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호

‘박혁규 의원 비리’ 검찰 제보한 건설업자

“특혜의혹 규모 1조원대… 한나라당 핵심인사들 연루”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2-22 18: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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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박혁규 의원과 김용규 광주시장 뇌물수수 사건이 포함된 경기도 광주시 인허가 비리의혹의 핵심 내용을 검찰에 제보한 건설업자 Q씨. 그는 “의혹 사업의 규모는 수천억~1조원 단위다. 추가적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으며 그 중 일부는 한나라당 상층부를 향해 있다”고 주장했다.
    ‘박혁규 의원 비리’ 검찰 제보한 건설업자

    팔당상수원(사진 위) 보호를 위해 시행된 ‘오염총량제’가 경기 광주 부동산을 둘러싼 각종 투기의혹, 비리의혹을 낳고 있다.

    사안의발단이 된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김용규 광주시장 구속 건부터 들여다보자. 먼저 ‘신동아’가 입수한 구속영장을 근거로 박 의원과 김 시장의 혐의를 간추려 봤다.

    박 의원은 16, 17대 경기도 광주지역 국회의원으로서, 평소 알고 지내던 K씨로부터 ‘광주시 오포읍 일대 아파트단지(공동주택) 조성 사업의 승인을 받는 데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2년 5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0회에 걸쳐 현금 8억원을 받은 혐의다.

    K씨가 이 아파트단지 사업을 추진하려면 ‘단독주택사업용지’로 돼 있는 해당 땅을 ‘공동주택사업용지’로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광주시가 도입하려는 오염총량제와 관련, 광주시의 협조를 얻어 충분한 오염물량을 확보해야 했다. 바로 이 오염총량제가 광주지역 특혜성 인허가 비리 의혹의 ‘뇌관’이 된다.

    이런 인허가 문제와 관련, 김용규 시장은 2002년 11월경 편의를 봐달라는 K씨에게 “내가 선거 때문에 빚이 10억원 정도 있는데 도와달라”는 취지로 말했으며, 같은 날로부터 2003년 7월까지 4회에 걸쳐 5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영장에는 기록돼 있다.

    시의원인 최모씨는 시의회를 잘 무마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K씨로부터 1억2600만원 상당의 BMW승용차 1대를 받았으며, 토지거래에서 26억5600만원 상당의 부당한 시세차익을 받기로 K씨와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과는 별개지만 광주시 공무원들도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있다. 지난해 12월15일엔 허위 설계도면을 근거로 개발행위 허가를 내준 전 광주시 도시과장이 구속됐다. 12월6일엔 허위검수조서를 작성한 공무원 2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김용규 시장 전임인 박종진 전 군수도 2003년 7월 뇌물수수로 구속된 바 있다. 광주시 공무원들 중 일부는 광주시내 개발예정지 인근 부동산 투기로 상당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씨의 330억 사용 ‘리스트’

    광주시에선 이처럼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공무원이 개발업자와 결탁돼 거대한 비리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광주는 서울에 인접한 수도권 핵심에 위치해 있지만 그 동안 각종 환경관련 규제로 개발이 미뤄져 오다 최근 개발 붐이 일면서 특혜성 인허가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지역토착비리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정·재계의 핵심 인사들이 연루돼 파문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수사에 착수한 주체가 관할 지방검찰이 아닌 대검 중수부인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환경부는 오염총량제 실시를 앞두고 광주시에 대해서만 2000년부터 아파트 개발 사업을 동결시켰다. 그러다 2004년 7월부터 8000가구를 신축할 수 있도록 하자 2만 가구 이상의 신축허가가 몰리면서 광주에서 아파트 건설 인허가를 둘러싼 비리의혹이 제기됐다.

    아파트 건설 인허가 경쟁이 과열되는 과정에서 업자들이 검찰에 제보를 하는 바람에 박혁규 의원 구속사건 등 광주시의 각종 의혹이 불거지게 됐다는 얘기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업자들이 검찰에 제보를 했으나 수사가 빨리 진행되지 않자 대검 관계자에게 다시 제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자들 중 일부는 관계요로에 진정을 넣기도 했다. 이들 제보자 중 한 업자를 그의 자택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구속된 광주시장과도 친분이 있다”는 그는 “아파트 인허가비리 의혹 사건이 일부 터지기는 했지만, 광주시가 관여하고 있는 다른 사업들도 의문투성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검찰 관계자를 만나 광주시의 인허가 의혹들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가.

    “일부 검찰 관계자들에게 들려줬다.”

    -이번 아파트 인허가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깊숙히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알려지지 않은 내막을 들려달라.

    “박혁규 의원과 김용규 시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K씨는 평소엔 ‘박OO’이란 가명을 쓰고 다녔다. K씨 역시 자민련 위원장을 역임한 정치인 출신으로, 박 의원과는 S대 법대 동문이어서 평소 친하게 지냈다. 검사들과도 친분이 있어 ‘끄떡없다’는 얘기도 나왔다. K씨는 문제의 오포읍 땅 1만8000평을 24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아는데, 부지를 9개로 나눠 각기 다른 건설사가 아파트단지 시행을 맡는 방식으로 개발하려 했다. 그렇게 해야 허가받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9개 부지를 합쳐 총 1800세대가 들어선다고 하니 상당한 규모다. 그 중 한 건설사는 박 의원의 친척이 관여하는 것으로 안다. 개인택시조합원이 이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등 이번에 사건이 터지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K씨는 이 사업에 서울 모 건설사를 끌어들여 H은행에서 330억원 정도의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K씨가 330억원을 사용한 내역이 쟁점이 되겠다. 말하자면 ‘리스트’ 같은….

    “그렇다. 실제로 이 아파트단지는 아직 사업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다. 말하자면 현재로선 ‘성공하지 못한 로비’인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K씨가 박 의원과 김 시장에게 각각 8억원과 5억원을 주었다고 하니, 이것만 해도 13억원이다. K씨가 돈을 얼마나,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K씨만이 알겠지만.”

    오염물 총량제가 ‘뇌관’

    이 건설업자는 “광주시에서 진행중인 개발사업과 관련된 의문들은 모두 ‘오염총량제’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오염총량제와 광주시의 개발사업이 얼마나 긴밀히 연관되며 이 과정에서 왜 의문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광주시는 ‘환경정책기본법’ 상의 ‘팔당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의 건축물 제한 적용을 받는 등 6~7개의 엄격한 개발제한 규제가 중복돼 있다. 그런데 1999년 1월 ‘한강수계 상수원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한강법)’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돼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다음은 한강법의 핵심 조항인 9조와 8조의 내용.

    ‘오염총량관리계획을 수립, 시행하는 시, 군에 대하여는 환경정책기본법 및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정에 의한 행위제한의 일부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 시장군수가 오염총량관리계획을 수립, 시행하고자 할 때는 ‘지역개발계획’의 구체적 내용, 지역 안에서 발생하는 오염부하량 총량 및 연차적 삭감계획을 포함하여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한강법에 의한 오염총량제는 해당 지역 자치단체에서 배출되는 오염량 총량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개발 규모를 제한하되, 오염량 총량 내에서 개발되는 사업(지역개발사업)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행위제한에서 면제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경기도 광주시는 2003년 12월24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강법에 의한 오염총량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광주시는 23개 ‘지역개발사업’ 내역을 정해 2004년 7월5일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았다. 23개 사업은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이에 대해 Q씨는 “오염물 총량제는 지역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서 동시에 환경도 보존한다는 취지이긴 하지만 실제 시행과정에서 상당한 특혜의혹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개발사업에 포함된 소수의 사업시행자들은 규제가 많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내 땅에서 마음대로 수익사업을 개발할 수 있게 돼 지가상승 등 엄청난 이익을 누리게 됐다는 것. 반면 지역개발사업에 들어가지 못한 대다수 업자들이나 주민들은 오염총량제의 제한을 받아 재산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이와 관련,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은 “광주시의 23개 지역개발사업은 총 130만평인데, 이중 곤지암 리조트 스키장(39만9000평), 곤지암 문화단지(39만4000평), 한국물류센터(8만1000평) 등 3개의 대규모 민간개발사업이 87만4000평으로, 지역개발사업 전체면적의 67.2%를 차지한다”며 특정업체 특혜의혹을 지적했다.

    더구나 오염총량제 사업을 주도하는 김용규 시장과 박혁규 의원이 총량제 운영과정에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으니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박 의원과 김 시장은 앞서 설명대로 오염총량제에 따라 8000세대로 제한된 오염배출량 중 일부를 할당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아파트업자로부터 13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Q씨는 “실제로 23개 지역개발사업에 선정된 모 사업에서도 부정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해당 사업체 대표를 수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평당 수만원대에서 수백만원대로

    그는 “광주시는 규제가 너무 많아 평당 수만원대에 불과한 땅이 많다. 그런데 23개 지역개발사업에 포함되거나, 8000세대로 제한된 아파트단지 쿼터를 받게 되면 땅값은 평당 수백만원으로 뛰어 100배 이상 오를 수도 있다. 이렇게 엄청난 부동산 시세 차익이 발생하는 등 오염총량제에 따른 특혜 규모는 1조원 이상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23개 지역개발사업 중 ‘한국물류센터’ 조성 사업은 경기도와 광주시가 함께 추진, 허가를 내준 경우다. 이 사업은 1999년 민간업자가 경기도에 사업신청을 하면서 착수됐다. 그러나 경기도는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자리가 ‘팔당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의 하수처리구역 외 지역이라는 이유로 사업신청을 반려했다.

    2002년 한국물류센터 측은 다시 물류센터 지정을 요청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2003년 7월 광주시가 한국물류센터를 23개 지역개발사업의 하나로 포함시키면서 한국물류센터는 사업허가의 길이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Q씨는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김용규 광주시장을 만났을 때, 김 시장은 ‘한나라당 핵심 인사의 측근이 내게 전화를 해와 한국물류센터가 23개 지역개발사업에 지정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그렇게 해줬다’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Q씨가 지칭한 한나라당 핵심 인사의 측근은 “김용규 시장을 알지도 못하는 사이이며, 그런 요청을 한 일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용규 시장은 한나라당 광주지구당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3선 도의원 출신인 박혁규 의원은 자신의 도의원 자리를 김용규 시장에게 물려주는 등 김 시장과는 상당한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 일부 핵심 인사들과도 막역한 관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박 의원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일부 시민단체에 의해 낙천 대상에 오르기도 했으나 공천을 받아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이 건설업자는 “광주시의 지역개발사업 및 아파트 인허가와 관련된 의문들이 한나라당을 향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박 의원, 김 시장 등이 주최한 자리에 한나라당 일부 핵심인사가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고 했다. 건설업자가 말한, 이 자리가 열렸다는 식당 주인은 “그 문제 때문에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등 상당한 고초를 겪었다. 박혁규 의원과 관련된 일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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