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생산량, 5만배럴에서 12만7000배럴로
- 잇따른 유전 수주…17개국 47개 석유개발 진행
- “세계 50위권 석유회사 도약”
- “석유공사 몸집 불려 에너지안보 구축”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
석유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의 연료, 발전소의 에너지원, 플라스틱과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소재로 사용되는 등 실로 중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현 문명을 지탱해주고 있다. 이관영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1913년 석유로 만든 화학비료가 나와 식량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세계 인구는 비로소 15억명에서 60억명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할 수 있었다.
‘거친 평화’시대 끝났다
‘생명체의 죽음’으로부터 태생한 석유는 종종 ‘전쟁의 숨은 원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1937년 중일전쟁을 개시한 일본이 석유 확보를 위해 동남아시아로 진출하고 1941년 7월 미국이 석유금수조치를 취하자 이해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것이 한 예다.(김재두 저서 ‘오일 100달러 시대는 오는가’) 1, 2차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는 중동과 중앙아시아 석유자원으로의 접근 문제가 내재해 있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김재두씨는 미국의 세계경영전략의 양대 축으로 대(對)테러전쟁과 에너지전쟁을 꼽는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석유 확보’가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되는 ‘자원 전쟁’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공산권이 몰락한 1991년부터 미국 뉴욕에서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까지의 ‘거친 평화’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냉전’ 시대로 넘어갔다고 했는데 새로운 냉전시대에는 에너지 안보가 최우선이 되어 각국 간에 투쟁과 공존이 일어난다고 한다.
사실 ‘30~50년 내 석유자원 고갈’을 알리는 경보는 이미 켜졌다. 녹색 대체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지구적 공감대가 확산되고는 있지만 인류는 아직 석유 문명을 대체할 과학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도 등 거대한 인구의 신흥공업국은 세계 도처로부터 석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의 원유 소비는 2000년 하루 480만배럴에서 2009년 하루 850만배럴로 급증했다. 석유수입 의존도 100%, 연간 석유수입규모 908억달러(2007년), 전체 에너지 수입 대비 석유 수입 비율 82.3%의 한국으로서는 석유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 되고 있다.
“지금보다 5배는 되어야”
그러나 한국은 자원 확보 경쟁에서 중국의 터무니없는 고가 매입전략에 고전했다(조선일보 2009년 8월10일 보도). 1조9500억달러(2008년 말)의 막대한 외환보유고의 중국 측에 덩치에서 밀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2008년, 해외 석유자원 확보의 중추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는 하루 생산량이 5만배럴로 세계 93위 수준에 불과했다(미국 석유산업 주간지 PIW 조사). 한국의 모든 석유관련 기업을 합해도 하루 생산량 12만5000배럴, 전세계 물량의 0.09%에 그쳤다. 이라크 석유장관은 2007년 광구개발 참여조건으로 하루 20만배럴 이상의 생산능력을 요구했는데 이런 정도의 회사규모로는 참여기회조차 얻지 못할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3월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때 “석유공사가 지금보다 5배는 되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즉 에너지안보전략 차원에서 한국석유공사를 ‘글로벌 석유회사’로 키워 이 회사를 중심으로 에너지 확보 능력을 갖춰나간다는 전략을 세운 것.
2009년 석유공사의 납입자본금은 6조6500억원 규모.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에 비하면 영세한 편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석유공사는 2012년까지 약 19조원의 자금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부(4.1조원)는 정부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외부 차입등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석유공사의 변신이 성공할지 여부는 공기업 한 곳의 개혁 성패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석유의 안정적 확보라는 국가의 장래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강영원(姜泳元·58)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2008년 8월 취임 후부터 ‘석유공사 대형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전남 장흥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그는 ㈜대우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는 등 대우에서 잔뼈가 굵은 ‘상사맨’으로, “민간의 성과중심 마인드를 공기업에 접목하는”(한국경제 2010년 3월19일자 보도) 차원에서 현 정부에 의해 발탁됐다. 그는 대우에선 해외영업과 재무관리가 전문이었으며 지독한 일벌레였다고 한다. 다음은 강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사비아페루 유전(위)과 베트남15-1광구(아래)
“1975년 ㈜대우실업에 입사한 뒤 수출 전선의 최일선인 대우에서 줄곧 일했어요.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으로 있을 때 미얀마 대형 가스전 탐사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 석유공사 사장직에 적합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보는지요.
“종합상사의 생활은 새로운 도전과 위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어요. 더불어 국제계약, 국제금융, M·A(인수합병)를 잘 알게 됐고요. 이러한 전문적 경험이 석유공사 대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M·A가 내 전문”
▼ 석유공사 사장이 된 뒤로 하루라도 빨리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남아 열심히 공부했다고 들었습니다. 석유공사는 어떤 회사인가요.
“석유자원개발, 석유비축 등을 담당하여 우리나라에 석유를 원활하게 공급해주는 공기업입니다. 지난 4월엔 30년 만에 정부석유비축계획을 완수했습니다. 즉, 1억4600만배럴의 비축시설에 1억2100만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했어요.”
▼ 그렇게 많은 양을 비축해두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1974년, 79년 석유파동 때 석유 공급부족으로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이 있었어요. 이후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일정량의 석유를 비축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번에 목표치에 도달한 거죠.”
1979년 3월3일 설립된 석유공사는 2009년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이익 5621억원을 냈다. 2007년엔 국제신용평가등급기관인 S·P와 무디스로부터 각각 A등급과 A2등급을 얻어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하다고 한다. 2010년 5월 현재 해외지사와 해외인수법인 등 국내외에서 5400여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이 회사의 최대 현안이자 개혁 목표는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바 있는 ‘대형화’에 있다. 강 사장은 이를 위해 ‘GREAT KNOC 3020’이라는 전략목표를 추진하여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 KNOC은 석유공사의 영문약칭이므로 GREAT KNOC에는 석유공사를 대형화하겠다는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은데 3020은 그 구체적인 목표치를 뜻하나요.
“그렇죠. 2012년까지 ‘하루 생산량 30만배럴, 매장량 20억배럴’을 달성하겠다는 취지예요. 이렇게 되면 석유공사는 세계 50위권, 아시아지역 메이저급 석유회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2018년까진 세계30위권에 진입하는게 목표고요. 다른 한편으로 석유공사는 공기업인 만큼 영리만을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GREAT에는 우리가 추구하는 기업 가치인 ‘Globalization(세계적인 기업), Respect(존경받는 기업), Ethics(윤리적인 기업), Action(역동적인 기업), Trust(화합하는 기업)’라는 의미가 들어 있어요.”
“아직도 손에서 땀이 나요”
▼ 취임 후 ‘석유공사 대형화’에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나요. 대형화가 단순히 직원 수만 늘린다든지 하는 방만한 몸집 불리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며 해외 석유자원의 확보 실적이 수반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2009년 해외 석유생산기지에 대한 대형 M·A 3건을 성사시켰어요. 이해 2월 페루의 사비아 페루(Savia Peru)사, 12월 캐나다의 하베스트(Harvest)사, 12월 카자흐스탄의 숨베(Sumbe)사 인수가 그것입니다. 석유공사 대형화의 기반을 확실하게 구축한 것으로 자평합니다.”
한국석유공사 노사가 4월14일 성과보상제도 도입 노사합의서를 체결하고 있다.
“이러한 석유생산 자산의 인수 결과로 2008년 보유매장량 5.4억배럴, 하루 생산량 5만배럴 수준이던 석유공사는 2009년 12월엔 보유매장량 8.8억배럴, 하루 생산량 12만7000배럴로 각각 163.1%와 254%가 증가하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어요. 이로 인해 국가 자주개발률도 4%대에서 9%대로 2배 이상 향상시켰습니다.”
그는 이와 함께 석유개발분야 기술인력을 집중적으로 확충해 2012년까지 기술인력을 25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2008년 이전 해외유전 인수에 번번이 실패한 것과 비교가 되는 결과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번에 페루, 캐나다, 카자흐스탄 기업의 인수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설명한다면….
“페루의 석유회사인 사비아 페루사를 인수한 것은 우리 공사 최초의 해외석유기업 M·A 성공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하베스트사 인수는 국내 최대규모의 해외석유기업 인수 사례로 평가되고요. 카자흐스탄의 중형석유기업인 숨베사 인수는 향후 중앙아시아 석유개발의 거점을 마련한 의미가 있어요.”
▼ 중국, 인도의 국영석유회사와 인수경쟁을 벌였을 텐데요.
“바로 중국, 인도의 석유회사와 경쟁하여 의미 있는 규모의 매장량과 생산량을 확보했다는 점 때문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2009년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해외 석유회사의 자산가격이 하락한 측면이 있었어요. 오히려 이러한 시점이 우리에게는 M·A 실행의 최적기라고 판단해 대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임에도 대규모 재원을 조달해 적극 실행한 점이 주효했다고 봐요.”
▼ 혹시 비싸게 인수한 측면은 없는지요.
“그런 점은 없다고 봐요. 예를 들어 캐나다의 하베스트사 인수가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이 있는데 인수 협상이 몇 차례 무산될 위기가 있었고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하여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한번은 우리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기 위해 캐나다까지 출장을 갔다가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고 바로 귀국한 적도 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손에서 땀이 나요.”
이 회사 M·A사업팀 김병일 팀장에 따르면 하베스트사 인수로 약 2억2000만배럴의 매장량을 확보하고 해외 정유시설도 함께 얻게 되어 일관체계를 구축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고 한다. 석유공사가 2008년 3월 인수한 미국의 앵커 에너지(Ankor Energy)사는 4월15일 미국 내무부 산하 광물관리청으로부터 ‘안정환경대상(Safe Award for Excellences)’을 수상했다. 이 수상은 석유공사의 ‘인수 후 통합(PM : Post Merge Integration)’ 노력이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앵커 에너지는 2009년 13개 공 시추 등에서 사고율을 인수 전 대비 5분의 1로 획기적으로 낮췄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석유공사는 주요 인수대상을 리스크가 큰 탐사광구에서 안전성이 높은 생산광구로 바꾸었는데 그 전략이 지금까지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해외석유회사 계속 사들인다”
2010년 5월 현재 석유공사는 해외석유개발사업을 17개국, 47개소로 확충해나가고 있고 국내에선 동해-1가스전에서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공사의 이 같은 인수합병 등에 의한 석유자원 확충에 대해선 “쾌거”(뉴시스 2009년 12월8일자 보도), “대형화 기반 마련”(YTN 2010년 3월22일자 보도), “석유 메이저 꿈 무르익다‘(경향신문 2010년 4월1일자 보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이 회사는 2009년 3월 내부 행사에서 “국가 에너지 자립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뚜렷이 드러내기도 했다. 강 사장은 2012년 세계 50위권 글로벌 석유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고 했다.
▼ 대형 석유회사를 지향하는 건 아무래도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논리겠죠.
“대량 생산, 대량 판매, 대량 구매가 더 큰 이익과 경쟁력을 보장해주는 규모의 경제 논리는 석유공급원 확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왜냐하면 ‘쉽게 구할 수 있고 싼 오일(Easy, Cheap Oil)’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대규모 자금과 고도의 기술력을 갖춰야 국제입찰이나 직접 협상 시 공격적 제안이 가능하고 성사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실제로 산유국은 입찰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능력을 석유회사에 자격요건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석유회사나 생산광구를 매입하면 즉시 매출이 일어나는 이점이 있어요.”
▼ 해외에서도 대형화가 전반적인 추세인가요.
“석유개발 후발주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국영석유회사의 대형화라고 봐요. 유럽, 러시아, 중국도 그렇게 했고….”
▼ 향후의 구체적인 액션플랜은 마련되어 있나요.
“전략지역을 중심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해외석유기업을 지속적으로 사들일 계획입니다. 그리하여 하루 생산량 20만배럴을 신규로 확보하자는 거죠. 이라크 쿠르드 SOC사업 등 자원개발과 연계된 패키지형 진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미국 앵커(Ankor)광구 등 우리의 해외생산 원유에 대해선 자체로 마케팅을 실시하고 더불어 우리나라의 여수, 울산이 ‘동북아의 오일 허브(Oil Hub)’가 되도록 힘쓸 계획입니다.”
석유공사는 3차례의 석유비축기지를 모두 완공하여 5월 준공행사를 가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1억4600만배럴의 석유저장시설을 보유하여 일일 순수입량 기준 158일분의 석유 저장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인 90일분을 초과달성한 것이다. 국제원유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상승한다고 가정한다면 저장능력의 확충은 에너지 구입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현재 보유 중인 8200만배럴(공동비축 제외)의 경우 구입 당시 가격과 현재 가격을 비교하면 5조2000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석유공사 비축관리팀 정년창 팀장에 따르면 비축분은 1990년 걸프전,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세계적 석유위기 시 방출되어 국내 석유가격 안정에 기여했고 2005년 혹한기에도 등유의 방출로 민생 유류인 등유 파동을 조기 진화한 바 있다고 한다. 강 사장은 앞서 언급한 오일 허브에 대해 의욕을 보였다.
▼ 오일 허브가 무엇인가요.
“세계 주요 해운 항로에 위치한 일종의 석유 집산지입니다. 석유의 정제, 공급, 입출하, 가공, 저장, 중개,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중심거점을 의미하죠.”
▼ 현재 세계적으로 오일 허브로 평가되는 지역은 어디어디인가요.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 미국의 멕시코만 일대, 유럽의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 지역이 오일허브 역할을 하고 있어요.”
여수 울산에 ‘동북아 오일 허브’
▼ 여수나 울산이 그러한 세계적 오일 허브가 될 수 있을까요.
“여수와 울산은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에다 천혜의 항만 환경을 갖고 있어요. 또한 타국으로 가는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잉여 정제 능력을 갖추고 있고 가까운 거리에 중국, 일본이라는 거대한 배후 석유 소비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등 세계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최적의 입지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 오일 허브와 관련하여 어떠한 사업을 하게 되나요.
“동북아 오일 허브 육성은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어요. 우리 공사는 오일 허브의 핵심 인프라인 상업용 탱크터미널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여수비축기지 유휴부지에 890만배럴 규모의 탱크터미널을 외자유치로 건설할 예정인데 세계2위업체인 오일탱킹과 세계 최대 트레이딩사인 글렌코어가 참여하고 있어요.”
롤렛 박사와 엘리엇 박사
▼ 그렇다면 울산에선….
“여수사업이 오일 허브의 1단계라면 울산에선 2단계로 2780만배럴의 대규모 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에요. 현재 기본계획수립, 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터미널이 완료되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석유안보에 기여함은 물론, 동북아 석유거래의 주도권을 확보하여 그에 따른 금융, 보험, 해운 등 연관 산업의 동반발전으로 국가경제와 해당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 줄이기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이 큰 숙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석유공사 측은 화석연료 청정기술, 이산화탄소 저장기술의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석유공사는 3월 공기업 최초로 외국인을 상근직 임원급으로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휴 이튼 롤렛 박사를 석유개발연구원장에, 로버트 데이비드 엘리엇 박사를 인사고문으로 각각 임명한 것. 롤렛 박사는 다국적 석유메이저 회사인 코노코필립스에서 350여 명의 지구물리 기술자를 지휘하며 세계 10대 탐사광구 중 2개 광구의 프로젝트를 주도한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엘리엇 박사도 러시아 최대 민간석유회사인 루크오일의 인사 및 조직 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이들의 영입은 석유공사 내부 체질을 바꾸고 기술력과 조직문화를 글로벌화하겠다는 강 사장의 의지로 해석됐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는 4월 무임승차 직원 퇴출과 성과급 차등지급 제도를 도입했다. 2년 연속 저성과자나 무임승차자로 평가되면 기본급이 삭감되고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게 된다. 삭감 폭은 1년차 10%, 3년차 50%에 달한다. 실적 상위 5%인 S등급과 하위 5%인 D등급 간에는 최대 3000만원(3급 부장 기준)까지 성과급 차이가 벌어진다. 강 사장은 “우리 공사는 글로벌 경영관리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 등 내부의 반발은 없었는지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월4일 단체협약을 전면 개편했어요. 노조의 인사권 침해조항을 모두 삭제하는 대신 노동권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관계로 변화하고 있어요. 이런 실적으로 3월 공공기관 우수사례로 발표되기도 했죠. 노조는 조합원 찬반투표 끝에 성과급 차등지급안에 합의했습니다. 공기업의 기득권, 고비용, 저효율을 버리고 선진 기업형으로 노사가 함께 나아가기로 한 것이죠.”
석유공사는 1월부터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out)’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직무수행과 관련한 금품수수 시 즉각적인 해임 또는 파면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공사 직원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최대 20억원의 신고보상금을 지급하고 제보자의 신분을 철저하게 보호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 회사 총무팀에 따르면 33개 봉사팀이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고 자율적 모금으로 마련된 봉사기금이 백혈병 어린이 돕기, 태안 원유누출사고 피해어민 돕기, 인도네시아 다문화아동 모국방문, 천안함 사고 희생자 유가족 돕기, 청소년 장학금 등에 쓰였다.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예멘, 페루 등 해외에서의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한 편이라고 한다. 전국 모든 주유소 가격을 실시간 조사해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오피넷은 하루 방문자가 5만명이 넘는다는 게 이회사 측 설명이다.
석유공사의 2012년 모습은?
천연자원이 항상 축복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천연가스가 쏟아진 이후 통화가치의 급등, 제조업의 수출경쟁력 하락, 분배 문제로 인한 사회갈등 등으로 ‘네덜란드 병(病)’(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을 앓아야 했다. 그러나 한국에 친환경대체에너지의 개발과 함께 석유의 안정적 확보는 사활적 문제가 되고 있다. 석유는 앞으로도 ‘검은 황금’으로 남을 것이고 한국경제의 석유의존이 단기간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전무(全無)하다. 한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이 ‘에너지의 충분한 확보’에 기초한다는 건 시대를 초월한 법칙이다.
중국이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카스피해의 석유-가스 자원까지 연결하는 그물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동안 한국은 둔감했고 강대국의 문제로만 여기는 경향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석유 외교는 실적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이명박 정부는 이전과 달리 ‘2012년 내 석유공사의 글로벌 기업화’라는 구체적 방법론을 도출했다. 강 사장은 2009년 3월2일 ‘국민에게 사랑받는 세계적 국영석유회사’를 석유공사의 비전으로 선포했다. ‘석유전쟁 메이저 리그’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 회사의 2012년 모습이 어떠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