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영어를 포기하란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 몇 살부터 영어를 접했느냐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할 수 있다. 언어는 생활 속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언어에 능숙해지려면 언어가 사용되는 환경, 즉 생활과 함께 꾸준히 익혀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언어는 필히 ‘장기전’을 치러야 능숙해질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직장인이 이러한 생활습관의 중요성은 간과한 채 그저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짓눌려 살고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몇 개월 또는 몇 년 동안 영어에 열심히 매달려 지내다가 원하는 만큼 실력이 늘지 않으면 실망하게 되고, 결국 지쳐서 포기해버린다. 그러다 어느 날 승진시험이 코앞에 닥치면 다시 토익 점수를 올리기 위해 벼락치기 공부를 한다. 하지만 영어에 등 돌렸던 몇 년 사이 실력이 더 퇴보했음을 알고 또다시 좌절한다.
미국에서 오래 산 교민들 중에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라이프스타일’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한국인들과 시간을 보낸다. 직장에 다니거나 사업을 해도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영어보다 한국어를 많이 쓰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어실력이 좋지 않다.
요즘 주위에 해외유학을 다녀왔거나 몇 년씩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온 사람들이 꽤 많다. 하지만 귀국한 지 몇 년이 지나면 그들 대부분은 영어를 다시 잘 못하게 된다.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시 ‘한국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라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은 다 안다. 어떤 다이어트든 결과는 마찬가지라는 것을. 잠시 빠졌던 살은 조금만 무신경해도 다시 찌게 마련이다. 반대로 너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되기도 한다. 살을 빼고 체중을 제대로 유지하는 사람은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꾼 사람들이다.
영어 잘하는 비결도 간단하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것이다. 영어를 주식으로 하여 뇌에 꾸준히 영양을 공급해줘야 한다. 최대한 영어를 많이 읽고 들으면 된다. 또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즉 영어로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단기간에 살을 빼고 싶은 욕심은 빨리 버려라. 영어에 실패하는 이유는 다이어트처럼 단기간에 끝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영어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뚜렷한 목표를 세우는 일이다. 막연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영어의 세계는 너무나 방대하다. 일반인들은 결코 쓰지 않는 길고 이상한 발음의 단어들을 수천 개 외우는 것도 영어공부고, 셰익스피어의 원전을 수차례 필사해보는 것도 영어공부다. 목표가 무엇인가에 따라 공부할 대상과 범위,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당신의 직장에서 토익 고득점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면 마땅히 토익 책을 붙들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굳이 토익을 준비할 필요도, 응시할 필요도 없다. 사실 토익 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관리하고자 할 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당신은 왜 영어공부를 하려 하는가. 당신에게 영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이러한 것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냥 ‘영어공부를 하겠다’가 아니라 ‘해외거래처와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쓰는 기본표현들을 확실하게 끝내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처음부터 ‘다음달 비즈니스 미팅을 준비할 겸, 자기소개와 회사소개 표현을 딱 20개만 익혀두겠다’는 식으로 당신의 업무를 차근차근 짚어보며 계획을 세워라.
◇ 영어학습에 필요한 세 가지 Tips
-발음보다는 표현력
필자가 출강하고 있는 서울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요즘엔 발음이 나쁘면 통역사 일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음이 과연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 다소 의아했다. 13세 이전에 발음을 배우지 못하면 절대 원어민처럼 발음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여러 과학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발음이 좋으면 곧 영어를 잘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영어학습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발음에 영 자신이 없다고 판단하면 아예 영어를 포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