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 살아가는 동안 꼭 하고 싶은 것,
- 이루고 싶은 것을 적어보세요.
- 눈앞의 현실을 즐기지 못하고 ‘견디듯’ 살아가는
- 사람에게 그것은 사치일 뿐이라고요?
- 자신만의 꿈을 적은 ‘버킷 리스트’를 갖고
-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이들이 조언합니다.
- 어서 빨리 버킷 리스트를 만들라고,
-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새 작품 준비에 돌입했다는 여배우 Y. 평소 털털한 성격으로 유명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간결했다.
“지금 복잡한 걸 생각할 틈이 없어요. 작품 준비에만 집중하고 싶거든요.”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의 목록인 ‘버킷 리스트’를 듣기 위해 접촉한 많은 사람의 답은 비슷했다.
“지금 당장 그걸 대답하라고요?”
이는 결국 ‘버킷 리스트’를 갖고 있는 이가 그만큼 많지 않다는 증거다. 대부분은 사실 단 한 번도 이를 작성해본 적이 없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만큼 팍팍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꿈’은 하나의 에너지다. 이루고 싶은 크고 작은 꿈을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삶을 추스르고 다시 힘차게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신동아’4월호가 별책부록 ‘명사의 버킷 리스트’를 펴내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명사의 진솔한 꿈들을 소개하면서 독자 여러분께 따뜻한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삶의 동기가 필요하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서 카터(모건 프리먼·오른쪽)와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떠난다.
지금 한국에선 ‘버킷 리스트’란 말이 단순히 유행어의 수준을 넘어 삶을 재정비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연세 휴 클리닉 노규식 원장(정신과 전문의)은 “현대 사회의 버킷 리스트가 삶에 대한 강렬한 동기를 부여하고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버킷 리스트는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이 죽기 전 기록한 마지막 소원 목록만은 아닙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에선 황혼의 노인들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실행에 옮기지만, 오히려 이것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젊고 건강한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은 스스로 꿈을 찾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아무런 고민 없이 시키는 대로 공부만 잘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자아 상실’의 위험에 빠지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하는 청소년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버킷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무기력이 만연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것을 이루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노 원장은 상담을 통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자기 삶의 목표로 삼아 성격과 생활 방식을 바꿔나간 사례를 소개했다. 유난히 물고기를 좋아하는 한 아이가 있었는데, 사회 적응력이 떨어져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그 아이에게 내려진 처방은 체험학습 등을 통해 아이가 좋아하는 물고기를 많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처음엔 ‘물고기를 보고 싶다’던 아이가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수족관에서 일하고 싶다’는 적극적 의지를 갖게 됐다. 이후 그 아이는 자신의 희망사항을 실현하기 위해 수족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러면서 물고기에 대한 많은 지식을 쌓았다. 그 다음 그는 희귀 물고기를 직접 키워보는 것으로 버킷 리스트를 수정했다. 그 다음에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하고 큰 수족관을 설립하는 꿈을 가졌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대학에서 어경관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실제로 오랜 세월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까지 받았던 여학생이 버킷 리스트를 통해 정서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자신감을 되찾아 지금은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선생님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버킷 리스트를 단순히 혼자만의 ‘희망사항’으로 묶어두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죽음에 관한 영화를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웰다잉 영화치료 워크숍’을 운영하는 비커밍연구소 김준형 소장은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 대부분이 ‘죽음’이라는 현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자신의 가치, 삶의 가치를 깨닫는 통찰을 경험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이러한 심리치료의 과정을 통해 수많은 청소년이 자신의 미래를 꿈꾸게 되고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죽음이라는 거울을 눈앞에 두고 자신의 삶을 반추해보면 살아 있음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삶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과정이죠.”
버킷 리스트에 무엇을 담을까
그러면 버킷 리스트를 어떻게 작성하고 실천할 것인가. 우선 다른 이들의 버킷 리스트를 살펴보자. 남의 비밀스러운 꿈을 들여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오거나 탄복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자신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명망을 얻은 이들도 사실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꿈을 꾸고 있다는 공감대도 형성된다.
● 이주환 · MBC PD
- 예언가 되기
- 아늑한 분위기의 식당 차리기
- 상담사 되기
- 요트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기
‘거의 모든 것의 미래’(데이비드 오렐 지음, 리더스북)라는 책에서는 우리 인생에서 예측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또 영향력을 미치는지를 세밀하게 알려준다. 이 책은 우리 인생이 예측 모형을 통해 이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인생은 예측과 결과의 연속이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미래를 예언하며 그 결과를 향해 달려왔다. 날씨를 예측하고, 건강을 예측하고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를 예측하는 것도 결국 그 예측의 결과다. 예언가가 된다는 것은 미신에 기댄 억측을 부리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측에는 삶에 대한 통찰, 인간과 세상에 대한 뿌리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그러고도 수많은 ‘변수’로 인해 번번이 틀리고 마는 것이 예측이다. 그러면 또 어떤가. 인생은 예측불허, 그래서 멋진 것이 아니던가.
마음이 편해지는 아늑한 식당을 차리는 것과 상담사가 되는 것, 이 두 가지도 결국에는 예언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서둘러 음식을 먹고 자리를 떠야 하는 음식점이 ‘맛집’이라는 호칭을 다는 세상이다 보니, 몸과 마음에 모두 양식을 주는 음식점은 드물다. 몸과 마음은 결코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음식을 먹으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세상을 살아갈 진정한 양식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위 세 가지 희망이 꾸준한 공부와 통찰이 필요한 일이라면 ‘요트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기’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돛단배를 동경해왔지만 역풍이 불어도 전진하는 뱃사람들의 세계는 내가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 용기를 가지는 날, 나 역시 하얀 돛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 장광효 · 패션 디자이너
- 우리나라 최초의 의상박물관 세우기
- ‘비밀 정원’ 만들기
나는 참 욕심 많은 사람이다. 그래선지 지금껏 하고 싶은 건 죄다 해보고 살아온 것 같다. 대충 ‘해보고 싶다’ ‘먹고 싶다’가 아니라 먹고 싶으면 먹어야 하고, 입고 싶은 옷은 입어야 했다. 여행도 원 없이 다녔다. 그런데도 아직 욕심이 남아 죽기 전에 꼭 무언가를 남기고 떠나고 싶어하다니!
나의 버킷 리스트를 생각하다 문득 깨달은 게 있다. 젊은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바라는 삶의 가치가 무척 달라져 있다는 점이다. 당시의 내 버킷 리스트에는 오롯이 ‘나’를 위한 것들로 가득했다. 내가 하고 싶고 내가 먹고 싶고 내가 보고 싶은 것들로 빼곡하게 들어찬 인생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버킷 리스트는 ‘타인’ 즉 후세를 위한 것들이다. 결코 짧지 않은 우리나라의 복식사를 정리할 만한 박물관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몹시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물론 그저 꿈만 꾸고 있지만은 않다. 박물관을 지을 만한 부지도 알아보고, 지인들에게 내 뜻에 동참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건축가 친구들에게 부지가 정해지면 멋진 디자인의 박물관 건물을 지어줘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들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의외로 내 뜻에 동감하는 사람이 많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꿈은 비밀의 정원을 만드는 일이다. 언젠가 서해안의 천리포수목원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근사한 경치에 한껏 반해 나도 꼭 이런 수목원 하나 가꿔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내 개인의 취향이지만 나 혼자 먹고, 나 혼자 입고, 나 혼자 즐기기 위한 욕심은 아니다. 내 비밀의 정원은 후대에까지 길이길이 남겨져 사람들에게 휴식과 평온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 선우용녀 · 배우
- 죽는 순간까지 남에게 신세 지지 않기
- 남녀 인연 맺어주기
어쩌면 참 두루뭉술한 희망사항이다. 사실은 나도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는 무언가 꼭 이뤄야 한다, 꼭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삶을 살다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지를 차츰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에게 신세 지지 않기. 이것은 돈만 많다고, 자존감이 높다고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다. 몸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고 밝게 살아야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지 않을 수 있다. 너무 욕심을 내거나 자아에 취해 빠져 있다 보면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해를 끼치게 마련이다.
나는 ‘배우’라는 일 외에 남녀를 맺어주는, 결혼정보회사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엔 돈을 벌 목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배울 게 많아졌다. 욕심을 버리고 사람을 보니 내가 하는 일의 중요한 의미도 깨닫게 되었다. 사람으로 나서 누군가와 인연을 맺고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것은 자신의 육신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세상에 남기는 일이다. 나의 일이 그것을 돕는 것이니 어찌 작다 할 수 있을까.
● 정의갑 · 배우
- 좋은 골퍼 되기
- 사랑하는 사람과 크루즈 여행 가기
- 아프리카에 다시 가보기
운동신경이 발달한 편이라 평소에 스키며 축구, 테니스 등 여러 가지 운동을 해왔다. 그러나 골프는 좀처럼 실력을 키우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다른 운동과 달리 골프는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고 몇 달만 쉬어도 초보자가 된 것처럼 실력이 크게 줄어든다. 스스로 인정할 만큼의 골프 실력을 기를 수만 있다면 다른 무엇과도 바꾸지 않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크루즈 여행도 꼭 이루고 싶다. 동반자는 사랑하는 아내여도 좋고, 오랜 세월 나와 우정을 나눠온 친구들이어도 좋다. 배를 타는 건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능력이 된다면 요트를 한 척 사서 바다로 나아가는 것도 좋겠다. 굳이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마음 가는 대로 갈 수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그러다 쉬고 싶으면 가까운 항구에 정박해 여유로운 한때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다시 아프리카로 떠나 토착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 그 태초의 느낌!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떤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나는 진한 ‘아프리카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다.
● 박기태 ·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 단장
- 전세계 모든 대통령과 악수하며 독도 알리기
- 매달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 아이 100명 후원하기
- 해외동포에게 한민족의 정체성 심어주기
- 존경받는 부모 · 남편 되기
-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만들기
10여 년 전만 해도 나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남과 똑같이 취업을 걱정하며 토익(TOEIC) 공부에 목숨을 걸었다. 그런 내 인생의 항로를 180도 바꾼 것은 대학 4년 때 들었던 두 교양 과목 수업의 과제였다. 과제 내용은 홈페이지 개설과 전세계 대상의 제품 홍보와 캠페인을 위한 영문 서식 작성이었다. 여건상 그 흔한 해외여행이나 유학도 갈 수 없었던 내가 생각해낸 것은 나 같은 대학생들이 외국의 대학생들과 펜팔할 수 있는 교류 사이트였다. 그 작은 사이트가 지금 ‘반크’의 토대가 됐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나는 남과 똑같아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을 실현할 방법을 찾다보면 어느새 불가능해 보이던 꿈이 성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버킷 리스트는 좀 거창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10년, 20년, 30년 후 나는 분명 이런 꿈 중 몇 가지를 이룰 것이고,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으리라 믿는다. 10여 년 전 길거리에서 마주친 외국인이 길을 물을 때 얼굴이 벌게져 줄행랑을 치던 소심하고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내가 글로벌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한국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정호근 · 배우
- 소외계층 아이 위한 병원 설립하기
- 아내와 단둘이 여행 하기
나는 큰딸아이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다. 이런 일을 겪지 않은 이들은 그 먹먹한 심정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내 아이를 먼저 보내고서야 나는 나보다 더한 고통을 겪고 있는 소외계층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어간 아이들을 병원에서 많이 보았다. 이런 깨달음은 딸이 우리 가족에게 주고 간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소외계층의 아이들을 위한 병원을 건립하고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재단을 설립하려 한다. 일자리가 없는 부모에게는 병원이나 재단에서 일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고 싶다. 이는 우리 모두의 다음 생을 위한 작은 실천이 될 것이다.
딸이 떠나면서 남은 가족들의 결속력이 아주 강해졌다. 가족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은 우리는 여행을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언제나 함께하려 애쓴다. 그러다보니 정작 나는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낼 기회가 거의 없었다. 아이들이 더 자라 제 몫을 다하게 된다면 나는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
● 안금림 · 작가
- 아이 입양해서 키우기
- 아프리카에 학교 세우기
- 돈 많이 벌기
아들이 군대를 갔다. 빈자리가 휑해서 한동안 울적했다. 내가 아들을 키우고 돌본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아이들에게 의지하며 살았다. 장성한 아들을 보니,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결국에는 내 인생의 커다란 후원자를 만나는 일임을 알겠다.
젊었을 때 나는 파리 몽마르트 언덕에서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며 집시춤을 추는 여자가 되고 싶었다. 관객이 많든 적든 그런 건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네덜란드의 고흐 박물관에서 청소부로 늙어죽는 꿈도 있었다. 모두 나만의 취향과 만족을 위한 꿈들이었다.
그런 꿈들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뀐 것은 종교에 눈을 뜨면서부터였다. 신앙 생활을 통해 나는 봉사활동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그러면서 부모에게서 버려졌지만, 맑은 영혼을 가진 아이들을 만났다. 마음 같아서는 그 아이들 모두의 부모가 되고 싶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욕심이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위해 나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현실적인 욕심도 갖게 됐다. 아프리카에 학교를 세워 아이들이 가난과 기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싶기도 하다.
● 박지숙 · 배우
- 결혼하기
- 10명의 아이 후원하기
-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기
최근 어린이 드라마를 촬영하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에 도전해볼 수 있었다. ‘어린이 손자병법’에서 주인공 ‘손빈’의 엄마 역을 맡았는데 대단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야말로 내 직업의 재발견이었다.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나는 얼마나 축복받은 직업을 가진 사람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결혼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혼자 밥을 차려 먹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부족한 인생인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할까. 하루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내가 받은 만큼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된 것이 정말 큰 소득이다. 지금은 아이 한 명만 후원하고 있지만 여건이 된다면 더 많은 아이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 나의 버킷 리스트에 ‘아이 10명 후원하기’라고 적어본다. 숫자가 크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정해놓으면 그 목표를 향해 한발씩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실현하나
장르별 버킷 리스트를 알려주는 웹사이트 스퀴두.(www. squidoo.com / 100things)
“처음부터 좋은 버킷 리스트, 자기가 꼭 해내고 싶고 할 수 있는 버킷 리스트가 바로 떠오르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이것저것 생각날 때마다 적어나가다 보면 아, 이걸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죠. 대부분 처음에는 자기 자신만을 위한 버킷 리스트를 생각하다 조금씩 주변 사람들, 세상에 대한 희망 등으로 그 영역이 넓어집니다. 이러한 조각들이 모이면 커다란 인생의 모자이크 그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비커밍연구소 김준형 소장 역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을 만한 작고 소박한 꿈부터 적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해냈다는 기쁨, 그 성취감은 좀 더 큰 버킷 리스트를 실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실제로 심리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버킷 리스트를 10개씩 작성해보라고 하면 단번에 그 10개를 채워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10개쯤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펜을 든 사람들도 막상 죽음과 마주한 엄숙한 순간이 되면 한두 가지의 목록을 작성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끼는 거죠. 그동안 삶에 대해 얼마나 좁은 생각만 하고 살았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실현하지 않는다면 버킷 리스트는 그저 꿈의 기록일 뿐이다. 실행을 위해 잘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이 부족하면 언제까지 꿈만 꾸게 된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우화가 있다.
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고. 일단 스미스와 존이라고 하지. 두 사람 모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느 곳에서든 출발해서 똑바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 그런데 중요한 것은 똑바로 나아가는 것일세. 집이 있으면 그 집을 돌아서 가지 않고 지붕을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고 산이 있으면 산을 넘어야 하고 강이 있으면 일직선으로 강을 건너야 하네. 그래서 스미스는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적어나가기 시작했지. 먼저 사다리가 필요하고,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하고, 그 배를 실을 자동차가 필요하고, 밧줄이 필요하고, 튼튼한 신발이 필요하고….
그래서 스미스는 출발할 수 없었어. 그런데 존은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어. 필요한 몇 가지를 하긴 했겠지. 하지만 치밀하지 않았어. 그저 어느 날 가방을 하나 둘러메고는 집을 떠났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났지. 스미스는 그런 존을 비웃었다네. 그렇게 7년이 지난 어느 날 존이 집을 나갔던 반대 방향에서 걸어왔어. 완전 거지꼴이었지. 하지만 존은 스미스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네. 여보게, 스미스, 지구는 둥글더군. 그런데 아직도 자네는 준비만 하고 있나?
-‘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 버킷리스트’(강창균·유영만 지음, 한국경제신문) 가운데
실행방법 알려주는 정보 넘쳐
버킷 리스트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김 소장이 추천하는 영화는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버킷 리스트’(프랑스 판 ‘버킷 리스트’도 있다), 암 선고를 받은 여인의 버킷 리스트를 담은 ‘나 없는 내 인생’ 등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천국보다 아름다운’ ‘체리 향기’ ‘죽은 시인의 사회’ 등도 죽음을 통해 삶을 통찰할 수 있는 영화들이다.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실행할 방법도 막연하다고만 느낀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안내하는 책이 필요할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01가지’(리처드 혼 지음, 민음인)에서는 죽기 전에 해보아야 할 것의 목록 101가지를 꼼꼼하게 정리해놓고 항목별로 실행에 필요한 행동양식을 표와 그림으로 자세하게 정리했다. 자신이 원하는 버킷 리스트를 항목에서 찾아보고, 해당하는 항목이 있으면 그 페이지를 펼쳐 순서대로 실행해보면 된다.
예를 들어 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언제부터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고, 세부 항목으로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배웠는가’‘부모님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는가’‘몇 살 때부터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는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답한다. 자신이 작곡한 곡의 멜로디를 악보로 그려 넣는 난도 있고, 그 곡의 제목도 적어 넣어야 한다. 연주하는 악기의 데시벨을 그리고 자신의 연주 실력에 별점을 매기는 과정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의 목록을 작성하고 처음으로 거리에서 공연한 날짜와 시간, 그리고 밴드와 공연한 날과 시간, 장소까지 기록하도록 돼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실행방법을 안내하는 자료가 많다. 영문판 사이트이긴 하지만 스퀴두(www.squidoo.com/100things)는 버킷 리스트와 관련된 영화와 책, 그리고 구체적인 항목별 버킷 리스트까지 꼼꼼하게 정리해두고 있다.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cafe.naver.com/mybucketlist)처럼 버킷 리스트를 공유하고 실천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서로 독려하고 감동을 주고받는 동호회도 있다. ‘3개월 안에 몸짱 되기’라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블로그에 매일매일 공개 일지를 써내려간 대학생의 블로그(blog.naver.com/ sykim1008)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00가지,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00가지, 00살에 꼭 해야 할 100가지…. 서점을 둘러보면 신간 목록 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제목들이다. 심지어 나 자신이 아닌 부모의 생전에 해드려야 할 일들을 정리한 책도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해야 할 55가지’(효행실행위원회 지음, 랜덤하우스)는 부모님의 어깨를 주물러드리는 것에서부터 대청소 돕기, 꽃 선물하기, 편지 쓰기 등 사소하지만 뭉클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일러주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무언가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듣는 일은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지 못하고 살아간다. 영화 ‘버킷 리스트’의 두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될 때까지 그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진정 자기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두 사람은 자신들이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세렝게티에서 사냥하기, 문신하기, 카레이싱과 스카이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화장한 재를 깡통에 담아 경관 좋은 곳에 두기…. 돈 많은 사업가와 가난한 정비공, 배경도 신분도 다른 두 사람이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느낀 인생의 참된 의미는 결코 다르지 않았다.
버킷 리스트는 결코 거창하고 위대한 무언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다.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꿈을 향해 일단 한발 힘차게 내디뎌보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내가 꿈꾸던 행복과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좋은 버킷 리스트 vs 나쁜 버킷 리스트
1 수첩 등에 반드시 적는다
버킷 리스트를 직접 적어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무언가를 적는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책임감이 더해지는 행위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눈에 명확하게 보인다는 것은 그 일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게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같은 버킷 리스트라 해도 머리로만 생각하는 경우와 수첩이나 일정관리 프로그램 등에 그것을 꾸준히 적어가며 수정하고, 실행 방법을 도모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2 버킷 리스트를 남에게 보여준다
꿈에 대해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입으로 말하면 마치 이루어진 것처럼 행동하게 되고 판단하게 된다. 처음에는 비웃거나 무언가 허점을 찾아내려 애쓰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조력자 혹은 그 꿈에 동참할 만한 동반자를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3 실현 가능한 것부터 적어본다
너무 거창하고 장황한 것들은 실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해보기도 전에 포기해버리게 되므로 실제로 할 수 있는 것,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부터 적어나간다. 버킷 리스트가 꼭 한 가지일 필요는 없으므로 생각날 때마다 이것저것 적다보면 처음에는 한두 가지였던 것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 실천에 옮기거나 목적을 달성한 리스트도 생길 것이고 그러한 것들을 지워나가면서 새로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