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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조재진·박주영 궁합, 안정환 집중력, 박지성 진화가 최대 자산

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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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은 4년 전 한일월드컵에서 이룩한 신화를 재현할 것인가. 수비도 수비지만 이기려면 스트라이커가 골을 넣어야 한다. 설기현, 조재진, 박주영, 안정환, 박지성 등 국가대표팀의 공격 경쟁력을 고찰했다.
한국 축구 공격진의 세계 경쟁력
축구에는 판정승이 없다. 비기는 게 목표라면 몰라도 이기려면 어떻든 최소한 한 골은 넣어야 한다. 그래서 전문 골잡이인 스트라이커는 언제나 주목의 대상이다. 자기 힘으로 직접 승부를 결정지어야 하는 고독한 영웅이다.

고전적 의미의 스트라이커는 행동반경을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로 제한하고 에너지 소모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면서 자신에게 넘어온 공을 득점으로 연결하는 플레이어를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또박또박 받아먹는’ 유형의 스트라이커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수케르(크로아티아), 호나우두(브라질), 비에리(이탈리아) 정도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모든 스트라이커가 다기능 공격수로 변신했고, 오직 호나우두만이 고전적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그것도 경기시간의 절반가량을 부분적으로 이용하는 정도였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축구계의 진화방향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21세기에 공격수에게 요구되는 최상의 덕목은 더 이상 위치선정 능력과 슈팅능력이 아니다. 현대축구에서 공격수는 남이 만들어준 찬스를 마무리하는 것보다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 득점하거나, 2선 공격수들에게 찬스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드필드를 중요시하고 중원에 대부분의 병력을 배치하는 현대 압박축구의 속성상, 최전방 공격수가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황에서 지원병력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드필드에서 백병전이 치열해지면서 찬스의 횟수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 사정도 겹친다. 따라서 종래에는 윙의 덕목이던 스피디한 드리블의 중요성이 증대했고, 롱패스를 안전하게 처리하며 볼의 소유권을 유지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기술인 트래핑이 일류와 이류 스트라이커를 가르는 가늠자가 되었다.

공·수 겸비 플레이어



윙 플레이어가 감소하는 점도 현대 축구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1998년 월드컵에서 부분적으로라도 윙 플레이를 활용한 나라는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네덜란드, 프랑스, 멕시코, 나이지리아 4개국에 지나지 않았다. 2002년에는 이런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팀이 아예 없었다. 로베르토 카를로스(브라질)는 역대 최고의 윙으로 불리는 자국의 축구영웅 가린샤를 능가할 재질을 타고났지만, 시대는 그에게 수비에도 가담하고 경기장 중심부 쪽으로 이동하여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드필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최종 수비수를 따로 배치하는, 즉 네 명의 수비수를 마름모꼴로 포진시켜 스토퍼, 스위퍼를 두는 전술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수비진영을 일자(一字)로 꾸리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공의 소유권을 빼앗아오면 팀 전체가 즉각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유사시 동원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현대 축구는 이렇게 수비수에게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경기시간의 대부분을 자기 진영에 머물며 상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임무만 충실히 수행하는 것은 옛이야기다. 경우에 따라 수비수도 미드필드로 진격하고, 때로는 최전방까지 달려가 과감하게 슛을 날릴 줄 알아야 한다. 페널티 지역 한참 바깥에서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터지는 김동진의 왼발 장거리포나, 김진규의 묵직한 캐넌 슛이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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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숭실대 교수·연극학,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j12@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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