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가 강원랜드의 존재이유
- 설립취지 미완성…“폐특법 만료 시한 연장해야”
- “카지노 없이도 경쟁력 갖출 종합리조트 만든다”
- 세계잼버리대회, 국제관광엑스포 기획한 관광산업 전문가
최 사장은 강릉에서 태어나 강릉고와 관동대 경영학과, 강원대 경영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을 나왔고 30년 가까이 강원도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다. 강원도 기획관, 강릉시 부시장과 강원도 기획관리실장 등을 지냈으며 2008년에는 제9대 강원도 정무부지사에 올랐다. 그는 취임식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이 유치하면서 강원랜드에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강원랜드를 세계 최고의 종합리조트,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전문가답게 그는 인터뷰 내내 강원랜드와 강원도의 발전 과제에 대한 생각을 깊이 있게 설명해 준비된 강원랜드 사장임을 보여줬다.
▼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했는데 이제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지식경제부와 국회를 찾아 인사를 하고 강원랜드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강원랜드를 명실상부한 최고의 리조트기업으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발전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른 공기업과는 다른데요.
“맞습니다. 강원랜드는 일반적인 카지노와는 입장이 다릅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해 석탄산업의 대체산업으로 설립된 곳입니다. 그 설립취지와 목적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1995년 만들어진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의 본래 취지와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강원랜드를 경영하려고 합니다. 설립된 지 10년 정도가 지나면서 설립취지가 많이 훼손됐거든요.”
▼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먼저 강원랜드의 존재이유가 되는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지역과 함께하는 강원랜드, 강원랜드와 함께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겠습니다. 강원랜드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는 데도 주력할 생각입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로 내부역량을 강화하고, 외연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또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의 도덕적 해이는 반드시 근절할 생각입니다.”
폐특법 필요하다
▼ 폐특법 만료 시한(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강원랜드가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지만, 아직은 강원랜드의 당초 설립취지가 구현됐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015년으로 돼 있는 폐특법 만료 시한은 연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강원랜드가 자생력을 가지고, 설립취지에 맞는 지역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강원랜드는 단순한 게임산업, 관광산업이 아닙니다. 강원랜드는 다른 카지노와는 다릅니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곳입니다. 폐특법 처리 문제는 반드시 폐광지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고민해야 합니다. 또 폐특법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은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
“강원랜드에서 만들어지는 수익금은 모두 폐광지역과 강원도를 위해 재투자돼야 합니다. 그게 바로 강원랜드의 설립취지입니다. 그리고 그 돈은 강원도의 실정에 맞게 쓰여야 합니다. 중앙정부 등의 제약을 받는다면 당초의 목적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폐광지역 개발기금 등이 지역발전에 초석이 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합니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일반 카지노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느 수준까지는 법으로 강원랜드와 폐광지역을 보호해야 합니다.”
▼ 강원랜드는 여러 면에서 정부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세계적으로 이미 많은 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카지노산업을 전략적인 관광사업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컨벤션센터·엔터테인먼트, 휴양시설 등 대형 종합 리조트 시설로 전환하는 추세입니다. 우리 경우에도 고용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재정 기여, 국부유출 차단 등의 순기능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중독 같은 카지노의 역기능만 부각돼왔습니다. 카지노 출입 자체가 부정한 일인 것처럼 생각되는 식이죠. 우리나라의 규제도 그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지노는 곧 도박이고 사행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국민수준, 소득수준에 맞게 카지노산업을 봐야 합니다. 우리 국민의 인식 수준이 이제는 카지노를 레저문화의 한 부분으로 생각할 정도는 됐다고 보거든요. 협조와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나가야죠.”
▼ 내국인 카지노 유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강원랜드 입장에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6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문제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장관님 발언의 진위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카지노 문제에 대해서라면 어떤 경우라도 폐광지역 주민과 강원랜드의 입장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폐특법의 설립취지에 대해 정치권이나 지역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당연히 폐특법 만료 시한 연기와 일부 법개정에 동참해줄 것으로 믿습니다.”
제2 내국인 카지노 안 돼
▼ 제주도, 인천 등에선 제2 내국인 카지노 설립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내국인 카지노를 허용한 이유는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카지노로 돈을 벌자는 게 아니었죠. 그런데 지금 여러 지자체에서 쉽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내국인 카지노 허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폐특법의 취지를 완전히 위반하는 것입니다. 강원랜드가 카지노 없이도 충분히 생존하고 폐광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기 전까지는 (내국인 카지노 추가 허용은) 안 될 일입니다. 그리고 내국인 카지노가 우후죽순 생겨날 경우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도 심화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과 구상을 지역주민들과 상의해서 적극적으로 정부에 전달하겠습니다.”
▼ 한번 허용하기 시작하면 우후죽순 생겨날 수도 있죠.
“그렇습니다. 절대 안 될 일입니다.”
▼ 강원랜드가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시는데, 구체적인 구상이 있으신지.
“이미 그 단계로 가고 있지만, 강원랜드는 카지노기업이 아닌 종합리조트 기업이 돼야 합니다. 물놀이 시설인 워터월드도 그래서 추진하는 거죠. 강원랜드를 테마로 한 관광 상품 개발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강원랜드 주변에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만들어야죠. 카지노가 아니어도 강원랜드가 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마침 2018년 동계올림픽을 평창이 유치했으니 강원랜드 입장에서는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세계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죠. 해외를 상대로 한 국제적인 마케팅도 연구할 때가 됐습니다.”
▼ 강원랜드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원랜드는 지금도 충분히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종합리조트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스키장, 골프장, 콘도미니엄, 카지노, 호텔, 컨벤션 등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리조트 단지에 보유한 곳은 세계적으로도 하이원리조트뿐입니다. 시설과 고객서비스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원랜드의 수익 구조를 보면 카지노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물론 해외의 카지노리조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카지노 호텔의 수익만으로 구성된 리조트는 경쟁력을 상실할 겁니다. 컨벤션, 쇼핑, 테마파크 등을 어떻게 운영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 강원랜드가 야심 차게 준비해온 워터월드 건립이 정부의 의견으로 미뤄지고 있는데요.
“워터월드는 강원랜드가 사계절 리조트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사업이 아닙니다. 강원랜드의 수익구조 개선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겁니다. 현재 정부의 의견을 토대로 사업타당성에 대한 용역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용역 결과가 나오는 대로 면밀히 검토한 후 단기간 내에 건립이 진행될 수 있도록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 많은 구상을 가지고 계시네요. 오랫동안 고민하신 듯 보입니다.
“제가 강원도에서만 공직생활을 30년 가까이 했습니다. 도에서 관광국장, 산업경제국장을 했습니다. 당연히 폐광지역을 포함한 강원랜드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애착입니다.”
“관광산업에 눈떴다”
이쯤에서 얘기지만, 최 사장의 30년 공직생활은 아주 다채로웠다. 공무원으로는 경험하기 힘든 일을 많이 했다. 일단 최 사장은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강원도가 주최했던 가장 큰 행사 3개를 직접 치러냈다. 1991년 고성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를 부하 직원 딱 10명을 데리고 완벽하게 치렀고, 1999년에는 속초에서 열린 국제관광엑스포를 총괄기획했다. 강릉시 부시장으로 있던 2004년에는 강릉 단오제의 전신인 ‘국제민속제’를 기획해 유네스코에 등재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잼버리대회는 국회에서 특위가 만들어질 정도로 큰 행사였습니다. 정말 천지분간 못하고 일에 빠져 살았죠.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도로사정이 좋을 때도 아니었어요. 서울에서 속초 가는 도로가 그 행사를 준비하면서 생겼을 정도니까. 춘천에서 홍천으로 가는 외곽도로 있죠? 그 도로 이름이 잼버리도로입니다. 그 행사를 계기로 강원도가 관광 1번지 소리를 듣게 됐죠. 국제관광엑스포는 한국 관광산업을 한층 끌어올린 계기가 된 행사였다고 자부합니다. 그 행사를 위해 꼬박 3년을 투자했는데, 그 기간에 다른 보직을 못 받고 그 일만 했습니다. 행사를 치르면서 관광, 레저 분야에 눈을 뜨게 됐죠.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도 사실 기적 같은 일입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무형문화재가 아직 판소리, 종묘제례, 강릉단오제, 그렇게 3개뿐이거든요.”
그는 강원도가 추진했던 대북사업에도 깊이 관여했다. 2000년경, 강원도가 원산 인근에 투자해 만든 송어 양식장 건설을 총괄했으며 북한 체육계와도 오래 교류했다. 북한 아이스하키팀과 태권도팀을 춘천으로 데려오기도 했다.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당시에는 김진선 전 강원지사와 단둘이 방북해 북한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받아오기도 했다. 당시는 서해해전으로 남북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목숨을 거는 심정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걸어오신 길을 듣고 보니 준비된 강원랜드 사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닙니다. 부족한 게 아직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의 도움을 받으려 합니다. 지역사회, 정치권의 도움도 받아야겠고 언론에도 도움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강원랜드를 단순히 도박장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릴 생각입니다. ‘돈 된다’ 이런 시각으로 보지 말라고요. 설립취지와 의미를 헤아려달라고 얘기할 생각입니다.”
▼ 도박중독이나 직원 비리를 막는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야 할 텐데….
“카지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일단은 지속적인 카지노 건전화 방안을 통해 문제를 줄여나가도록 할 계획입니다. 조직의 기강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일신하겠습니다. 직원 스스로가 도덕적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아무리 최첨단의 시설과 서비스 매뉴얼을 갖췄다 해도 결국엔 사람에게서 모든 일의 성과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죠. 강원랜드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회사,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회사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