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5일 강원 화천군에 터 잡은 제2하나원에서 개원 1주년을 자축하는 행사가 열렸다. 통일부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법에 근거해 경기 안성시에 하나원을 개원한 때는 1999년 7월. 한국 입국 탈북자 수가 증가하면서 공간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총사업비 340억 원을 들여 지하1층~지상4층, 10개 동(연면적 1만5000㎡ 규모)으로 이뤄진 제2하나원을 화천군에 건립했다. 제2하나원 개소 이후 경기 안성시 본원은 여성·어린이 탈북자, 제2하나원은 남성 탈북자를 수용·교육하고 있다.
“반쪽짜리 교육”
탈북자가 한국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초적 소양을 쌓도록 하는 게 하나원의 설립 목적이다. 한국에 정주하기를 희망하는 탈북자는 예외 없이 3개월 간 하나원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나원 풍경은 차갑고 폐쇄적이다. 입구에 2중 차단장치를 설치했다. 감시카메라가 도처에 마련돼 있다. 외부인에게 주소를 알려주지 않는다. 10주년 기념행사 때 같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출입을 통제한다. 외부에 가족이 있어도 만날 수 없다. 교육에 포함된 단체활동을 제외하고는 외출이 금지된다. 외부에 하나원 내부를 공개하지도 않는다. 2009년 7월 설립 10년을 맞아 언론에 공개한 게 유일하다.
하나원 교육은 민주주의, 자본주의, 시장경제 등에 대한 이론 교육과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진로지도 및 기초직업 훈련으로 이뤄져 있다. 탈북자들은 석 달간 하나원에 머물면서 420시간가량 교육받는다. 교육과정은 탈북 이후 해외 체류로 인한 심신(心身) 상담 및 치료 50시간, 혼자 힘으로 자장면 사먹기, 시장에서 돈 주고 물건 사기 등 한국 사회 이해를 위한 경제교육 130시간, 제과·제빵, 컴퓨터 등 직업교육 180시간, 한국 정착을 위한 제도 안내 교육 60시간으로 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원에서 탈북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나원에서 배우는 자본주의가 현실의 자본주의와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한 탈북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물건을 구입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지 가르쳐주지만, 정작 한국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고 그 일자리에서 얼마나 성실히 일해야 하며 직장에서 가지는 권리와 의무는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신용카드의 폐해나 신용불량자가 됐을 때의 끔찍한 상황 등 실질적으로 사회에 나와 생존 경쟁에 부딪혔을 때 만나게 되는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한마디로 자본주의의 빛은 보여주지만 그늘은 숨기는 반쪽짜리 교육이다.”
‘산해진미’ 아닌 ‘미음’ 줘야
김형덕 한반도평화연구소 소장은 1993년 북한을 탈출해 이듬해 한국에 들어왔다. 탈북자 사회에서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인물로 손꼽힌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냈으며 대기업 기획팀에서 일했다. 2년간 미국 연수도 다녀왔다. 연세대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아내는 공기업에서 일하는 공인회계사다.
“저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자 대부분이 하나원에서 받은 교육이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느낍니다. 막상 사회에 나가면 현실은 냉혹하거든요.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시스템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본주의가 가진 장점만 알려주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자본주의의 안 좋은 점을 가르쳐줘야 적응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것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