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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젊은 지도자 ‘1호 사진’에 담긴 3S 코드

① ‘광속’ 배포 ② 웃는 모습 ③ 위성 활용

北 젊은 지도자 ‘1호 사진’에 담긴 3S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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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의 체제 위기 상황은 일차적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그리고 김정은은 현재까지 별탈 없이 권력을 차지해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버지와 달리 짧은 시간에 압축적으로 권력을 이양받았다. 준비기간은 짧았고 후견인은 더 이상 생존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짧은 시간 내에 확보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를 갖고 있다. 이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미디어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의 이미지를 빨리, 그리고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화면 속 김정은은 이미 지도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아주 여유 있다. 김정은의 웃음은 김정일 시대를 빨리 지우고자 하는 김정은과 측근들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고난의 행군 시절이었던 김정일 시절, 북한 역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그 기억을 지우고 싶은 열망이 투영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김정일 말년의 어색한 모습 때문일 것이다. 뇌졸중으로 다리를 절고, 물건을 잡을 때의 부자연스러움이 화면에서 완전히 가려지지는 못했다. 새로운 지도자, 젊은 지도자를 내세워 다시 한 번 희망을 가져보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평양 시내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폭죽놀이 역시 희망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의례로 보인다. 폭죽놀이는 북한에서는 축포야회라고 하는데, 해마다 김정일 생일에 백두산 정일봉에서 한 차례씩 치러졌다. 하지만 김정은이 등장한 이후 2009년 4월 16일, 2010년 1월 8일, 2010년 4월 15일, 2012년 4월 16일 노동신문을 통해 평양 시내에서 치러진 대규모 폭죽놀이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젠 김일성의 생일과 김정은의 생일을 맞아 치러지는 행사가 되고 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출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에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올랐다. 북한은 2012년이 강성대국의 원년이 될 것이며, 사회주의 살림살이가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선전해왔다. 김정은과 국영 미디어들은 급하게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가시적 형태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김정은이 택한 방식이 화려한 불꽃놀이인 것이다.

北 젊은 지도자 ‘1호 사진’에 담긴 3S 코드

4월 21일자 노동신문. 기념사진에 등장한 사람들은 열병식 행사 후 인화된 사진 한 장씩을 선물(사랑의 기념사진)로 받는다. 4월 16일자에는 대규모 폭죽놀이를 소개했다.

카메라 공포증 없어

김정일과 김정은 사진이 다른 두 번째 이유는 김정은이 카메라에 대한 공포가 없다는 점이다. 카메라 공포증이라고 할 만큼 북한 정치인들은 외부 카메라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전의 지도자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운 모습의 사진을 대중에게 보여 주고 있다. 이것은 이전 지도자들과는 달리 나이가 어린 상태에서 권력을 잡았고, 따라서 젊음을 과시할 만큼 건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정은의 복장과 헤어스타일, 걸음걸이는 할아버지 김일성을 많이 닮았다. 하지만 김정은의 포즈와 행동은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차이가 크다.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하거나 다리를 벌리고 있으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까지 공개되고 있다. 만수교 고기상점 준공식이 열린 4월 26일에는 비가 왔다. 고모 김경희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김영남은 우산을 쓰고 있지만, 김정은은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김일성, 김정일보다 나이가 젊은 상태에서 지도자에 올랐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들이다.



김정은이 부인 이설주를 전격 공개한 것도 이설주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이설주의 복장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이며 머리핀과 브로치를 하고 등장하기도 한다. 9월 1일의 팝콘을 먹는 사진에서 그는 초상화 배지 대신에 꽃 모양의 브로치를 하고 있었다.

물론 너무 많은 화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다보니 이설주의 가방이 명품이라든지, 김정은의 손목시계가 스위스제라든지, 여동생 김여정의 자유분방한 모습이 이색적이라든지 하는 곁가지 분석이 나오긴 하지만 북한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하다. 다만 열병식 도중 군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화면을 한국 정보관계자들이 분석해 대화 내용과 수준을 파악하자 이에 대해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원점 타격’을 거론한 것처럼 정치적인 해석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셋째는 김정은의 해외 거주 경험이 사진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양복을 입은 채 촬영한 증명사진을 전 세계에 배포한 적이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제작된 초상화를 공식적으로 배포했고 복장은 인민복이었다. 김정은이 양복을 입은 채 공식 초상사진 촬영에 임한 것은 국제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하는 의상을 선택함으로써 북한도 ‘정상 국가’라는 이미지를 전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공식 행사에 부인 이설주가 양장 차림으로 함께 등장한다.

넷째는 북한도 글로벌 시대라는 시대적 변화를 인정한 결과다. 노동신문 2011년 4월 12일자 6면에 실린 기사에서 북한은 ‘정보화 시대’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새 소식, 새 자료가 라지오(라디오) 및 텔레비죤 방송, 인터네트 등을 통하여 온 세계에 거침없이 퍼져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은 변하고 있는가

북한 역시 인터넷을 통해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북한에 대한 반응을 살필 수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외부 반응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과의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형 김정남도 일본 도쿄신문 편집위원인 고미 요지(五味洋治)와 주고받은 e메일을 통해 ‘북한 젊은이들이 한류와 자본주의 바람에 이미 물들어 있다’고 진단했다. 남한의 드라마를 비롯한 소식들이 속속 북한 내부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북한은 외부 세계 매스미디어의 보도 태도를 보면서 순발력 있게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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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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