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를 꿈꾸던 소녀에서 법학도로, 그리고 다시 공연기획자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이 여인, 만나보니 책날개에 실린 작은 사진 속 모습보다 훨씬 가녀리고, 젊고, 밝다. 현재 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인 강씨는 부모의 뜻에 따라 법대에 들어가 사법고시 1차에 합격했지만,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 미련 없이 접고 다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근무할 때 ‘원전악기시리즈’ ‘라이징스타시리즈’ ‘현대음악시리즈’ 등을 기획하고,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같은 정상급 연주단체의 내한공연 섭외 및 실무 진행을 담당했다.
그가 최근 펴낸 ‘계약에서 공연장까지’는 그간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우친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것이다. 세계 유수한 오케스트라와 계약한 경험을 국제계약의 조항들과 엮어 살펴보고, 공연계약의 특수성과 영미법은 물론 영문 계약서 작성 요령까지 꼼꼼하게 정리해놓았다.
“이론서도 아니고, 매뉴얼도 아니고, 굳이 말하면 실무방법론이죠.”
공연계에 와서 ‘법’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최근 뒤늦게 서울대 법대 대학원 과정을 마친 그는 자신의 무모한 도전이 공연 기획 실무자는 물론 예술경영 전공자들을 자극해 더 좋은 책이 쏟아져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