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0일 ‘문화유산국민신탁’ 창립총회에서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유영구(榮九·61) 명지학원 이사장의 말이다. 유 이사장은 한국에 관한 옛 서양서적을 수집하는 ‘명지대·LG연암문고’를 만들어 한국학 연구의 보고(寶庫)로 키워낸 주인공. 지난 10여 년간 세계 200여 곳의 고서점을 뒤지며 자료를 수집해온 그는 독도 문제 등에서 긴요한 증거자료로 활용되는 고지도 마니아이기도 하다.
‘개발과 도시화의 부작용으로 사라지고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보전가치가 있는 유산을 소유한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기증받아 대신 관리하는 것이 주임무다. 문화유산이 국민 모두의 것으로 보전돼 후세에 전해지도록 한다는 것. 이는 유럽에서 활발한 시민운동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와 맥을 같이한다.
“영국은 100년 전에 국민신탁법을 만들어 내셔널 트러스트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중요 문화유산은 국가가 문화재로 관리하는데 그런 운동이 왜 필요하냐’고 묻지만, 정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사라지는 유산도 적지 않은 실정이거든요.”
그는 또 “문화유산 보전의 책임을 소유자에게만 떠넘기면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해진다”며 “그 짐을 함께 짊어지는 것이 문화유산국민신탁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문화유산을 신탁한 사람은 소유권은 없지만 점유권이나 이용권은 그대로 행사하거나 상속할 수 있고,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뜻있는 문화유산 소유자라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습니다. 소유자가 아니라 해도 취지에 동의하는 국민은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고요. 그러한 참여를 통해 잃어버린 공동체 정신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