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호

자전거, 알고 탑시다

  • 입력2010-11-03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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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친환경 녹색성장의 실천 수단으로 자전거의 생활화를 내걸고 2019년까지 1조205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2175㎞의 자전거도로를 확충하기로 했다. 경남 창원시와 서울시 같은 지자체는 공공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각종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자전거 활성화 정책은 소득 향상,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 유가 상승과 같은 시대적 흐름과 맞아떨어지면서 자전거 레저 인구가 급증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이 늘어나는 등 바야흐로 자전거 시대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회 현상에 양면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전거 운행대수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자전거 관련 사고 발생건수도 증가시키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9년 발생한 자전거 교통사고는 1만915건으로 전년(8721건)보다 25% 늘었으며, 사망자도 310명으로 2.6% 증가했다. 더욱이 경찰에 신고되지 않은 사고가 훨씬 많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 10명 중 매년 1~2명꼴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하니 5~10년간 자전거를 타면 꼭 한 번은 사고를 당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수치를 보면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훨씬 사고율이 높은데도 자전거와 관련된 법적 상식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호에선 자전거와 관련된 법률 상식을 정리해봤다.

    자전거의 법적 정체성

    몇 년 전 이야기이지만, 자전거 전문가라는 사람이 TV에 출연해 자전거 안전하게 타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주행 중인 차량이 자전거를 잘 볼 수 있도록 자전거를 차량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운행하라’고 권하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 제작자들도 그의 말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던 듯하다. 이는 우리 국민의 자전거 관련 법률 지식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예라 하겠다.



    자, 운전면허시험 공부하던 기억을 조금 되살려보자.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교통수단인 ‘차마(車馬)’에 포함된다. 따라서 자전거는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격을 가진 동시에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도 있다. 다만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동차와는 사뭇 다른 규정이 적용된다.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차마에 해당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에 한한다. 이와 달리 사람이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경우라면 그 자전거는 더 이상 ‘차마’가 아니다. 끌고 가는 사람 역시 운전자가 아니라 보행자가 된다. 따라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은 보도를 이용할 수 있으며,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에 대해 보행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한다.

    자전거의 법률상 특권

    면세 특권 자전거는 차마에 해당하지만 자동차나 오토바이와는 달리 운전면허도 필요 없고 등록할 필요도 없다. 요즘은 자동차보다 비싼 자전거도 등장했지만 고가 자전거에도 취득세, 등록세나 보유세가 일절 부과되지 않는다.

    가장자리 통행 특권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차선과 차선의 가운데 부분으로 운행해야 하지만, 자전거는 일반 도로에서 길 가장자리로 통행해야 한다(도로교통법 13조 6항). 즉 차도의 바깥쪽 경계선과 인도 경계석 사이 너비 30㎝가량의 가장자리가 자전거도로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다만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는 도로에선 가장자리로 가면 안 되고 전용도로를 이용해야 한다. 전용도로에서는 도로 가운데로 당당하게 다닐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 방법도 특이하다. 자동차는 미리 도로의 1차로에 진입해 있다가 신호에 따라 좌회전해야 하지만, 자전거 운전자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붙어 서행하다가 교차로 가장자리 부분을 이용해 좌회전하게 돼 있다(도로교통법 25조 3항). 따라서 자전거 운전자들은 좌회전하려고 무리해서 1차선으로 진입하느라 자동차들 사이에서 곡예운전을 할 필요가 없다.

    간혹 오토바이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길 가장자리나 자전거 전용도로로 다니기도 하지만,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는 날에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대부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알아둘 만하다.

    보도 이용 특권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보도를 가로질러 주차장이나 상점으로 들어가는 경우 외에는 보도 위를 다닐 수 없다. 자전거도 원칙적으로는 보도 위를 다닐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꽤 많다. 우선 자전거를 타지 않고 끌고 가는 경우엔 보행자로 보기 때문에 당연히 보도를 이용할 수 있다. 또 어린이, 노인, 신체장애인이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 도로의 파손, 도로 공사나 그밖의 장애 등으로 도로를 통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도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보도의 주인은 보행자이므로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자의 통행 우선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

    우측 추월 특권 모든 차의 운전자는 다른 차를 앞지르고자 할 때 앞차의 좌측 차로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자전거 운전자는 다른 차를 앞지르고자 할 때 앞차의 우측을 이용할 수 있다(도로교통법 21조 2항). 예를 들어 앞에 가던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할 경우 자전거는 정차한 버스의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추월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버스 승하차 승객과 충돌할 수 있는데 충돌을 피해야 할 주의 의무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있다.

    자전거 운전자의 의무

    자전거 운전자에겐 헬멧 등 안전용구를 착용해야 하는 기본적인 의무 외에도 다음과 같은 법적 의무가 있다.

    횡단보도 통행 자전거도 도로교통법상 차마에 해당하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보행자와 함께 통행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횡단보도 통행을 전면 금지할 수도 없기 때문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건너도록 돼 있다. 자전거에서 내리면 운전자가 아니라 보행자가 되기 때문에 횡단보도 이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 최근에는 자전거 운전자가 내리지 않고도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자전거 횡단도가 설치되고 있다. 자전거 횡단도에서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를 피해서 운행해야 한다.

    음주운전 금지 자전거에 대한 음주단속은 아직 실시되지 않고 있다. 자전거 운전면허제도가 없는 이상 음주단속을 해봐야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그러나 자전거 역시 음주상태에서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가해자가 됐든 피해자가 됐든 정상 상태보다 훨씬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자전거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피해자가 되었을 때도 음주 사실이 밝혀지면 과실상계로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고를 당했을 때의 대처방법

    경찰에 신고하라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자전거 운행 중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원칙적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경찰만 부르면 경찰에서 잘잘못을 가려주고 과실비율까지 정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경찰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 확인, 사고발생 경위를 기록해둘 뿐 과실비율을 정하는 기관은 아니다. 과실비율은 민사 문제인데 경찰은 형사, 행정상의 절차를 처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이 작성한 사고발생 경위조사서는 나중에 책임소재와 책임비율을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게 사용되므로, 피해자는 당연히 교통사고 조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가해자 역시 피해자가 필요 이상으로 억지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의 조사를 받아두는 게 좋다.

    증거와 목격자를 확보하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할 때 누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갖고 있느냐가 싸움의 승패를 가르게 된다. 따라서 물적 증거와 목격자를 확보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일이다.

    보험사에 연락하라 자전거 운전자가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아직은 현실적인 대책과 거리가 있으나, 경남 창원, 대전, 경기 안산 등 일부 지자체가 단체 자전거보험에 가입하는 등 점차 가입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자기 주소지의 지자체가 자전거 단체보험에 가입했는지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겠다. 또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운전자라면 자동차 보험과 마찬가지로 개인 자전거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전거, 알고 탑시다
    정부가 충분한 물적, 제도적 정비 없이 의욕만 앞서서 자전거 정책을 내놓는 바람에 수많은 자전거 운전자가 무방비상태로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출되고 뒷감당은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되고 있는 점은 유감스럽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필요한 제도 정비에 힘을 쏟아서 자전거를 둘러싼 법률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모처럼 조성된 자전거 붐이 잇따른 분쟁 발생 뉴스로 한순간에 사그라지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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