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테스트 경기장 공정률 40%…2월 대회 위해 밤샘 작업
- 1조 원 부채 ‘알펜시아’, 제값 받고 파는 게 유일한 방법
-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과 개·폐회식장, ‘사후 활용’ 걱정
- 지금 필요한 건 자신감…세계에 우리 첨단기술 보여줘야
요즘 최문순(59) 강원도지사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도정(道政) 챙기랴, 테스트 이벤트 공사 현장 살피랴, 여기에 전국체육대회(10월 16일~22일)까지 겹쳤다.
최 지사는 올해 ‘중앙일보’와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2015 대한민국 경제리더대상’ 가치경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10월 7일 수상식에 참석하러 서울에 온 최 지사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몸은 잠시 서울에 와 있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공사 현장에 가 있다.
“공사를 너무 늦게 시작해 많이 쫓겨요. 평창올림픽까지는 2년 반이 채 안 남았는데, 실제로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테스트 이벤트가 열리는 내년 2월부터 시작입니다. 겨울이 빨리 오는 지역이라 12월까지는 끝내야 할 상황인데, 벌써 서리가 내렸어요. 공정률은 아직 40% 정도예요. 어젯밤에도 다녀왔는데, 우리나라에서 처음 하는 공사인 데다 급경사의 난공사여서 새벽 2시까지 해요.”
▼ 대회 때까지 가능하겠습니까.
“엊그제 다시 점검했는데 어떻게든지 기간 내에 끝내려고 합니다. 못하면 큰 문제가 생겨요. 미국 CNN에서 중계할 예정이고, 전 세계 스포츠 기자가 다 옵니다. 세계 유명 선수들도 참가하고요. (FIS알파인) 월드컵 경기가 유럽에서는 굉장히 인기가 많답니다. 올림픽이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시설 사후 활용 걱정”
▼ 공정이 늦어진 이유는 뭔가요.
“복합적인데요. 크게 보면 분산개최론, 과잉경비론, 환경파괴론이라는 세 가지 논란 때문이죠. 경기장 위치를 빨리 결정해 인허가 절차를 서둘렀어야 하는데, 중간에 분산개최론이 불거지는 바람에 늦어졌어요. 과잉경비론은 규모가 가장 큰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의 발목을 잡았죠. 규모가 너무 크다고 설계까지 다 끝난 것을 다시 변경하면서 9개월이나 지연된 겁니다.
지금 짓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환경파괴론 때문에 공사가 중단된 적도 있습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자꾸 예상치 못한 곳에 설계변경을 요청했어요. 그게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엉뚱한 곳을 벌목하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훨씬 여유 있게 할 수도 있었는데, 이런 문제들 때문에 늦어지면서 막판까지 몰린 거죠.”
▼ 경기장 사후 활용 계획은 다 세웠나요.
“아직요. 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용역을 줘서 연구해요. 우선 급한 경기장을 짓고, 그 시설에 맞춰 사후 활용을 하려다보니 아직 방법을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
몇 가지 낙관적인 부분은 있어요.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 등이 열리는 슬라이딩센터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시설이라 국가대표 훈련시설로 필요할 뿐 아니라 관광객 체험용으로도 사후 활용에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조그만 경기장도 설계할 때부터 핵심 시설만 남겨놓고 상당부분 헐어버릴 수 있게 해서 별문제가 없을 겁니다.
문제는 규모가 큰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과 개·폐회식장입니다.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여요. 엊그제 개·폐회식장 1차 설계도를 보니 지붕 없이 토목공사만 해서 의자를 배치했다가 철거하는 걸로 나왔던데, 벌써 문화예술계로부터 비판이 나옵니다.”
▼ 강릉 하키센터 원주 이전 문제는 결론이 났습니까.
“원주에서 아이스하키를 포기하는 대신, 2018년 올림픽이 끝나면 강릉의 하키센터를 이축해주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축 비용이 600억 원이나 듭니다. 아이스하키가 원주에서 크게 인기 있는 스포츠도 아닌데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새로 짓는 게 낫지 않으냐는 등 아직 확실하게 정리되지 못했습니다.”
▼ 골칫거리인 알펜시아의 분양 상황은 어떻습니까.
“여전히 어렵긴 한데, 상황이 조금 호전돼 지난해 일부(알펜시아 리조트·호텔) 흑자가 났습니다. 분양이 안 돼 걱정거리인 ‘에스테이트’라는 고급 빌라도 이제 절반쯤 팔렸습니다. 한 채에 20억~40억 원 하는 고가이다보니 분양이 잘 안 되는 거죠. 지금도 통째로 사겠다는 사람은 있습니다. 현재 알펜시아 부채가 1조 원 정도입니다. 그걸 절반 가격에 사겠다는 건데, 우리는 그렇게는 못 팔겠다는 거죠.
인천공항에서 강릉까지 고속철도가 뚫리면 서울 용산에서 알펜시아까지 40~50분 거리로 단축됩니다. 그러면 관광객도 늘고 가치도 더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알펜시아는 올림픽과 무관”
▼ 처음부터 계획이 잘못된 건 아닌가요.
“그렇죠. 고급 빌라촌은 올림픽 때 필요가 없어요. 활용 가치도 없고. 올림픽 선수촌도 따로 짓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걸 지었기 때문에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었다는데 제가 보기엔 그렇지 않습니다. 고급 빌라와 올림픽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요. 러시아 소치의 고급 빌라도 올림픽을 유치한 뒤에 지었거든요.”
▼ 현재로서는 분양 이외에 다른 해법은 없는 건가요.
“다른 대책을 세울 수가 없어요. 워낙 값이 비싸니까. 그렇다고 값을 깎아서 팔 수도 없잖아요. 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교통이 좋아지고 지역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면서 제값을 받고 파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 요즘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평창올림픽 유치 직후 열린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어요. 지금도 과잉 투자로 인해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어가면서 비판을 받습니다. 그게 평창올림픽 준비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뒤섞이면서 분위기를 가라앉힌 것 같아요. 여기에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악화된 거고요. 내년부터는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홍보도 많이 하고, 문화행사도 많이 열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 합니다.
사실 평창올림픽은 과잉 투자라고 볼 수 없어요. 전체 12개 경기장 중에서 새로 짓는 건 6개 정도밖에 안됩니다. 나머지는 다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기로 했거든요. 시설예산 11조 원 중에서 경기장에 들어가는 예산은 8000억 원 정도이고 도로까지 포함해도 1조3000억 원 선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고속철도 건설비용입니다. 고속철도는 원래 2020년까지 짓기로 돼 있던 것을 올림픽 때문에 2년 앞당긴 건데, 그걸 자꾸 올림픽 예산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올림픽 왜소해질까 걱정”
▼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서 어떤 효과를 기대합니까.
“우리나라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때가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입니다. 1984년부터 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 GDP(국내총생산)가 두 배나 늘었습니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심 산업도 2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전환하고요.
특히 2018평창동계올림픽, 2020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잇달아 열리면서 평창-도쿄-베이징을 ‘올림픽 루트’라고 이름 지었는데, 관광과 물류, 경제적 교류를 확대하면서 국가 간 긴장관계도 풀었으면 하는 기대도 갖고 있어요. 평창이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치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문화·환경·평화·경제 4대 기조를 정하고, 그중에서 문화를 가장 우선시하기로 한 거죠. 영국 런던 올림픽 때 대회기간 내내 문화공연을 했는데 그걸 좀 참고할 생각이에요. 전국 17개 시도에 도움을 요청해서 각 지역의 문화를 다 모으고, 강원도 18개 시군의 문화까지 모아서 관광상품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관광상품이 굉장히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자연만 즐기는 관광에서 문화와 예술 콘텐츠를 즐기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해요. 또한 여름과 겨울, 2계절 관광에서 4계절 관광으로, 내국인 중심에서 외국인 중심으로 전환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자신감입니다. 88서울올림픽은 우리 국민소득이 4500달러일 때 치렀습니다. 지금은 2만7000~2만8000달러예요. 충분히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예산 과잉 투자나 사후 활용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정작 올림픽이 왜소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올림픽이라는 건 전 세계에 우리의 국력을 보여주는 자리입니다. 특히 동계올림픽은 선진국에서만 치르는 경기입니다. 이제 남은 게 개·폐막식인데, 소프트웨어 분야에 400억~500억 원 투입해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높였으면 합니다. 자신감을 회복해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선언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