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그뤠잇! 평창올림픽

평창 빛낼 ★ 한국 빛낸 ★

‘황무지에 핀 꽃’ 윤성빈, 제2의 김연아로 빛난다

  •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kisports@naver.com

    입력2018-01-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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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성빈 발굴 1등 공신은 ‘썰매 개척자’ 강광배

    • 절정 오른 최민정 쇼트트랙 전관왕 가능할까

    • 티모페이 랍신 설상 종목 한국 첫 메달 노려

    • 이상화는 ‘성난 고양이’ 고다이라 나오 넘어야

    • 겨울스포츠 최고 영웅 男 이승훈 女 김연아

    슬라이딩 센터의 아이언맨, 윤성빈 [뉴스1]

    슬라이딩 센터의 아이언맨, 윤성빈 [뉴스1]

    제23회 동계올림픽이 2월 9~23일 대한민국 평창에서 열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동계 스포츠 최강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출전을 불허하면서 독일이 평창 올림픽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국기를 앞세우지 못하고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다.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 네덜란드는 일본, 노르웨이, 캐나다, ‘러시아 선수’들의 상승세로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노르딕 복합, 스키점프, 하프파이프 등 다수 종목에서 강세인 일본이 종합 성적에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8개로 종합 4위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다. 슬라이딩센터에서 진행되는 종목 중 봅슬레이 2인승과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1개라도 따낸다면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산하 국방홍보원에 따르면 국방일보가 국군 장병 37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문항 중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이 기대되는 선수는?’이라는 질문에 ‘이상화 선수’라고 답한 장병이 117명(31.4%)으로 가장 많았다. 

    이상화는 2016년 시즌부터 2년여 동안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에게 밀려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으나 군 장병뿐 아니라 많은 이가 이상화가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화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올림픽을 2연패 했으며 36초36의 세계신기록을 보유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보다 세 살이 많은 32세다. 그럼에도 2016년과 2017년 시즌 국제 및 일본 대회에서 금메달 24개를 휩쓸었다.

    이상화, 3연패 쉽지 않아

    이상화(왼쪽), 이승훈(오른쪽)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이상화(왼쪽), 이승훈(오른쪽)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이상화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4차 월드컵 1차전에서 37초71을 기록해 37초50을 기록한 고다이라에 0.21초 차로 다가섰다. 평창 올림픽부터 500m도 단 한 번의 레이스로 승부를 결정 내기로 바뀐 점도 변수다. 고다이라도 한번 삐끗하면 만회할 길이 없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스피드스케이팅 매스 스타트에서는 이승훈, 김보름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매스 스타트는 예선을 통과한 16명의 선수가 정해진 레인 없이 16바퀴를 돌아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이승훈과 김보름은 중상위권에서 경쟁하다 마지막 1~2바퀴를 전력 질주해 추월하는 기술이 압권이다. 다만 이 같은 작전이 국제무대에 노출된 게 약점이다. 


    김보름 [스포츠동아]

    김보름 [스포츠동아]

    김보름은 2017년 2월 열린 삿포로 동계 아시아경기대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금메달 후보이던 김보름은 일본의 다카기 미호와 사토 아야노의 콤비 플레이에 당했다. 다카기와 사토는 2바퀴째부터 치고 나가더니 서로 레이스를 끌어주며 2진 그룹과 1바퀴 차를 벌린 뒤 여유 있게 금·은메달을 차지했다. 김보름은 2진 그룹에 섞여 두 선수를 따라 잡으려 했으나 추월 기회를 잡지 못하고 동메달에 머물렀다. 

    이승훈도 이번 시즌 3차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들의 집중 견제 속에 13위에 그쳤다. 4차 월드컵 때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고 8명의 선수를 추월하는 괴력을 보여주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승훈, 김보름은 매스 스타트와 함께 팀 추월 경기에도 출전한다. 이승훈은 소치 올림픽팀 추월에서 주형준, 김철민과 함께 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이승훈은 김민석, 정재원과 팀을 이뤄 두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남자팀 추월은 ‘살아 있는 전설’ 스벤 크라머르가 이끄는 네덜란드가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고교생인 정재원이 두 형에게 뒤처지지 않고 자기 실력을 모두 발휘하느냐가 메달 획득의 관건이다. 

    김보름은 박지우, 노선영과 여자팀 추월 경기에 나선다. 여자팀 추월은 일본의 상승세가 무섭다. 다카기 미호, 다카기 나나 자매와 사토 아야노로 이뤄진 일본 팀은 2017년 11월, 12월 열린 월드컵 시리즈에서 3대회 연속 세계신기록을 경신했다. 2위와 기록이 4초 넘게 벌어져 이변이 없는 한 일본 팀의 금메달이 유력하다.

    한국 쇼트트랙 金 3~5개 예상

    최민정, 심석희, 임효준(왼쪽부터) [뉴스1]

    최민정, 심석희, 임효준(왼쪽부터) [뉴스1]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은 대한민국의 효자 종목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최소 3개, 최다 5개 금메달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부 최민정과 심석희는 1000m와 1500m에 최적화한 선수다. 심석희는 소치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1개씩 획득했다. 심석희는 이번 올림픽에서 1000m 또는 1500m와 3000m계주까지 2관왕을 노린다. 심석희가 소치 올림픽 3000m 계주에서 무서운 질주로 역전 금메달을 따던 순간은 명장면으로 각인돼 있다. 

    최민정은 평창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것 같다. 1000m, 1500m, 3000m계주뿐만 아니라 500m도 해볼 만하다. 한국 쇼트트랙은 남녀 모두 500m에서는 한 차례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최민정은 스타트에서는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 등에 뒤지지만 후반 가속도가 장점이다. 절정의 컨디션으로 올림픽에 도전하는 최민정에게 운까지 따라준다면 쇼트트랙 전관왕도 불가능하지 않다. 

    남자부 임효준은 중학생 시절부터 국제대회에서 우승해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손꼽혔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 1500m 수퍼 파이널에서 1위를 기록하고 1, 2차 선발전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017-2018 쇼트트랙 월드컵 1차 헝가리 대회에서는 10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헝가리 대회 1000m 결승 경기 도중 허리를 다쳐 염좌 진단을 받고 몸 관리 차원에서 월드컵 2·3차 대회에는 불참했다. 임효준과 함께 훈련을 한 이승훈은 “파워에 관한 한 나의 전성기에 못지않다. 부상만 극복하면 평창 올림픽에서 일을 낼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임효준이 부상으로 월드컵 시리즈에 뛰지 못하는 동안 황대헌이 빛을 냈다. 황대헌은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중 유일한 고교생이다. 2017-2018 쇼트트랙 월드컵 1~4차 대회 1500m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고 1000m에서도 2개의 은메달을 획득했다. 

    임효준과 황대헌은 소치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남자 쇼트트랙의 기대주다. 두 선수가 정상 컨디션으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김도겸, 서이라, 곽윤기 등과 함께 최소 1개, 많으면 2개의 금메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켈레톤의 괴물, 윤성빈

    타모페이 랍신 [강홍구 동아일보 기자]

    타모페이 랍신 [강홍구 동아일보 기자]

    스켈레톤의 윤성빈은 그야말로 ‘황무지에서 핀 꽃’이다. 한국 여자 피겨를 두세 단계 위로 올려놓은 김연아처럼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스켈레톤을 시작한 윤성빈은 ‘슬라이딩 센터의 아이언맨’ ‘스켈레톤의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무섭게 성장했다. 

    그간 스켈레톤은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와 토마스 두쿠르스 형제가 지배했다. 특히 동생 마르틴스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부터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밴쿠버 올림픽 때는 홈그라운드 캐나다의 존 몽고메리에 이어 은메달에 그쳤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도 역시 홈인 러시아의 알렉산더 트레티아코프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으나 트레티아코프의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드러나 금메달이 박탈되면서 마르틴스의 은메달이 금메달로 승격됐다. 마르틴스는 평창에서는 반드시 시상대 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평창 올림픽에서 윤성빈과 마르틴스의 승부는 0.1~2초 차이에서 가려질 것이다.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 서영우도 메달권에 들어가 있다. 두 선수는 2016-2017년 시즌까지 세계랭킹 1~2위를 오르내렸으나 2017-2018년 시즌에 들어와 다소 부진했다.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등 슬라이딩 센터 종목은 홈그라운드 이점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종목이다. 올림픽 코스를 타볼 기회가 다른 나라 선수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껏 동계올림픽에서 53개의 메달(금메달 26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19개)을 땄는데 모두가 빙상 종목에서 나온 것이다. 설상 종목에서는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으며 10위권에도 들어간 적이 없다. 

    빙상, 썰매와 달리 설상에서는 한국 선수의 금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은 없으나 메달권에 근접한 선수는 3명이 있다. 스노보드 대회전의 이상호, 모굴의 최재우, 크로스컨트리의 티모페이 랍신이 주인공이다. 랍신은 러시아 출신 귀화 선수다.

    여자 컬링 ‘다크호스, 한국’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지난해 8월 11일 경북컬링훈련원에서 빙상 훈련을 하고 있다. 앞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김영미.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컬링 여자 국가대표팀인 경북체육회 선수들이 지난해 8월 11일 경북컬링훈련원에서 빙상 훈련을 하고 있다. 앞쪽부터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김영미. [홍진환 동아일보 기자]

    이상호는 ‘배추밭 소년’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 배추밭에서 스키를 처음 탔기 때문이다. 이상호가 출전하는 평행대회전은 선수들이 혼자 레이스를 펼쳐 빠른 순서로 상위 16명을 가린 후 16강부터는 토너먼트로 두 명의 선수가 서로 평행한 코스를 내려온다고 해서 평행대회전이라는 종목 명칭이 붙었다. 이상호는 지난해 3월 터키에서 열린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며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최재우는 지난해 12월 21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에서 2017-2018 시즌 FIS 프리스타일 월드컵 남자 모굴 경기 결선에서 78.82점을 받아 4위를 차지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한 월드컵에서 2015년 1월 미국 대회 이후 두 번째로 4위에 오른 것이다. 최재우는 12월 초 핀란드 루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6위에 오르는 등 꾸준히 결승전(6명)에 오르고 있다. 이렇듯 좋은 흐름에 홈 코스 이점을 더하면 평창에서 ‘깜짝 메달’을 딸 수도 있다. 

    티모페이 랍신은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한국 최초’를 연거푸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프랑스 안시에서 열린 2017-2018 IBU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10㎞ 스프린트에서 23분 22초 00을 기록해 전체 106명 중 8위에 올랐다. 한국 남자 선수가 IBU 월드컵 대회에서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것은 랍신이 처음이다. 랍신은 12월 3일 스웨덴 외스테순드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0㎞ 스프린트에서 13위에 올라 한국 남자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바 있는데 프랑스 안시에서 한국 선수 최고 순위를 또다시 경신한 것이다. 랍신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활용해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컬링에는 남녀부와 혼성 등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여자 컬링에 기대를 건다. 

    여자 컬링은 처음 출전한 소치 올림픽에서 8강에 올랐다. 강팀 중 하나인 러시아를 꺾었으나 아시아 최강 중국에 완패를 당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지난해 삿포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평창 올림픽에도 컬링의 특성상 단일팀(경북체육회)이 출전하는데, 오랫동안 팀워크를 다졌으며 최근 전력이 급상승해 대진운만 잘 따르면 메달권 진입이 가능하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보다 이변이 잦다. 알파인과 슬라이딩센터 종목은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라 이변이 더 많다. 알파인의 정대현은 세계 20위권 밖이지만 당일 컨디션이 좋고, 정상권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지면 10위권 진입도 가능하다.

    이승훈 김연아의 쾌거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의 남자 선수는 이승훈, 여자 선수는 김연아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를 땄으며 김연아도 이승훈 선수와 같은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획득했다. 

    두 선수는 아시아 선수가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을 세웠다. 이승훈은 밴쿠버 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금메달, 5000m에서 은메달, 소치올림픽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따낸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 메달(1만m, 5000m)은 아시아 선수로 최초다. 

    아시아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딴 적은 여러 번 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일본의 시미즈 히로야스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땄고,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김윤만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아시아 선수가 1500m 이상의 중·장거리에서 메달을 딴 적은 이승훈을 제외하면 한 번도 없다. 이승훈이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이승훈은 두 번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땄다. 2011년 아스타나 알마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5000m와 1만m, 팀 추월 3종목, 2017년 삿포로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5000m와 1만m, 팀 추월과 매스 스타트까지 4종목을 석권했다. 

    김연아도 이승훈 못지않게 피겨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에서 228.56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일본의 아라카와 시즈카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올림픽 피겨 금메달이다. 김연아는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홈그라운드 이점을 이용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이어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김연아가 소트니코바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 세계 피겨인의 의견이다. 

    이상화도 김연아 못지않다. 처음으로 출전한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5위에 머물렀으나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의 2연패며 세계로 시선을 돌려봐도 미국의 보니 블레어 이후 두 번째다. 블레어는 1988년 캘거리, 1992년 알베르빌,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를 3연패했으며 1000m에서도 알베르빌,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해 단거리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땄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했으나 세계 정상권에 올랐던 선수가 많다. 청각장애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유선희는 1988년 캘거리 올림픽 13위,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9위,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5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정상권에 항상 머물렀으며 김윤만은 19세 때 출전한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독일의 올라프 진케에게 100분의 1초 뒤진 1분 14초 86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첫 메달 김윤만, 첫 금메달 김기훈

    김윤만 [뉴스1, 동아일보]

    김윤만 [뉴스1, 동아일보]

    김기훈 [이명재 동아일보 기자]

    김기훈 [이명재 동아일보 기자]

    김윤만의 은메달은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다. 김윤만의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 쾌거는 배기태가 1988년 캘거리 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5위에 그쳐 메달을 따지 못한 한을 풀어줬다. 이강석이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동메달을 땄으며,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모태범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획득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모태범, 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 ‘남녀 한 나라 동시 석권’을 이뤄낸 것은 동계올림픽 역사에 한 번도 없던 진기록이자 대기록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세계 정상권에 오르기까지는 선배들의 끊임없는 도전이 있었다. 비록 일장기를 달았으나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올림픽 때 이성덕, 김정연, 장우식이 출전했다. 이성덕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45초 F의 기록으로 36명 중 12위를 차지했고, 김정연은 1500m에서 2분 25초의 기록으로 15위에 올랐다. 

    태극기를 앞세우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1948년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는 이효창, 문동성, 이종국이 출전해 이효창이 1500m에서 19위에 올랐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이 올림픽 종목에 처음으로 채택된 1960년 스쿼밸리 올림픽에서는 김경희가 500m에서 58초02의 기록으로 21위를 차지했다. 

    이후 이영하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이영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1976년 세계주니어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때 4년 후인 1980년 레이크플레이스 올림픽에서 500m~1만m까지 5종목을 모두 석권한 미국의 에릭 헤이든을 꺾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이영하는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1976년 인스브루크 올림픽에서 500m(22위), 1500m(18위), 5000m(11위), 1만m(15위)에 출전했으나 메달을 따지 못했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은 역사는 길지 않지만 한국의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김기훈이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김기훈은 남자 계주 5000m에서도 이준호, 모지수, 송재근과 팀을 이뤄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에서는 김기훈 이후 전이경이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1000m, 3000m계주)과 1998년 나가노 올림픽(1000m, 3000m 계주)에서 4개의 금메달을 땄고,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쇼트트랙 1500m에서는 김동성이 1위로 들어오고도 앤턴 오노(미국)의 할리우드 액션 탓에 금메달이 박탈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썰매 종목 개척자, 강광배

    강광배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강광배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는 안현수와 진선유가 남녀 쇼트트랙에서 각각 3관왕을 차지해 6개의 금메달로 한국을 종합 7위까지 끌어올렸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남자 쇼트트랙의 이정수가 1000m와 1500m에서 2관왕에 올라 동계올림픽 사상 최고의 성적인 종합 5위(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썰매 종목은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강광배는 한국 선수 최초로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3종목에 모두 출전했다. 그는 스키선수 겸 지도자로 활약하다가 왼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치는 바람에 수술대에 올랐고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곤 루지라는 썰매 종목을 접하게 됐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루지에 출전해 31위에 그쳤으나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가 스켈레톤을 배운 후 선수로 활약했다. 그는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스켈레톤에서 20위, 2006년 토리노 대회 스켈레톤에서 23위를 차지했다. 

    강광배는 토리노 올림픽이 끝난 후 봅슬레이로 전향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4인승에 출전해 19위를 차지한 후 은퇴했다. 그는 이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으로 당선됐으며 2012년 9월 한국체대 교수로 임용된 후 후배를 양성하기 시작해 스켈레톤의 윤성빈을 발굴해냈다. 

    윤성빈은 2014년 소치 올림픽 스켈레톤에서 16위를 차지해 강광배가 갖고 있던 한국 선수 썰매 종목 최고성적(19위)을 경신했다. 윤성빈이 평창 올림픽에서 슬라이딩센터 종목 사상 최초로 시상대 위에 올라서면 강광배의 꿈도 이뤄지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의 설상 종목은 빙상과 썰매보다 열악하다. 한국 스키가 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한 것은 1960년 스쿼밸리 대회다. 당시 활강에 출전한 임경순은 61위, 크로스컨트리 15㎞에 출전한 김하윤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 후 올림픽 무대에서 60~90위권에 머물던 스키 선수들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올림픽에 출전한 홍인기가 활강에서 40위를 차지하면서 비로소 40위권에 들어왔다.

    알파인의 역사, 허승욱

    허승욱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허승욱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한국 스키는 허승욱의 출현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허승욱은 동계체전에서 금메달 43개를 획득했다. 1999년 강원 아시아경기대회 2관왕, 올림픽 5개 대회 연속 출전(1988~2002년) 기록을 가졌으나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알파인 회전에서 기록한 21위가 최고 성적이다. 

    허승욱의 올림픽 알파인 21위 기록은 현재 알파인 국내 최고 선수인 정동현도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정동현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회전에서 허벅지 부상으로 완주하지 못했고,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는 대회전에서 41위를 기록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아직도 현역으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채원이 독보적 기록을 갖고 있다. 올해 37세로 ‘엄마’이기도 한 이채원은 이번 올림픽이 열리는 강원 평창군 출신이다. 중학교 1학년 때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해 대화고 재학 시절 국가대표로 선발돼 15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동계체전에서 4관왕만 6차례를 기록하는 등 63개의 금메달을 획득해 동계·하계체전 역사상 개인 통산 최다 금메달 기록을 갖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는 외국 선수와의 기량 차이가 워낙 커서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이후 4차례 참가했으나 특별한 입상 경력은 없다.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14년 소치 올림픽 30㎞ 프리스타일 단체출발에서 기록한 36위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금메달 1개를 땄다. 2011년 카자흐스탄 대회 때 10㎞ 프리스타일에서 카자흐스탄과 일본의 강호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평창 올림픽이 이채원의 은퇴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창에서 빛날 세계의 ★
    바이애슬론 로라 달마이어 6관왕까지 가능해

    노르웨이와 벨라루스의 베른 달렌-톰 라체바 부부는 평창에서 메달을 몇 개나 목에 걸까.
     
    노르웨이의 베른 달렌은 바이애슬론에서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해 역대 최다 메달 수(13개) 기록을 갖고 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IOC 선수위원으로 출마해 압도적 득표로 1위에 올랐으나 평창 올림픽 출전을 위해 IOC 위원직을 내려놓았다. 달렌은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에서 바이애슬론 4종목을 모두 석권하는 괴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달렌의 부인인 벨라루스의 톰 라체바도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딴 철녀다. 라체바와 달렌은 2016년 4월 결혼을 발표했고(당시 라체바의 배가 눈에 띄게 불렀다), 그해 10월 첫딸(제니아)을 낳았다. 

    이 부부의 메달 합계가 금메달 1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로 17개인데 평창 올림픽에서 몇 개를 추가할지 주목된다. 

    37세의 크로스컨트리 여제 마리트 비에르옌(노르웨이)은 평창 올림픽이 2002년 솔트레이크 이후 다섯 번째 올림픽이다. 라체바처럼 ‘엄마’로서 치르는 첫 올림픽 무대다. 비에르옌은 2015년 12월 노르웨이의 노르딕 복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남편 프레드 뵈레룬베르그와의 사이에서 아들 마리우스를 낳았다. 

    출산 때문에 2015-2016 시즌 휴식을 취했고, 이듬해 복귀해 예전과 다름없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비에르옌은 올림픽에서 10개의 메달(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을 땄다. 평창에서 메달 1개만 추가하면 동계올림픽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여성 선수가 된다. 같은 크로스컨트리 종목의 라이사 스메타니나(옛 소련, 금 4· 은 5 · 동 1), 스테파니아 벨몬도(이탈리아, 금 2· 은 3 · 동 5)를 뛰어넘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2014년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2종목 가운데 8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남녀 매스 스타트가 추가돼 14종목으로 늘었으나 네덜란드의 금메달 수는 5~6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의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황제 스벤 크라머르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1만m에서 인코스를 아웃코스로 잘못 알고 달리는 바람에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고도 실격을 당해 이승훈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바로 그 선수다. 크라머르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이후 3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5000m 올림픽 3연패’는 물론 팀 추월까지 2관왕을 노린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다카기 미호가 최소 2개 많으면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화의 라이벌 고다이라는 500m와 1000m 1500m 3종목에 출전하는데, 500m와 1000m 금메달은 8할 이상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다카기 미호는 1500m와 3000m, 팀 추월 3종목에 출전하는데, 언니 다카기 나나와 함께 출전하는 팀 추월과 1500m에서 2관왕을 노린다.


    스키점프 ‘2관왕 2연패’ 노리는 카밀 스토흐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한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톰바를 ‘알파인의 전설’ 명단에서 빼놓을 수 없다. 올림픽 금메달은 없지만 톰바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듣는 선수가 오스트리아의 마르셀 히르셔다. 

    히르셔는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6개와 월드컵 금메달 48개를 보유했는데, 평창에서 올림픽 금메달만 챙기면 완전체가 된다. 히르셔는 처음 출전한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고, 2014년 소치 대회 남자 회전에서 오스트리아의 마리오 매트에 밀려 은메달에 그쳤다. 

    올해 25세인 독일의 로라 달마이어도 여자 바이애슬론에서 다관왕 후보다. 달마이어는 바이애슬론에서 세계선수권 5관왕과 함께 월드컵 종합 우승을 달성한 최초의 여자 선수다. 달마이어는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스프린트 46위, 추적 30위, 계주 11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혼성계주에서는 아예 실격까지 당했다. 그러나 2015년 체코에서 열린 노베메스토 월드컵 스프린트 우승을 시작으로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작은 체격 조건(162㎝, 62㎏)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달마이어는 2017년 2월 오스트리아 호흐필젠 월드컵에서 출전 종목 6개 가운데 스프린트를 제외한 개인, 추적, 매스 스타트, 계주, 혼성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평창 올림픽 다관왕 후보 0순위로 떠올랐다. 2017년에만 13번의 월드컵 우승으로 시즌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달마이어는 2017년 3월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린 월드컵 스프린트와 추적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현장 적응훈련도 마쳤다. 바이애슬론은 한 선수가 최다 6개의 금메달까지 쓸어 담을 수 있다. 

    폴란드의 카밀 스토흐는 스키점프 2관왕 2연패를 노린다. 스토흐는 소치 올림픽에서 노멀힐, 라지힐 두 종목을 제패했는데 최근 4년간 뚜렷한 라이벌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소한 두 종목 가운데 한 개의 금메달은 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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