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성 높고 치료 중 일상생활 가능
- 치료 환자 60%, 종양 없어지거나 축소
- 항암제·방사선 치료 병행하면 효과 높아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말기 암 환자에게 시행하는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이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5가지 면역세포(NK세포, NKT세포, 킬러T세포, 감마델타T세포, 수지상세포)를 이용하는 이 치료법은 일본 센신병원장인 구라모치 쓰네오(66) 박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도 10여 년 전부터 면역세포요법을 활용해왔지만 한두 가지 면역세포만을 활성화하는 수준이다. 구라모치 박사는 5종의 면역세포를 모두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센신병원은 2006년 1월부터 현재까지 이 병원에서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을 1사이클(6회) 시행한 환자 중 185명을 추적 조사했다. 그중 171명은 암 3~4기로 치료를 시작할 당시 수술이 불가능했거나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조사 결과 전체 환자의 60%가 종양이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비결이 뭘까. 후유증은 없을까. 다른 항암치료와 병행해도 될까. 많은 궁금증을 안고 2월 28일 일본 구마모토 현에 자리한 센신병원을 찾았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차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센신병원은 바깥에서 보면 병원이라기보다 가정집 같았다. 내부는 진료실과 처치실, 면역세포를 배양하는 무균실, 상담실 등이 자리 잡고 있는데 목재를 많이 사용하고 벚꽃 정원이 훤히 내다보여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면역학을 전공한 구라모치 박사는 40년 동안 대학병원과 의료기관에 몸담으며 인체 림프구의 면역기능을 구명하고 면역세포 치료법을 연구한 끝에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 개발에 성공했다. 이 치료법으로 국제 특허도 받았다. 다음은 구라모치 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말기 암 치료 효과 60%”
▼ 요즘 일본에서 면역세포요법이 암 치료법으로 각광받는 이유가 뭔가요.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는 부작용이 심한 반면 이 치료법은 자신의 면역세포를 그대로 투여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환자의 몸에서 30~50cc의 피를 뽑아 2~3주에 걸쳐 배양한 면역세포를 환자의 몸에 다시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거든요. 지금까지 약 15년 동안 3500명의 환자를 치료했는데 단 한 명에게서도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을 만큼 안전성이 높습니다. 보통 2주에 한 번씩 총 6회에 걸쳐 면역세포 치료를 시행하는 것을 한 사이클로 치고, 다달이 호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도 병행합니다. 이후에는 몸 상태에 따라 1개월에서 6개월에 한 번씩 면역세포를 투여해 건강을 유지하게 하죠.”
▼ 2~3주간 배양하면 면역세포가 얼마나 증가합니까.
“처음 혈액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했을 때는 1000만~2000만 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2~3주간 배양하면 20억~60억 개로 늘어나요. 그만큼 면역효과가 강력해진다고 볼 수 있죠.”
▼ 암 환자의 면역력을 높인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사실 우리 몸 안에선 매일 수천 개의 암세포가 생겨요. 그런데도 암에 걸리지 않는 것은 면역세포가 쉬지 않고 체내를 순찰하다가 암세포를 발견하는 즉시 퇴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암 환자는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어요. 암세포가 면역세포보다 힘이 세서 암세포가 커지는 거죠. 반면에 면역세포가 힘이 더 세면 암세포가 줄어듭니다. 면역세포요법은 바로 그런 원리에서 출발했어요. 이미 암에 걸렸더라도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의 개발 배경은.
“처음에 림프구만을 이용한 면역요법을 썼을 땐 15% 안팎의 효과를 봤는데 림프구와 NK세포를 함께 썼더니 치료 효과가 42~43%로 높아졌어요. 그런데 면역세포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한두 가지로는 한계가 있더군요. 거듭된 연구 끝에 5가지 면역세포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 5가지가 NK세포, NKT세포, 킬러T세포, 감마델타T세포, 수지상세포인데 이들 세포 간 상호작용과 정보 전달을 통한 상승작용으로 약 60%의 치료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환자의 80%가 말기 암 환자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전체 암을 대상으로 한 항암제 치료 효과가 25% 정도거든요.”
▼ 5종 면역세포는 어떤 기능을 합니까.
“NKT세포는 NK세포와 킬러T세포가 합쳐진 거예요. NKT세포는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로도 잡아내지 못하는 미세한 암세포까지 공격하는 능력이 있고, NK세포는 NKT세포에게 공격 명령을 내려요. 하지만 암세포의 90%가 위장하고 있어서 NK세포가 암세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때는 NK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내죠. 또 감마델타T세포는 NK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할 때 바로 옆에서 도와줘요. 수지상세포는 암세포 표면을 읽고 다른 세포들에게 공격하라는 정보를 전달하고요.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은 이 다섯 가지를 모두 배양해 환자에게 투여합니다. 그러면 증가한 수지상세포가 암 조직을 찾아내 인식하는데, 그게 치료의 시작이죠.”
구라모치 박사가 혈액을 원심 분리해 림프구를 뽑아내고 있다. 림프구에 배양액을 넣어 1차 배양을 준비하는 모습. 면역세포가 얼마나 늘었는지 검사 중이다(사진 왼쪽부터).
암세포 공격력 강화한 치료법
▼ 치료받을 때 주의할 점은 없나요.
“없습니다. 부작용이 없어서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어요.”
▼ 다른 항암치료와 병행해도 됩니까.
“예전에는 면역치료 중 항암제를 투여하면 정상적인 면역세포까지 죽인다고 여겼는데, 최근에는 항암제, 특히 표적치료제와 병용하면 면역력이 더 높아진다는 학계 보고와 연구 논문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또 방사선치료와 면역세포요법을 병행하면 면역세포의 힘이 약해진다고 했지만, 방사선을 쬐면 오히려 그 주위의 림프구나 면역세포가 더 활성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일본에서는 6~7년 전부터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면역세포요법과 병행하고 있어요. 우리 병원에서는 면역세포 치료 3일 전후에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하도록 해요. 수술 전에도 2~3회 면역세포 치료를 받으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고요. 수술 후에는 암세포가 제거된 상태이니 면역세포요법으로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죠.”
▼ 이 치료법이 듣지 않는 암도 있습니까.
“임상 결과 환자의 20%가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대부분은 췌장암이나 담낭암 환자였어요. 그렇다고 췌장암이나 담낭암이라고 해서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암에 비해 치료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거죠. 치료 효과가 15~20% 정도거든요.”
▼ 나머지 80%는 효과를 본다는 얘기네요.
“치료효과를 A, B, C, D로 판정해요. A는 암이 완전히 사라졌거나 암세포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경우로 환자의 20%가 여기에 속해요. B는 암 진행이 멈춘 상태로 40%의 환자가 해당하고요. C는 치료 후 암 진행속도가 평균치보다 느려진 부류로 환자의 20%를 차지합니다. D는 치료 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로 이 역시 20%입니다. 하지만 저는 A와 B만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칩니다. 그래서 60%가 효과를 봤다고 한 겁니다.”
▼ 최근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보다 효과가 더 좋은 암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면역요법에는 면역세포 수를 늘려 치유되도록 하는 자연면역요법, 암 항원의 단백질 펩타이드를 표적으로 한 펩타이드요법, 수지상세포에 암 펩타이드를 인식시켜 암세포를 집중 공격하게 하는 수지상 왁진요법이 있어요. 그런데 최근 수지상 왁진요법의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어요. 무엇보다 수지상세포를 암 치료에 필요한 만큼 체외에서 충분히 배양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우리 연구팀은 자연면역을 수행하는 NKT세포가 활성화한 후 수지상세포가 성숙하는 점에 주목했죠. 그래서 현재 실시하는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을 한층 개량해 80~90% 성숙한 수지상세포에 암 펩타이드를 인식시키는 신(新)수지상세포획득면역요법을 개발했어요. 이 치료법은 5종 면역세포 간의 상호작용이 더 활발해져 표적인 암세포를 보다 효과적으로 집중 공격할 수 있어요. 아직 데이터가 축적되진 않았지만 5종 복합면역세포요법에 비해 치료효과가 최소 10%는 더 오를 겁니다. 폐암, 식도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에 맞아요.”
스트레스가 담배, 술보다 나빠
▼ 면역세포 배양시설은 어떻게 관리합니까.
“4개월에 한 번씩 세포처리센터(CPC) 직원들이 나와 배양실의 청결도를 측정해요. 입구부터 내부 구석구석까지 청결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데, 언제나 반도체 시설과 같은 수치가 나와요. 배양실을 그만큼 철저히 관리한다는 증거죠.”
구라모치 박사는 후쿠오카에서 6년간 센신병원을 운영하다 2011년 5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암 환자에게 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조만간 하네다 공항 근처에도 센신병원이 문을 연다. 이 병원 관계자는 “아베 총리 취임 후 미래 성장동력으로 생명과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병원 건립비용을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구라모치 박사는 이러한 붐을 타고 면역세포요법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센신병원에는 최근 외국인 환자가 부쩍 늘었다. 한국인도 적지 않다. 한 달에 80명 정도의 한국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비용은 회당 400만 원. 총 6회가 기본이니 2400만 원이 든다.
▼ 치료비가 만만치 않은데, 한국 환자들이 치료비만큼 효과를 보고 있습니까.
“일본 환자와 마찬가지로 치료 효과는 60% 정도예요. 일찍 오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텐데 대부분이 말기에 오세요. 그게 안타까워요.”
▼ 특별히 암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암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요. 육식 위주에서 채식으로 생활습관을 바꾼 미국은 암 발병률이 낮아진 반면 고기 섭취량이 늘어난 한국이나 일본은 암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때 일본에서는 암이 유전병이라고 생각했지만 암은 유전병이 아니라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기는 병입니다. 술과 담배를 멀리하라고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더 해로운 건 스트레스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암을 더 악화시키거든요. 반면에 많이 웃으면 면역세포가 증가해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커지죠.”
▼ 암 환자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암은 한 가지 치료법만으로는 물리칠수 없어요. 종합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수술, 항암제, 방사선 치료 외에 면역요법이 4대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면역요법은 암 치료 후 재발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에요. 암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 일본에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던데.
“이미 많은 연구가 진행됐고, 망막황반증이라는 불치병 치료를 위해 IPS(만능유도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실험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는 주로 골수, 제대혈, 지방조직에 있는데, 치료효과를 높이려면 골수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연구진도 야마구치 의과대학에서 진행한 간경변 환자의 줄기세포 임상연구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섬유화한 조직과 간 기능이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면역요법의 치료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개발한 면역요법을 일본뿐 아니라 해외 각국에 전파해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