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호

약진하는 ‘민간 군사기업’의 실체

남극 뺀 모든 대륙에서 포로심문, 전술지원, 군사자문 서비스까지

  • 정리: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입력2005-04-25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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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을 사업 기회로 삼아 호황을 누리는 회사들이 있다.
    • 최근 10년 동안 전세계적인 군의 아웃소싱 흐름을 타고 급성장한 민간 군사기업들이 그 장본인.
    • 피를 먹고 사는 이들 군사기업의 파워와 딜레마.
    약진하는 ‘민간 군사기업’의 실체

    이라크 주둔 미군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BR)사의 직원들(오른쪽 흰색 복장). KBR과 같은 민간 군사기업들은 식음료 조달, 막사 건설, 세탁 등은 물론, 각종 전쟁 수행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들은 군의 몸집을 줄여나갔다. 핵심 전투인력을 뺀 나머지 부문은 민간 군사기업(Private Military Firms, 약칭 PMFs)에 넘겼다. 이른바 아웃소싱이다. 현재 이라크에만 2만여 명의 PMFs 요원이 근무 중이다. 이들은 포로 심문에서부터 요인 경호, 유전시설을 비롯한 핵심시설 경비까지 미국의 이라크전쟁을 소리 없이 수행해왔다.

    그러나 엄격한 통제를 받는 군과는 달리, PMFs 요원에 대한 규제는 느슨하기 짝이 없다. 아부 그라이브 포로학대 사건에도 이들이 관련돼 있다. 그러나 허술한 사법체계 탓에 한 사람도 기소되지 않았다. 부르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기업전사 : 私군사산업의 성장’(2003)의 저자인 싱어(P.W. Singer)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최근호에 기고한 ‘전쟁의 아웃소싱(Outsourcing War)’이란 글에서 PMFs가 지닌 딜레마를 5가지로 꼽았다. 다음은 그 요약이다.

    PMFs와 관련된 전쟁, 이윤, 명예, 탐욕 등에 관한 이야기들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시나리오 같다. 경비구역을 공격한 이라크 반정부 게릴라들과 총격을 주고받는 이야기에서부터 콜롬비아 정글지대에서 좌익반군에게 인질로 잡힌 채 미국 본사로부터 버림받은 이야기까지 다양하다(2003년 콜롬비아 밀림지대에서 타고 가던 비행기가 격추당해 콜롬비아 좌익반군 FARC의 포로가 된 3명의 캘리포니아 마이크로웨이브 시스템 직원은 소속 회사와 미 행정부로부터 외면당한 채 지금은 잊힌 존재가 됐다-역자 주).

    그런 얘기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PMFs는 실제로 존재하며 전세계 분쟁지역에서 그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PMFs 소속 기업전사들은 무기를 비롯한 물품을 대는 데 그치지 않고 ‘전쟁용역(services of war)’까지 수행한다.

    지난해 초,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이 불거졌을 때 미국의 PMFs가 관련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들이 맡은 용역은 통역과 포로 심문, 정보수집이었다(포로학대 범죄에 관련된 미 민간회사는 타이탄과 CACI 2개 회사로, 6명의 직원이 아부 그라이브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역자 주).



    그렇지만 아직도 일반인은 PMFs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 워싱턴의 정책 입안자들도 그에 대해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PMFs란 무엇이며 언제부터 나타났는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서 PMFs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정책 입안자들은 PMFs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이 성장산업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정치권은 대외정책 수립과정에서 이들의 역할과 위상을 올바로 설정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 정책집행 결과는 참담한 실패를 낳게 마련이다.

    직업용병이 기업 형태로 진화

    PMFs는 전쟁을 벌이는 국가기관에 전쟁과 관련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다. 오래 전부터 있어온 직업적인 용병(mercenary)이 기업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용병이 무기를 들고 싸우는 개인적인 서비스라고 한다면, PMFs는 전략전술 입안에서부터 실제 전투, 병참, 기술지원에 이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적인 민간 군사기업은 1990년대 초에 나타났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은 ▲냉전시대가 막을 내렸고 ▲1990년대 유혈분쟁의 본질이 군인과 민간인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었고 ▲전세계적으로 정부 기능을 민간으로 옮기는 아웃소싱이 일반화됐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서로 맞물려 있다.

    미국과 옛 소련 사이의 냉전이 막을 내렸을 때 전세계적으로 병력 규모가 줄어들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불거진 유혈분쟁은 병력 수요를 일으켰다.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난 전쟁은 군벌과 소년병이 뒤엉켜 그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고, 서방국가들은 그런 유혈투쟁에 개입하길 꺼렸다. 다른 한편으로, 선진국들의 군대는 민간부문의 기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갈수록 높아졌다. 그리고 많은 국가에서 전에는 국가에서 맡던 기능을 민영화하는 것이 큰 흐름을 이루게 됐다.

    PMFs는 크게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고객에게 실제 전투행위를 비롯한 전술적 군사지원을 하는 민간 보안회사(private security firm) ▲퇴역장교들로 하여금 전략자문과 군사훈련을 담당하게 하는 군사자문회사(military consulting firm) ▲군부대에 병참·정보·시설관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군 병력을 늘리거나 예비역을 소집하는 국가의 부담을 덜어주는 군사지원기업(military support firm)이다.

    펜타곤(미 국방부)은 지난 10년 동안 여러 PMFs와 약 3000건의 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강인 미국 군대가 PMFs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해도 그 기업들이 모두 미국의 것은 아니다. PMFs는 50개국이 넘는 곳에서 활동 중이다. 현재로선 남극을 뺀 모든 대륙이 활동무대다. 특히 해외 주둔 병력을 위한 병참 및 수송능력이 부족한 유럽국가들의 PMFs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테면, 아프가니스탄에 군수물자를 보내기 위해 유럽국가들이 1억달러 상당의 계약을 맺은 우크라이나 민간 기업은 옛 소련제 비행기를 이용해 물자를 실어 나른다. 영국의 일부 군대는 미국 기업인 핼리버튼에 병참용역을 맡긴다. 부시 대통령이 말하는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은 ‘청구서 연합(coalition of the billing)’이라 일컬어질 만하다.

    이라크에만 60개 이상 활동 중

    이라크는 현재 PMFs 인력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지역이다. 60개 이상의 PMFs가 적어도 2만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 미군에 군사적 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엔 비군사적인 건설현장이나 유전에서 일하는 수천명의 인력은 포함돼 있지 않다. 치안이 불안한 이라크에 그토록 많은 PMFs 요원이 들어가 활동하는 것은 곧 위험 부담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2003년 봄 이래로 지금까지 PMFs 요원 175명이 목숨을 잃었고, 900명의 부상자가 생겼다. 펜타곤은 비군사부문 인력 손실은 집계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확한 숫자는 알기 어렵다.

    이라크전쟁의 특징은 이전의 어떤 전쟁보다 PMFs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이다. 민간기업들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펜타곤을 도왔다. 이라크 침공 전진기지였던 쿠웨이트의 도하 기지(Camp Doha)는 미국의 한 PMF가 건설했고, 지금도 기지의 외곽경비를 맡고 있다. 이라크 침공에서도 PMFs의 역할은 컸다. B-2 스텔스 폭격기와 아파치 헬기를 비롯한 미군의 정교한 무기체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도 PMFs의 몫이었다. PMFs는 미 육군의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미 해군의 이지스 미사일 방어체계 운용을 거들기도 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자랑하던 정예군인 공화국수비대가 무너진 뒤 PMFs의 역할은 전쟁 때보다 훨씬 커졌다. 반미 게릴라들에 맞서 PMFs는 이라크의 치안유지와 재건에 힘써왔다. 핼리버튼의 자회사인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ellog Brown & Root)는 이라크 주둔 연합군에 용역을 제공하는 가장 큰 PMF다. 이 회사는 펜타곤과 130억달러 규모의 용역계약을 맺었다. 130억달러라면, 미국이 1991년 걸프전쟁을 벌이면서 지출한 총경비와 거의 맞먹고, 미 독립전쟁과 1812년 전쟁, 미-멕시코전쟁, 미-스페인전쟁 경비를 모두 합친 것과 같다.

    한편 다른 PMFs도 연합군에 전술적인 군사용역을 제공하고 있다. 새로 태어난 이라크군과 경찰을 훈련시키는 것도 PMF의 일. PMF에 소속된 약 6000명의 요원이 이라크에서 무장한 채 일하고 있다. 이들은 흔히 ‘사설 경비원’이라 일컬어지지만, 미국의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어슬렁거리는 경비원과는 업무의 차원이 다르다.

    이라크의 PMF 경비요원들은 바그다드 시내에서 ‘그린 존(Green Zone)’이라 불리는, 미국대사관을 비롯한 주요 시설물들이 자리잡은 지역을 지키고,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한 미국 기업들의 안전과 유전(油田) 경비를 책임진다. 이라크에 파견된 미 핵심인사에 대한 경호도 PMFs의 몫이다. 이를 테면 전 이라크 임시행정청장 폴 브레머에 대한 경호는 미 PMF인 블랙워터가 맡았다. 블랙워터는 요인 경호를 위해 이라크에서 무장 헬기를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사적 이익과 공공 이익의 충돌

    이라크 침공 뒤 치안유지에 안간힘을 써온 부시 행정부 처지에서, PMFs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다. PMF의 군사용역은 부족한 군 인력을 메워주며, 세탁이며 청소 등 현역군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 일을 대신 해준다. 그러나 PMFs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재건과정에 깊숙이 관계하면서 청구서를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이라크 포로 학대에 연루되는 등 몇 가지 심각한 잘못을 드러냈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 수행과정에서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 딜레마는 PMFs의 이윤 추구와 공공 이익의 충돌이다. 민간기업의 이익은 발주자인 국가기관이나 공공이익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PMFs에 대한 외부의 관리감독이 어려운 탓이다.

    미 부통령 딕 체니가 회장으로 몸담았던 핼리버튼은 이라크전 용역과 관련,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거듭 받고 있다. 비판자들은 가솔린 가격을 과다청구하거나 하지도 않은 용역을 한 것처럼 꾸며 타낸 금액이 18억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여러 PMFs 가운데 앞서가는 군 용역업체로 2004년 8월 ‘월 스트리트 저널’의 1면 머리기사를 장식한 카스터 배틀즈(Custer Battles)도 허위서류로 연방정부 예산을 축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더욱 걱정스러운 부분은 PMFs를 제대로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PMFs는 군사적 임무를 맡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민간기업이다. 따라서 군 명령체계와 사법체계에서 벗어나 있다. 군부대와 달리 PMFs는 이윤이 적거나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면 맡겨진 임무를 포기할 수도 있다. 병사들과 달리 PMFs 요원들은 주어진 임무가 위험하다고 느끼면 사표를 던지고 언제라도 전선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이미 이라크에선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났고, 이는 이라크 주둔 미군과 연합군에 크고 작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딜레마는 글로벌 산업이란 속성상 PMFs가 어떤 사람들을 채용하는지에 대해 국가기관이 규제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공공 군사부문과 관련된 용역을 제공하는 PMF 요원들은 오로지 PMFs의 독자적 결정에 의해서 채용된다. 후세인 정권 몰락 뒤 ‘이라크 골드러시’를 따라 들어온 PMFs 요원 가운데 많은 이가 충분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군 특수부대나 영국 특수부대 SAS(Special Air Service) 출신으로 이라크에서 PMFs 요원으로 일하는 사람의 숫자도 제법 된다. 그러나 이윤이 생기는 곳에 한꺼번에 몰려든 PMFs 요원들 가운데에는 자질에 문제가 있는 자들도 섞이게 마련이다.

    이를 테면, 아부 그라이브 감옥의 이라크 포로학대사건을 조사한 미 육군 조사관은 미 업체인 CACI에서 파견한 심문 계약자 중 35%가 심문관에게 필요한 군사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영국군 출신의 한 PMF 요원은 아일랜드 테러조직에 관련된 혐의로 복역한 사실도 밝혀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병사 출신인 한 PMF 요원은 남아프리카의 흑백 인종차별정책(Apartheid) 시절에 60명의 활동가가 머물던 집을 폭파했다고 실토했다.

    PMFs와 용역계약을 맺는 고객도 비슷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PMFs의 대다수는 민주국가들, 유엔 그리고 환경단체나 자선단체를 위해 일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일부 PMFs는 독재정권, 반군조직, 마약조직과 용역계약을 맺고 그들을 위해 일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영국과 남아프리카 합작 PMF인 로고 로지스틱스는 적도 기니의 므바소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려는 쿠데타 음모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비행기에 가득 타고 있던 PMF 요원들이 짐바브웨의 한 공항에서 체포된 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아들 마크 대처 경(卿)을 비롯한 영국 귀족들이 쿠데타 성공 뒤 생겨날 이익을 노려 자금을 댄 혐의가 불거졌다(기니의 테오도로 므바소고 정권도 부패와 독재로 악명이 높아, 국제사회의 동정을 받기는 어렵다).

    셋째 딜레마는 PMFs 사업이 사실상 한 국가의 정책적 행위인데도 국민이 잘 모르고 지나친다는 점이다. 정부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고자 우회적으로 민간조직인 PMFs를 활용하는 데서 비롯된 문제점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PMFs가 성장산업으로 떠오르게 된 비결이기도 하다. 현재 미 국방예산의 40%가 비경쟁으로 집행된다. 액수로만 따지면 지난 5년 동안 3000억달러가 그렇게 결제됐다.

    PMFs 용역계약은 미국의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에도 적용되지 않기에, 장기적으론 미국 민주주의의 건강과 투명성에도 문제점을 남긴다(국가 기밀문서들은 일정 기한이 지나면 정보자유법에 따라 열람이 가능하다. 그러나 PMFs는 그러한 적용을 받지 않는 탓에 구체적 용역계약 내용을 나중에 열람할 수 없다-역자 주).

    정치적 부담 줄이려 활용

    국가로서는 전략적으로 필요하지만 그다지 인기가 없거나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분야는 PMFs에 용역을 맡기게 된다. 이를 테면, 콜롬비아에서 부시 행정부의 용역의뢰를 받은 PMFs의 수와 용역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부시 행정부는 콜롬비아 내전에 미군 현역병을 투입하는 데 반대하는 미 의회와 여론의 견제를 피하는 묘책으로 PMFs 요원을 투입해왔다. 미 CIA(중앙정보국)의 콜롬비아 비밀개입을 다룬,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Clear and Present Danger’를 보기 바란다-역자 주).

    이라크 경우도 마찬가지다. PMFs 요원을 활용함으로써 부시 행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만약 2만명에 이르는 PMFs 요원이 없었다면,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를 지금보다 훨씬 늘려야 했을 것이다. 더 많은 현역병이 파견되거나 주방위군 소집이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부시 행정부로서는 정치적 협상과정을 거쳐야 했을 게 뻔하다.

    PMFs 요원이 이라크에서 죽거나 납치되더라도 미군 희생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납치돼 잔혹한 죽음을 맞이한 경우를 빼면, PMFs 요원의 사망소식은 언론에도 좀처럼 보도되지 않는다.

    넷째 딜레마는 민간 조직인 PMFs에는 군 조직과 같은 엄격한 규율이나 감시, 강제와 같은 개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비록 PMFs 요원들이 통합 군사작전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그들은 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민간인 이다. PMFs 요원들이 무기를 지니고 다니며 포로를 심문하고 폭탄을 싣고 그 밖의 다른 군사적 임무를 수행한다 해도 그들의 신분은 어디까지나 민간인이다. 한 법률전문가는 “법적으로 말한다면, (PMFs 요원들은)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 갇힌 알 카에다 포로처럼 법률적 회색지대(grey area)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PMFs 요원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도 문제다. 어디에 주둔하든 엄격한 군 형법의 적용을 받는 군인과는 달리 PMFs 요원은 국제법상으로도 애매한 존재다. 일반적으로 민간인 범죄에 대한 재판은 그 범죄가 행해진 나라에서 이뤄진다. 그렇지만 PMFs는 흔히 ‘실패한 국가(failed states)’에서 활동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법제도가 신통치 못한 나라에서 PMFs 요원을 재판하도록 내버려두기도 어렵다. 이라크의 경우도 아직 사법제도가 완비된 상태가 아니다. 법적으로 미군 점령 아래 있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PMFs 요원들은 이라크 국내에서 기소되지 않았다. 무려 2만명이 넘는 PMFs 요원이 지난 2년 동안 이라크에 머물면서 단 한 사람도 기소되지 않은 것은 그런 사정 때문이다. 미군은 수십명이 범죄혐의로 기소됐다.

    PMFs 요원을 사법처리하기가 애매하다는 점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이라크 포로학대사건 처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포로학대사건에 연루된 모든 통역자와 심문자들의 절반이 미국의 PMFs인 타이탄과 CACI 소속이었다. 조사관들은 문제가 된 학대사건의 36%에 민간 용역업자들이 관련됐고, 그 중 6명은 개인적으로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사건 1년이 지나도록 단 한 명도 기소되거나 벌을 받지 않았다. 사건 관련 군인들이 징역형을 언도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펜타곤은 PMFs의 잘못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유일한 조사는 CACI 자체적으로 이뤄졌다. CACI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몇몇 피해자는 PMFs를 미국 법정에 고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 2004년 3월 팔루자에서 비참하게 죽임을 당했던 4명의 블랙워터 소속 보안요원 가족들은 노스 캐롤라이나 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계약서와는 달리 직원 안전에 소홀했다”며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가기관이 PMFs 활동 조정해야”

    다섯째 딜레마는 PMFs와 군 사이의 미묘한 관계다. 현역 군인들은 민간인과는 다른, 그들만의 특별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PMFs의 출현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민간 군사기업들의 매출과 인력이 갈수록 늘어남에 따라 전통적으로 군인이 지녀온 직업적 특수성은 상당 부분 잠식됐다. 이에 따라 대다수 군인들은 PMFs에 대해 아주 상반된 태도를 지니게 됐다.

    한편으로는 PMFs가 군의 부담을, 특히 이라크에서의 부담을 덜어준 데 대해 고맙게 여긴다. 미군 병력 규모는 냉전시대에 가장 많았을 때보다 35%쯤 줄어들었다. 영국군 규모는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이래로 가장 작다. PMFs는 그러한 군의 공백을 메우면서, 군을 잘 알고 사랑하는 퇴역군인들이 제2의 길을 걷도록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PMFs의 성장을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군 특유의 직업적 건강성을 위태롭게 하고, 군에서 배운 기술을 사적 이익을 취하는 데 이용하는 측면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아울러 PMFs 산업의 성장은 군 내부의 핵심인력을 더욱 많이 빼내갈 것이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PMFs 요원은 군에 몸담고 있을 때보다 두 배에서 많게는 열 배에 이르는 보수를 받는다. 이라크에서 일하는 특수부대 출신 요원은 하루 1000달러를 벌기도 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영국, 호주, 뉴질랜드의 특수부대 사령관들은 한결같이 “PMFs가 엘리트 요원들을 다 빼가려 한다”고 불평한다. 따라서 PMFs는 군 조직을 잠식하는, 일종의 경쟁상대로 여겨진다.

    부시 행정부, 특히 펜타곤은 아직은 위와 같은 5가지 딜레마를 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중요한 점은 PMFs와 용역계약을 맺는 국가기관은 조정자로서의 기능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이 그런 기능을 포기하면, 자유시장 논리에 따라 PMF의 횡포가 커질 뿐 아니라 가뜩이나 위태로운 군산복합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딜레마들을 제대로 다스리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PMFs의 이윤추구 논리에 따라) 정부의 정책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쪽으로 왜곡될 것이다. 군의 아웃소싱은 분명히 군에도 큰 이득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국가기관이 조정자로서의 기능을 잘 발휘할 때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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