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의 발상전환 필요 … 부모 대신 국가가 보육 책임지게”
- “감옥에서 사회주의 버렸다 … 나의 변화는 회귀 불능”
- ‘손학규 넘으면 박근혜 보인다’ 2단계 전략
“아직 신문을 못 봤어요. 오늘 어떻게 돌아가는지. 요즘 볼 시간도, 잘 시간도 없어요.”
“조간은?”
“그건 5시 전에 다 훑어보죠.”
“눈의 띄는 소식 있나요?”
“(지면을 넘기면서) 황장엽. 황 선생을 자주 뵙고 도에 모셔 강연도 듣고 했습니다. 제일 확실한 분이죠. 워낙 근력이 안 좋으셨어요, 내가 봐도. 87세, 그 자체는 많은 게 아닌데 기력이 많이 쇠하셨어요.”
10월12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의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김 지사를 만났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여러 번 보아오던 터였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별세’와 관련한 대화가 끝난 뒤 그에게 “이번은 그냥 인터뷰가 아니라 인물탐구를 겸한 인터뷰”라고 취재성격을 이야기했다. 언론 속성상 행정가로서의 광역단체장을 ‘탐구’씩이나 하지는 않으므로 ‘차기 대권주자 김문수 지사’라는 정치적인 앵글로 진행한다는 의미가 내포된다. 그는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9월27일 대선주자 지지율(케이엠조사연구소)에서 김 지사는 처음으로 10% 벽을 돌파(10.1%)했다. 박근혜 전 대표(25.1%)에 이은 2위였다. 10월12일 조사(리얼미터)에선 보수진영 주자군이 박근혜(31.8%), 김문수(10.1%), 오세훈(9.5%) 순으로, 진보진영 주자군이 손학규(23.0%), 유시민(15.2%), 한명숙(10.4%) 순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김 지사는 여권 내 2위를 유지했다. 1년여 전과 비교하면 지지율이 곱절 오른 것이라고 한다.
자연히 여권 내에선 부쩍 ‘박근혜 대항마로 김문수는 어떠한가’라는 말이 나온다. “밤마다 경기도지사 관사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출입이 이어진다” “소장파와 김 지사가 연대한다더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9월27일엔 당 지도부가 김 지사와 오 시장을 중앙당회의에 자주 참석시켜 언론노출 기회를 늘려주려다 친박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정말 그런가요?
사정이 이러하자 최근 여러 언론에서 김 지사에게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질의했다. 이렇게도 물어보고 저렇게도 물어봤지만 그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송구스럽다”(10월12일)고 말을 아꼈다.
이미 지지율 상위권에 포진한 정치인의 입장에선 ‘출마한다, 안 한다’를 밝히는 것 자체가 큰 이벤트이므로 그 효과를 극대화할 시점을 선택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김 지사의 출마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치적으로 관심이 가는 주제이고 ‘차기주자 김문수’ 인물탐구 차원에서 우선적 규명대상이 된다.
여러 언론이 시도한 ‘차기 대권 도전 의사가 있는가’ 식의 추상적인 질문법이 추상적인 답변만 받아내는 데 그친 이상 이번에는 사전취재로 발굴한 구체적 사실관계를 질문함으로써 답변의 추상성이 낮아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김 지사의 답변 내용을 통해 그가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에 대해 관심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다음은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기자 :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어떠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김 지사 : 그 부분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 : 홍준표 최고위원이 일전에 제게 ‘김문수 경기지사께선 지사직 유지하면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한나라당 당헌 당규상’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요. (※ 편집자 주 : 대부분의 정치인은 김 지사나 오 시장이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당연히 지사직과 시장직을 사퇴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홍 최고위원의 이야기는 이러한 일반의 상식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김 지사 : (인터뷰에 배석한 박상길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장에게) 그런가요?
박 소장 : (현직 광역단체장의 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김 지사 : (기자의 질문을 듣고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듯 다시 박 소장에게) 없나요?
박 소장 : 사례가 있습니다. 이인제 경기지사가 1997년 경기지사직을 유지한 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김 지사 : 그때와 당헌당규가 같습니까?
박 소장 : 네. 그 부분에 대해선 금지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김 지사 : (재차) 그러고는 안 바뀌었나요?
박 소장 : 그 부분은 안 바뀌었습니다.
“아슬아슬하네요, 지금”
기자 :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만약 지사직 유지하면서 경선에 출마할 수 있다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경기도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뽑아준 것인데 그 자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고요.
김 지사 : 다른 도에서 싫어할 수도 있죠. 경기도만 유권자가 아니고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는 ‘저거 뭐냐’ 그럴 수도 있을 것 아닙니까? 좋은 면만 있지는 않죠.
기자 : 그렇다면 만약 지사께서 경선에 출마하게 되면 경기지사직을 유지한 채 출마할 수 있음에도 지사직을 내놓고 출마할 건가요?
김 지사 : 그건 모르지. 생각도 안 했는데 아직. 오늘 (인터뷰) 성공인데요. 아슬아슬하네요, 지금.
김 지사가 즉석에서 판단한 측면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경기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그것이 후보자의 자질문제나 다른 도에서 싫어할 문제로 이어지는 인과관계가 잘 발견되지는 않는다. 절차상 하자나 정치 도의적 문제소지가 있다면 1997년 ‘이인제 사례’ 때 쟁점이 되지 않았을 리 없는데 당시 이 문제는 조용히 지나갔다. 다만, 경기지사직을 사퇴하는 경우 ‘배수의 진을 쳤다’는 인상을 유권자에게 주는 효과는 있는 것이다.
차기 대권 도전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제 관심은 ‘김문수는 어떤 사람인가(퍼스낼리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어젠다)’로 모아지게 된다. 먼저 그의 퍼스낼리티의 대부분은 이념 스펙트럼의 좌에서 우로 이동한 그의 특별한 이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그의 삶은 세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시기(~1994년)는 서울대 교련반대시위 제적, 민청학련사건 제적, 5·3 인천사태 수감(2년6개월), 노동인권회관 소장 재임 등 ‘좌파 노동운동 시기’다. 두 번째 시기(1994~2004년)는 김영삼 정권에 의한 정계 입문, 15·16·17대 보수정당 국회의원 재임, 김대중·노무현 정권 비리폭로 등 ‘우파 의정 시기’다. 세 번째 시기(2004년~현재)는 두 번에 걸쳐 경기지사에 재임하면서 친기업·탈규제 행정을 펴고 있는 ‘우파 행정 시기’다. 당사자인 김 지사에게 이러한 구분법을 제시해보이자 그는 “타당해 보인다”고 했다.
김문수의 퍼스낼리티 · 어젠다 분석
지난 7월10일 경기 파주시 주월리나루에서 열린 ‘통일염원 임진강 수영대회’에서 김문수 경기지사가 헤엄치고 있다.
“당신은 전설적인 노동운동의 대선배였습니다. ‘어떻게 노동운동을 했던 사람이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가’라는 질문은….”(진보성향 조승수 진보신당 국회의원, 오마이뉴스 2007년 1월26일 기고문)
“김문수는 좌파 경력으로 인생을 출발한 사람이다.…많은 분들은 박근혜나 김문수나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둘을 놓고 선택하라면 저는 박근혜를 선택할 수밖에….”(보수성향 지만원 박사, 2010년 10월11일 글)
결국 ‘김문수 퍼스낼리티’의 경쟁력은 이러한 진보·보수 양 진영의 부정적 시각을 얼마나 극복하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다. 다음은 이에 대한 김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노동운동가 시기 본인이 좌파였다고 보나요?
“평등을 이상으로 추구하는 좌파적 생각이 강했어요. 당시 노동운동은 운동권 내에서도 급진적이었습니다. 나는 그 수괴급으로 구속이 됐죠. 나이나, 조직 내 위치나, 역할에서 다른 사람에게 미룰 수 없는. 그래서 2년6개월 동안 수감됐습니다.”
▼ 그렇다면 언제 이념적 전환의 계기가 찾아왔나요?
“분수령은 1987년 사회주의가 몰락의 길에 들어선 것이었죠. 동구권 사회주의 전체의 몰락은 세계사적 사건이고 내 개인에게도 중요했어요. 나는 사회주의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혁명노선을 버렸습니다.”
▼ 1987년이면 수감되어 있을 때가 아닌가요?
“전 지구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감옥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었죠.”
“나의 전환은 변증법적”
▼ 출소 후 바로 우파가 된 건가요?
“한 단계를 더 거칩니다. 출소 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사회주의를 포기했다고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이기는 그렇고 저희가 생각해낸 게 사회민주주의, 사회적 시장경제 이런 거였죠. 스웨덴에 유학 가려고 준비도 했었어요. 그러나 더 공부해보니 그 나라가 아주 바람직한 사회로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초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와 여건도 너무 다르고요. 결국 우리나라는 일정 정도 국가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자유민주주의체제밖에는 없다는 데에 이르게 됐습니다.”
▼ 민자당에 들어가 국회의원이 된 것이 전향이나 특혜는 아닌지.
“민중당을 만들어 1992년 선거에서 한 석도 못 얻고 선관위로부터 정당해산 명령을 받았어요. 이후 권인숙씨가 하던 구로공단 오거리 노동인권회관의 소장으로 있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쪽에서 입당 제안이 왔어요. 논의 결과 YS 개혁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해 받아들였습니다. ‘전향 아니냐, 특혜 아니냐’고 하는데 내가 지역구로 받은 부천소사는 민자당에서 ‘자갈밭’으로 통하던 곳이에요. 아무도 안 가려고 하던 곳이죠. 당시 부천소사 현역 의원인 박규식씨는 국회의원 중 재산이 가장 많은 재력가에다 그 지역 토박이였고 다른 경쟁자인 박지원씨는 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스타 정치인이었죠. 유권자 성향도 이들에게 절대 유리하니 민자당 후보가 당선될 턱이 없는 곳이었죠. 그런 곳의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받아 2년 뒤 총선에서 내가 당선됐습니다. 좀 못생기고 넥타이도 잘 못 매는 내가 잘생기고 넥타이를 잘 매는 박지원씨를 이긴 거죠.”
▼ 민중운동의 경험이 지금의 생각체계나 행동에 여향을 주고 있나요?
“물론이죠. 20년 이상 그쪽에 있었기 때문에, 이쪽에 있던 시간보다 더 길었기 때문에. 그때 경험한 ‘사람에 대한 고민’ ‘어려운 사람에 대한 고민’이 지금 와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적 약자를 더 적극적으로 돌봐 야한다’는 소위 공공복지의 중시로 이어지고 있어요.”
김 지사는 “사람의 생각은 과거의 경험에 기초해 이뤄진다. 잘못된 부분은 뼈저린 반성을 통해 극복하고 긍정적인 부분은 계승, 발전시킨다”면서 “이런 점에서 내가 좌파에서 우파로 전환한 것은 변증법적”이라고 했다. 즉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지 이미 반성해 극복한 데로 회귀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진보라는 정(正)’과 ‘보수라는 반(反)’의 ‘합(合)’으로서의 ‘공익적 보수’가 ‘김문수의 이념코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 의원은 2007년 1월26일 기고에서 “(김문수) 지사님이 절망적인 보수와는 다를 거라는 다소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진보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사상적, 철학적 전환을 하셨지만 ‘공익적 가치 실현’을 여전히 신념으로 가지고 계시다고 하셔서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김 지사에 대해 살펴볼 두 번째 주제, ‘그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국가적 어젠다 체계’를 추출해봤다.
올 들어 김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발언을 자주 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 같은 발언은 담론의 차원을 ‘경기도 영역’에서 ‘국가 영역’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비록 지금은 지자체장이지만 국가적 어젠다를 수임할 만한 안목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은연중에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김 지사의 발언 사례들이다.
“나라의 목표가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로 가고, 누구와 손잡고 맞설지가 혼미하다.”
“우리나라는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르겠다.”(이 대통령의 김태호 총리후보 지명에 대해)
“해방이 어떻게 됐는지를 생각해야지, 온통 광화문에만 신경을 쓴다.”(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노태우 전 대통령은 통이 컸다.”(이 대통령의 신도시 정책에 대해)
“CEO 리더십만으로 바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외에는 뚜렷한 업적이 없어 걱정된다.”
4개 보수담론과 1개 진보담론
김 지사가 이야기하는 국가적 어젠다의 주제와 이념성향은 △북한 주민을 끌어안는 더 큰 민족주의 △반공(북한정권 비판) △친미 △친기업 △과감한 복지 등 다섯 가지로 나타난다. 앞의 네 가지는 보수적 이념체계이고 과감한 복지는 진보적 민중운동 가치체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의 조화인지, 불협화음인지는 추후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평가될 것이다. 이러한 어젠다와 관련한 김 지사의 이번 인터뷰 발언 내용 및 기존의 공개발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특유의 화법은 적어도 지루함을 주지는 않는다.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적 가치는 무엇인가. 1번이 대한민국을 선진일류국가로 만들라는 것이라면 2번이 갈라진 나라를 통일시키라는 것이다.”
“헌법상 북한은 대한민국의 일부이고, 북한 주민은 우리 국민의 일부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북) 쌀 지원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돈을 버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 유지와는 다른 차원이다. 북한 주민들의 자유로운 인권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10월12일 라디오 인터뷰)
“북이 하루빨리 민주화를 이뤄 민주주의의 고귀함을 누려야 한다.”(10월11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빈소에서 언론에 발언)
“국가권력의 세습은 현대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왕조는 이제 군림하지만 지배하지 않는, 권력이 없는 상징일 뿐이다. 그러나 북한 세습 왕조는 군림하고 지배하고 독재하고 완전 폐쇄적이다. 싫으면 도망이라도 가게 해줘야 하는데 도망갈 자유도 없다. 민주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북한 정권에 대해선 목소리를 안 낸다. ‘이명박 독재’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김정일 독재’를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빨간 색안경 쓰고 있는 사람들의 자화상을 그려줄 필요가 있다.”
“따뜻한 자유민주주의는 없다. 자유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따뜻하다. 자유민주주의체제인 미국은 따뜻하고 그렇지 않은 북한과 중국은 살벌하다. 사실이지 않으냐. 미국 국적도 아닌 흑인 유학생을 아버지로 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그만하면 따뜻한 나라고 꿈이 실현되는 나라다. 러시아, 노르웨이, 스웨덴이 그런가. 왜 그렇게 미국을 욕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반미운동은 관념적 운동이다. 실제 사실과 거리가 있는 주장을 한다.”
“기업은 투자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며 세금까지 낸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기업을 앞장세우고 기업을 뛰게 해야 한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국내 대표기업들의 광고가 없는 곳이 없다. 우리 국민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게 기업이고 기업이 곧 애국이고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해외 나가서 경기도라고 하면 아는 사람이 없지만 삼성이나 LG 제품은 누구나 서로 가지려고 한다.”(10월8일 대한상의회관 조찬강연)
“토공방방은 누가 밥 먹이나”
“복지는 한나라당이 특히 중시해야 할 어젠다다. 뚜렷한 해법이 없다. ‘과감한 복지’만이 해법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 218위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국가가 됐다. 이 문제 극복에 나라의 명운이 달렸다. 저출산을 해결하려면 보육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발상을 전환해 부모 대신 국가가 보육을 맡아야 한다. 지금 민간 어린이집이 보육을 맡고 있다. 국가의 지원도 거의 없다.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경기도가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보육 서비스 인기가 폭발적이다. 이런 걸 모든 국민에게 확대해야 한다.”
“교육 서비스도 대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부모들이 교육 때문에 머리를 흔드는 일이 없도록. 초등학교에선 12시30분이면 학생들을 하교시킨다. 그 아이들이 어디로 가나. 부모는 모두 일 나가고 집에 없는데. 어떤 교육자도 이런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있다. 학교 등교할 때는 급식 문제는 해결된다. 그러나 토공방방(토요일, 공휴일, 방과 후 시간, 방학)엔 누가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나. 초등학생 납치사건이 나면 우리 사회는 떠들썩해진다. 그러나 이내 잊고 만다. 학교 교육은 의무교육기간인 15세까지 아이들의 전(全) 시간을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돼야 한다. 그래야 교육 문제, 저출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김 지사는 “민주당·민노당·진보신당 지지자도 나를 지지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나는 복지, 노동자 인권, 사회적 통합을 중시한다”고 했다. 차기 대선주자급 중에서 김 지사를 제외하고는 국가적 현안들에 대해 이처럼 자기 입장을 선명하게 개진하는 정치인은 아직 없다. 소신의 피력은 지지자를 규합하는 효과도 있지만 공격에 쉽게 노출되게 한다.
그의 대북관(對北觀)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한 친이계 의원은 “북한의 주인은 중국에 종속된 김정일 일족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라면서 “외세의 개입을 막고 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북한 주민들을 ‘역사의 주체’이자 ‘의사소통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김 지사의 최근 언행은 프랑스 민족주의 강화, 반공, 복지제도 확대를 추구해온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의 정책 노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반면 청와대는 김 지사의 이 대통령 비판에 “경기도 살림이나 잘 챙겼으면 좋겠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대북관은 북한 정권이 거의 유일한 남북대화 창구라는 현실적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10월13일 국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선 김 지사의 트레이드마크인 GTX 사업(화성 동탄~서울 삼성동 등을 20분 이내에 이어준다는 초고속 광역철도노선 사업)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차기 대선 구도와 관련해 김 지사와 가까운 한 인사는 “김 지사 측에선 ‘살아온 이력(민중운동 경력, 서울대 출신, 경기지사 경력)과 이미지가 겹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넘어서면 박근혜가 보인다’는 2단계 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인 9월27일 여론조사에선 김 지사는 10.1%, 손 전 지사는 6.1%의 지지율을 얻었는데 전당대회에서 손 전 지사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어 부각된 뒤인 10월5일 조사에선 손 대표 11.2%, 김 지사 6.2%로 역전됐다. 이는 김 지사와 손 대표가 지지층을 공유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손학규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당사자에게 물어봤다. 김 지사는 “좀 미묘하다. 미묘하지. 전임 지사인 그분이 나에게 ‘지사 한번 해보라’고 해서 내가 지금 지사 하고 있다. 그런 그분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 대표가 되어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고 한다. 그냥 계셨으면 좋았는데, 저도 좋고 그분도 좋고. 국민도 편안했을 거고 보기가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참 특별할 것 같다’는 예상
김 지사는 트위터에 가입한 지 8개월 만에 1000개도 넘는 트윗을 날렸다. 하루 7~8개의 글을 올리는 건 예사이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도 올린다. 트위터리안이 재밌어하는 점은 질문하면 답글이 온다는 것. 팔로어가 1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최근 KBS 경기총국이 개국하자 그는 “도의 숙원이 풀렸다”며 좋아했다. 자기 알리기에 열성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시·도지사의 한나라당 중앙당 회의 참석이 유보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당에서 불러주면 간다. 그러나 아직 안 부르더라”며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국민을 향해 발언권을 가진 정치인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밖에 없다. 단체장은 목소리가 없다. 민생정치 하려면 하루종일 땅바닥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 단체장 이야기도 들어볼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것이다. 그는 택시운전기사로 19차례 나서 4번 사납금을 못 채웠다. 그의 차기행보가 어떻게,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참 특별할 것 같다’는 예상은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