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것은 모든 글의 바탕에 깔려 있는 인문학적인 성찰. 2005년부터 성프란시스대학, 경희대 실천인문학센터 등에서 노숙인 대상 인문학 강의를 해온 그의 내공이 행간에 묻어난다. 최씨는 지난해 7월 노숙인들이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잡지 ‘빅이슈’의 창간에 앞장서기도 했다.
“노숙인 강의를 시작한 건 저 역시 힘든 시절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낮에는 신발공장, 대중목욕탕, 건설현장 등에서 일하고 밤에는 야학에서 공부했습니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갔지요. 노숙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 인문학 공부가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부문에 당선한 뒤 도서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인문학을 세상과 나누기 시작했다. 최근 그간 기록한 ‘420자 칼럼’을 모아 ‘유쾌한 420자 인문학’(이룸나무)이라는 책을 펴낸 것도 이 ‘나눔’의 한 방법이다. 그는 칼럼의 말미마다 페이스북 ‘친구’들이 남긴 댓글을 함께 실어 ‘소통의 인문학’ 실험을 펼쳐보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인터넷 시대의 글쓰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왜 그렇게 매일 글을 쓰느냐”는 후배의 질문에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그걸 밑으로 내리기 위해 오늘도 쓴다”고 답했다는 최씨는 “앞으로도 ‘낮은 곳에서 실천하는 인문학,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읽는 이를 즐겁게 하는 인문학,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인문학’ 글을 계속 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