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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 중국은 적인가, 친구인가

“우리 국민 목숨을 김정은 아량에 맡기라고?”

사드 ‘정면돌파’ 백승주 의원 작심토로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우리 국민 목숨을 김정은 아량에 맡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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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목포·김해 배치했다면 박수쳤을 것
  • ● 무수단 미사일 위협적…돌 맞더라도 소신껏 알려야
  • ● 최소한의 자구책…‘중국 보복’ 의식하는 건 패배주의
  • ● 동맹도 생로병사…한미동맹도 ‘관리해야’
7월 13일 정부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예정지 발표 이후 ‘사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군민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차기 대권후보들은 사드 찬반 의사를 밝힐 것을 강요받았다. 제1야당은 집권을 노리고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웠지만, 일부 야당 의원들은 중국의 여론을 듣는다는 이유로 방중(訪中)했다. 중국은 한중 문화교류를 시나브로 중단하고 있다.

7월 26일에는 국방·외교전문가인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전 국방부 차관)이 ‘사드 홍역’을 치렀다. 그는 당 원내대표단과 성주를 방문해 “(지역구인) 구미 금오산에 사드를 배치해도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지역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앞서 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이 주도한 ‘사드 배치 반대’서명을 단호히 거부했고, 7월 20일 대정부 질의 때는 “박근혜 대통령 선영이 있는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 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발언해 집중포화를 맞았다. 시민단체는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그를 8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논쟁

▼ 성주 방문 이후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마음고생은 양심과 소신에 맞지 않게 행동할 때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게 박 대통령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했는데….




“야당 의원이 ‘대통령 당선되는 데 열렬하게 지지했던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배신의 정치’라고 해서 한 말이다. 그래서 ‘대통령 선산, 일가 친척들이 있는 지역에 배치한다는 건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받아친 거다.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남 목포, 경남 김해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했다면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구미 금오산에 배치해도 같은 생각이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느냐’고 질타하더라. 침묵할 수 없었다. 물론 주민들의 의견을 헤아려야 하지만, 국회의원은 마마보이가 아니다. 소신과 전문성을 갖고 국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은 돌을 맞더라도 해야 하는 게 국회의원의 의무다.”

▼ 성주군민의 여론을 듣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한 건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나 나름대로 정중하게 답변하려고 했다. 군민들 처지에선 기분이 상했겠지만, 내가 ‘막말’을 했다고 하니 답답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다고 여긴다. 시간이 지나면 이해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사드는 기본적으로 방어무기 체계다. 전쟁이 나면 사드 때문에 성주가 공격받는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면전 상황이다. 그럴 때는 오히려 사드가 있는 곳이 안전하다. 사드 배치 찬반 논란을 지켜보면서 과학적 진실이 무시되고 안보가 소홀히 다뤄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 배치 결정과 발표 과정에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수는 없었나.

“매우 민감한 문제다. 중국과 러시아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데다,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끔 발표 시기도 조율해야 하지 않았겠나. 그래서 보안을 유지한 것 같은데, 최종적으로 부지를 선정할 때는 지역민들을 좀 더 이해시키고 다독이는 정무적, 행정적 조치들이 선행됐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이 점에 대해선 비공식적으로 국방부를 강력히 질타했다.”

▼ 특히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 차관일 때 중국 외교관들이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래서 국방부 대변인에게 ‘제3국이 사드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선 안 된다’고 논평을 써줬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중국이 미사일 개발을 하거나 시험 발사할 때 우리 정부에 ‘신고’하고 했나. 2013년 11월 이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상공 방공식별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확장할 때 우리 허락을 받았나.



“중국은 한국에 ‘신고’했나?”

나도 중국 친구들이 많고 중국 처지가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자주독립국으로서 우리 안보와 국방에 관해 정책 결정을 하는 데 중국이 영향을 미치려는 건 잘못이다. 우리의 뜻을 당당하게 말하고, 조치할 것은 해야 중국 친구들과 더욱 돈독한 신뢰를 쌓을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센터장과 국방부 차관을 지낸 백 의원은 미국, 중국 고위 인사들 사이에 다양한 국방·외교 채널이 있다. 지난해 2월 방한한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 장관은 공항에서 “환영 만찬에 백승주 차관이 나오냐”고 물을 정도였다. 백 의원과 그는 ‘군사외교 폭탄주 친구’로 알려졌다.

▼ 국방부 차관일 때 중국이 CADIZ를 확장하자 한 달 뒤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도 확장했다.

“당시 내부 의견 대립은 있었다. 우리도 60년 만에 KADIZ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중국과의 마찰을 우려해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이었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확장을 결정했고, 나는 그다음 날 차관회담을 하러 온 중국 측 인사에게 우리 정부의 단호한 방침을 전달했다.  그저 ‘우려’만 했다면 우리의 하늘 영토는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고, 일부 야당 정치인들은 대통령과 정부의 우려에도 ‘사드 방중’을 준비 중이다(인터뷰 이후인 8월 8~10일 김영호 의원 등 더민주당 의원 6명은 중국을 방문해 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야당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다른 식견과 이해를 가질 수 있지만, 사드 배치를 결정할 때 중국의 안보나 중국의 정치·경제·군사적 보복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패배주의적 사고다. 정책이 결정되기 전에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이 났는데도 중국 언론에 인터뷰와 기고를 하면서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건…그분들이 어느 나라의 지도자들인지 묻고 싶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중국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사드는 중국 감시용이다. 대북용이라는 주장은 기만”이라고 했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충환 씨는 중국 ‘런민일보’에 사드 반대 기고문을 실었다. 김한정 더민주당 의원은 “사드 배치로 북한 추가 도발에 대해 할 말이 없게 됐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키웠다.



“자구책 비난하는 건 오만”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8월 11일 ‘동아일보’ 칼럼에서 “지도층의 의식수준이 120년 전 수구파와 개화파 간에 국가의 진로를 놓고 사생결단으로 싸우던 시대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사드 논란은 우리가 과연 자주독립국가로서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 중국의 반대 논리를 어떻게 보나.

“중국은 한·미·일 3국 안보협력과 한미동맹을 흔들어야 하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국을 친중국 국가로 포함시키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사드 배치가 한·미·일 통합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으로 귀결되면 중국의 전략적 입지가 위축되리라 우려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중국이 사드 배치의 직접적인 이유를 알면서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말인가.

“그렇다.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 압박수단을 가진 중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적극적으로 저지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자구책을 비판한다? 그건 오만으로 비친다. 특히 북한이 지난 6월 발사한 사거리 3000km의 무수단 미사일은 매우 위협적이다. 괌까지 날아간다. 북한은 이를 고각(高角)으로 발사해 고도 1413km까지 도달시킨 뒤 발사대에서 400km 떨어진 동해에 정확히 낙하시켰다.

고도 1000km이상이면 대기권을 벗어나 성층권까지 올라가는데, 이는 북한이 로켓 추진체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탄두의 공기 마찰열을 이겨내는 합금 기술을 거의 갖췄다는 뜻이다.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사드는 실존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최소한의 대비책이다. 북한 김정은의 아량이나 환상적 민족주의에 우리 국민의 생명을 맡길 순 없지 않나. 그리고 이처럼 전격적으로 무기를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때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깜짝 놀랐다. 그로 인해 민심이 불안해지자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급히 독일에 배치된 중고 패트리엇 미사일(PAC-2)을 1조5000억 원을 들여 도입했다. 그때 집권 여당이나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분들은 지금 왜 가만있나.”



“美는 사드 없이도 中 감시”

▼ 사드 레이더가 중국 내부를 샅샅히 들여다볼 수 있고, 한국 국민이 아니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다는 등의 주장도 있다.

“미군 전력을 보강한다는 것은 한미동맹과 우리의 안보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군만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 군을 해외에 파병하는 것도 우리의 국익과 피파병국의 안보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이미 자체 레이더 시스템으로 중국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하고 있는데,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서 중국을 감시한다는 건 난센스다. 미국의 무기체계는 우주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한 수준인데….”

백 의원은 지난 7월 중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윌리엄 코헨 전 국방장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데니스 블레어 전 국가정보국장,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장관 등을 만났다.  

▼ 미국 조야의 분위기는 어땠나.  

“세력균형이론 전문가인 케네스 월츠 박사는 동맹에도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는 동맹도 관리하지 않으면 사람처럼 병들고 죽기 때문에 건강하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한미동맹도 건강하고 살아 있는 동맹이냐, 쇠퇴하는 동맹이냐를 잘 살펴야 한다. 한미동맹의 가치가 쇠퇴해선 안 된다. 자세한 사정을 다 밝힐 순 없지만, 중국을 의식해 사드에 반대하는 기류를 미국은 눈여겨보고 있다. 미국은 우리의 정책 결정을 보고 판단한다. 동맹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의심받지 말아야 한미동맹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 미 하원 전자파(EMP)위원회 위원장인 트렌트 프랭크스 공화당 의원은 “성주 참외를 내 아들에게 먹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국내 언론에 소개됐다.

“프랭크스 위원장과 대화하다 ‘사드의 전자파 유해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했더니 집무실에 걸린 가족사진을 가리키면서 ‘성주 참외를 보내달라. 아들에게 먹이겠다’고 하더라. 콜린 파월 전 장관은 북핵 6자회담을 주도한 분인데, ‘북한에 두려움을 주지 못해 북핵 해결 기회를 놓쳤다’고 하면서 안타까워 했다.”



‘자다가도 벌떡 깬다’

▼ 8월 4일 박 대통령과 TK(대구·경북) 초선의원들 간 회동에선 어떤 대화를 나눴나.

“대통령은 ‘선영이 있는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후 그곳 민심을 전해 들을 때마다 고통스러워 자다가도 벌떡 깬다’고 하더라. 그러면서도 안보의 절실함을 호소했다. 성주가 지역구인 이완영 의원이 ‘배치 예정지가 성주읍과 너무 가깝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좋은 지역을 추천해주면 면밀히 조사해 군민에게 그 결과를 알려드리겠다’고 했다. 혹시라도 놓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검토하겠다는 의미였다. 나는 ‘구미 성장펀드’ 조성 사업과 KTX 구미역 신설·정차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는데,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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