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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이글’ 故 김도현 소령 순직 20일 전 최후의 육성 인터뷰

“나보다 나이 많은 비행기… 나는 늘 죽음을 안고 산다”

  • 이남훈 자유기고가 freehook@hanmail.net

‘블랙이글’ 故 김도현 소령 순직 20일 전 최후의 육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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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른 ‘轉禍爲福’

블랙이글팀을 만나러 간 때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안내를 해주던 블랙이글팀 대장 김진호 중령이 홍보 동영상을 먼저 보라고 권했다. ‘뭐, 그저 그런 홍보 동영상이겠거니’하며 브리핑실로 들어섰지만 막상 화면 속으로 빠져드니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전통 국악의 힘찬 리듬을 배경으로 한 블랙이글팀의 육중하면서도 압도적인 비행은 ‘하늘의 퍼포먼스’ 그 자체였고, 조종사들은 하늘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들이었다. 그들의 비행이 보여주는 날쌔면서도 유려한 곡선, 멋스러운 웅장함은 비록 화면을 통해서지만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동영상을 보고 나서 대원들이 모여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9명의 블랙이글팀 대원 중 2명은 일명 ‘항생(항공생리)’이라고 불리는 훈련에 들어갔고, 사무실에는 김도현 소령(당시엔 대위)을 비롯, 김창성 소령과 임한일 대위가 있었다. 방금 화면으로 본 그 아름다운 비행의 주인공들을 만나는 건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대뜸 막연한 질문부터 던져봤다.

-블랙이글팀이 그렇게 좋아요?

“있으라면 평생 있고 싶죠, 하하….”



누군가를 정해서 던진 질문은 아니었지만, 김도현 소령이 먼저 나서며 말했다. 이것이 그에게서 들은 첫마디였다. 자연히 인터뷰는 그에게 집중됐다. 블랙이글 근무기간은 3년. 하지만 블랙이글을 향한 그의 애정은 3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의 말이 진심이란 걸 깨닫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블랙이글에는 어떤 인연으로 들어오게 됐습니까.

“블랙이글은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멋있기도 하고, 최정예 조종사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니까 꼭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드디어 2004년 하반기에 블랙이글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영광이었죠. 하지만 막상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말을 듣는 순간,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를 해야 했습니다. ‘아, 내가 왜 축구를 했을까…’ 하고요. 그 무렵 축구를 하다가 다리가 부러져 비행을 못하고 있었거든요. 후회 정도가 아니라 한이 맺히더군요. ‘이제 블랙이글에 들어가는 꿈은 끝났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블랙이글이 저를 기다려준 겁니다. 덕분에 더 무리하지 않고 다리가 온전히 나은 뒤에 블랙이글에 들어왔어요. 제 인생에서 전화위복(轉禍爲福)을 맞은 것 같습니다.”

전화위복. 하지만 지금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그것은 전화위복이 아니었다. 김 소령이 사고를 당한 직후 블랙이글팀 김태일 소령은 “내가 (블랙이글에) 오라고 그랬어, 내가…”라며 눈물을 뿌렸다. 차라리 그때 ‘우린 널 기다릴 수 없다, 제 몸 하나 관리 못하는 조종사는 필요없다’고 매몰차게 잘랐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비록 ‘꿈’이 깨진 좌절 속에 방황하더라도 젊은 아내와 두 아들을 남기고 그것도 결혼기념일에 이세상과 결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을.

의리의 청년

김 소령이 블랙이글에 들어온 것은 필연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는 ‘정말로’ 비행을 좋아했다. 공군은 대략 중령급인 45세 이후에는 비행 일선을 떠나 정책부서로 옮기는 게 관행. 하지만 그의 열정은 남달랐다. 술자리에서 김 소령은 “월급을 안 줘도 좋으니까 50세까지라도 비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활인으로서 비행을 한 게 아니라, 그는 비행 그 자체를 좋아했다. 마음껏 하늘을 날던 그 자유의 시간들이 그에게 무한하면서도 순수한 욕망을 불러일으켰을 터.

-블랙이글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2005년 2월에 배속됐으니 이제 1년 조금 넘었죠.”

-그렇게 들어오고 싶어하던 블랙이글인데, 실제로 해보니까 어떤가요.

“군 생활을 10년 가까이 했지만 이렇게 남자답고 서로 친하게 지내는 곳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의리와 믿음으로 똘똘 뭉친 남자의 세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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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훈 자유기고가 freeh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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