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인터뷰

'들개처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文 정부 포스코·KT 회장 마수 뻗치면 용납 않해”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8-01-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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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사태 최대 수혜자가 최순실 답습하는 꼴”

    • “운동권 청와대 비서진이 외교 무너뜨려”

    • “한병도 정무수석, 자기 필요할 때만 찾아와”

    • “정치보복 혈안 된 사람이 문 대통령 주변에 많아”

    • “문무일 검찰총장, 검찰에 지휘권 행사 못 해”

    • “엄동설한에 버려진 ‘들개처럼’ 처절한 싸움 하겠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조영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조영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원내대표가 되자 여당 소속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쥐가 아니라 불사조였다”고 인사를 건넸다. 아마 ‘박쥐’는 ‘바른정당으로 갔다 한국당으로 돌아온 점’을, ‘불사조’는 ‘그렇게 회군하고도 기어이 제1야당 원내 수장자리에 오른 점’을 지칭하는 듯하다. 김 원내대표는 안 의원이 최순실 은닉 재산을 찾으러 독일을 돌아다닐 때 유일하게 여비를 보태준 의원이라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견제하는 신형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거의 울부짖는 듯한 표정으로 여권을 공격하기도 하는데, 이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1월 12일 국회에서 김 원내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한 직후라 역시 대통령과 청와대가 우선 화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해왔습니다. 대통령의 일자리 성적이 어떠한가요? 

    “문 대통령이 말하는 소득주도성장은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건데, 실제로는 ‘반(反)시장, 반(反)고용’ 효과를 낳죠. 사회가 혼란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어요.”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12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실업자 수가 100만을 넘어선 점을 근거로 삼는다.



    “정부가 엄청나게 위험한 짓 해”

    성장이냐 분배냐, 오랜 논쟁이죠.

    “흔히 말하는 이 진보정권, 좌파정권이 분배에 치중해버리면 그동안 국가가 진행해놓은 경제정책이나 국민들이 땀 흘려 일한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됩니다. 그만큼 성장과 분배의 조화가 중요해요. 현 정부는 눈에 띄게 분배정책에 집중하고 있어요. 얼마 가지 않아 한국 경제가 또 한 번 큰 위기를 맞지 않을까 걱정돼요.” 

    분배정책이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을 의미하나요?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정부가 개입해 최저임금을 사상 최대로 올림으로써 시장 질서를 왜곡했어요. 저소득 계층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부분은 우리 사회가 안아야 될 중요한 문제고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사회적 협의기구입니다. 말 그대로 노·사·정 위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합리적인 방식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그걸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16.4% 인상한 것이죠. 이것을 감당해야 할 곳은 중소기업, 자영업자, 상공인들이고요.” 

    김 대표는 “아르바이트생 같은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정부가 끝까지 책임질 수도 없다. 엄청나게 위험한 짓을 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문제로 화제를 돌려봤다. 

    최근 남북회담이 열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합의했는데요. 

    “남북회담은 꼭 해야 했던 회담이죠. 그러나 북한 핵 문제가 세계적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 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참여시키기 위한 회담이 되어버리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도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회담에서 빠져선 안 되는 부분이 비핵화죠.” 

    북측 대표는 비핵화 문제가 회담의 의제로 오르는 것에 반대했죠. 

    “비핵화가 빠지면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성시킬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고, 한국이 들러리 서주는 결과밖에 안 되죠.”

    “한병도 정무수석 ‘진정성’ 없어”

    개회식 동시 입장 때 한반도기를 사용하는 부분은 어떻게 보나요?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국력을 집중했고 많은 예산이 투입됐어요. 그런데 북한이 참여하니까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만 쓰자? 태극기는 태극기대로 진행되고, 한반도기는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야 해요. 본질은 태극기지 한반도기가 아닙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로 김 원내대표를 찾아왔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임 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의혹에 대해 “국익 차원에서 판단하기로 했다”면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 특사 의혹의 본질이 뭔가요? 

    “분명한 사실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국가 간 신뢰를 상실했고 외교, 안보 문제까지 위협받음으로써 국익에 대한 불안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아마추어 정권의 참사입니다. 정부가 원전 수주와 함께 이뤄진 군사협정이 문제인 것처럼 방향을 틀었고 그 시도가 비록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본질은 분명히 따로 있습니다.” 

    뭡니까, 본질이. 

    “앞으로 언론에서 취재해주기를 바라고…저도 국익 차원에서 말하지 못하는 점이 있어요.” 

    자유한국당에 불리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전혀 불리한 이슈가 될 수 없죠. 우리나라의 국력을 쏟아부어서 프랑스와 경쟁한 끝에 원전을 수주했어요. 그 과정에서의 조건들을 서로 존중해줘야죠.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해서는 안 되는 몹쓸 짓을 한 것처럼 해선 안 되죠. 국가 간 군사협정 중에 비밀에 부치는 협정이 많아요.” 

    왜 대통령비서실장이 특사로 갔을까요? 

    “본인(임 실장)이 그걸 밝히지 않아요. 무슨 문제가 있어서 특사로 갔는지, 뭘 했는지를.” 

    지금 거론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청와대엔 소위 학생운동 경력을 가진 비서진이 많다고 합니다. 이들의 대통령 보좌 활동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대단히 아마추어적이고 위험한 상태라고 봅니다. 외교에서 신뢰를 잃으면 비즈니스에서 큰 피해를 입어요. 이분들은 그걸 간과하는 것 같아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국가 간 신뢰를 깨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외교·안보 기밀문서도 까발려서 그냥 일시적 인기영합 정책에 악용하고 있으니까요.” 

    사례가 있나요? 

    “미국, 중국, 일본, UAE도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이렇게 외교가 무너지고 있는 겁니다.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위기죠. 수출을 위한 비즈니스가 국가 간 신뢰 상실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 대통령의 탈(脫)원전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UAE 특사 의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도 연관이 있어요. 임종석 실장과 문재인 정권은 탈원전 정책을 수정해야 해요. UAE가 원전 건설은 물론이고 운영, 관리까지 모든 것을 한국에 맡겼는데, 막상 문재인 정권이 탈원전이다 하면서 원전 포기 정책을 썼어요. 이걸 보면서 UAE는 ‘한국과 이 국가 프로젝트를 계속해야 하나’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국회와의 협치를 맡고 있는데,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보나요? 

    “청와대 정무수석은 여당보다 야당을 더 중시해야 하고 야당과의 소통을 더 중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정무수석은 자신들의 위기와 자신들의 문제가 발생하면 만나려고 하고 또 찾아오려고 하지만, 그 외에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죠.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건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죠.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 파트너십을 가져가고 싶다면, 제1야당을 중시해야 합니다.” 

    김 원내대표는 “정권이 9개월째 접어들지만 제1야당과 영수회담 한 번 안한다. 한병도 수석이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지 내가 답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숙제해주고 보복해주는 기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웰빙·금수저 정당의 오명을 떨쳐내겠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웰빙·금수저 정당의 오명을 떨쳐내겠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연말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마무리할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검찰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국정원 적폐청산TF가 국가안보 기밀을 다 뒤져보고 수사 의뢰하면 검찰은 이를 대통령 하명수사로 받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죠. 또 각 부처 적폐청산TF가 족집게식 정치보복 행위를 하면, 검찰은 이 숙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해주고 문재인 정권을 위해 보복해주는 기관이 돼버렸어요. 검찰의 위기이고 암담한 일이죠.” 

    다스 수사도 그런 차원이라고 보나요? (검찰은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아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인지 수사하고 있다. 또한 이 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는지도 캐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검찰은 물론 특별검사까지 수사해 의혹을 해소한 부분을 또 수사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반드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의사죠. 이렇게 안 하고는 문재인 정권이 다스를 그냥 두지 않을 것 같아요.” 

    백원우 민정비서관이라든지 청와대 쪽 의중도 담겨 있다고 보나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보복에 혈안이 된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 보니 4차 산업혁명이라든지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소홀히 해요. 조선시대에도 집권 세력이 사초 논란이나 일으키다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맞이했죠.”

    “포스코·KT 회장 교체는 신적폐”

    여권이 정부 입김을 받는 민간 회사의 회장에 대해 퇴진을 압박한다는 이야기가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권의 인민재판식 국정 운영은 지금까지 누차 주장한 부분입니다. 코드인사를 가져가기 위한 술책이죠.” 

    포스코나 KT 같은 데에서 대통령 의중에 맞는 회장을 앉히는 일이 옛날에 있었지 않나요? 

    “또 그런 뒷거래를 한다면 그렇게 임명된 최고경영진도 교체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포스코와 KT는 이 정권의 비위나 맞추는 그런 정실인사를 해선 안 됩니다. 이 정권이 경영진 교체나 이권사업을 요구하는 것이 있다면 이 회사들은 이런 요구를 배척해야 합니다. 자신들만으로 감당이 안 될 것 같으면 제1야당에 이런 어려움을 호소해야 해요. 그러면 제가 팔을 걷어붙이고 도와드리겠습니다.” 

    포스코·KT 회장 거취와 관련된 문제는 재계의 큰 관심 사안인 데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이 파격적으로 들려, 그에게 조금 다른 표현으로 재차 물어봤다. 

    ‘만약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포스코·KT 회장이 교체된다고 한다면 이런 일은 하나의 신(新)적폐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재계에서 나옵니다만. 

    “신(新)적폐일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그런 걸 하지 않겠다고 대국민약속을 하면서 정권을 잡았어요. 어떻게 보면 최순실 국정농단의 가장 큰 수혜자죠. 그런 가장 큰 수혜자가 최순실과 똑같은 정경유착을 통해 정부 영향력이 미치는 그런 기업들에 ‘마수 같은 손길’을 뻗친다면 저는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최순실의 사익 편취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런 불행한 대통령이 됐는데 그걸 지켜보고도 또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죠.”

    “들개의 지혜와 처절함으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예측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이 엄동설한에 버려진 들개처럼 처절한 싸움을 하겠다. 들개의 지혜와 처절함을 가지지 않으면 우리는 죽는다. 우리에겐 생존하기 위한 전략만 있을 뿐이다. 웰빙·금수저 정당의 오명을 떨쳐내겠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이 ‘들개’는 최근 기자가 접한 ‘정치적 은유’ 중 가장 강렬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인터뷰 기사 서두의 그의 이름 앞에 ‘들개’라는 말을 붙이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보수정당의 험지’인 서울 강서 지역에서 3선을 했다. 그는 “내겐 살아남는 게 가장 중요했다. 나 자신을 낮추면서 지역민들을 진정으로 대했다”고 말했다.

    정권 차원 ‘포스코·KT 회장 퇴진’ 압박?
    정부 고위 인사, “체력 좋으셔서 계속 버티는 듯”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내각·공기업 인사에 대해 ‘캠코더(캠프 출신자, 코드 맞는 사람, 더불어민주당 출신자 우대) 인사’라는 말이 국민의당에서 나왔다. 최근엔 공기업을 넘어, 포스코나 KT 같은 민간 회사에 대해서도 여권이 ‘회장 퇴진’을 공개적으로 혹은 비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자사 이사회에서 임명됐다. 

    한 정부 고위 인사는 얼마 전 사석에서 권오준 회장과 황창규 회장에 대해 “물길이 달라진 걸 모르나 보다. 체력이 좋으셔서 계속 버티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 회장이 물러나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여권이 포스코·KT의 회장 교체를 원한다는 징후는 공개적으로도 표출된 적이 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황창규 KT 회장에게 “지금이라도 자진사퇴하라”고 공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이 자리에서 말하기 부적절하다”고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2016년 12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공사를 구분하는 감각이 형편없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세운 데도 의혹이 따른다. 포항제철 등 현장 경험도 없는 권오준을 김기춘과 최순실의 조율에 따라 겉치레 경선 쇼를 거쳐 회장직에 앉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깜도 안 되는 권오준을 대통령 이름을 팔아 회장으로 앉혔다. 이후 중국 기업도 ‘사업성이 없다’며 손을 털고 나간 부산 엘시티 시공사로 포스코가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와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정권이 수장을 임명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 KT의 전임 남중수 사장과 이석채 회장은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재계 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도 포스코·KT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생각할까?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정경유착 의혹을 적폐로 규정하면서 정권을 잡았다. 이런 문 정부가 민간 기업인 포스코·KT의 회장을 입맛대로 교체하려든다면 적폐를 답습하는 꼴이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KT에 대한 경찰의 내사설에 대해서도 “안물러나니까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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