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여인처럼 살았는데 갑자기 암에 걸렸어요. 죽을 수도 있다는 현실이 너무 창피했습니다. 당장 죽더라도,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다 죽고 싶었어요.”
2008년 제주 우도로 향했다. 주민의 4분의 1쯤이 해녀인 섬. 그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두 아이를 중국에 남겨두고, 틈나는 대로 아르바이트해 돈이 생기면 우도를 찾았다. 그렇게 6년 넘게 해녀들을 만나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고 감독은 지난 2월 ‘해녀삼춘과 아마짱’으로 한국독립PD상 시사·다큐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3월엔 역시 제주 해녀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본선 부문에 진출했다. 유럽 배급사 퍼스트핸드필름과 계약도 했다.
“해녀들은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숨(숨의 길이)만큼 건져 올리며 삽니다. 내 숨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살면 인생이 놀이터인데, 욕심을 부려 숨을 넘어서서 물숨을 먹는 순간 바다는 무덤이 돼요. 너무 큰 욕심은 되레 무덤이 될 수 있다, 이것에 제가 나이 쉰에 깨친 저 바다의 가르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