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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조금 펑펑 쓰고도 어린이집은 부실, 부모는 분통

전면 무상보육 시행 1년

정부보조금 펑펑 쓰고도 어린이집은 부실, 부모는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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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간어린이집 아동 1인당 월 126만 원 보조금
  • ● 인건비, 급·간식비, 교구교재비…명목과 용처는 별개?
  • ● ‘특별활동비’ 걷어 원장 호주머니로
  • ● 인건비 80% 지원 ‘서울형 어린이집’도 사건·사고
  • ● 민간어린이집 “보육료 더 늘리고 규제 풀어야”
정부보조금 펑펑 쓰고도 어린이집은 부실, 부모는 분통

지난 12월 1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전국 보육인 결의대회’.

#1 지난 12월 12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부지방법원 형사법정. 서울 송파구 S어린이집 원장 전모 씨의 4차 공판이 열렸다. 전 씨는 유기농 식비, 특별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과도하게 돈을 걷고, 거래명세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2010년 1월부터 2년 여간 국고보조금 등 6억4000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집계된 피해액은 한 아이당 최고 1000만 원에 달한다.

구속 상태인 전 씨는 “특별활동비로 들어온 돈을 원 운영비 목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타인 명의의 통장을 쓸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빼돌릴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참관하던 한 학부모는 “비리가 드러난 지 1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게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2 하루 전날인 12월 11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역광장. 영하의 날씨에도 붉은 목도리를 두른 보육교사 5000여 명이 모였다. 지난밤 내린 눈으로 젖은 바닥에 얇은 돗자리를 깔고 앉은 교사들은 4시간 동안 찬바람을 맞으며 “보육료 현실화하라” “구간결제 조항 취소하라” “민간어린이집 재무회계 원칙을 별도로 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이하 한민련) 소속 보육교사로, 한 집회 참가자는 “아이들을 내 자식같이 돌봤지만 늘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경력 10년에 하루 11시간 근무하는데 월급은 150만 원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동 10명 중 7명이 ‘민간’ 다녀

8조 원. 2013년 한 해 동안 무상보육정책에 쓰인 예산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 3월부터 만 5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무상보육 예산은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앞의 두 단면이 보여주듯, 무상보육정책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전면 무상보육 실시로 부모의 보육비 부담이 줄었을 뿐 어린이집의 실질소득은 늘지 않아 운영이 어렵다”며 울상이고,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은 아동 학대, 공금 유용 등 어린이집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불안하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무상보육비의 국고 보조율이 낮아 지자체 부담이 크다며 불만이다. ‘완전 무상보육’이라는 ‘핑크빛 미래’를 약속했던 무상보육 공약. 엉킨 실타래를 풀 방법은 없을까.

만 0~5세 어린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은 설립·운영 주체에 따라 나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는 국공립어린이집, 민간 사업주가 운영하는 민간어린이집, 개인이 가정에 설치한 가정어린이집, 사업체가 직원들을 위해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 등이다.

현재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민간어린이집이다. 정부보육통계에 따르면 민간·가정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는 76%. 서울의 영·유아 23만 명 중 16만 명이 민간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하지만 숫자가 워낙 입소 적어 경쟁이 치열하다. “국공립어린이집에 들어가려면 예비 부부가 예식장 잡을 때부터 입소대기신청을 해야 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민간어린이집은 ‘민간’이 설립했지만 실질적으론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민간어린이집은 매달 정부로부터 ‘교사 처우개선비’(교사 1인당 20만 원), ‘반 운영비’(0~1세반 20만 원, 2세반 15만 원), ‘아동별 기본보육료’(아동 1인당 11만5000~36만1000원) 등을 지원받는다. 여기에 2013년부터는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면서 실질 보육비인 ‘표준보육료’까지 정부에서 지원한다. 정부가 가정에 ‘바우처’로 지원하면 학부모가 ‘아이사랑카드’로 어린이집에 결제하는 표준보육료는 아동 1인당 22만~39만4000원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은 여기에 교사 1인당 최대 인건비 80%를 지원받지만, 민간어린이집은 인건비 지원은 받지 않는다.

민간어린이집들은 정부의 지원액이 어린이집 운영에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한민련 측은 “아이 1명당 정부지원금은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월 306만 원이지만 민간·가정어린이집은 126만 원이다. 민간어린이집 아이들은 차별받고 있다”고 말한다. 민간어린이집의 수익이 적다보니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보육서비스 질은 낮아지고 보육교사 처우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

교사, 조리사 허위 등록

그렇다면 민간어린이집에 지원되는 정부보조금은 제대로 사용되고 있을까. 정부가 지원하는 표준보육비용엔 이용 명목이 있다. 만 0세 아동의 경우, 1명에게 책정된 표준보육비용 71만1300원 중 인건비로 80%(57만5000원), 교재교구비로 8%(5만6800원), 급간식비로 4%(2만7800원)를 쓰라고 정해져 있다. 어린이집을 관리운영하고 시설을 설치하는 등에 사용하는 ‘어린이집 운영비’는 표준보육비용의 8%(5만1700원)만 쓸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행해 실질적으로 민간어린이집 운영 지침서 역할을 하는 ‘2013년 보육사업안내’에도 “기타운영비는 보육료 수입의 15% 이내에서 지출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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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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