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전국 단체장 중 가장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김관용 경북지사. 그는 스스로를 ‘주식회사 경북 사장’이라 칭하며 “이윤과 실리가 없으면 지자체의 존재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에겐 ‘경북 방문의 해’ ‘문화엑스포’는 물론 이주여성의 인권 문제조차 비즈니스의 대상이다. ‘경북’이라는 브랜드를 ‘지갑을 여는 자석’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지자체 살리기 비책.
다음날인 10일 오후 경북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만난 그에게 언론인들로부터 지방자치 잘한다고 최고상을 받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취임 후 받은 첫 상인데다 언론인들이 주는 상이라 더욱 기분이 좋다”라는 의례적인 말이 나오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김 지사는 “서울시내 곳곳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는데, 한국 지방자치의 꽃은 과연 피고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 3월 말 서울광장에서 열린 ‘경북관광홍보열차 발차식’ 때도 김 지사의 이렇듯 ‘깊은 고뇌’가 읽혔다. 이 행사는 ‘2007년 경북 방문의 해’ 홍보를 특색 있게 하기 위해 경북도가 고심 끝에 만든 작품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민과 경북 출신 국회의원 등 5000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에서 그는 홍보맨으로 나섰다. 수도권 2400만 주민의 발길을 경북으로 향하도록 하기 위해 직접 관광홍보열차에 올라 “경북은 보고 즐길 게 많은 고장입니다. 어서 오이소”라고 호소했다. 애타는 호객행위였다.
경북도는 지방자치단체 중 면적이 가장 넓다(1만9025㎢, 국토의 19%). 서울시 면적의 31배에 달한다. 문화재의 20%가 경북에 있을 만큼 문화관광 기반도 탄탄하다. 경북도는 경북 방문의 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청 홈페이지에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경북을 대표하는 주민으로서 김 지사는 겉으로는 연신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마음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예로부터 ‘경북’ 하면 따라다니던 ‘웅도(雄道)’라는 표현이 과연 명실상부한 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지자체도 망할 수 있다”
▼ ‘경북 브랜드’에 대한 서울시민의 반응이 어떻습니까.
“서울지하철 1호선 10량을 6월말까지 통째로 빌려 경북 홍보물로 도배하다시피 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달리 보면 경북이라는 브랜드가 그만큼 희미해졌다는 얘기지요. 1980년대까지 경주를 비롯해 경북은 전국 최고의 관광지 아니었습니가. 지금은 관광시장이 해외로 급속히 팽창하는데다 지자체들 간의 관광객 유치경쟁도 치열합니다. 그냥 앉아 있어도 관광객이 스스로 찾아와 지갑을 여는 시대는 지났어요. 구미의 전자산업과 포항의 철강산업, 여기다 근대화를 이룩한 정신적 무기인 새마을운동이 모두 경북의 자산이고, 이를 바탕으로 ‘웅도 경북’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 것입니다. 웅도 경북은 자랑스러운 전통이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습니다. 경북 방문의 해는 경북이 새로운 새벽을 열어가는 과정에서 분위기를 쇄신하자는 뜻으로 마련됐습니다.”
김 지사는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를 지사부터 전 공무원, 나아가 전 주민이 절실히 느끼지 않으면 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웅도 경북이라는 ‘올드 브랜드’에 안주할 게 아니라 경북의 ‘뉴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 경북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시각이 있는데요.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침을 겪으며 살아남은 방식이 그렇게 굳어진 탓이겠지요. 그렇지만 유학(儒學)을 중심으로 경북 일원에서 펼쳐진 항일운동은 소중한 민족정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히 가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끼리만’의 자화자찬에 머물러선 안 되지요.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어야 해요. 시간이 걸리고 힘들더라도 공무원과 주민이 공감해야 힘이 생깁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표현들은 지금의 절박한 현실에는 맞지 않는 옷입니다. 개방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당장의 생존, 당장 먹고살기 위한 절박한 문제입니다.”
3월31일 김관용 경북지사가 서울지하철 1호선에서 승객들에게 경북관광을 홍보했다.
“망할 수 있고, 망하는 지자체가 나와야 합니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지자체가 발행한 공사 대금 수표가 통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닙니다. 공무원이 확 바뀌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라는 뜻입니다. 공무원 봉급도 능력에 따라 지급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았어요.”
▼ 일부 지자체는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퇴출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시적 처방이 아닐까요? 기업들은 세계를 무대로 절박하게 뛰고 있는데, 공무원 사회는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퇴출제 같은 당장의 충격요법보다는 ‘마음가짐’을 바꿀 수 있게 이끄는 다양한 교육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적절히 지적했듯 기업의 변화속도가 시속 100마일인데 비해 정부나 지자체는 25마일 수준입니다. 지금 그 속도에 충돌이 생기고 있는 것이죠. 이 간격을 급격히 좁히려 하면 부작용이 생길 겁니다. 어떤 공무원의 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시 말해 변화의 속도가 느리더라도 그 직원이 어떤 생각을 갖고 근무하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변화를 느끼고 뛸 준비를 하는 공무원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해요. 다만 ‘주식회사 경상북도’는 기업이고, 기업이 장사를 못하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기본입니다.”
“독도는 독도, 경제는 경제”
김 지사는 스스로 ‘주식회사 경북’의 사장이라고 여긴다. 시장경제를 철저히 받들어 모신다. 시장의 경쟁을 통한 실리(實利) 추구는 확고부동한 신념이다. 소년시절부터 집안 살림을 떠맡아야 했던 데다 1971년 행정고시 합격 이래 서울 용산세무서장 등 세무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것이 그 배경의 하나가 된 듯하다.
경북도는 4월10일 일본의 국제적 컨설팅회사인 노무라종합연구소와 업무협력약정을 체결했다. 한일 양국의 영유권 다툼이 치열한 독도가 경북도 관할이지만 영토 문제와 경제적 협력은 다른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 올 들어 경북도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발하게 구축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개인이든 자치단체든 국가든 ‘정보’가 많아야 부자입니다. 다양한 정보가 없으면 수요자,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가 어려워 맞춤형 시장전략을 세울 수 없어요. 거미줄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지 못하면 어디서 무슨 물건을 팔 수 있겠습니까. 노무라연구소는 서울과 싱가포르, 상하이 등 세계 각국에서 4400명의 엘리트 연구원이 고급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요. 인적 네트워크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지자체도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울 수 있죠. 더구나 경북에 투자한 외국 기업의 50%가 일본 기업입니다. 독도는 독도이고 경제는 경제인 거죠.”
올해 경북도는 경북과 연고가 있는 35개국 92명을 해외통상자문관으로 임명했다. 이들을 투자유치 등과 같은 글로벌 경제 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김 지사는 구미시장 재임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자본을 유치한 바 있다.
김 지사는 ‘경제’와 ‘시장’ 이야기만 나오면 목소리를 높인다. 3선(選) 구미시장을 마치고 지난해 7월 경북지사에 취임한 이후 그의 한결같은 화두는 ‘경북 브랜드 키워 부자 경북 만들기’다.
김 지사는 3월 중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국 우수상품 및 특산품 엑스포’에 경북지역 기업가들과 함께 참가했다. 3월22일 LA 월셔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30회 한인 상공인의 날 행사에 특별연사로 초청받은 김 지사는 연설 중 500여 명의 한인 상공인으로부터 수차례의 박수세례를 받았다.
▼ 언제 그런 연설 솜씨를 익혔습니까.
“제가 연설을 잘한 게 아니라 그분들이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제가 풀어내면서 순식간에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겠죠. 연설 중에 눈물을 닦는 사업가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모두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제가 대신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나봐요. 저도 소년시절부터 청년기까지 지독한 가난 속에 살면서 배불리 먹어봤으면, 잠 한번 실컷 자봤으면 하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그분들도 마찬가집니다. 미국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 비즈니스를 키우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겠습니까. 하지만 연설만으로 끝낼 순 없었죠. 저도 비즈니스를 해야 하니까. 연설 마지막에 ‘나도 장사 좀 하게 해달라’며 경북 상품과 경북 방문의 해를 소개했습니다. 또 박수가 나오더군요. 경북도 내 15개 업체가 갔는데 덕분에 좀 팔았습니다. 이런 게 바로 시장경제 마인드라고 봅니다.”
3월21일 경제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김관용 지사가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미 LA시장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 국내외의 주목을 받으며 마련한 앙코르▼ 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11.21~2007.1.9)도 비즈니스의 일환입니까.
“물론입니다. 그저 일회용 문화엑스포로 그친다면 구태여 적지 않은 돈을 들여가면서 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요즘 프랑스 등 유럽 여러 나라가 캄보디아의 부서진 사찰 등 유적을 복원하는 데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문화적인 나라여서 봉사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정국이 안정되면서 경제가 급성장한 캄보디아는 지금 ‘포스트 친디아’(중국과 인도 이후에 주목받을 국가)의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사찰을 보수해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캄보디아 시장을 노린 ‘투자’입니다. 우리는 문화엑스포를 통해 캄보디아에 접근하려는 겁니다. 이번 엑스포 덕분에 경북과 한국이 캄보디아 사회에 꽤 알려졌어요. 올해 8월 수도 프놈펜에 문화통상교류센터가 문을 엽니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한편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 교두보로 삼을 계획입니다.”
▼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대구에 유치하는 데 경북도 힘을 보탰다지요.
“그렇습니다. 경북에도 굉장한 자극을 가져다준 쾌거였어요. 스포츠 행사도 ‘글로벌’해야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죠. 경북도와 경주시가 매년 가을 경주에서 개최하는 마라톤대회도 올해부턴 국제대회로 승격시킬 계획입니다. 실무적으로도 준비하고 있고요. 우리끼리만의 대회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명품 마라톤대회’가 되도록 힘을 모을 생각입니다.”
말만 무성한 지방분권
김 지사는 9월7일부터 50일 동안 열리는 올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캄보디아 총리를 비롯해 덴마크와 태국의 국왕도 초청할 계획이다. 문화행사를 세계시장을 향한 기업활동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엑스포 공원에는 6월 완공 예정으로 황룡사 9층탑을 본뜬 82m 높이의 경주타워가 올라가고 있다.
▼ 지자체의 세계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군요.
“시장경제의 기본은 경쟁입니다. 자본이 없으면 국가든 지자체든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자본이 어떻게 흐릅니까. 이윤을 따라 움직입니다. 기업인에겐 국적이 있어도 기업이나 자본에는 국적이 없습니다. 기업에선 이게 상식적인 이야기인데, 지자체는 이제야 세계로 눈을 돌리려고 합니다. 기업들은 하루하루 세계를 상대로 전투를 벌입니다. 기업의 목숨이 왔다갔다해요. 지금껏 지자체에는 이런 긴장이 없었습니다. 아직도 경쟁을 앞세우면 나쁜 생각을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어요. 경쟁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자신이 없기 때문에 보호막 속에 스스로를 감추려 하는 것이죠. 요즘 공무원에게 혁신을 강조하는데, 저는 장사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공직자 혁신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경북도 공무원들부터 국내외 현장에 직접 가서 부딪치며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할 겁니다. 이런 각오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건 반(反)시장적인 태도입니다.”
그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경북은 농어업과 축산업 비중이 커서 큰 충격을 받고 있지만 FTA는 거부할 수 없는 세계의 시장화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분야가 이를 계기로 체질을 확 바꿀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세계화를 통한 지자체의 경쟁력 확보와 함께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 그래도 현 정부 들어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정책도 쏟아졌는데요.
“말은 무성했죠. 하지만 실속이 없어요. 철저하게 서울 중심적인 한국 사회에선 지방분권화(分權化)에 대한 담론도 서울을 중심으로 전개됐어요. 지방은 지방대로 이런 문제에 소극적이었습니다. 발등의 불이 아니라 미래의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죠. 지역의 대학들도 당장의 졸업생 취업 문제 때문에 지방분권에 대해서는 남의 일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고요. 근본적으로는 지방자치제가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시행된 데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지방자치제가 주민의 공감과 동의를 토대로 태어나지 못한 태생적 한계도 있습니다. 이걸 깨뜨리려면 공무원이 달라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정부만 쳐다보면서 손을 벌릴 게 아니라 ‘지자체도 망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정신무장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중앙정부도 지방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하고요.”
지방에도 사람이 산다!
그는 지방과 수도권을 초등학생과 대학생에 비유했다. ‘지방 경쟁력=국가 경쟁력’이라는 이해가 전제돼야 하는데 중앙정부가 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30개 법률에 62가지 인허가 절차가 필요합니다. 짓지 말라는 이야기지요. 지방정부를 믿고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최소한의 휴양 인프라(기반)도 없는 동해안을 보세요. 여름 한철 해수욕장에 반짝 사람들이 모이면 봄, 가을, 겨울은 적막강산입니다. 동해안 개발이 경북도의 시급한 과제인데도 중앙정부는 난개발부터 생각해요. 아니, 지방에는 사람이 없고 감시 시스템도 없습니까? 오염총량제 등을 통해 얼마든지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가능해요. 공연한 걱정 때문에 동해안의 절경과 풍부한 해양생물자원이 휴양과 돈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어요. 돈이 눈에 보이는데도 이런저런 규제에 묶여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지방분권을 외치지만 산과 들, 바다를 개발할 수 있는 손발은 다 묶여 있는 게 현실입니다. 지방에도 사람이 삽니다. 지방의 삶을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달라는 것입니다. 제 발로 설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경북도는 4월11일 수전 카스트렌세 주한 필리핀대사와 실비아 마라시겐 상무관 부부 등 필리핀인 5명, 팜 띠엔 반 주한 베트남대사 부부 등 베트남 관계자 4명을 초청해 경북도 대외통상교류관에서 만찬을 열고 국제결혼 여성 이민자 대책을 논의했다. 대외통상교류관은 지난해 12월 경북도청 뒤편에 있는 지사 공관의 1층을 투자유치 등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개조한 것이다.
하루하루가 전쟁
▼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이민을 오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죠.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경북에도 결혼이민 여성이 3000여 명이에요. 10년 뒤에는 농어촌 초등학생의 25%가 결혼이민 여성의 자녀가 됩니다. 이들이 마음놓고 생활하지 못하면 나라 안팎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도 투자유치를 비롯한 기업활동과 연관지어 생각해야 피부에 와 닿습니다. 이들이 친정인 고국을 오가면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게 해야 해요. 인권보호와 정주(定住) 여건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베트남이나 필리핀, 중국 등에서 우리가 기업활동을 하는 데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필리핀과 베트남대사를 초청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입니다. 그들에게 경북에 거주하는 이주여성이 정주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거듭 강조하지만 이주여성 정책도 시장경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이주여성 가정을 위해 ‘새 경북 행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담팀을 구성해 지원조례와 지원센터 확충,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 직업능력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한편 대사관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경북이 전국적인 모델이 되겠다는 목표다. 김 지사는 “이런 것이 바로 지방의 외교이자 국익”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김 지사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했다. 잠시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로 당선돼서인지 ‘경북 브랜드’(그의 표현대로라면 ‘빵덩어리’)를 확실하게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했다. 낙동강을 따라 ‘돈이 흐르는’ 경북을 꼭 만들고 싶고, 만들 자신이 있다고 했다.
“지방은 외롭습니다. 열심히 할 테니 중앙정부가 인정하고 도와줘야 합니다. 세계와 호흡하는 지방자치의 꽃이 경북에서부터 활짝 피어나게 할 겁니다. 기업이든 관광객이든 ‘경북으로 와주세요’라는 감성적 호소가 아니라 ‘경북 브랜드’가 자석처럼 이들을 끌어당겨 지갑을 열게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