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분당 파크뷰 의혹 입체 추적

검찰·여당·특정지역 인사들의 삼각 커넥션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입력2004-09-01 15:1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제2의 수서사건’ 되나
    • ‘몸통’은 특혜분양 아닌 용도변경
    • 한두 다리만 건너면 권력 핵심…끼리끼리 만났다
    • 검찰·성남시장·에이치원 홍회장, 어떤 관계였나
    • 로비 무대는 향우회·룸살롱·골프장?
    • 눈덩이 비자금, 어떻게 만들어 어디로 갔나
    분당 파크뷰 사건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애초 사안은 특혜분양이었지만, 이제 그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관심의 초점 자체가 용도변경·건축허가 쪽으로 옮겨간 때문이다. ‘제2의 수서 사건’이라며 목청을 돋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사건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재미’가 있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면면이 그러하다. 소규모 연립주택 사업자에서 일약 1조원 규모 건설사업의 리더가 된 사람, 민선(民選)임에도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용도변경을 강행한 시장, 78 대 1의 경쟁률을 자랑하는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은 정계·법조계 고위 인사들, 같은 골프연습장·룸살롱을 애용하고 고향도 비슷한 이들 간의 공교롭고도 미묘한 인연.

    사건 자체는 또 어떤가. 용도변경도 안 된 땅을 남의 돈 100억원 이상을 끌어들여 ‘과감히’ 매입한 배짱, 시공업체 임원이 조성한 ‘용도를 알 수 없는’ 100억대 비자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전방위적 개입, 도지사 부인부터 건교부 국장, 시장 비서에까지 뿌려진 거액의 뇌물.

    법개정부터 자금조달, 건축허가, 시민단체 대 성남시장·건설업자 간 맞고소 사태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을 여럿 발견하게 된다.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할까. 그러나 검찰(수원지검 특수부) 조사를 통해 밝혀진 부분은 미미하다. 핵심인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전혀 없는 상태다.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경우 출국금지 조치는 내려졌으나 소재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담당 검사는 “연락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의 돈’으로 벌인 1조원 사업



    복잡한 사건이라고 하지만 줄기는 하나다. 분당 요지 백궁역 부근에 상업용지로 지정돼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 3만9000평이 있었다. 활용 가능성이 적어 포스코개발(주)도 281억여 원을 위약금으로 물고 포기한 땅이었다. 이것을 소규모 건설업자 홍원표씨가 호남 소재 건설업체인 N사 김모 회장의 자금 100억원을 끌어들여 계약금을 마련한 후 서둘러 매입한다. 1년 뒤 땅의 용도는 주상복합지로 변경되고, (주)SK 최태원 회장의 보증으로 1100억원을 차입한 홍씨는 일약 1조원 규모 사업의 명실상부한 리더가 된다. 당시 용도변경의 최종 인가권자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이었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용도변경 및 건축허가 특혜 의혹, 정계·법조계·건교부·경기도·성남시, 심지어는 전 청와대 관계자까지 거론되는 ‘커넥션’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파크뷰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건 지난 5월 초였다. 5월2일 김은성 전 국정원 제2차장이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지난해 3월 분당 파크뷰가 경쟁률 100 대 1을 넘어섰을 당시, 고급 공무원과 국정원 간부·판사·검사 등 130여 명에게 특혜분양을 했다”는 주장을 편 것. 검찰조사 결과 김씨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졌다. 사전분양 규모도 449가구로 늘어났다. 그 가운데 민주당 김옥두 의원과 박주선 의원, 대통령 인척인 전 스포츠서울 사장 윤흥렬 씨 등도 이 아파트를 분양받은 적이 있음이 드러났다. 세 인사는 모두 특혜분양과는 거리가 먼 정상 분양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크뷰 관련 의혹을 오랫동안 제기해온 성남시민모임(위원장 이재명 변호사)은 “특혜분양은 곁가지일 뿐”이라며 “의혹의 ‘몸통’은 파크뷰 아파트가 들어설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특혜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5월말 비등한 여론에 따라 검찰은 용도변경 관련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월드컵 열풍이 몰아치는 가운데도 신문 한 귀퉁이에는 파크뷰 관련 인사들의 구속기소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지난 7월4일에는 임창열 전 경기지사 부인 주혜란씨가 파크뷰 시공사인 (주)에이치원개발 홍원표 회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과 4200만원 상당의 가구 및 인테리어를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파크뷰 건축허가 사전승인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지난 7월1일, 파크뷰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온 성남시민모임 위원장 이재명 변호사가 구속기소된 것(현재 보석 출감). 이변호사는 KBS ‘추적60분’팀 최모 PD(보석 출감)와 공모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하는 전화를 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변호사는 그런 사실이 없음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어쨌거나 5월18일 ‘추적60분’ 시간에 공개된 최PD와 김 전 시장과의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김 전 시장과 에이치원개발 홍회장의 친분, 청와대 출신 정계인사와 홍회장 간의 긴밀한 관계, 지청장·검사장 등 검찰 고위인사와의 유착관계를 의심케 하는 발언. 그럼에도 검찰은 최PD·이변호사 구속 기소는 발빠르게 진행한 반면, 대화에 등장하는 인사들과 용도변경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이렇다 할 수사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분당은 철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설계·건설된 도시. 그런 만큼 각 토지의 용도도 분명해 변경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토지공사는, 당시 외환위기 여파로 상업지구 개발이 지지부진하자 용도변경을 검토키로 한다.

    같은 해 11월26일. 건교부는 건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문제의 제62조2항 신설도 포함돼 있었다. 도시설계는 도지사 승인사항으로 하되 ‘설계변경’은 시장·군수의 권한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1999년 2월8일 공포된 개정안은 김병량 전 시장이 설계변경건을 직접 승인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 그러나 이 조항은 2000년 7월1일 재개정되고 만다. 난개발의 우려 때문에 설계변경 인가권을 다시 도지사에게 귀속시킨 것이다.

    1998년 12월에는 백궁·정자 지역에 쇼핑타운 부지 3만9000평을 갖고 있던 포스코개발이 사업성 불투명을 이유로 위약금으로 문 뒤 땅을 포기한다. 비슷한 시기, 조모씨(구속)는 미국 LA 거주 사업가 김모씨의 요청에 따라 토지공사에 토지매입 가능성을 타진한다. 분당내 골프연습장 ‘스파밸리’ 사장이자 소규모 건설업을 해온 홍원표씨(구속)도 이 일에 개입한다. 두 사람은 교포 김씨가 이 건에서 손을 뗀 후에도 땅 매입에 집요한 관심을 보인다.

    1999년 4월, 홍씨측은 토지공사에 매매약정체결 검토의뢰서를 보낸다. 그런데 여기 특이한 사항이 눈에 띈다. ‘매매약정 기간’란에 ‘매매약정 후 6개월 이내 본계약(단, 용도변경 지연 등 매매약정 조건에 따라 연장 가능)’이라 적시해 놓은 것. 또 그 밑에는 ‘공공시설(학교부지 등) 부지는 관련법규에 의하여 처리’한다는 조항이 있다. 학교부지 확보는 그 지역에 주거시설이 들어섰을 때나 필요한 사항이다. 이상의 내용은 홍씨측이 사실상 용도변경을 전제한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또 ‘용도변경 지연’이라는 문구는 변경 시기까지 인지하고 있은 듯한 인상을 준다. 어쨌든 이같은 홍씨측 요청에 대해 토지공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다.

    그 무렵, 군인공제회도 토지공사에 토지매입 의사를 밝힌다. 4월13일 시작된 협상은 같은 달 29일, 토지공사가 군인공제회 요구조건을 수용키로 내부결제를 득(得)할 만큼 급속도로 진행된다. 5월3일 토지공사는 군인공제회에, 같은 달 10일까지 매각 가능함을 회신한다.

    5월21일, 토지공사에 국방부 장관 명의의 공문이 도착한다. ‘부지 사업규모가 방대하고 사업기간의 장기화 등으로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군인공제회가 요망하는 지역으로 대토(代土)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를 보면 군인공제회도 언젠가 해당 토지가 용도변경 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으나 ‘확신’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토지매입을 추진한 군인공제회 관계자도 “한겨레신문(1998년 12월2일자)에 ‘성남시와 토지공사가 도시설계 변경을 추진중’이라는 기사가 난 데다 여러 여건을 따져봤을 때, 언젠가 주거지로 용도변경 될 것이라는 예상은 우리도 했다. 하지만 그게 3년 후일지, 5년, 10년 후일지는 알 수 없었다. 용도변경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대토 얘기를 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98년 10월 토지공사가 성남시에 주거시설 건축허용을 내용으로 한 ‘분당 도시설계 변경안’을 제출했으나, 성남시가 기반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유보방침을 밝혔던 것. 당시로서는 홍씨측의 ‘확신’보다 군인공제회의 ‘불안’이 더 이치에 맞는 반응이었다.

    한편, 국방부 장관 명의의 공문을 보낼 때까지만 해도 토지 매입이 가능하리라고 본 군인공제회에, 5일 후인 5월26일 토지공사로부터 한 장의 공문이 날아온다. ‘동 토지는 5월24일자로 매각되었음을 알린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측은 “공제회측이 대토는 물론 계약해지시 계약금 환불을 요구해 조건이 더 나은 홍씨측과 계약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제회가 보낸 공문 어디에도 계약금 환불 요구는 없다. 게다가 국방부 장관 명의 공문이 발송된 21일은 금요일이었고, 토지공사가 홍씨와 계약한 24일은 월요일이었다. 결국 토지공사는 대토 요청 공문을 받자마자 추가 협상 없이 홍씨측과 전격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성남시, 용도변경 귀띔해줬나

    토지공사는 홍씨 쪽에서 제시한 조건이 포스코개발과의 거래 조건과 동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2월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채영수 부장판사)는 흥미로운 판결을 내렸다. 포스코개발이 “위약금을 되돌려달라”며 토지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토지공사는 위약금 가운데 56억여 원을 돌려주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토지공사와 포스코측이 체결한 매매계약 중 위약금에 관한 부분이 이후 부지 매입에 나선 에이치원개발(홍씨)과의 조건보다 가혹하다”며 “계약해제에 이르게 된 과정에 상업용지 비율을 과다책정한 토지공사측에도 책임이 있는 만큼 위약금 일부를 되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는 토지공사가 포스코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홍씨측과 매매계약을 맺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편, 토지공사가 자금력과 신뢰성이 월등한 군인공제회 대신 홍씨측을 택한 것에 대해 한 부동산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그 정도 규모의 땅 매매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담보·지명도 등도 고려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토지공사는 “계약금만 있으면 누구나 매입 가능하다. 또 (그 땅은) 안 팔리는 땅이었기 때문에 (홍씨측이) 사업을 잘 할 수 있을까 의심은 됐지만 팔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재력가도 아닌 홍씨는 어떻게 계약금만 160억여 원인 땅을 매입할 수 있었을까. 또 용도변경이 요원한 상태에서, 사업성이 없어 매매 자체가 어렵던 땅을 덥석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홍씨측이 백궁·정자지역 상업용지 12만9166.4㎡를 1597억원에 사들이면서 지불한 계약금은 160여 억원. 홍원표(27억원)·김모(N건설 회장, 100억원)·이모(20억원)·오모(13억원) 씨 등 4명이 공동 부담했다. 이 중 홍씨가 부담한 27억원은 그가 고향 지인 9명과 공동매입해 관리해오던 정자동 주차장 부지 불입금을 전환한 것이었다. 따라서 실제로 홍씨가 지불한 금액이 얼마인지는 확실치 않다. 이모·오모 씨는 이전부터 홍씨와 관련이 있었지만 김모 회장의 등장은 뜬금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홍씨를 뭘 믿고 100억원이나 되는 돈을 빌려준 것일까.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홍씨측은 용도변경을 미리 예측했을까. 이와 관련, 2001년 10월17일자 조선일보 기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H개발 관계자들은 “우리가 쇼핑센터 부지에 관심을 보이자 성남시 관계자들로부터 ‘곧 용도변 경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귀띔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국회 등에 제출한 자료에서 에이치원개발측은 “동대문에 있는 패션타운 같은 걸 만들려 했다”, “당시 그 땅이 용도변경되리라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등 모순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시 용도변경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땅을 사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치원개발의 해명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하겠다.

    홍씨측이 땅을 매입한 후인 1999년 5~6월, 몇몇 업체들이 용도변경 가능성이 큰 지역의 땅을 매입했다. 그중 눈에 띄는 업체가 있다. H산업과 H건설이다. 두 회사는 같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특수관계다. H산업의 이사였던 서모씨가 H건설 대표이사다. 두 회사의 이사진 중에도 겹치는 인물이 있다. 땅 매입 당시 H산업 대표이사 정모씨(구속)는 1998년 5월, 토지공사가 용도변경 관련 설계용역을 준 K종합건축사무소 부사장이다. 역시 정모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P사의 경우 K사 사장 양모 씨가 전임 대표이사였다.

    각 회사들은 이사진만 겹치는 것이 아니다. N사와 H산업·P사 등은 주소지가 모두 역삼동 모 빌딩으로 똑같다. 양모·정모·서모 씨 등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들이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K사는 설계변경 용역뿐 아니라 이후 파크뷰 아파트 설계도 맡았다. 용도변경 관련 사전정보를 얻기 쉬운 위치에 있던 K사 관계사가 용도변경 예상지를 미리 구입했다는 것은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한편, H산업은 정자동 땅을 생보부동산신탁 전 이사 조모씨, 또 다른 부동산 개발업자 김모씨와 3자 공동구입한다. 생보신탁은 후에 홍씨가 설립한 에이치원개발과 신탁관리 약정을 맺고 자금조달은 물론 사업 전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조씨와 생보신탁은 민주당과 관련이 깊다.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이 50 대 5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생보신탁 이모 감사는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의 보좌관 출신이다. 여권의 또 다른 실세 K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조씨는 김홍일 의원 처남 윤흥렬씨와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1987년 대선 때는 평민당 김대중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했다.

    최근에는 조씨가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로비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창업 초기 타이거풀스를 공동경영하면서 이홍석 문광부 차관보(구속)에게 1700만원을 건넸다는 것. 조씨는 현재 파크뷰 특혜분양과 관련해 구속된 상태다. 여권 인사들과의 관계나 이전 행보을 따져볼 때, 조씨는 홍원표 에이치원개발 회장과 함께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라 하겠다.

    조씨와 함께 땅을 구입한 H산업 정사장도 지난 6월29일 구속됐다. 1999년 10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과의 면담을 주선해준 대가로 당시 시장 수행비서 김모씨에게 2000만원을 건낸 사실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설계 하청업체를 상대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1999년 10월에는 유럽을 방문중이던 김 전 시장과 정씨가 한자리에 있는 모습이 지역 케이블TV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시장과 정씨는 “우연히 만났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H산업과 조모씨 등이 함께 산 땅은 용도변경 대상이었으나 막판에 제외된다. 정씨·조씨와 함께 땅 매매에 참여한 부동산개발업자 김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쨌거나 이익을 보고 팔았다”고 말했다. 이 땅은 현재 생보신탁 소유로 돼 있다.

    홍회장, 김 전시장에 수시 연락

    홍원표씨측과 H산업 등이 용도변경 예상지역 땅을 구입한 직후인 1999년 7월, 성남시가 이제까지의 태도를 바꿔 용도변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9월부터는 이 문제가 공론화하면서 시민단체(용도변경 반대)와 성남시·시의회(찬성) 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진다.

    당시 성남시측은 도시설계변경 주민공람을 실시한다. 보통 시청 게시판에 게재해두고 몇몇 관련업계 사람들의 서명을 받는 선에서 그치던 것을, 반상회까지 활용해 적극적으로 ‘찬성’ 의견을 긁어모은 것이다. 공람이 끝나자 시에서는, 서명한 주민 9만여 명 중 7만948명이 용도변경에 찬성했다며 보도자료를 돌리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공람용지에는 누가 봐도 똑같은 필체의 서명이 열 개, 스무 개씩 나열돼 있었다. 이에 시민단체가 “여론을 조작했다”고 반발하자 시는 입장을 바꿔 “단순 참고용 조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같은 해 9월, 홍씨는 에이치원개발(주)을 설립한다. 최초 자본금은 1억원. 이후 3억원으로 늘어났다. 땅을 먼저 사고 개발회사는 나중에 설립하는 비정상적 과정을 밟은 것이다. N건설 김회장에게 빌린 100억원을 다른 차입금으로 갚은 홍회장은 김회장과 자신의 명의로 돼 있던 땅의 소유권을 에이치원개발로 넘긴다. 그로부터 6개월 후인 2000년 5월9일, 마침내 성남시는 설계 변경을 확정한다.

    이 즈음에서 주목되는 것이 에이치원 홍원표 회장과 김 전 시장의 관계다. 평소 홍회장은 자신이 김 전 시장과 잘 아는 사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다녔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증언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 전 시장이 검사를 사칭 했다는 KBS 최모PD에게 털어놓은 내용이다.

    “선거때 홍사장이 직원들한테 휴가를 보내서라도 (나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입니다. 직원들이 나가 홍보한 거지요. 아는 사람들한테 일일이 지지하라고. …1998년 8월경입니다. 부시장 하고요. 그 당시에 저도 (홍씨가 사장으로 있는 스파밸리 골프연습장에) 한번 들렀습니다. 부시장이 거기가 조용해서 거기 가 작업을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골프장에) 홍사장하고 같이 간 게 아니고 그날 가서 만났어요.”

    “주말이면 000비서관이 자기(홍씨) 집에 들르기로 했으니까 와서 인사 좀 해라, 그래서, 한 서너 차례 그런 일이 있었는데 한번도 인사조차를 한 적이 없습니다.”

    또 한 가지는 성남시민모임 이재명 변호사의 공동변호인단이 지난 7월1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제출한 ‘변호인단 의견서’ 내용이다.

    “현재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으로 구속된 에이치원개발 회장 홍원표의 친구인 박00(의견서엔 실명 기재) 부부가 제보한 것으로, 그 내용은 홍원표가 고소인(김 전 시장)에게 수시로 핸드폰으로 직접 연락을 주고받았고, 비서를 시켜 선물로 은갈치를 가져가라고 전화하거나 사업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것을 몇 차례 목격했으며, 두세 차례 홍원표가 ‘고소인과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고 자랑했다는 것이다.”

    김 전 시장은 “홍회장과는 선거 후 공식석상에서 한번 만난 일밖에 없다”고 하다가 녹음테이프가 공개되자 “선거 후 4번 정도 만난 일이 있을 뿐”이라며 골프채는 잡아본 일도 없고 홍회장과는 골프약속조차 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2000년 12월27일, 에이치원은 사업약정서를 체결한다. 시공사는 SK건설과 포스코개발, 관리신탁사는 생보부동산신탁이었다. 이에 앞서 에이치원은 자금차입을 위해 SK건설 및 (주)SK 최태원 회장을 보증인 삼아 서울보증보험에 청약 심사서를 제출한다. 이를 근거로 12월29일에는 교보생명으로부터 550억원을, 이듬해 1월2일에는 삼성생명으로부터 550억원을 차입한다.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은 생보신탁의 양대 주주다.

    당시 포스코개발이 보증을 서지 않은 이유는 불확실하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는 서울보증보험측이 SK건설의 신용만으로는 보험청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SK측은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수익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회장이 직접 보증을 선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2001년 3월9일. 파크뷰 분양이 개시됐다. 5일 만에 100%가 분양됐다. 대성공이었다.

    이어 6월1일, 에이치원은 경기도로부터 주상복합건축물 건축허가 사전승인을 받는다. 여기에도 곡절이 많았다. 그 한달여 전인 5월10일, 경기도가 건축허가 사전승인을 반려한 것이다. 기준용적률을 크게 넘어서, 교통문제·환경문제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었다. 다음은 경기도측의 설명.

    “사전승인을 반려한 얼마 뒤 김병량 전 시장이 임창렬 전 지사를 찾아왔다. 이후 부시장도 두 차례 다녀갔다. 이들은 ‘이미 분양이 끝난 상태인데 승인을 안 해주면 큰일 난다’며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모대학 연구소에서 법률자문을 받아오고 건교부 질의회신 내용도 가져왔다. 거기에는 ‘청소년 수련시설을 기부채납하고 학교용지를 조성 원가에 공급할 경우 용적률을 완화할 수 있다. 용적률은 시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돼 있었다.”

    그러자 담당국장이 ‘공을 성남시에 넘기자’고 건의해 임 전 지사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당시 에이치원은 경기도가 끝까지 사전승인을 해주지 않을까봐 노심초사했던 듯하다. 김 전 시장의 노력과는 별도로 홍회장은, 임 전 지사 부인 주혜란씨와 초등학교 동창인 시사평론가 김모씨를 중간에 넣어 지사공관으로 주씨를 찾아간다. 홍회장은 여기서 임 전 지사와도 인사를 나눈다. 아울러 주씨에게 금품을 제공해 최근 주씨가 긴급 구속되는 상황을 야기한다.

    사전승인과 관련한 비리는 또 있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 7월14일, 건교부 기술안전국장 박모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5월 에이치원개발 부회장 이모씨로부터 ‘건교부 담당 공무원에게서 파크뷰 용적률 질의에 대한 긍정적 회산이 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씨에게 빌린 파크뷰 분양계약금 6000만원을 변제받은 혐의다. 여기서도 파크뷰 분양이 청탁도구로 활용됐음을 알 수 있다.

    시민단체와의 싸움에 훈수 둔 검사

    파크뷰 사건에는 유난히 검찰 관련 인사들의 이름이 많이 오르내린다. 성남시민모임 이재명 변호사와 한나라당 등이 수원지검의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평소 홍회장이 검사들과 자주 어울렸다거나 김 전 시장과 검사들이 ‘잘 통하는 사이였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시장과 최PD와의 통화에도 ‘검사’를 언급한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레이크, 레이크. 홍사장하고 같이 간 게 아니고 그날 가서 만났어요. 그때 수원, 여기 성남지청 검사님들하고 같이 간 것 같은데, 다 젊은 검사님들이었어요. 특별한 모임은 아니고 그냥 운동하러 나가자고 하니까…. 그분이 아는 사람 많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그 당시에 지청장께서 저한테 연락이 오기를, 시에서 한 것은 옳다고 다 인정한다, 우리도 내사한 결과를 보면 별것 없다, 땅을 사고판 그런 과정은 시가 (한 일이) 아니지 않느냐.”

    “검사장께서도, 지금 시에서 한 것은 용도변경 도시설계변경만 했지 땅을 사고팔고 하는 문제는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필요도 없고 관여하지도 않은 것 아니냐. 시장은 결국은 시민을 고발을 했다는 정치적 저걸(부담을) 짊어져야 하는데 조금 기다렸다가 저쪽에서 한 다음에 하는 게 어떠냐. 시민단체 쪽에서 그때 그런 움직임이 있었거든요. 고발을 하려 한다는. 그렇다면 일단 보류하마(후략).”

    “한번 밭에서 인사한 적이 있습니다. (중략) 마침 그 저 텃밭하는 사람들하고 000(검사)하고… 한자리에 있었어요. 거기서 인사 한번 한 적이 있어요. (중략) 000하고 당시 부시장하고는 학교 동문관계여서 친하다는 얘기를 듣고 자주 만나는 것을 알았고(후략).”

    대화에 등장하는 검찰 인사만도 당시 수원지검장, 성남지청장, 청와대 파견 모 검사, 수원지검의 젊은 검사 등 5~6명이나 된다. 이들 중 김 전 시장과 통화를 한 것으로 돼 있는 인사들은 녹취록 공개 후 기자들에게 “김 전 시장과 그런 통화를 한 기억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재명 변호사 공동변호인단이 작성한 ‘변호인단 의견서’에도 “홍원표가 검사들에게 몇 달치씩 골프연습장 무료회원권을 줬다. 골프연습장에 갔을 때 검사 여러 명이 와 연습하고 있다고 홍원표가 자랑하더라”는 홍회장 친구 박모씨 부부의 제보 내용이 실려 있다. 또 이들은 “미금역 소재 관광호텔의 오락실을 운영하면서 직접 목격하고 홍원표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홍원표가 이 호텔 유흥업소에서 검사들을 불러다가 여러 차례 대접할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후략)” 라는 말도 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검사들이 홍회장으로부터 접대받았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 사업가라면 검사들과 친한 것처럼 주변에 과장되게 말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했다. 홍회장측도 “스파밸리에는 무료회원권이 없으며 홍회장이 검사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파크뷰 건설에는 앞에서 언급한 4개 업체말고도 M분양대행사, 분양광고 및 PR을 담당한 J사, 모델하우스를 만든 H사 등이 있다. 이 중 M사 대표 문모 씨(구속)는 김 전 시장의 녹취록에서 언급된 모검사와 동향으로 같은 향우회에 속해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 의혹 및 파크뷰 분양특혜 비리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29일 성명을 발표했다. 특위는 언론보도를 근거로 M사가 인건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런 일을 주도한 M씨는 파크뷰 아파트 3채를 갖고 있었던 민주당 K의원의 고향인 J향우회 인사들과 매우 친밀한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략) J 전 지검장의 경우 M씨가 파크뷰 아파트를 분양할 당시 관할지역 지검장이었으며, 최근 불거진 김병량 성남시장 테이프에 등장해 용도변경 시비와 관련한 시민단체와의 고발시기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PR 담당 J사의 경우 대통령 인척 관련 회사와 광고를 주고받았으며, H사는 아태재단 건축의 일부를 담당했다.

    한편, 한나라당 특위는 “분양대행사·설계감리회사·광고회사·인테리어 회사 등 복잡한 발주구조에서 매출을 높여주고 사례를 챙겼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다수 포착됐다”며 비자금 조성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특위 간사인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통상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 대행료는 전체 금액의 1~2%다. 파크뷰의 경우 시행사측의 주장대로 9000억원 규모의 외형을 감안할 때 대행료 총액은 90~180억원에 그쳐야 한다. 물론 모델하우스 건설 비용, 분양광고료 등을 포함해서다. 그러나 파크뷰는 분양대행료로 160억원, 모델하우스 관련비로 130억원, 광고료로 100억원을 책정해 분양에만 총 390억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중 분양대행료 160억원만 갖고 따져봐도 세대당 870만원이나 된다. 누가 보더라도 과다한 책정이라는 것이 업계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파크뷰 사건과 관련 검찰 수사로 확인된 비자금 액수만 150여 억원에 이른다.

    파크뷰 사건과 관련해 특기할 만한 점은 거론되는 인사 대부분이 서로 직접, 혹은 한두 다리를 건너 아는 사이로, 용도변경 이전부터 이후까지 일관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대부분 특정지역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인맥을 따라가다 보면 정권 핵심인사들과의 연결고리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한 탓에 TV토론중 파크뷰 71평형을 분양받은 사실이 공개된 박모씨. 그는 생보부동산신탁의 모회사 중 하나와 오랜 인연이 있다. 또 최근 구속된 건교부 박모 국장은 김 전 시장 녹취록에 등장하는 청와대 출신 정계인사 모씨와 고교 선후배 사이다. 이들 세 명은 지난 5월 전남지역에서 있었던 한 만찬에 참석했다.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었을 만찬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와 경찰서장·여당 의원·여당 도지사 후보 등이 자리를 함께한데다 폭행사건까지 발생해 언론에 공개되고 만다. 이들 세 명 모두는 파크뷰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또 에이치원 홍원표 회장은 대통령 아들 등 여권인사들의 단골 술집으로 유명세를 탄 M룸살롱에 자주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M룸살롱은 단골의 추천 없이는 드나들 수 없는 회원제 술집이다.

    현재 파크뷰 사건과 관련해 구속 혹은 불구속 기소된 인사는 특혜분양 관련자가 6명, 비자금 조성 관련자가 3명, ‘추적60분’ 보도 관련자가 2명, 건축허가 사전승인 관련 4명 등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일 수는 없다. 사건의 핵심인 용도변경과 자금흐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살펴보았듯 파크뷰 사건과 관련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권력형 대형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점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검찰의 신속·정확하며 성역 없는 수사다. 국민의 답답증을 풀어줄 곳은 검찰밖에 없기 때문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