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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는 협박하지 말라”

“이인제는 협박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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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아니면 불행해진다는 식의 이인제 최고위원 발언은 정당민주주의 핵심을 심각하게 부정하는 것이다. 정당 안에서의 경쟁필요성을 원천부정하는, 당원과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고위원 경선을 하는 과정에 내가 부족한 것이 많구나. 준비가 덜 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11월1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김근태(金槿泰)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6위라는, 생각 밖으로 부진한 성적을 올린 데 대해 굉장히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중연설이 너무 약했다’는 지적에서부터 ‘다른 사람들과 대립각을 형성하고 쟁점을 형성할 수 있는 논쟁을 불러 일으키는 일을 너무 기피해왔다’는 전술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주변의 많은 지적을 그는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김근태 고문사건’으로 상징되듯 독재정권에 저항한 양심수의 대명사로서 민주당내 재야·개혁그룹의 상징처럼 돼 있는 자신이 동지와 지지자들에게 제대로 ‘이름값’을 못해낸 데 대한 죄스러움을 오랫동안 곱씹고 있는 듯했다. 사실 김최고위원은 재야운동 때 박힌 격렬하고 강성인 이미지를 의식, 되도록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이는 데 역점을 둬온 측면이 많으나 이것이 최고위원 경선에서는 ‘너무 유약한 것 아니냐’는 이미지로 전환돼 많은 손해를 봤다. 이와 같은 ‘대중성의 빈곤’ 이미지는 특히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김최고위원 진영에 심각한 경보음을 울렸다.

김최고위원은 이런 모든 점을 감안, 그동안 대권을 노리는 일부 최고위원들이 특강이나 각종 행사참석 등을 통해 공개적 활동에 적극 나서는 와중에도 좀처럼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채 내실을 다지는 데 치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른바 ‘총체적 위기’로 지적되는 국정 혼란과 무기력증에 대한 당안팎의 우려가 높아지는 시점에 이루어진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흉중에 담아둔 우려와 생각을 직설적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김최고위원은 특히 차기 대선주자 문제와 관련, 최근 ‘국민지지도’를 내세워 당내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을 정면으로 비판, 미묘한 주제인 차기논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아울러 그동안 금기시돼온 차기리더십 도출 절차와 논의의 투명화를 요구하고 나서 차기경쟁의 공론화를 둘러싼 당내논의가 가열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은 또한 최근 일련의 경제 사회분야 개혁정책의 난맥상과 관련, ‘준비 안된 개혁’ ‘졸속개혁’ ‘구호개혁’의 한계라고 자기비판하고 무기력증을 보이고 있는 당정에 일대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 여권 내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불행’발언은 정당정치 부정

─이인제 최고위원이 11월9일 국민정치연구회 특강에서 행한 발언, “(내가)국민의 지지가 있는데도 (대통령)후보가 안되면 모두가 불행해질 것이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원론적 언급이라는 게 이 최고측 해명이지만 당내에서는 이최고측이 이른바 ‘대세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들이 많은데….

“지난번에 이인제 최고위원이 얘기한 것은 조금 느닷없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떤 예비적 과정이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우리 국민들이 모두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된다,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 권력의 다음 주자 후보 문제를 제기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끌어당기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당과 자신에게 정치력을 모으는 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국민의 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후보가 되지 않으면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가 오게 될 것이다’라는 말 속에 방점은 아마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에 있는 것 같은데 이 점이 사람들을 주목하게 하는 동시에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국민지지도가 높은 사람이 당의 대통령후보가 돼야 한다’는 취지에 방점을 찍어놓고 본다면 말은 맞는 말 아닌가요? 그래야 본선에서도 이길 가능성이 높은 거고. 김대중대통령도 10월10일 대전일보 창간 50주년 회견에서 “국가지도자의 문제는 국민이 판단하고 정하는 것으로 국민들의 평가가 지도자의 중요한 기반”이라고 언급했는데.

“일반적인 언급이라면 맞는 말일 수 있어요. 그러나 이것이 특정인의 선택과 관련되는 ‘불행한 사태’ 언급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부적절한 발언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선 이것은 정당정치에 대한 부인이에요. 정당이 후보를 선택하고 그 후보가 그 정당의 정강과 정책을 갖고 국민속에 나아가서 지지를 호소하고, 그래야 현대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정치가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나 아니면 불행해진다’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면 정당민주주의의 핵심을 심각하게 부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어요.

또한 이인제 최고위원 자신이야말로 지난날 신한국당 시절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가고 그 정당의 후보로 경기도지사가 돼서 수도권에서 인지도를 넓혔고 그 다음에 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나가서 경쟁력 있음을 평가받고 인지도를 넓히고 정치적 기반을 넓혔잖아요. 그 국민 지지가 하늘에서 별안간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당내에서의 경쟁을 통해서 획득한 것임을 본인이 더 잘 알 것 아닙니까?

그런데 이최고위원의 발언은 그런 자신의 경험과도 상충되는 겁니다. 이최고위원 식으로 하면 현재까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국민의 인지도와 지지도를 넓힐 수 있겠습니까? 그런 기회나 필요성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 같은 이최고위원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국민과 당원에 대한 협박으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것이 오랫동안 준비된 답변이라면 개인의 소신임이 분명하고 그 소신이 분명하다면 이것은 실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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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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