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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기업도시 미국 어바인

한국인 시장과 교민이 함께 만드는 ‘중산층의 녹색천국’

친환경 기업도시 미국 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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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 적응 현장을 가다’ 두 번째 시리즈의 대상지역을 고르는 데 고심했다. 세계 각국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도시는 많다. 그러나 기자가 정한 선정기준은 ‘실용성’이었다. 우리나라 주요 도시에서 당장 벤치마킹해 적용해볼 만한 곳이어야 했다. 사전 취재 결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시가 이 기준에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친환경 기업도시  미국 어바인
우리나라의 수도권에는 수십여 개 신도시, 대단위 택지지구가 산재해 있다. 앞으로도 지방 곳곳에서 신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복합도시 등의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 어바인시는 친환경, 친기업, 친교육 목표에 맞춰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조성된 현대적 신도시다. 지금도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며 시세(市勢)를 확장하고 있다.

어바인시의 친환경 정책과 관련된 보고서, 논문, 보도자료를 구해 검토하고 시장과의 인터뷰 일정을 조율한 뒤 현지 취재에 나섰다. 어바인시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남쪽으로 97㎞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시 자료에 따르면 인구는 2009년 현재 21만2700여 명이고 면적은 LA 남단 오렌지카운티(Orange County)의 도시 중 가장 크다.

미국 제2 도시인 LA와 인근 카운티는 우리나라의 수도권처럼 하나의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을 형성하고 있다. 기자는 LA메트로폴리탄 내 도심과 각 도시를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여러 고속화도로를 자동차로 달려봤다. 도로 주변으로 펼쳐지는 풍광의 정결함, 현대미, 풍부한 녹지대는 어바인시 영역이 단연 압권이었다. 이 도시에선 높이를 일정하게 맞춘 세계 초일류 기업들의 현대식 빌딩들, 잘 정돈된 주택가와 상가, 널찍한 공원이 뚜렷이 구획돼 배치되어 있었다. 일단 외견상으로 중산층이 삶의 터전으로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해 보였다. 어바인시는 2008년 7월 미국 CNN방송이 선정한 ‘미국 내 가장 살기 좋은 지역’에서 3위에 올랐다. 다소 높은 집값이 감점요인이었지만 도시의 친환경적 면모, 교육의 질, 일자리 수에서 최고수준으로 평가됐다.

친환경 기업도시  미국 어바인
‘녹지 보존’이 가장 중요

특히 기후변화 적응노력과 관련해 어바인시가 이룩한 첫 번째 성과로는 ‘뛰어난 도시계획’이 꼽힌다. 두 번째 성과는 ‘녹지 공간의 보존’. 미래를 내다본 도시계획과 그 계획을 실천하려는 노력의 융합은 시가화(市街化) 영역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녹지의 침식을 막아주었다고 한다. 그 결과 7개의 대형공원과 80여 개의 소형공원이 조성됐다. 도심 한가운데는 골프장이 있다. 숲과 나무의 초록 물결은 이 도시 전반을 풍족하게 감싸게 됐다. 2009년 현재 어바인시의 녹지 비율은 40%가 넘는다.



우리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처에서 ‘첨단기술의 효능’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에너지원, 전기자동차, 인텔리전트 빌딩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저감에 분명 효과가 있다. 그러나 첨단기술만으로는 기후변화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녹지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내뿜는 지구의 허파와 같다. 최첨단 대기오염 방지기술이 적용된 어떠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도 원형 그대로의 녹지보다 친환경적일 수는 없다. 광활한 녹지를 보존하는 것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기후변화 방지대책이다. 어바인시는 이 점을 잘 실천하고 있다.

강석희 어바인시장을 시청에서 만나 구체적인 설명을 들어봤다. 한국에서 고려대를 졸업한 강 시장은 1977년 오렌지카운티에 정착해 판매사원 등 갖은 노력 끝에 자수성가했고 2008년 선거에서 시장에 당선됐다. 그에 따르면 어바인시는 1960년대 어바인이라는 기업이 농장지대에 시가지를 건설하면서 생겨났다.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기업도시’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어바인은 1971년 12월29일 시로 승격했다. 강 시장은 “1960년대 당시의 도시 마스터플랜을 4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고 했다.

▼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와 관련해 어바인시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특성은 무엇인가.

“녹지 보존을 위한 줄기찬 노력은 우리 시를 다른 도시와 구별 짓게 한 중요한 요소다. 이 도시를 최초로 기획한 사람들은 미래에 인구가 팽창하더라도 주택, 상가, 업무시설, 녹지, 학교, 도로가 뒤엉켜 난립하지 않도록 하는 훌륭한 마스터플랜(pereira plan)을 만들었다. 이후 시청과 시민들은 그 계획을 존중하며 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 풍부한 녹지가 인상적이다.

“1988년 어바인시에서 ‘오픈 스페이스 어그리먼트(Open space agreement·녹지 협약)’가 체결됐다.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투표에 의해서다. 이에 따라 어바인시는 전체 면적의 40%가 넘는 녹지대를 갖게 됐고 여기에는 영구히 집을 짓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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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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