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호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여장 남자(Cross Dresser)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4-09-22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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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가 여자 옷과 속옷을 입는다면 흔히 ‘변태’란 단어를 떠올린다.
    • 그런데 직접 만난 여장남자들은 건설감리사, 성직자, 연구원, 대학생 등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다.
    • 요지경 속 같은 여장남자의 세계.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토요일 저녁 7시, 강동구 성내동의 한 주택가. 대로변 건물에 ‘CD카페’라고 쓰인 간판에 불이 켜진다. 잠시 후 무릎 길이의 정장스커트에 블라우스 차림의 여성이 길을 건너오는 게 보인다. 걸음걸이가 특이하다. 하이힐을 신었는데 팔자걸음이다. 뚜벅뚜벅 소리가 났다. 가까워지자 짙은 화장 너머 각진 얼굴이 보인다. 쉰 살은 넘어 보였다. 기자를 힐끗 보더니 지하 1층 카페로 내려간다.

    한 시간 정도 카페를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팔짱 낀 남녀가 있는가 하면, 혼자 들어가는 여성도 제법 많았다. 갓 스물 넘었을 것 같은 앳된 여성도, 환갑이 지났을 것 같은 여성도 보인다. 남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테이블마다 여성이 가득했다. 한쪽엔 뷔페식으로 음식도 차려져 있다. 꼭 달라붙는 브라톱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자기 쪽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오빠 이름이 어떻게 돼요?” 대충 이름을 둘러대자 명찰을 만들어 가슴에 달아주었다.

    이곳에서 한 인터넷 CD카페 회원들이 정모(정기모임)를 하는 중이다. 카페마다 1년에 몇 차례 오프(오프라인) 모임을 하는데, 많으면 전국에서 100명 이상이 모인다. CD는 크로스드레서(Cross Dresser)의 약자다. 주로 여장을 한 남자를 일컫는다. 여성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모두 ‘고추 달린’ 남자인 것이다.

    기자 바로 뒤에 들어온 사내가 카페 구석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을 들여다보니 이브닝드레스, 여고 교복을 비롯해 다양한 여성 옷과 가발이 보였다. 화장대도 있는데 각종 색조화장 도구가 널렸고, 바닥엔 붙이는 속눈썹들이 어지럽다. 분장실이라고 했다. 방금 풀업(풀 메이크업,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여자처럼 치장하는 것)을 마친 CD가 전신거울을 들여다보며 화장을 확인하고 옷매무새를 매만진다. 만족스러운 듯 동료와 밝게 웃었다.



    “남자로 사는 거, 피곤하다”

    빈자리에 앉아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눴다. 이미 서로들 잘 아는 듯 사적인 대화가 오갔다. 기자 옆에 앉은 CD는 유행이 한참 지난 1980년대풍으로 코디를 했는데, 알고 보니 ‘왕언니’ 격으로 나이가 많았다. 건설감리사로 일하다 정년퇴직해 지금은 쉰다고 했다. 가장 남성적인 직업이라 할 수 있는 건설인이 여장을 하다니 아이러니였다.

    “언제부터 여장을 했냐고? 한 25년 됐지. 남자로 사는 거 피곤할 때 많잖아.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 ‘내가 여자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 그러다 우연히 이런 곳을 알게 돼 화장도 해보고 여자 옷도 입어봤는데 정말 신나더라고. 또 다른 내 모습을 보게 되니까. 스트레스도 풀리고. 지금은 쭈그렁 할망처럼 보이지만 예전엔 예쁘고 몸매도 자신 있었다니까.(웃음)”

    그는 시집갈 나이가 된 딸도 있다고 했다.

    “가족에겐 비밀이지. 아내가 알면 사달이 날 테니. 딸에겐 언젠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내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딸이라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어.”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CD가 “끈이 없는 드레스라 자꾸 흘러내린다”며 뒤에서 추켜올려달라고 부탁했다. 남자란 걸 알면서도 괜히 민망스러웠다. 왕언니가 옷 뒤를 올려주더니 어깨를 만지며 “어떻게 이렇게 피부도 곱고 어깨선도 좋으냐”고 칭찬했다. 기자가 보기에도 남자치고는 어깨선이며 몸의 굴곡이 부드러웠다. “호르몬제를 맞냐”고 묻자 “운동과 요가로 몸매를 관리한다”며 수줍게 웃었다.

    “요가가 참 좋다. 골반 넓히는 자세, 어깨 좁게 만드는 자세, 허리 라인부터 발목까지 각선미를 잡아주는 자세도 있다.”

    직업을 묻자 “들으면 웃을 것”이라며 머뭇거리더니 “성직자”라고 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종교 쪽에서 볼 때 CD야말로 ‘음란마귀’가 아니던가.

    ▼ 언제부터 여장을 하게 됐나.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여장대회를 했다. 처음 화장을 하고 여자 옷을 입어봤는데 뭔가 기분이 묘했다. 그 후 집에 혼자 있을 때 엄마나 누나 옷을 입고 화장도 해보곤 했다. 그러다 들켜 엄청 혼났다. 그 후 잊고 살았는데, 3년 전쯤 인터넷에서 CD카페를 알게 됐다. 갑자기 마음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 풀업은 자주하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가족은 물론 신도 눈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여장을 할 때는 즐거우면서도 두려움을 크게 느낀다. 처음엔 인적 없는 곳에 차를 세워놓고 풀업을 한 채 앉아 있다 왔는데 나중엔 산책할 정도가 됐다. 이렇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풀업을 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 이유가 있나.

    “너무 깊게 발을 담그고 싶지 않았다. 더 빠져들면 내 이성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았다.”

    “여자 애인 있다”

    젊은 CD들이 모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화 ‘레옹’의 마틸다 헤어스타일에 일본 성인만화 속 여고생 복장을 한 CD를 비롯해 웬만한 여성보다도 날씬하고 예쁜 CD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모두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20명도 넘었다. 서울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가장 보수적인 동네에 이렇게 CD가 많다는 게 신기했다. 자기들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깔깔 웃었다.

    CD도 여러 부류가 있다. 먼저 트랜스젠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아직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을 뿐, 자신의 성 정체성이 여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장을 즐긴다. 이들은 호르몬 주사를 맞기도 하고, 가슴 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런 가슴 달린 남자를 ‘쉬멜’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부류는 게이 출신이다. 여성적 취향이 강한 게이 중에 여장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이성애자이면서 개인적 취향으로 여장을 하는 경우다. 흔히 ‘순수 CD’라고 한다. 간혹 스스로 여장을 함으로써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트랜스베스틱 페티시즘(Transvestic fetishism)이라 한다. 반대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장을 즐기는 부류도 있다. 드래그 퀸(Drag Queen)이라고 한다.

    30대 초반의 젊은 CD와 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남중, 남고, 군대, 공대 등 남자 집단에서만 오랫동안 생활했다는 그는 “여자 애인이 있는 건강한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 언제부터 여장을 했나.

    “풀업을 한 건 1년 됐다.”

    ▼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 어려서 엄마나 누나가 장난 삼아 여자 옷을 입혔다든지, 연극이나 무도회에서 여장을 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다고 하는 경우가 많더라.

    나도 비슷하다. 대학교 때 인터넷 방송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가장 핫한 콘텐츠가 여장을 하고 화상채팅으로 남자를 골려주는 것이었다. 재미로 시작했는데, 화장하고 가발 쓰고 여장을 하니까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이 나타났다. 기분이 묘했다. 몇 달 하다 공부하느라 그만뒀는데, 취직하고 여유가 생기니까 그때 일이 생각이 났다.”

    ▼ 갑자기 여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유가 있나.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는 일이었다. 아마도 여장을 했을 때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모양이다. CD카페가 있는 건 알았지만 용기가 안 나 들어가지 못하다가 지난해 용기를 냈다. 여자 옷을 빌려 주고, 화장도 해주었다. 또 다른 나를 보니까 느낌이 묘했다.”

    ▼ 여장을 할 때 어떤 기분이 드나.

    “여자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장을 하면 성격도 달라지고 행동도 달라진다. 걸어가는 것도 남자일 때는 팔자로 걷지만 여자 옷을 입으면 다소곳해진다.”

    ▼ 풀업을 자주하는 편인가.

    “혼자 살기 때문에 처음엔 집에서 화장도 해보고 여자 옷도 입어보고 했다. 그런데 회사 동료, 학교 후배들이 시시때때로 집에 찾아온다.

    그래서 집에선 안 하고 주말에 CD카페에 와서 하거나, 아는 CD들과 함께 모텔을 빌려 변신을 한다.”

    ▼ 남자 여럿이 같이 들어가면 오해하지 않나.

    “그래서 카운터가 2층에 있는 모텔을 찾았다. 한 명이 가서 방을 잡으면 나머지는 카운터를 피해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로 바로 올라간다. 스릴과 재미가 있다. 변신을 할 때는 서로 화장도 도와주고, 이런저런 정보도 공유한다. 호칭도 ‘언니’ ‘야이 아줌마야’ 하고 부르는 등 서로 여자로 대한다.”

    ▼ 가족이나 주변에서는 전혀 모르나.

    “완벽하게 꽁꽁 싸맨다. 항상 조심하지만 걸릴 뻔한 적도 있다. 주말에 모임을 하고 취해서 입고 있던 여자 옷과 여자 속옷, 가발을 늘어놓은 채 자고 있는데,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현관 비밀번호까지 아는 후배들이 찾아온 것이다. 다행히 옷가지들이 침대 위에 있어서 이불로 감추고 아픈 척 누워 있었다. 정말 조마조마했다.”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일본의 CD가 자신의 집에서 여장을 한 모습. 일본은 여장남자에 대해 우리보다 인식이 관대하다.

    ▼ 애인 거라고 하면 되지 않나.

    “속옷이야 그렇다 쳐도 옷도 보통 여자 사이즈가 아니어서 안 통한다.”

    ▼ 의상이나 도구는 어떻게 보관하나.

    “벽장 안에 넣어놓는다. 누가 놀러와도 벽장은 안 열어보니까.”

    “상 남자가 많이 변했네?”

    ▼ 길거리를 다녀본 적도 있나.

    “나는 아직 없다. 주로 게이 바나 트랜스젠더 클럽을 간다. 다른 CD들 중에는 길거리는 물론 나이트클럽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남자들은 잘 몰라봐도 여자들은 아는 모양이더라. 자기들끼리 귀엣말로 수군거리는 게 느껴진다고 하더라.”

    ▼ 게이 바 같은 술집에 가면 여자로 대접을 해주나.

    “스태프들은 그렇게 해준다.”

    ▼ 그때 기분은.

    “당연히 좋다. 목적이 달성됐으니까.”

    ▼ 무의식중에라도 여자 친구에게 헤어스타일이나 화장에 대해 알은체를 했다 오해받은 적이 있을 것 같다.

    “있다.(웃음) 여자친구로부터 ‘상남자가 많이 변했다’는 소릴 듣는다. 내가 직접 여자 옷과 속옷도 입고, 스타킹에 하이힐도 신고, 액세서리까지 하다보니 여자에 대해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됐다. 외출할 때 남자는 샤워하고 눈에 띄는 아무 옷이나 입고 신발 신으면 끝이지만, 여자는 절차가 복잡하다. 옷을 정하면, 옷에 맞는 화장을 해야 하고, 옷에 맞는 구두, 액세서리 하나하나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이젠 여자친구가 늦어도 화를 안 낸다. 안타까운 건 있다. 그날그날 여자친구의 화장을 평가하게 됐다. 아이라인 눈꼬리를 잘못 뺐다든지 화장이 잘 안돼 있으면 다시 하라고 말하고 싶은데, 차마 못하겠더라.(웃음)”

    ▼ 화장은 자신 있는 모양이다.

    “뜨거나 뭉치지 않고 파우더를 얼굴 전체에 고루 펴 바를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아이라인과 입술을 바르는 것도 이젠 별 문제 없다.(웃음)”

    남자가 여자 옷을, 그것도 속옷까지 입으려면 많은 노력과 고통이 뒤따를 것 같다. 특히 몸매를 드러내기 위해 핫팬츠나 미니스커트처럼 딱 붙는 옷을 입으면 남성 성기가 거치적거릴 뿐 아니라 ‘남자’란 걸 들키게 되기 때문이다.

    ‘탁(tuck)’과 ‘고간(고사이)’

    ▼ 여장할 때 성기 부분은 어떻게 하나.

    “다른 CD들은 테이핑을 하거나 접착제로 고정한다고 하는데, 아파서 못하겠더라. 그냥 여자 속옷 입고 스커트를 여유 있게 입는다. 전문가 중에는 ‘탁(tuck)’이나 ‘고간(고사이)’이란 방법으로 여성 성기 모양을 만든다고 하는데,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 가슴은 어떻게 만드나.

    “가슴이 파이지 않은 옷을 입을 때는 브라에 뽕을 넣는다. 파인 옷을 입을 때는 누드브라라는 실리콘이 있다. 이걸 45도 각도로 붙인 다음 살을 끌어모은 후 뽕브라를 하면 여자 가슴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름엔 땀 때문에 실리콘이 떨어져 할 수 없다.”

    ▼ 제모도 해야 하지 않나.

    “다리와 겨드랑이 제모는 평소 꾸준히 한다. 여자친구에겐 원래 털이 별로 없는데다 여름에 반바지 입으려 밀었다고 핑계를 댄다.”

    ▼ 여자 옷이나 하이힐은 어떻게 구입하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하기는 좀 그래서 인터넷으로 산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사고 나서 내 덩치가 생각보다 크구나 하는 걸 느끼곤 한다. 일반 쇼핑몰은 내 사이즈에 맞는 게 없어 빅사이즈몰에서 해결한다. CD들의 가장 큰 고민이 물건을 택배로 받는 거다. 택배박스에 물품명이 기재돼 집이나 회사에서 수령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전에는 CD카페에서 대신 받아주곤 했는데, 요즘은 근처 편의점에서 택배를 수령할 수 있어 자주 애용한다.”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에 오늘밤도 화장하고 치마 입는다”
    ▼ 이 정도에서 멈춰야겠다는 생각은 안 드나.

    “지금 상태에서 더 나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결혼하면 그만 해야지 싶다. 그런데 주위에 결혼한 분들에 따르면 CD는 접는 게 아니라 잠시 쉬는 거라고 하더라. 결혼을 해도 끊을 수 없다고. 담배도 내가 마음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끊는 게 쉽지 않은 것처럼 이 생활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모르겠지만.”

    러버와 CD

    ‘다음’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30여 개의 CD카페가 활동한다. 여장을 한 자신의 사진을 올려놓기도 하고, 직접 화장법과 옷 입는 법을 코치해주기도 한다. 채팅방도 있어 교류가 활발하다.

    ▼ 인터넷 CD카페에 CD들이 풀업한 모습을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 있더라.

    “예전엔 나도 올렸는데 지금은 안 한다. 사진을 올리면 만나자는 메시지가 많이 온다. 난 그런 분들 안 만나니까 귀찮다. 술집에서도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개중엔 정중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신체적 접촉부터 하는 마초들이 있다. 그러면 내가 맥주병을 집어 들고 꺼지라고 한다.”

    풀업을 한 CD에게 접근하는 남자를 ‘러버’라고 부른다. 이성의 복장을 입은 파트너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만난 CD와 러버는 성관계까지 가기도 한다. 인터넷 CD카페엔 러버의 구애와 CD의 유혹이 담긴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를 지향하는 CD가 수술비를 벌기 위해 조건만남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순수CD 중에도 러버와 관계를 갖는 경우가 있다.

    기사 앞에서 소개한 성직자 CD도 최근 ‘선’을 넘고 말았다고 고백했다. 혼자 풀업을 하던 그는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CD와 교류하고 싶어 인터넷 CD카페에서 활동하다 러버를 만나게 되었고, 깊은 관계까지 갔다는 것. 그는 “풀업을 한 상태에서의 나는 여자였다. 그는 나를 여자로 대했고, 그게 좋았다”고 말했다.

    ▼ 러버는 어떤 사람인가.

    “평범한 사람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와 성관계를 하지만 게이는 아니라고 한다. 러버는 CD를 여자로 본다. 마찬가지로 CD도 러버와 사랑을 나누는 순간은 자신을 여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 여장하고 있는 동안은 자기가 여자라고 믿으니까.”

    ▼ 공감하기 힘들다. 속된 말로 ‘변태’ 아닌가.

    “거기에 대해 내가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기결정권을 갖고, 자기 행동에 책임질 수 있는 나이인 성인이 하는 행동에 대해 제3자가 뭐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 CD 취향을 오래 갖다보면 중성화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여자의 기분을 느끼다보니 여자친구와 섹스를 할 때도 ‘내가 얘라면 지금 기분이 이렇겠다’ ‘이런 걸 원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대를 더 배려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 상남자라고 했는데, 아주 섹시한 CD를 보면 성적 욕구가 들 때가 있지 않나.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CD만 좋아하는 CD도 있다. CD레즈라고 부른다. 하지만 난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아쉽게도 내 여자친구보다 내 성욕을 더 자극한 CD는 없다.”

    아웃팅의 두려움

    ▼ CD의 가장 큰 고민은 뭔가.

    “아무래도 아웃팅(강제 커밍아웃)이다. 대부분 그런 위기가 한 번씩은 있다. 아는 동생도 부모에게 들켜서 중단한 상태다. 아내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잘 푼 선배도 있다.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니니까. 옷 바꿔 입고 술 한잔하는 거다. 룸살롱 가서 아가씨 끼고 술 먹다 2차 가는 것보단 건강하지 않나.”

    ▼ CD들에게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피해의식 때문이다. 변태라고 손가락질 받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냥 하나의 취향, 문화로 인정해주면 좋겠다. 코스프레 많이 하지 않나. 그런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해달라. CD의 꿈은 참 소박하다. 비키니 입고 수영하는 것, 여자 옷 입고 시내를 자유롭게 걷는 거다. 그게 범죄는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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