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포퓰리즘·독재와 싸우겠다”
- 오세훈 案과 민주당 案 차이 작아
- “무상시리즈로 총선 해볼 만”
- 보수·진보 냉온탕 오가기
배식판을 두드리는 것 같은 이 요란한 싸움으로, 일반인에게 생소했던 무상급식 문제가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중대한 갈등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오 시장은 1000만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연간 예산 20조원을 집행하는 우리나라 제2의 선출직 공직자인 서울시장이자 유력 차기 주자다. 만약 그가 초등학생 무상급식과 같은 언뜻 사소해 보이는 사회현상에 대해 적정 정도를 넘어서는 과도하고 미숙한 대응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지출을 낳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오 시장은 정치적 위상과 국민적 관심에서 시의회를 압도하는 게 사실이다.
‘신동아’는 오 시장이 지금 손대고 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대응수위가 적절한지 냉철하게 따져보기로 했다. 오 시장의 논리에 반하는 반대논거들을 사전에 취재한 뒤 각각에 대해 오 시장의 답변을 청취해 타당성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오 시장은 무상급식 이슈와 관련해 “민주당의 무상 포퓰리즘·시의회 독재와 싸우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김문수는 발목 잡혀 양보”
▼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왜 야당과 타협해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이해합니다. (김문수 지사님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발목이 잡혀서 양보했을 겁니다. 이름은 친환경이라고 붙였지만 (김 지사님이) 사실상 무상급식을 수용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거죠.”
▼ 김 지사가 야당과 타협하는 게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저도 체면을 유지하면서 타협하는 방법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학교 개보수에 충분한 예산을 준 뒤 원래 교육청에서 그 곳에 써야 하는 예산을 무상급식에 돌리는 안도 가능하죠. 돌려치기 방법으로 사실상 목표를 달성하고 상호간 명분을 유지하는 방법이죠. 아마 김 지사님도 그런 유혹을 벗어나기 힘든, 어떤 하고 싶은 사업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타협 하신 것 같은데 제 입장에서는 조금 섭섭합니다. 사실 경기도가 같이 해줬으면 훨씬 큰 동력이 생길 텐데…. 경기도가 너무 빨리 타협하는 바람에 서울시가 고독한 전쟁을 수행하는 격이 되어버렸어요.”
▼ 그렇다면 김 지사의 타협이나 소통은 진정한 의미의 타협이나 소통이 아니라는 말인가요?
“나는 김 지사님과 다투는 모습이 되고 싶지 않아요. (김 지사님이) 서울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표현을 한두 번 하셨는데, (자꾸 이야기하면) 저도 비슷해집니다. 조금 섭섭하다는 것만 알아주기 바랍니다.”
▼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권영세 의원도 1월19일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할 말은 많지만, ‘의원들과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군 중에 누가 적극 도와주지 않는다고 해서 섭섭하다고 이야기하면 별로 도움이 안 될 거예요. 그분들의 소신이죠. 그러나 민주당의 전면 무상급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당론입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공약이 전면 무상급식 반대였어요.”
▼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전면 무상급식 반대를 내건 건 사실일 겁니다. 그 때문에 졌으니까요. 선거 이후 당은 무상급식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초기에는 그랬어요. 먹는 걸로 포장 되어 있어서 더욱 부담을 느낀 것 같고. 이미 여러 지자체가 넘어가서 그런지 서울만 반대하는 것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부담을 느꼈던 것 같아요.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서울시민도 많기 때문이죠. 국회의원들이 원래 민심에 민감하잖아요.”
감정싸움이거나 불필요한 이념논쟁
▼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서울시민이 많은데요. 시장께선 이러한 시민 여론을 수렴할 필요는 느끼지 않나요?
“잘못된 분석일 겁니다. 묻는 방식에 따라 큰 차이가 나요. 거두절미하고 ‘무상급식 할까요, 말까요’라고 하면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준다는데…. 찬성이 70% 이상 나와요. 진실이 아니죠. 저도 무상급식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하자는 건데, 저소득층에게 주자는 거죠. 원래 저소득층 30%였는데 민주당과 논의 과정에서 50%로 늘렸어요. 기준은 소득수준이죠. 제 입장은 저소득층부터 하는 단계별 부분 무상급식이고 민주당은 소득과 무관한 전면 무상급식이죠. 단계별 무상급식이 바람직한가, 전면 무상급식이 바람직한가라고 물으면 7대3 정도로 제안인 단계별 무상급식이 더 많게 나와요. 주민투표도 6대4로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고요.”
서울시가 ‘신동아’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KBS, 문화일보, 리얼미터,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선별 무상급식에 대한 지지가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지지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오 시장의 주장에 반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여럿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2010년 2월18일)에서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찬성 의견은 과반이 넘는 52%로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여론조사(2010년 5월31일)에서도 57.1%가 초등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지지했다.
▼ 전면 무상급식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교육 사업에서) 무상급식은 4순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1순위는 학교 안전이죠. 범죄와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겁니다. 2순위는 학원에 안 가게 해달라는 거예요. 학교에서 공부하도록 해달라는 요구죠. 3순위는 열악한 시설 개선입니다. 그 다음에 ‘여윳돈이 있다면 전면 무상급식도 해주면 좋지’라는 정도죠.”
▼ 전면 무상급식을 할 재정 여력이 없는데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다는 건가요?
“서울시교육청 예산은 교사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해요. 일 년에 순수한 사업투자비용은 8000억원 정도죠. 그중 뭉떵 빼서 2000억원을 무상급식에 넣는다는 말이죠. 그러니 학교시설 개보수 비용에서 1800억원이 떨어져 나갈 수밖에. 투자우선순위에서 정말 잘못된 선택을 했어요.”
그러나 오 시장이 말하는 8000억원, 2000억원 등은 무상급식의 위험도를 높게 보이게 하는 데는 유용한 수치이겠지만 문제의 초점과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교육청 예산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30일 ‘2011년 서울시내 공립 초등학교에 대한 친환경 무상급식(전면 무상급식) 지원예산’으로 695억원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이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이념적 주장을 배제하고 예산협의와 관련된 실질영역에만 국한하는 경우 서울시와 시의회는 지금 서울시예산에서 지출되는 바로 이 695억원의 과다 여부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 시장은 “민주당과 논의 과정에서 (무상급식 대상 학생을) 50%로 늘렸다”는 자신의 발언에서 나타나듯이 서울시내 초등학생의 절반에 대한 무상급식에는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절반 무상급식’인 오 시장과 ‘전원 무상급식’인 시의회 간의 의견 차이는, 금액으로는 연간 서울시예산 350억원 안팎(695억원의 절반 수준)이 된다. 이 계산법이 타당한지 인터뷰 석상에서 오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에게 확인을 요청하자 대체로 수긍했다.
서울시의 2011년 예산은 20조5850억원이다. 결국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서울시와 시의회가 고작 300억원대의 의견차이로 파국적 대립으로 치닫는 것이라면 이는 양측의 정치력 부재, 소통 부재의 극단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서울시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오 시장을 비롯한 양측은 충분히 타협할 수 있는일임에도 감정싸움으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이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이념적 이슈로 비화시켜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는 오 시장이 벌이고 있는 무상급식 전쟁의 맹점(blind point)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1월31일 전면 무상급식반대 국민투표 국민청구 신청서를 내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서울시내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이 재정에 끼치는 잠재적 해악은 이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그 주된 이유는, 무상급식에는 서울시 예산뿐 아니라 서울시교육청 예산도 들어가고, 서울시내 무상급식이 전국 무상급식으로 확대될 수 있으며, 초등학생 무상급식이 중학생과 고등학생 무상급식으로까지 일반화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오 시장의 부연설명.
“사실 정치인이라는 게 표 앞에 약해지잖아요. 이 문제가 아이들 먹는 걸로 모양새가 되어 있기 때문에 참 고생을 많이 했어요. 상대편에선 ‘애들 밥 한 끼 먹이자는데’ 딱 말을 이렇게 하거든요. 더 이상 길게 말하지도 않아요. 그러면 나는 10분, 20분 얘기해야 겨우 왜 틀렸는지 설명이 될 정도로 힘겨운 싸움이었어요. 그래도 이건 누군가가 해야 할 싸움이라고 생각했어요. 전국 지자체가 다 넘어가면 전국이 다 해야 하는 사업이 되는 건데, 하면 이번처럼 됩니다. 줄줄이 무상시리즈 나올 거고요.”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서울시의회는 서해뱃길(752억원), 한강지천 뱃길(50억원), 한강 예술섬(406억원), 외국 TV광고(79억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케팅(31억원) 등 오 시장이 공을 들이는 서울시 주요 사업 예산을 삭감했다. 오 시장은 시의회의 예산 삭감을 다음과 같이 맹비난했다.
“시의회의 존재 이유는 견제에 있습니다. 그런데 견제가 지나쳐서 의회독재로 가는 것 같아요. 4분의 3이라는 숫자를 가지고 있기에 브레이크가 없어요. 지금은 의회독재에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행권은 행정부에 있고 의회는 견제, 감시를 하라는 건데 이분들은 의회권력으로 집행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상급식 조례가 하나의 예죠. 조례를 제정함으로써 행정권을 강제하는 데 재미 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서울시 일각에선 양측을 모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공무원노조는 2월9일 5주년 기념식에서 “갈등이 지속될수록 행정력의 낭비가 시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서울시장과 시의회가 정쟁을 계속한다면 이제는 서울시의 주인인 시민이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부에선 오 시장의 선별적 무상급식 안(案)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자신의 안대로 시행하더라도 무상급식대상자 선별에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최대 논거가 낙인감이에요. 학교가 무상급식 대상 학생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건 거짓말입니다. 제도적으로 학교가 수요를 파악하지 않도록 바꿔놓았어요. 복지 통합 전산망과 NICE 교육 전산망을 통합해 부모가 동사무소에 신청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어요. 낙인감이라는 최대 논거가 허물어진 셈이죠.”(오 시장)
그러나 이에 대해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의 안대로 서울시내 초등학생의 50% 혹은 30%가 무상급식을 받는 경우 무상급식 혜택을 누리는 학생과 그렇지 못하는 학생을 구분하는 문제가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서민 가정의 학생들이 대거 50%, 30% 내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을 대상자와 비대상자로 구분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 시장 인터뷰에 배석한 서울시 관계자는 “가구의 의료보험 납부액 기준으로 나누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는 “서울시가 제시하는 기준만으로 서울시내 초등학생 가구의 빈부(貧富) 정도를 3대7 내지 5대5로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지, 반발이 없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밥 주는 문제에 너무 정색”
오 시장은 “무상시리즈로 내년 총선을 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어지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한나라당의 입장에선 무상급식 이슈로 인해 지난 지방선거 결과가 안 좋았는데요. 내년 총선 서울지역 선거에도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요?
“그런 우려를 많이 했는데요. 오히려 거꾸로 봅니다. 저는 국민을 믿거든요. 지금 민주당이 솔직하지 않아요. 무상급식 이후 1월에 무상의료니, 무상보육이니, 반값등록금이니 해서 시리즈를 내놨잖아요.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증세를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솔직한 거죠. 손바닥으로 하늘을 못 가리는 건데 그런 것을 하고 있어요. 손학규 대표가 조세개혁하면 증세할 필요 없다는 논리로 깔아뭉갰거든요.”
▼ 만약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다른 무상시리즈는 전략적으로 가만히 놔두고 무상급식만을 또 이슈화하면요?
“그렇게는 못 하죠. 이미 경기도도 넘어갔고, 전국적으로 다 넘어가고 서울만 이런데. 어차피 저 사람들은 무상 시리즈로 승부를 걸게 돼 있습니다. 어떤 판단을 했는지 선거 있기 1년 전에 저걸 내놨기 때문에 충분히 숙성된 토론이 가능한 상태가 됐습니다. 그 바람에 무상시리즈가 국민의 역풍을 맞고 있는 거죠. 저 사람들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웬만한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내년 총선 때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100% 예측은 힘들지만 무상시리즈를 들고 나오면 저는 오히려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세훈의 무상급식 전쟁이 한나라당에 총선 승리를 가져올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을 상대로 취재해본 결과 “오세훈이 일을 크게 벌이고 있다” “시민들의 민심과 다르다” “아이들에게 밥 주는 문제로 너무 정색하는 것 같다” “오세훈의 오버액션에 편승하는 게 내년 총선 서울 선거에서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지만 “서울시장이 취임하자마자 왜 이런 작은 일에 모든 걸 거는지 모르겠다”는 시각도 있다.
한강르네상스 망신살
한강르네상스는 무상급식과 함께 오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통한다. 그런데 이를 두고 한나라당 한 의원은 “오 시장이 보수·진보 냉온탕을 오가는 것 같아 그 진정성을 종잡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할 때는 극우 보수주의 편에 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강에선 진보주의, 사회주의 깃발을 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사유화·독점화된 한강변을 공공에 돌려드리겠다”고 밝히면서 한강르네상스(한강 전략정비구역)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선별적 무상급식 안처럼 한강르네상스 안도 지나치게 한쪽으로 이념화돼 있고 정책실효성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은 오 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한강르네상스는 어떤 사업인가요?
“큰 변화가, 한강 공공성 회복 사업이라고 해서 한강변에 병풍처럼 둘러쳐 있는 성냥갑 아파트들을 다 걷어내는 겁니다.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면서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스강 부럽지 않은 수변공간 스카이라인과 경관을 만들어내겠다는 중장기 프로젝트인데요. 그것을 위해서 5개 전략정비구역과 5개 유도정비구역을 발표했어요. 압구정, 뚝섬, 여의도, 이촌, 합정 등지에서 진도가 나가고 있죠.”
▼ 국가계획으로 한강변에 아파트가 지어져서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입주해 살고 있는 것을 두고 시장께서는 사유화·독점화라고 말하고 있는데….
“물론 그분들 입장에서 보면 수용하기 어려운 표현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공공재인 한강과 같은 강이 사유재산화한 나라는 없거든요. 그런 의미에서의 표현이고요.”
서울시는 1월26일 전략정비구역 기자회견, 1월28일 여의도사업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서울시는 설명회 초청장을 8000여 가구에 보냈다. 그러나 정작 설명회 장소는 200~300명만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잡았다. 1월28일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설명회장은 난장판이 됐다. 서울시청과 영등포구청의 전자민원 게시판으로 “처음부터 주민들을 향해 사유화니 독점화니 운운하더니 대놓고 무시한다” “서울시가 요식적으로 의사만 묻고는 한강변을 멋대로 만들려고 한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이러한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오 시장은 “그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떤 사업이든 절차적 정당성을 충족시켜가며 추진해온 고건·이명박 전 시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 사업 이후 달라지는 여의도의 풍경을 담은 조감도와 통계치(용적률 등)를 공개했다. 오 시장은 “2년여에 걸쳐 연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네이버 여의도통합재건축 카페는 “서울시 안은 졸속이다. 조감도와 통계치가 일치하지 않는다. 통계치를 대입하면 조감도보다 건축물들이 훨씬 빽빽하게 지어져 여의도는 제2의 성냥갑 병풍이 된다. 스카이라인이나 경관이 더 퇴보한다”고 했다. 이 주장에 대해 오 시장은 다음과 같이 답하며 물러섰다.
“합리적인 지적이라면 반영하겠습니다. 주민들이 반대하면 못하는 거죠. 강제로 할 생각은 없어요. 일본에서는 이런 것 한번 하는 데 20년 이상 걸립니다. 우리가 그동안에 해왔던 것이 비정상이지, 우리도 이제는 밀어붙이기 식으로 못합니다.”
161억짜리 주민투표
오 시장과 시의회의 무상급식 공방은 소송, 주민투표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1월18일 시의회가 공포한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는 2월8일 서울시로부터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청구인대표자증명서를 받아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오 시장은 주민투표에 의욕을 보였다.
▼ 투표는 끝까지 해볼 생각인가요?
“당연하죠. 안 할 방법도 없어요. 지금 서명을 받기 시작했거든요. 주민투표는 제 안과 시의회 안을 놓고 어느 안이 더 서울의 미래에 바람직하냐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대안 투표라고 합니다. 유권자의 3분의 1이 투표에 참여해야 해요.”
▼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쪽이?
“그렇죠. 거기에 귀속이 됩니다.”
▼ 유효표 3분의 1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나요?
“가능하다고 봐요. 지난 지방선거 서울투표 참여율이 53%인가 그랬거든요.”
▼ 그때는 휴일이었죠. 주민투표일도 휴일인가요?
“휴일 아닙니다. 평일입니다.”
▼ 많이 나오실까요?
“나오시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죠.”
▼ 만일 3분의 1을 못 채우면?
“그러면 법 규정상으로는 두 안건 모두 채택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고 돼 있어요.”
문화일보(2월10일)는 “주민투표는 법으로 보장된 직접민주주의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무상급식에 반대하면서 ‘주민투표로 심판을 받자’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진행에는 서울시 예산 161억원이 들어간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구의원 김경자씨는 블로그에서 “정상적이라면 (무상급식 범위를 묻는) 주민투표를 하느니 그 비용을 아이들의 무상급식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실제로 진행된다면 시민들은 오 시장의 오버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재·보궐선거도 투표율 30%대를 간신히 채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돈만 쓰고 투표율 저조로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오 시장과 시의회는 아전인수(我田引水)로 해석하면서 갈등을 이어갈 것이다. 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 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주민투표는 ‘오세훈 중간평가’ ‘오세훈 신임투표’로 흐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계현 총장은 “무상급식은 오 시장이 정치력을 갖고 시의회와 합리적 조정으로 풀어야 할 사안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