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등반 때는 동료였던 계명대 산악부 박무택 대장의 시신과 마주쳤고, 오씨 역시 하산길에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죽음 직전에 이르기도 했다. 이처럼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곳에 왜 가냐고 묻자 오씨는 “산은 내 삶 자체”라며 “왜 산에 오르냐고 묻는 것은 왜 사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북한산 인수봉에서 암벽등반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산악인의 꿈을 키운 그는 1985년 대학 입학 후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산과 인연을 맺었다. “세계 각지의 이름난 고산들을 다녀봤지만, 한국의 산만큼 아름다운 곳도 없어요. 아기자기하게 어우러진 나무와 바위, 시내는 우리 산에서만 볼 수 있죠. 며칠 전 금강산에 다녀왔는데, 오르면 오를수록 산 전체에서 여성적인 아리따움이 풍겨나와 정감을 주더군요.”
오씨는 앞으로 여성으로만 팀을 꾸려 낮은 산부터 8000m대 고산까지 단계적으로 등반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 산악인의 선구자로서 여성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내 역할이 아니겠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