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소멸 시효
금융감독원은 상사 소멸 시효를 들어 과거 5년치의 피해액만을 돌려주라고 했다고 하는데 여기서 소멸 시효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소멸 시효는 일정한 기간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을 때 그 권리가 소멸된 것으로 보는 제도다.
자기 재산에 관한 권리를 행사하든 말든 그것은 권리자의 자유에 속하는 것인데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권리가 소멸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소멸 시효 제도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되지 않는다’라는 서양의 오래된 관습에 따라 입법화된 제도로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권리자보다 행사되지 않는 권리를 기초로 형성된 사회질서를 우선해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소멸 시효 제도가 존속하는 한 ‘내 권리는 내 마음대로 행사한다’는 생각은 다소 수정되는 것이 옳겠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 동안 권리 행사를 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일까.
# 채권의 소멸 시효
10년(민법 162조) : 일반적인 채권의 소멸 시효는 10년이다. 여기서 ‘일반적인 채권’이라 함은, 순이 엄마가 돌이 엄마에게 돈을 빌려준 경우와 같이 개인과 개인 사이에 발생한 채권을 말한다. 순이 엄마가 은행에서 돈을 빌린 경우에는 일반 채권이 아니라 상사 채권이 되어 5년의 소멸 시효가 적용된다.
그리고 아래에서 보는 5년, 3년 또는 1년짜리 단기 소멸 시효에 걸리는 채권이라도 그 채권이 소송을 통해 판결로 확정된 경우에는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의 소멸 시효가 다시 진행된다.
5년(상법 64조) : 상사 채권의 경우 5년의 소멸 시효에 걸린다. 여기서 말하는 ‘상사 채권’은 상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을 말하는데 거래 당사자 중 한쪽이 상인이면 상사 채권에 해당된다. 요즘은 개인 간 돈거래보다는 대부분 금융회사와의 돈거래가 많기 때문에 돈거래에서 민사 채권이 오히려 예외가 된 듯하다.
여기서 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사 채권 중에서도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생활밀착형 채권은 5년보다 더 짧은 3년 또는 1년짜리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장난하는 것이냐고 묻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필자에게 독자의 인내심을 시험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현행 민법이 이러하므로 어쩔 도리가 없다. 조금만 더 읽어보시기 바란다.
3년(민법 163조) : 이자, 임금, 각종 물건의 사용료 채권은 3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또 아파트 관리비, 부동산 월세 등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해 내기로 한 채권의 소멸 시효도 3년이다.
이뿐만 아니다. 의사나 약사가 치료 또는 조제를 하고 갖게 된 채권, 공사를 도급받은 자가 공사에 관해 갖는 채권, 변호사·변리사·공인회계사 및 법무사가 직무에 관해 갖는 채권, 생산자 및 상인이 판매한 생산물 및 상품의 대가, 제조자의 업무에 관한 채권이 모두 3년의 소멸 시효에 걸린다.
앞에서 상사 채권은 5년의 소멸 시효가 적용된다고 했는데 상인이 판매한 상품의 대가는 3년의 소멸 시효에 걸린다니 소멸 시효 규정은 정말 헷갈릴 만하다.
1년(민법 164조) : 여관이나 음식점 등의 숙박료, 음식료 채권, 의복·침구 등의 사용료 채권, 연예인의 임금과 연예인에게 공급한 물건의 대금채권, 학생의 교육에 관한 학교 또는 교사의 채권은 1년의 초단기 소멸 시효에 걸린다. 그러니까 외상으로 먹은 술값은 1년의 소멸 시효가 적용되는 것이다. 술집 주인들은 외상 술값 회수에 너무 여유를 갖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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