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다시피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국회의장이 제안한 4당 대표회담도 무시했습니다. 그러고는 기자회견에서 뭐라고 했습니까.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하고, 경제파탄 책임을 회피하고, 친인척 비리도 감쌌습니다.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선관위에서) 위법으로 판결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법을 어긴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고 국법을 수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법치를 우습게 아는 것입니다. 이것은 굉장히 무서운 일입니다. 법치를 인정하지 않고 뿌리를 흔드는 자세입니다. 상황이 그렇게 몰려갔지요.

    대통령의 사과가 나라를 위한 길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상당히 당혹스럽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국민의 60% 이상이 탄핵에 반대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고민 끝에 소신을 갖고 나라를 생각하는 길을 택한 것입니다.”

    17대 총선에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13일 동안 박 대표는 전국 163개 지역구를 돌았다고 한다. 하루 평균 13개꼴이다. 특히 막판에는 후보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하루에 수도권 28개 선거구를 순회하는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성과는 지금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러나 박 대표 입장에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두 차례나 대선에서 실패하고도 원내 1당의 위치는 빼앗기지 않았다가 이번에 ‘진짜 야당’이 된 한나라당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하는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 대표를 잘 아는 정치권 인사는 “항공모함이 움직이려면 구축함도 있어야 하고, 순양함도 필요하다”는 말로 박 대표의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파벌을 만들지 않고,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성격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각광을 받을지 몰라도 정치권에선 우군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또 “‘박근혜 효과’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 당선된 사람들이 계속 박근혜 대표에게 호의적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용병술을 구사할 줄 모르는 게 박 대표의 단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박 대표의 한계로 ‘원리원칙’에 매달리는 성격을 꼽았다. 그는 특히 “박 대표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당의 개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않자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다가 결국 현실을 절감하고 복당한 경험이 있지 않느냐”고 상기시켰다. 당시 박 대표는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열차 안에서 내가 아무리 부산 쪽으로 달려봤자 결국 몸은 서울에 와 있더라”며 현실론을 피력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조금 썰렁한 농담에도 얼굴을 환하게 펴고 웃을 줄 안다. 그런 그가 일전에 나름대로 재미 있는 이야기라며 한 말이 있다. “정치인에게는 여섯가지 ‘쌍기역(ㄲ)’이 있어야 한다더군요. ‘꾀’ ‘꾼’ ‘깡’ ‘끼’ ‘꼴’ ‘꿈’이 그거라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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